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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고법원 신설 논란

우리나라 대법관 1명은 1년에 3,000건의 상고 사건을 담당해야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법원의 사건 적체율이 심각하고, 그나마도 '날림' 판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우리나라 상고 절차가 개선되어야 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 최선의 방안이 상고법원 신설이냐는 데에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이를 둘러싼 논란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by Lybil BER, Wikimedia.org(CC BY)

상고법원, 대법 내 귀속 재판부 되나?

1년여 간 상고법원 설치법안을 추진해온 대법원이 결국 다른 대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특별재판부 형태로 대법 내 재판조직에 편입하는 수정안을 다음 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른바 '내부 특별재판부 신설안' 인데요. 국회에서 상고법원 설치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특별재판부라도 내부적으로 신설해 대법원의 재판업무 과부하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간 대법원 측은 대법관 수 부족으로 인해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상고법원이 별도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상고법원 신설은 ‘최종심 재판은 대법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통념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상고법원 - 대법원 형태의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고, 위헌 소지까지 있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혀왔습니다. 대법원 입장에선 이번 '내부 특별재판부 신설안'이 그 절충안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은 아닙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26일 “상고 특별재판부가 최선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사건 적체가 심한 지금 대법원이 최고법원다운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법사위에서) 어떤 논의라도 진행되고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입장인 것입니다.

상고법원 방안에 반대해 온 쪽 역시 이 절충안이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법원 대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라는 논리의 핵심은 대법관 수를 늘려 대법관들이 직접 상고 사건을 판단하라는 것”이라면서 “대안은 상고법원의 형태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대법관 증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한발 물러난 대법원의 제스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

상고법원 신설, 왜 나왔나

§형사소송법 제3장 상고 제371조 (상고할 수 있는 판결) 제2심판결에 대하여 불복이 있으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상고법원을 이해하기 위해선 상고를 이해해야 합니다. 위 형사소송법에 명시되어있듯, 상고란 제2심 판결에 대한 불복신청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삼심제도를 통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죠. 삼심제도란 1심인 지방법원, 2심인 지방법원 합의부, 3심인 대법원의 재판을 차례대로 받을 수 있게 한 제도적 장치를 말합니다. 이렇게 재판 제도에서 심급을 인정하고 두세 번 급을 달리 하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오판으로 인한 부작용 및 피해를 막기 위함입니다. 이 때, 1심 재판에서 2심 재판으로 상소하는 것을 항소, 2심에서 3심인 대법원에 상소하는 것을 상고라고 합니다.

2014년 6월 17일,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대법관으로 구성된 것이 아닌 별도의 상고심을 신설할 것을 대법원에 건의하였습니다. 이 '별도의 상고심'이 우리가 말하는 상고법원인데요, 사법정책자문위원회는 한해 3만8000여 건의 상고 사건이 대법원에 몰리는 상황에서 이 적체를 상고법원에 덜고, 대법원은 최고법원으로서 법령해석 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게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습니다. 상고법원 신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근거는 연간 3만8000여건에 달하는 대법원의 업무 처리 적체 현상이었습니다. 대법원이 교통범칙금 사건 등까지 처리하는 상황을 겪다 보니 최고법원으로서 새로운 가치관 형성과 법령해석 기준을 제시해야 할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12명의 대법관(대법원장과 행정처장 제외)은 연간 3,000건이 넘는 상고 사건을 처리하는데요, 이 중에는 교통범칙금 사건까지도 포함된다고 합니다.

대법원 업무량 적체 현상에 대한 대안으로서의 상고법원 신설, 이를 둘러싼 논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상고법원 신설에 반대하는 이유

지난 3월 17~3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법학자 120명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이들 중 89명(74.1%)이 상고법원 설치 방안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상고법원에 반대한 법학자 가운데 34명(38.2%)은 주된 반대 이유로 ‘국민들의 이해관계보다는 대법원의 권위 향상만을 고려한 제도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꼽았습니다.

대법원 업무 적체 현상에 대한 대안인 상고법원이 어째서 권위 향상의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일까요?

대법원 업무 적체 현상의 가장 직관적인 해결방법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현재 12명인 대법관 수가 20명, 30명으로 늘어나면 대법관 한 사람당 처리하는 상고 수는 크게 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상고법원 신설이라는 번거로운 절차가 이야기되는 것에 대해 일부 법학자들은 ‘대법관이 늘어나면 대법관의 가치가 추락한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 문제' 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서의 권위는 경제 논리와 만나 '도장값'이라는 실체로 재탄생합니다. 대법관들이 은퇴 후 로펌을 비롯한 다양한 기관에 진출할 때 '대법관 출신'이라는 희소성 권위 기제가 작동하게 마련인데, 대법관이 확 늘면 이러한 희소성이 준다는 것입니다. 결국, 대법관들이 본인의 도장값을 지키기 위해 상고법원이라는 무리수를 고안해낸 것이라는 것이죠.

또한,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측은 이것이 지금의 3심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사실상 4심제를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상고법원 설치안에는 '특별상고 제도'라는 항목이 따로 명시되어 있는데요. 이 특별상고는 상고법원에 대한 불복종을 대법원에 상소하는 것입니다. 사실상 4심제인 것이죠. 결국 분쟁해결에 따르는 시간과 비용이 더욱 소요되고, 궁극적으로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논리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상고법원 설치안은 대법관의 사건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거꾸로’ 가는 법안인 셈입니다.

추가로, 반대 측이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하는 명목상 이유는 상고법원 설치가 합헌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헌법은 최종심인 상고심 법원을 ‘대법관으로 구성된 대법원’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상고법원 신설이 위헌이라는 주장엔 이론의 여지가 없겠네요.

상고법원 신설에 찬성하는 이유

상고법원을 신설해야 한다는 측은 역시 대법원 업무 부담 경감을 가장 큰 이유로 제시합니다. 대법관 1인이 하루에 8건 이상의 사안을 처리하다보니, 사회나 개인의 운명을 바꿀지 모르는 사건들이 시간에 쫓겨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문제라는 겁니다. 이는 곧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신뢰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의되고 있는 방안은 첫째 대법원과 별도의 상고법원을 신설하는 방안, 둘째 대법원에 대법관 아닌 대법원판사를 두는 이원화 방안, 셋째 대법관 증원 방안, 넷째 3심 재판을 제한하는 방안 등이 있습니다.

상고법원 신설을 주장하는 측은 이 중에서 상고법원 신설만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입니다.대법원 판사를 두는 이원화 방안은 지난 59년~61년에 국내에 도입된 적이 있는데 사실상 상고 사건 처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폐지됐습니다. 또한, 대법관과 대법원 판사 간의 족보가 애매해져 서로간의 판결이 상호 모순/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대법관 증원 방안은 전원합의체 심리에서 약점을 드러냅니다. 대법관 전원이 참석해 심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생길 때, 30~40 명에 달하는 대법관 간의 의견합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3심 재판을 허용하는 방안 역시 지난 80년대에 국내에서 10년간 운용되다가 폐지된 제도입니다. 상고법원 신설을 주장하는 측은, 아무리 이상적인 제도라고 해도 이미 폐지된 제도를 지금 다시 꺼내드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상고법원을 마련해 대법원이 적정한 사건 수를 유지함으로써 전원합의체의 사색과 숙려의 전제가 되는 '대법관들의 충분한 논의'를 가능케 하자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상고법원 신설만이 대법원의 법률심 및 정책법원 기능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들의 공익적 요구에도 부합한다는 것이죠.

상고법원, 대법 내 귀속 재판부 되나?

1년여 간 상고법원 설치법안을 추진해온 대법원이 결국 다른 대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을 특별재판부 형태로 대법 내 재판조직에 편입하는 수정안을 다음 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른바 '내부 특별재판부 신설안' 인데요. 국회에서 상고법원 설치법안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특별재판부라도 내부적으로 신설해 대법원의 재판업무 과부하를 줄이겠다는 겁니다.

그간 대법원 측은 대법관 수 부족으로 인해 사건 적체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상고법원이 별도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상고법원 신설은 ‘최종심 재판은 대법원에서 받아야 한다’는 통념과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상고법원 - 대법원 형태의 사실상 ‘4심제’로 변질될 수 있고, 위헌 소지까지 있다는 이유로 거센 반대에 부딪혀왔습니다. 대법원 입장에선 이번 '내부 특별재판부 신설안'이 그 절충안인 셈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물은 아닙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26일 “상고 특별재판부가 최선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사건 적체가 심한 지금 대법원이 최고법원다운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법사위에서) 어떤 논의라도 진행되고 어떻게든 결론이 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선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대안이라는 입장인 것입니다.

상고법원 방안에 반대해 온 쪽 역시 이 절충안이 마음에 안들긴 마찬가지입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법원 대신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라는 논리의 핵심은 대법관 수를 늘려 대법관들이 직접 상고 사건을 판단하라는 것”이라면서 “대안은 상고법원의 형태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대법관 증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한발 물러난 대법원의 제스처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설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