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시장이 정체 분위기를 보이기 시작한 건 2015년 7월,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입니다.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가계대출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를 적용하고, 처음엔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 대출 대신 시작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 갚는 분할상환을 장려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또한 '소득대비 부채비율인 DTI 기준을 보다 타이트하게 적용해 부채양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죠.
12월 14일, 정부와 전국은행연합회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7월 밝혔던 내용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내년부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의 경우 LTV나 DTI가 각각 60%를 넘어서는 고위험 대출자에 한해 원칙적 분할상환을 적용받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변동금리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은행은 '스트레스 DTI'를 산출해 이를 적용합니다. 스트레스 DTI는 향후 금리 인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해 산출한 DTI로, 이를 적용하게 되면 실질적인 대출 한도가 작아지게 됩니다. 수도권은 2월 1일, 비수도권은 5월 2일부터 이 정책을 시행합니다.
이같은 부채 관리 방안은 그간 '정책적'으로 부채를 늘려 부동산 경기를 끌어 올리려던 정부의 의지와 완전히 반대입니다. 정책 대상자인 일반 소비자들만 또 다른 의미에서 '정책적'인 뒤통수 맞은 꼴이 되는 거죠.
게다가 미국은 작년 초부터 꾸준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지난해 12월 끝내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중은행 금리도 덩달아 오르게 되고, 이는 대출자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형성된 불안심리가 12월 주택시장에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앞서 보신대로 12월 주택 시장은 그야말로 쑥대밭이었죠.
여기에 눈치 없는 공급과잉은 불안을 더욱 키웁니다. 국토교통부는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4만9천724가구로 한 달 사이 54.3%나 폭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만 이러한 미분양세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누적된 분양 승인 물량은 49만3천가구로 이전 5년(2010∼2014년) 평균의 1.8배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주택 공급이 몰린 수도권은 분양 승인 물량이 5년 평균의 2.3배나 됐습니다. 수급 불일치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상황이 안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마 작년엔 정부 정책이 분양 시장에서의 소비자들을 적극 지원했었죠. 그러나 앞서 보았듯 올해부터는 가계 대출 관리가 정부의 주요 정책방향으로 설정된 만큼, 분양시장에서의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업계가 올해 많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소화불량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시장의 소화능력이 이제 한계에 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입장은 말 그대로 비관적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월 24일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이 중 주택가격 부문 소비심리는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조사 대상 중 하나인 주택가격전망CSI가 전월대비 11포인트 급락하면서 통계 집계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부동산114 역시 전국 거주자 44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상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조사를 실시했는데요, 응답자 중 43.9%가 2016년 상반기 부동산 경기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간 우리나라 부동산은 욕심을 먹고 자랐습니다. 성장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정부의 욕심, 시세차익을 노리려던 가계의 욕심, 그 욕심을 담보 잡아 장사하려던 기업의 욕심, 이 모두가 그간의 부동산 폭증세를 떠받쳐왔죠. 2015년은 그 욕심의 끝물을 잡고자 이 세 주체가 함께 눈을 감아버린 해였습니다. 그렇게 눈 딱 감고 1년동안 부풀린 부동산은 이들이 부채라는 현실에 눈 뜨는 순간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죠. 이제부터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조정을 겪을 것은 분명해보입니다. 떨어질 집 값은 떨어지겠지만, 문제는 '얼마나 완만하게 충격을 분산시키면서 떨어지는냐'입니다. 정부의 역량은 바로 이 부분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성장과 같은 철없는 단어는 머리에서 지울 때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