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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신경숙 표절 논란

소설가 신경숙은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소설가 중 한 명입니다. 신경숙 작가는「엄마를 부탁해」의 성공으로 '2011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신 씨는 지친 마음에 위로와 치유를 가져다주는 따뜻한 메시지를 책 속에 담아,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엄마를 부탁해」 표지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설가 신경숙의 「전설」이 실린 단편집 「감자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의 계간지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가 출간됐습니다. 「전설」 표절 시비 이후 발간한 첫 계간지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은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면서도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의 ‘책머리에’엔 백영서 편집주간의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을 겪으며〉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또한, 표절 논란과 관련한 ‘긴급기획’ 글 세 편이 실렸는데요. 세 글은 6월 23일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정은경 문학평론가가 발표한 토론문, 7월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대성 문학평론가가 발표한 글, 그리고 7월 말부터 몇 주에 걸쳐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가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 신경숙을 위한 변론〉을 편집한 글입니다.

백영서 편집주간은 “본지를 아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글머리를 열었습니다.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가가 ‘의식적인 도둑질’을 했고 출판사는 돈 때문에 그런 도둑질을 비호한다고 단죄하는 분위기가 압도하는 판에서 창비가 어떤 언명을 하든 결국은 한 작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합류하거나 ‘상업주의로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을 키우는 딜레마를 피할 길이 없었기에 저희는 그동안 묵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영서 편집주간,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 ‘책머리에’ 중

백 주간은 창비가 표절 문제에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 “창비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감정이나 도덕 차원의 비난 대상에 오르고 무슨 발언을 해도 불순한 권력행사로 비치기 십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가 출판사 창비의 ‘문학권력(또는 문화권력)’ 논란으로 번진 일에 대해서도 “찬찬히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도 표절 시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고 백영서 편집주간의 글에 힘을 보탰습니다. 백 편집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드러난 유사성에서 파렴치행위를 추정하는 분들이 그들 나름의 이유와 권리가 있듯이 우리 나름의 오랜 성찰과 토론 끝에 그러한 추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십사고 부탁드린다”며 “이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와 달리 지금은 꽤 다양한 의견과 자료가 나와 있는 만큼, 모두가 좀더 차분하게 이 문제를 검토하고 검증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신경숙을 부탁해

최근 표절 시비에 휘말린 신경숙 작가는 1985년 〈문예중앙〉에 공모한 소설 「겨울 우화」로 등단했습니다. 이후 단편집 「풍금이 있던 자리」(2003년, 문학과 지성)를 펴내며 전업 작가로 활동했으며, 「엄마를 부탁해」(2008년, 창비)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습니다.

소설가 신경숙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문인 중 한 명입니다. 지난 3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소설가'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경숙(5%)은 이외수(12%), 공지영(8%), 박경리(7%), 이문열(6%)에 이어 5위에 꼽혔습니다.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신경숙은 1985년 〈겨울우화〉로 문예중앙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습니다. 그러나 등단 이후 바로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출판사 직원 및 라디오 방송 작가를 겸하던 그녀는 1993년 6편의 단편을 묶어 「풍금이 있던 자리」를 펴내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1999년 출간한 자전적 장편 「외딴방」 (1995년, 문학동네)은 그녀에게 11회 만해문학상을 안겨주었고, 2008년 출간한 「엄마를 부탁해」 는 최단기간 국내 200만 부 판매 돌파, 34개국 번역 출간 등 가장 큰 대중적 성공을 자랑합니다. 「엄마를 부탁해」 로 명실공히 스타작가 반열에 올라선 그녀는 2009년 알라딘 온라인 서점에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를 연재하며 다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신 작가는 '맨 아시아(Man Asian)'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인 작가이기도 합니다. 맨 아시아 문학상은 영국의 최고권위 문학상 '맨 부커(Man Booker)상'을 후원하는 맨 그룹이 아시아 작가들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제정한 상입니다. 신 씨의 「엄마를 부탁해」 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호수」를 제치고 2011 맨 아시아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표절의 기쁨을 아는 몸"

지난 16일,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은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올리며 소설가 신경숙 씨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동인 문학상의 종신 심사위원인 신경숙 작가 앞으로 날아온 표절 고발장은 한국 문단 전체에 큰 충격을 던졌습니다. 게다가 그녀의 표절 의혹이 하루 이틀 전에 제기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인계가 침묵해왔다는 주장은 우리 문학을 사랑해온 독자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기까지 합니다.

이응준 씨는 표절의 원문으로 추정되는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김후란 번역)과 신경숙 씨의 「전설」(창작과 비평, 1996년)을 나란히 놓으며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하물며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라고 성토했습니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김후란 시인이 번역한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는 문장의 일본어 원문을 직역하면 "레이코는 기쁨을 알고, 중위도 그것을 알고 기뻤다"가 되는데요. 이응준 씨는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인 표현으로서 누군가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가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盜用)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인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표절 논란이 불거지자, 집필을 위해 서울을 떠나있는 신 씨는 출판사 창비(舊 창작과 비평)에 "(미시마 유키오는)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창비도 17일 입장문을 내고 "선남선녀의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 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 "해당 장면들은 작품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출처없는 인용'은 인용인가 표절인가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고발한 이응준 씨는 신경숙의 「전설」 외에도 「딸기밭」 등의 표절 의혹이 이미 오래전에 제기됐다고 밝혔습니다. 신 씨는 표절이 아니라 '출처 없는 인용'이라고 해명한 바 있는데요. 출처 없는 인용, 표절일까요?

논문 표절 의혹에 휩싸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용할 때 출처를 깜빡하고 적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그러나 2008년 옛 교육인적자원부는 '논문표절 가이드라인'을 내고 "남의 표현이나 아이디어를 출처 표시 없이 쓰거나 창작성이 인정되지 않는 짜깁기"를 표절로 간주한다고 정했습니다.

연구 논문과 문학 작품에 똑같은 표절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짜깁기의 창작성을 가늠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故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 에 시인의 아버지인 안창식 씨가 쓴 서문과 신경숙 작가가 쓴 「딸기밭」의 일부 구절입니다.
 
 

귀하. 저는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 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 그는 평소 인간과 자연을 깊이 사랑하였으며, 특히 권위주의의 배격이나 부의 공평한 분배 및 환경보호와 같은 문제들에 관해 다양한 관심과 의식을 가졌습니다.

─ 故안승준 아버지 안창식 씨가 쓴 서문, 「살아는 있는 것이오」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저는 평소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가 인간과 자연을 사랑한다는 것, 기아 문제와 부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환경보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신경숙, 「딸기밭」 1999년 계간 문학동네

 
표절 논란이 일자, 신 씨는 1999년 9월 한겨레 신문에 기고문을 보내 "내 소설 '딸기밭'을 보면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가수의 노래말이나 라디오 프로그램 멘트가 생략되거나 변용된 채 출처 없이 인용된다. 그 편지 역시 그 차원에서 내 소설 속에 용해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생각을 했고, 또 소설화되면서 맥락이 달라져 유족에게 누를 끼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앞서서 굳이 해당 부분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도 표절 시비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 중 일부 문장을 표절한 의혹을 받는 베스트셀러 작가 신경숙 씨가 결국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신씨가 단편 '전설'을 담은 소설집을 두 차례 내면서 출판사 '창작과 비평'을 속이고 인세 등을 부당하게 받은 혐의가 있다"며 업무 방해와 사기 혐의로 신경숙 작가를 고발했습니다.

현 원장은 신 씨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의 일부 문장이 독일 작가 루이제 진저의 「생의 한가운데」(문예출판사, 전예린 옮김)를 표절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루이제 진저, 전혜린 옮김, 「생의 한가운데」, 문예 출판사 131쪽 1998년 출간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문학동네, 112쪽 2010년 출간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 루이제 진저, 전혜린 옮김, 「생의 한가운데」 첫 문장, 문예 출판사 1998년 출간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 25쪽 2008년 출간

검찰 수사 대신 문단 내 자정으로…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소설가 신경숙 씨를 업무 방해와 사기 혐의로 고발한 가운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에 신 작가 표절 의혹을 제기한 소설가 이응준 씨가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다른 문인들도 이번 사태는 검찰 수사로 인한 해결보다는 한국 문단 내의 자정 능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을 공론화한 소설가 이응준 씨는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다루어져야 한다.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검찰 조사는 반드시, 즉각 철회돼야 한다. 미개사회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시영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트위터에 "이걸, 검찰이 손댈 일인가? 한국 문단은 '자정능력이 무한한 곳이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는 23일 〈신경숙 작가 표절사태와 한국문학권력의 현재〉라는 긴급 토론회를 열 예정입니다.

그러나 신 씨를 고발한 현택수 원장은 뉴시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학의 일은 문학의 일로 해결한다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며 검찰 고발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현 원장이 고발을 취하하지 않는 이유는 참조기사 중 뉴시스의 기사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창비, '우디르급 태세 전환'?

신경숙 작가의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김후란 옮김)을 표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놨던 출판사 창비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습니다. 출판사는 입장을 바꿔 18일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표절 의혹에 대한 실망감은 출판사 창비를 향해 진로를 바꾸었습니다. 이응준 씨의 의혹 제기 직후 창비가 내놓은 "해당 장면들은 작품에서 비중이 크지 않으며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해명이 궁색할뿐더러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습니다. 창비의 백낙청 편집인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다소 무리한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적어도 내가 읽어본 바로는, 백낙청 체제에서 백낙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의 고유한 비평적/이론적 영토를 개척한 비평가나 이론가를 (적어도 나는)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 페이스북

출판사 창비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했습니다.

"먼저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과 관련하여 6월 17일 본사 문학출판부에서 내부조율 없이 적절치 못한 보도자료를 내보낸 점을 사과드린다"

"지적된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독자들이 느끼실 심려와 실망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을 담아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자유롭고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언제나 공론에 귀 기울이겠다"

창비 대표이사 강일우, 18일

"「우국」 읽은 기억은 없지만 표절 문제 제기 맞다는 생각"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김후란 옮김)을 표절한 의혹을 받는 「전설」의 신경숙 작가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신 씨는 23일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출판사와 상의해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고 말했습니다.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경향신문은 집필 작업을 위해 경기도의 한 수도원에 머물고 있는 신경숙 작가와의 단독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출판사 창비에 보낸 3줄짜리 이메일 이외에는 입을 굳게 닫고 있던 신 작가가 표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최초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우국」은 아무리 기억을 뒤적여봐도 안 읽은 것 같은데, 지금은 내 기억을 믿지 못하겠어요"

"대조해 보는 순간 나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전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쇠스랑이 있으면 내 발등을 찍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일부에서는 신 씨가 절필 선언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는데요. 절필 권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신 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나에게 문학은 목숨과 같은 것이어서 글쓰기를 그친다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다.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까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설」이 실린 단편집 「감자먹는 사람들」을 출판한 창비의 염종선 편집이사는 2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부터 책 출고를 정지하고, 이미 유통된 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

소설가 신경숙의 「전설」이 실린 단편집 「감자먹는 사람들」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의 계간지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가 출간됐습니다. 「전설」 표절 시비 이후 발간한 첫 계간지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은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다면서도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의 ‘책머리에’엔 백영서 편집주간의 〈표절과 문학권력 논란을 겪으며〉라는 글이 실렸습니다.

또한, 표절 논란과 관련한 ‘긴급기획’ 글 세 편이 실렸는데요. 세 글은 6월 23일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정은경 문학평론가가 발표한 토론문, 7월 15일 문화연대와 인문학협동조합이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김대성 문학평론가가 발표한 글, 그리고 7월 말부터 몇 주에 걸쳐 윤지관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가 한국작가회의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문학의 법정과 비판의 윤리: 신경숙을 위한 변론〉을 편집한 글입니다.

백영서 편집주간은 “본지를 아껴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드린다”며 글머리를 열었습니다.

“저희는 그간 내부토론을 거치면서 신경숙의 해당 작품에서 표절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문자적 유사성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유사성을 의도적 베껴쓰기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의식적인 차용이나 도용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표절이라는 점이라도 신속하게 시인하고 문학에서의 ‘표절’이 과연 무엇인가를 두고 토론을 제의하는 수순을 밟았어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작가가 ‘의식적인 도둑질’을 했고 출판사는 돈 때문에 그런 도둑질을 비호한다고 단죄하는 분위기가 압도하는 판에서 창비가 어떤 언명을 하든 결국은 한 작가를 매도하는 분위기에 합류하거나 ‘상업주의로 타락한 문학권력’이란 비난을 키우는 딜레마를 피할 길이 없었기에 저희는 그동안 묵언을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영서 편집주간, 「창작과비평 2015년 가을호」 ‘책머리에’ 중

백 주간은 창비가 표절 문제에 말을 아낀 이유에 대해 “창비가 ‘문학권력’으로 지목되는 순간 감정이나 도덕 차원의 비난 대상에 오르고 무슨 발언을 해도 불순한 권력행사로 비치기 십상”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신경숙 작가의 표절 시비가 출판사 창비의 ‘문학권력(또는 문화권력)’ 논란으로 번진 일에 대해서도 “찬찬히 따져볼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백낙청 창비 편집인도 표절 시비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고 백영서 편집주간의 글에 힘을 보탰습니다. 백 편집인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드러난 유사성에서 파렴치행위를 추정하는 분들이 그들 나름의 이유와 권리가 있듯이 우리 나름의 오랜 성찰과 토론 끝에 그러한 추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십사고 부탁드린다”며 “이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와 달리 지금은 꽤 다양한 의견과 자료가 나와 있는 만큼, 모두가 좀더 차분하게 이 문제를 검토하고 검증하게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