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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山으로

대한민국은 부동산을 통해 경제 성장 폭증세를 이어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예나 지금이나 '아파트'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도시 개발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자산 혜택을 본 평범한 중년 세대는 물론, 개발 지역 토지를 몰수해 상업용지와 주택용지로 민간에 판매한 국가, '비업무용 부동산'이라는 자산항목을 통해 버블형 성장에 합류한 국내 기업까지, 이른바 부동산 신화의 탄생입니다. 이후 아파트는 '사두기만 하면' 오르기 시작했고, 가깝게는 2006년에도 이러한 버블이 한 차례 일었습니다. 진정 부동산은 '사두기만 하면' 오를까요?

제공=포커스뉴스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

부동산 분양시장이 정체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5년 7월,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처음엔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 대신 시작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분할상환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소득대비 부채비율인 DTI 기준을 보다 타이트하게 적용해 부채양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죠.

12월 14일, 정부와 전국은행연합회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7월 밝혔던 내용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내년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LTV나 DTI가 각각 60%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자에 한해 원칙적 분할상환을 적용받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은행은 '스트레스 DTI'를 산출해 이를 적용합니다. 스트레스 DTI는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해 산출한 DTI로, 이를 적용하게 되면 실질적인 대출 한도가 작아지게 됩니다. 수도권은 2월 1일, 비수도권은 5월 2일부터 이 정책을 시행합니다.

이같은 부채 관리 방안은 그간 '정책적'으로 부채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끌어 올리려던 정부의 의지와 완전히 반대입니다. 정책 대상자인 일반 소비자들만 또 다른 의미에서 '정책적'인 뒤통수 맞은 꼴이 되는 거죠.

게다가 미국은 작년 초부터 꾸준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지난해 12월 끝내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중은행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이는 대출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불안심리가 12월 주택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앞서 보신대로 12월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죠.

여기에 눈치 없는 공급과잉은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4만9천724가구로 한 달 사이 54.3%나 폭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미분양세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된 분양 승인 물량은 49만3천가구로 이전 5년(2010∼2014년) 평균의 1.8배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택 공급이 몰린 수도권은 분양 승인 물량이 5년 평균의 2.3배나 됐습니다.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상황이 안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작년엔 정부 정책이 분양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을 적극 지원했었죠. 그러나 앞서 보았듯 올해부터는 가계 대출 관리가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된 만큼, 분양시장에서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올해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화불량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소화능력이 이제 한계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말 그대로 비관적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24일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 중 주택가격 부문 소비심리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중 하나인 주택가격전망CSI가 전월대비 11포인트 급락하면서 통계 집계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부동산114 역시 전국 거주자 44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 중 43.9%가 2016년 상반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간 우리나라 부동산은 욕심을 먹고 자랐습니다. 성장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정부의 욕심, 시세차익을 노리려던 가계의 욕심, 그 욕심을 담보 잡아 장사하려던 기업의 욕심, 이 모두가 그간의 부동산 폭증세를 떠받쳐왔죠. 2015년은 그 욕심의 끝물을 잡고자 이 세 주체가 함께 눈을 감아버린 해였습니다. 그렇게 눈 딱 감고 1년동안 부풀린 부동산은 이들이 부채라는 현실에 눈 뜨는 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죠. 이제부터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겪을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떨어질 집 값은 떨어지겠지만, 문제는 '얼마나 완만하게 충격을 분산시키면서 떨어지는냐'입니다. 정부의 역량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성장과 같은 철없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울 때가 됐습니다.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부동산 거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월 28일 발표한 ‘부동산시장 동향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의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년동기대비 18.3% 늘어난 27만53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분기 거래량 기준으로는 지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최근 부동산 거래가 활기를 띈 것은 작년 여름 정부가 단행한 LTV, DTI 등의 담보대출 기준 완화 정책에 더해, 작년 8월부터 올 3월까지 7개월만에 무려 0.75%의 기준금리를 인하한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 덕분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싼 값에, 많은 돈을 빌려줄테니 그 걸로 집 사라는 정부의 의도에 시장이 일시간 반응한 것입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에 1,060조 원을 돌파해 위험수준을 한참 넘어선 가계부채가 그 증가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4월 8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8조400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4조8000억 원 늘었습니다. 이미 지난 2월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에 비해 4조2000억 원 늘어난 바 있습니다. 해당 집계가 처음 시작한 2008년 이래 3월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택 매매 거래량이 늘고, 가계 부채 역시 폭증한 지금의 상황.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일까요?

부동산 버블에 따른 득실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자인 세대는 누구일까요? 통계청 2014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50대 가구주의 평균 자산이 4억3000만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베이비부머로 일컬어지는 1955년에서 1963년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소위 '자산가'라고 불리우는 기성세대의 자산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비금융자산(부동산이 대표적)이 전체 가계자산의 75.1%를 차지한 반면 금융자산은 24.9%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집중형' 자산구조 양상은 주요 선진국의 자산구성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절실히 느낄 수 있는데요, 미국(29.3%), 일본(39.9%) 영국(50.4%) 등의 경우 자산 구성에서 비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우리나라만큼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자산가로 불리우는 사람은 그냥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비싼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으로 정의됩니다. 이러한 가계자산 구성은 유독 우리나라가 부동산 버블에 집착하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부동산 버블의 지속 여부에 따른 득실자는 분명해집니다.

자산 버블이 지속될 때 기존 자산 소유자인 기성 세대는 자신의 부를 유지할 수 있게 되고 자산에 도전하는 청년 세대는 자산을 취득하기까지 보다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합니다. 반면 버블이 붕괴되고 자산 가치가 실질가치에 근접하게 될 때, 보다 바람직한 수준의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겠죠. 부동산 버블의 지속 여부 문제는 세대간 갈등 문제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06과 2015년, 어떻게 다를까

4월 21일 국토교통부·한국은행 등은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약 2만9,000건으로 2006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6년은 부동산 열풍에 있어서 매우 상징적인 시절로 평가받는 해입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양천구 목동, 경기도 분당·평촌, 용인시 등을 가리켜 '버블세븐'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당시는 너도 나도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에 투자했으며, 빚을 내 집을 사더라도 수천만원씩 오르는 집값 덕에 원리금 상환에 더해 추가적인 이익까지 남길 수 있었습니다. 추가 이익은 추가 소비로 이어집니다. 자산가치 상승분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져 실물경제를 구축하는 것이죠. 이를 두고 '부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올 상반기의 부동산 거래량 역시 지난 2006년에 못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가 다릅니다. 당시와는 대조적으로 올 해엔 부동산 거래량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지 못한다는 점인데요. 실제 2006년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5% 급등한 반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2%에 그쳤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2006년에는 거래량이 늘면 집주인들이 호가(呼價)를 올리고, 이에 추격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집값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올해는 그 양상이 반대로 변했습니다. 집을 팔려는 사람은 안달이 났는데, 사려는 사람이 외려 신중에 신중을 기합니다. 때문에 거래가 는다고 해도 매매가격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경향이 뚜렷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을 두고 시장 심리 변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집값이 폭등한 2006년에는 수요자들이 '지금 안 사면 집값이 너무 올라 영영 내 집 장만을 할 수 없다'는 조바심으로 집을 사들였고, 이것이 다시 가격을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처럼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어졌습니다. 주택 매수자들은 시세보다 높은 집을 사지 않고, 매도자 역시 적당한 가격에 집을 팔아버리려는 탓에 전체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부동산을 대하는 모든 시장참여자들의 심리가 정부의 버블 유지 정책에 반한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알아보자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활황기를 맞던 우리 부동산 시장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다시 침체기에 접어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휘청하게 했던 당시 미국의 금융 위험 요소가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리스크와 거의 같습니다.

당시 미국은 그 어느 나라보다 자산 버블이 심각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요, 그 중심에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저신용 주택담보대출)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2006년 즈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역시 "집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신화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대출 이자가 쌓이는 속도보다 집값이 더 빠르게 올라가면서, 미국인들은 신용에 상관 없이 너도 나도 대출을 일으켰고 집을 사고 되팔면서 이른바 '부의 효과'를 누려온 것입니다. 미국 금융계는 서민과 은행 간의 채권 자체를 파생상품화해 이를 통해 또 다른 자본 시장 영역을 개척해나갔습니다. 다시 말해 버블을 담보로 또 다른 버블 거래를 양산해낸 것이죠. 이 수가 사상누각의 악수가 될 것이라곤 전혀 생각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심지어 내려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출의 담보가 되던 집값이 대출금보다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집을 팔아서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서민들이 곳곳에서 생겨났습니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채권을 담보 삼아 만들어진 파생 상품의 부실을 초래했고, 금융사 입장에선 담보를 회수해도 필연적 손실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서민들의 파산과 부실채권의 양산이 구조적 현상으로 번지자, 금융기관들이 하나둘씩 무너지기 시작했습다. 당시 최고의 재정규모를 자랑하던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의 투자은행까지 무너져 내리면서 결국 미국은 금융 체계 붕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됩니다.

통계청·금융감독원·한국은행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해보면, 2013년 국내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DSR)은 21.5%를 기록,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인 2007년 10월 미국 DSR보다 63%나 높았습니다. 또한 한국은행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164%에 달해 OECD(2012년) 평균치인 136%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감당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미국이나 현재의 선진국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미국 금융위기의 뇌관이었던 채권기초 파생상품이 우리나라에는 별로 없단 것 정도입니다. 가계부채 수준이 질적으로 매우 떨어진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버블이 낀 부동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 등은 국내 경제에 내재하고 있는 위험성을 대변하는 요소입니다.

우리나라는 제2의 일본이 될까

1970~1980년대 일본은 가장 성공한 자본주의 국가의 표본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일본은 실종된 정치 리더십, 지지부진한 구조개혁, 천문학적 규모의 정부 부채, 중앙은행의 헛발질 등 정치와 경제 영역 모두에서 실패투성 국가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랜 기간의 장기 침체, 즉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것입니다.

'잃어버린 20년'은 자산 버블 붕괴로부터 비롯됩니다.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하방가도를 달리면서 실물 경제에는 돈이 씨가 마르게 됐고, 이 돈의 상당부분이 은행 예금 형태로 굳어버린 것입니다. 현재만 해도 우리 돈 단위로 ‘경’이 넘는 가계 금융자산의 절반이 금리 0.025%의 예금 상품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버블 붕괴는 실물경제의 유동성을 말리고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일으켜 디플레이션을 가속화시킵니다.

현재 우리의 모습 역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 고부채 그리고 고령화까지,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 역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조건에 처해있습니다. 지난 1사분기 주택 거래량이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르지 않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이런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한국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일본의 뒤를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 역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고 저출산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습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일본 자산 버블 붕괴처럼 본격적인 불황을 이끄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며 “단순 금리 인하는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를 부추길 수 있는 양날의 검이므로 실물 위주의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습니다. 이에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나마 일본은 버블 시기에 자산축적이 잘 돼 있어 버틸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은 그마저도 없다”며 불황의 충격이 더 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리의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 놓이긴 한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이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정부는 부동산 버블의 유지가 그 해소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전세가율 상승 현상이 말해주는 버블 전망

전세가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부동산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전세가율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2억 4,900만 원의 아파트가 최고 2억 4,000만 원의 전세가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전세가율이 96.4%에 이른 것입니다.

심지어는 같은 시점, 화성시 병점동에서는 매매가 1억 6,900만 원의 아파트가 전세가 1억 7,000만 원에 거래되어 전세가가 매매가를 역전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전국 평균 전세가율은 지난 2월 70.2%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71.3%까지 오르는 등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전세가율이 오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동산 버블의 종식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돈을 더 보태면 (심지어는 더 싼 가격에) 동일한 집을 살 수 있는데도 수요자들이 굳이 전세를 고집한다는 것은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는 탓입니다. 지금 집을 사서 몇 년 후에 집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볼 바에, 원금이 보전되는 전세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겠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소유자 역시 동일한 심리를 공유합니다. 집주인 역시 곧 집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하기에 집을 빨리 팔아치우려고만 할 뿐, 전세를 통해 '소유상태'를 유지하려 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전세 시장에선 공급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이것이 또 다시 전세가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최근 부동산 매매량이 느는데도 이것이 가격 상승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현상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최근 늘어난 부동산 거래량은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더이상 전세 매물을 기다리지 못하고 시장에 널린 매매 매물을 사버리면서 발생합니다. 차고 넘치는 공급량을 바탕으로, 전세를 기다리다 지친 실수요자들의 수 만큼만 거래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거래량 증가는 가격 상승을 견인하지 못합니다. 금융시장에선 이를 매도우위 시장이라고 부릅니다.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은 상태에서의 거래량 증가는 가격 상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치 못한다는 것이 그 기본 논리입니다.

대한민국의 부동산 버블 현상은 이제 끝났습니다.

내가 정해줄게, 너의 포지션

이제는 우리의 행동을 정할 때입니다. 지금 우리는, 혹은 우리의 언니, 형, 삼촌, 이모, 부모님들은 집을 사야 할까요, 참아야 할까요?

참아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재건축조합원 3주택 분양허용 등 부동산3법 국회 통과, 대출규제 완화, 기준금리 인하 등 정책 당국의 당근에 넘어가선 안됩니다. 이미 버블은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내려갈 일만 남은 상황에서,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베이비부머의 집을 받아줄 청년층의 절대수가 부족합니다. 그들의 소득마저 예전처럼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이른바 인구 절벽의 코 앞에 놓인 한국에서, 앞으로 부동산을 누가 사나요.

하나 더 추가하자면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 역시 큰 문제입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그 위험성을 한 차례 방증한 바 있죠. 국내상황 역시 이에 다를 바 없습니다. LTV, DTI완화에 이어 기준금리가 인하의 바람을 타고 올 4월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426조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한달 새 약 8조5000억 원이 증가한 것입니다. 그 속도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지난해 4월 증가액(약 1조 7000억 원)과 비교해 보면 5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자영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까지 더하면 가계부채 잔액은 2000조 원을 넘어섭니다.

1986년 일본 재정부는 경제 불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는 곧 국가 부채로 직결됐습니다. 일본 재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압박해 대대적인 금리 인하까지 동시에 단행했습니다. 이에 가계와 기업 역시 그 부채규모를 키워갔습니다. 마치 최근 2년 동안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 합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빚더미를 키워오던 일본 경제는 금리 인상과 동시에 순식간에 무너져 내립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잃어버린 20년'입니다.

2015년의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부동산에 대해 취해야할 포지션은 정해졌습니다. 기다리자는 것입니다.==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만 움직일 뿐입니다.== 빚 내서 집사는 것은 기성세대의 자산 버블 리스크를 후세대인 우리가 떠안는 꼴에 다름 없습니다.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조금 더 정상화된 가격에 부동산을 취득해야 합니다.

결과로 보여지는 부동산 버블 양상

부동산 버블이 점차 꺼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과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의 중요한 지표 중 PIR(Price Income Ratio)이란 개념이 있는데요, 연 가계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란 뜻입니다. 이는 조사 대상 지역의 중위 소득자가 해당 지역의 중위 가격 부동산을 구매하기 위해 얼만큼의 기간동안 돈을 모아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집값의 적정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PIR이 10이라고 하면, 중간 정도 소득자가 그 지역에서 집을 사기 위해 10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월급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유엔은 3.0~5.0 수준을 적정 PIR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선도하는 서울의 경우 PIR이 얼마나 될까요?

KB금융 경영연구소는 세계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PIR조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KB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월 서울의 PIR은 9.4를 기록, 조사대상 9개 주요 도시(홍콩, 벤쿠버, 시드니, 샌프란시스코, 런던, 도쿄, 뉴욕, 로스엔젤레스) 중 3위를 차지했습니다. 1년이 지난 2014년 9월, KB 연구소 조사 결과 서울의 PIR은 8.8로 하락했습니다. 1년 만에 0.6이 떨어진 것입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한 일본 도쿄의 경우, 같은 시점을 기준으로 7.7, 4.9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해석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서울의 집값은 최근들어 떨어지고 있긴 하나, 여전히 높다"

다시 말하자면 추가 하락의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부동산 버블의 붕괴는 현재진행 중인 이슈입니다. 정부나 언론이 나서서 이를 막아보려한들, 그 뜻이 관철되긴 결코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이러한 '집값 정상화 현상'은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합니다.

집값 전망? 중학생에게 물어보자

지난 20여년 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버블을 경험하게 된 것은 인구 구조상의 원인이 크게 한 몫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생자 수가 가장 많았던 세대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 출생자)였습니다. 한해 출생자 수가 100만 명을 넘길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부머'였죠. 2002년 이후 30대로 진입하게 된 이 베이비부머들이 집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국내 부동산시장은 집값 폭증세를 맞게 되었습니다. 마침 40대로 접어든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역시 평수 늘리기를 시도하면서 집값 상승에 한 몫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한 해 출생자 수가 100만 명을 넘겼던 2차 베이비부머들에 비해, 지금 30대에 진입한 1984년생 이후부터는 출생자 수가 고작 60만 명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집을 살 수 있는 청년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더해 청년들의 소득마저 정체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0∼3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고작 0.7%에 불과해, 5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인 7.2%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은 인구로도 소득으로도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지난 10여년 간 정부가 수십 차례에 걸쳐 쏟아낸 끝없는 부양책 덕에 아직까지는 부동산 버블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부양책은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역시 인구 문제 때문입니다. 지난 2011년 유엔의 한국 인구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총 인구는 2030년에 5,034만 명을 기록한 뒤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령화 추세로 사망 연령이 높아지는 걸 감안할 때, 이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대변하는 예상치입니다. 실제 지난 5월 4일 통계청의 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출생아 수가 작년에 비해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14년째 초저출산국가(합계출산율 1.3명 이내)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집에 들어가서 살 사람이 적어진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주 간단한 경제학 이론인 수요-공급 원리에 이를 대입해보면 향후 국내 부동산 가격의 향방은 쉽게 결정납니다. 꾸준한 공급에 비해 원천적으로 수요가 줄어들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더군다나 뻥튀기가 극에 달한 가격이라면요?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그 답이 있습니다.

'뜨거웠다' 기억될 2015 부동산

올 한해 부동산 시장, 어땠나요? 식어 마땅한 부동산 열기는 외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일단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고로 치솟았고, 매매 가격도 올랐습니다. 우리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올해 달궈진 부동산 경기는 오롯이 '정책적 산물' 입니다. 어떻게 보면 정책의 승리겠지만, 한편으론 자연적 법칙을 거스르는 현상이라는 말이 됩니다.

정부 정책이 어떻게 부동산을 끌고 왔는지 알기 위해 작년을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여름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은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주력했습니다. LTV·DTI 완화가 그 출발이었죠. 이후 정부 및 여당은 ‘부동산3법’으로 불리는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연내 의회에서 타결시킵니다. 재건축 연한 단축, 청약제도 개편 등의 정책도 줄줄이 추진됐습니다. 한국은행까지 대대적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부추기는데 일조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올해의 부동산 열기입니다.

각각의 정책을 뜯어보기에 앞서, 정부가 돈을 풀기 위해 뭘 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최경환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딱 떠오르는 것, 무엇이 있나요? 대표적으로 LTV·DTI 완화가 있을 겁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넣으며 설전을 벌이던 것도 떠오릅니다.

지난 8월, LTV와 DTI가 각각 70%, 60%로 확대 적용되면서 가계는 집을 담보로 큰 규모의 부채를 충당할 수 있게 됐습니다. 기준금리 역시 작년 8월(2.5%) 이후 10개월만에 총 1%포인트 떨어진 1.5%가 됐습니다. 돈 값이 저렴해진다는 것은 곧 두가지 메시지로 귀결됩니다. 첫째는 현금을 계좌에 품고 있지 말라는 것, 둘째는 빚을 내서라도 다른 자산에 투자하라는 것. 쉽게 말해 유동성 공급입니다.

부동산 수요를 뒷받칠 유동성 공급, 이것이야말로 LTV·DTI 완화 및 기준금리 인하가 가지는 의미입니다. 국민은 빚을 엄청나게 내서 이에 화답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LTV·DTI가 완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은행권에서만 이미 199조 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한국은행 역시 발표자료를 통해 올 3분기말 기준 가계부채 총액을 1166조 원(역대 최고액)으로 밝혔는데요. 이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1.2%에 달했습니다.

이제 시장에 돈은 풀렸습니다. '이 돈을 어느 쪽으로 향하게 하느냐', 정부의 2015년 주력 사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무지막지한 역량 투입 '집을 사게 만들어라'

시중의 유동성이 부동산 과열을 초래하게 된 원인은 사실상 부동산 관련 정부 법안들 때문입니다. 올 초 시행된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과 청약제도 개편안은 앞서 형성된 빚이 부동산 분양시장으로 쓸려 들어갈 수 있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주택법 개정안은 기존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4월부터는 민간이 소유한 땅에 들어서는 아파트도 임의로 분양가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결정은 분양가 상승 -> (근본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의 매커니즘을 만듭니다. 실제 올해 강남, 서초의 일부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3.3㎡당 4,000만 원이 넘는 분양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사의 재건축 공급 의지뿐 아니라 가파른 시세차익을 노린 재건축 수요까지 함께 조성됩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주택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투기 억제를 위해 비상 도입한 조치인데요. 재건축으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해 최고 50%까지 과세한다는 내용의 기존 법안에 근거합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직전, 여야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3년간 유예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이전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형성될 수 있었죠.

아울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은 재건축 조합원 1인 1가구제 폐지, 재건축 연한 단축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기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재건축 조합원들은 조합주택 몇 채를 보유하더라도 입주권을 하나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가 사라지면서 조합 내 가구당 3개까지 입주권이 보장된 것입니다. 재건축 대상 주택 거래에 대한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났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 그 덕에 1987년 이후 준공 아파트에 대해 2017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해졌습니다. 서울에서만 약 19만 가구가 그 대상이 되며, 해당 가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리란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Real estate 제공=포커스뉴스

여기에 올해 2월 시행한 청약제도 개편은 신규 아파트 분양 열기를 더욱 끌어올렸습니다.

정부는 올 2월부터 수도권 청약 1순위 조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면서 사실상 무주택자 청약 가점제를 폐지했습니다. 때문에 투자(투기)목적의 유주택자들까지도 아무런 진입장벽 없이 청약 수요자로 전환됐죠.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1순위 청약자는 129만 9,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배나 뛰었다고 합니다. 부동산114 역시 올해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이 11.76대 1로 작년의 1.6배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기세를 보이자 건설사들은 올해를 적기로 판단하고 신규 분양을 쏟아냈습니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 공급은 33만여 가구였으나 올해는 56%가 늘어난 52만여 가구에 이릅니다.

민간 건설사들은 역대급 물량 공급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우건설은 올해 4만 5,989가구를 공급했는데, 이는 창사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었습니다. 대림산업(3만 3,272가구)과 GS건설(2만 9,394가구), 현대건설(2만 4,551가구), 현대산업개발(2만 3,955가구) 등 주요 건설사들도 모두 역대 최대 연간 분양 물량을 쏟아냈습니다.

수요와 공급이 같이 늘자 거래량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올해 1~11월 전국 주택 거래량은 110만 5,820가구로, 기존 최고치인 2006년 108만 2,453건을 넘어섰습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량도 75만 2,612건으로, 종전 최고치를 기록한 2006년보다 많았습니다. 이 집계에서 12월은 제외됐단 걸 감안하면 올 한해 주택 거래량, 그야말로 무지막지했다고 평가할 만합니다.

2015년의 부동산 시장, 활기를 띤 것만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부의 성과로 평가될지 과오로 평가될지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버블 + 버블 = 팝팝

2015년의 부동산 열기가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얘긴 다 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의도대로 흘러줬습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전국 주택 매매 및 전세시장 동향결과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값은 올 들어서만 4.52% 상승했습니다. 엄청난 거래량을 토대로 가격 상승률도 꽤 컸던 것이죠.

그럼 과연 시간이 흘렀을 때, 이 정책은 성공 사례로 평가될까요, 실패 사례로 기록될까요? 판단에 앞서 2015년 말, 그러니까 최경환 경제팀이 철수하던 바로 그 즈음의 부동산 상황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런데요, 예상보다(사실은 예상대로) 상황이 별롭니다.

올해 75만 2,612건을 기록한 전국 아파트 매매량, 기억하시나요?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에 따르면 이 중 약 90%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라는 게 드러났습니다. 그러자 지난 1년 간의 아파트 가격 상승 요인 역시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전국 부동산 동향을 조사한 KB 관계자에 따르면 "재건축 이주수요가 유입되면서 중소형 평형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1년간 주택 매매량과 매매가격을 견인한 게 재건축 아파트 및 그로부터 파생한 일시적 이주수요라는 겁니다.

사실 이것을 일시적 효과라고 보는 근거는 더 있습니다. 바로 전세값 상승률입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올해 4.52% 상승했다는 것 기억하시나요? 부동산 114의 통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13.64%를 기록합니다. 전셋값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3배 가까이 더 가팔랐던 것이죠.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집을 사는데 회의적이고 그나마도 집값 하락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주택에 더 몰린다는 결론이 쉽게 나옵니다. 다시말해 정부 정책이 우리의 진심까지 움직이진 못했다...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네요.

그런가 하면 뜨거웠던 분양시장에도 최근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4만 9,724가구로 전월 대비 154.3%에 달했습니다. 특히 공급 물량이 많았던 서울·수도권의 미분양이 2만 6,578가구로 전월 대비 170.6%나 됐는데요, 이러한 악재가 비단 분양시장에만 한정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달 중순부터 상승세가 둔화하기 시작하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이젠 아예 떨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2월 4째 주엔 0.09%나 떨어졌습니다.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강남 개포동 주공1 단지의 경우 1주일만에 2,000만~3,500만 원에 달하는 가격 폭락을 겪었고, 대치동 은마 아파트 매매가 역시 1,000만 원가량 떨어졌습니다. 이와 관련, 부동산114 관계자는 “3주 연속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아파트 매매가격도 조정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거래마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2월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총 9천281건을 기록, 지난달(1만1천670건)보다 감소할 게 사실상 분명해졌습니다.

대체 한두달 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

부동산 분양시장이 정체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5년 7월,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처음엔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 대신 시작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분할상환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소득대비 부채비율인 DTI 기준을 보다 타이트하게 적용해 부채양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죠.

12월 14일, 정부와 전국은행연합회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7월 밝혔던 내용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내년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LTV나 DTI가 각각 60%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자에 한해 원칙적 분할상환을 적용받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은행은 '스트레스 DTI'를 산출해 이를 적용합니다. 스트레스 DTI는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해 산출한 DTI로, 이를 적용하게 되면 실질적인 대출 한도가 작아지게 됩니다. 수도권은 2월 1일, 비수도권은 5월 2일부터 이 정책을 시행합니다.

이같은 부채 관리 방안은 그간 '정책적'으로 부채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끌어 올리려던 정부의 의지와 완전히 반대입니다. 정책 대상자인 일반 소비자들만 또 다른 의미에서 '정책적'인 뒤통수 맞은 꼴이 되는 거죠.

게다가 미국은 작년 초부터 꾸준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지난해 12월 끝내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중은행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이는 대출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불안심리가 12월 주택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앞서 보신대로 12월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죠.

여기에 눈치 없는 공급과잉은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4만9천724가구로 한 달 사이 54.3%나 폭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미분양세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된 분양 승인 물량은 49만3천가구로 이전 5년(2010∼2014년) 평균의 1.8배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택 공급이 몰린 수도권은 분양 승인 물량이 5년 평균의 2.3배나 됐습니다.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상황이 안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작년엔 정부 정책이 분양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을 적극 지원했었죠. 그러나 앞서 보았듯 올해부터는 가계 대출 관리가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된 만큼, 분양시장에서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올해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화불량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소화능력이 이제 한계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말 그대로 비관적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24일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 중 주택가격 부문 소비심리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중 하나인 주택가격전망CSI가 전월대비 11포인트 급락하면서 통계 집계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부동산114 역시 전국 거주자 44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 중 43.9%가 2016년 상반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간 우리나라 부동산은 욕심을 먹고 자랐습니다. 성장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정부의 욕심, 시세차익을 노리려던 가계의 욕심, 그 욕심을 담보 잡아 장사하려던 기업의 욕심, 이 모두가 그간의 부동산 폭증세를 떠받쳐왔죠. 2015년은 그 욕심의 끝물을 잡고자 이 세 주체가 함께 눈을 감아버린 해였습니다. 그렇게 눈 딱 감고 1년동안 부풀린 부동산은 이들이 부채라는 현실에 눈 뜨는 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죠. 이제부터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겪을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떨어질 집 값은 떨어지겠지만, 문제는 '얼마나 완만하게 충격을 분산시키면서 떨어지는냐'입니다. 정부의 역량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성장과 같은 철없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울 때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