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Stories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청문회

과거는 말이 없지만, 힘이 있을 때가 있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그의 과거 행적이 문제 되면서,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것이 순탄치 않습니다.

by 대법원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대법관이 된다

10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인사청문회 이후 지지부진하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됐는데요. 문제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야의 의견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명분도 없이 근거도 없이 끝없는 요구로 사법권을 볼모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일이며…"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30년 전에 은폐사건을 묵인 방조하였던 것처럼 국회도 사법부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는 방조자가 될것입니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

임명동의안 표결이 계속 미뤄지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했습니다. 직권상정이란 법안이나 임명동의안이 일정 기간 내에 처리되지 못한 경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을 올려 표결에 부치도록 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표결에 반대하며 불참했습니다. 결국 여당 의원 158명만 참석해 표결이 진행됐고 찬성 151, 반대 6, 무효 1표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7일 정식 임명장을 받고 대법관에 취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 된 것은 처음이고 ▲여당이 단독 처리해 여야 합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의혹은 뭉게뭉게 (야당 Ver.)

야당 의원들은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사청문회를 열 필요가 없이,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의 공세에 부딪혔고, 야당은 여야 합의 끝에 4월 7일 인사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니다. 야당은 대신 ▲수사기록이나 청문회 증인 신문 등을 통해 박 후보자를 추궁했습니다.

여당의 주장에 맞서는 반론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야당의 어깨에 힘이 실리는 대목입니다. 한겨레는 단독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고문 경찰관 2명을 기소할 당시부터 공범 3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입수, 보도했습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작성한 조사보고서(2009)에 나오는 최환 변호사의 진술이 그 자료입니다.

최 변호사는 “(고문 경찰관) 2명을 기소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 안 검사(현 안상수 창원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둘밖에 없어?’라고 하자, (안 검사가) ‘3명이 더 있는 것 같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과거사위 조사관에게 “(검찰)총장을 만나 (추가 수사) 이야기를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고문 경찰관 2명을 기소한 1차 수사 당시에도 수사팀이 다른 공범 3명의 존재를 알았을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한겨레

“(박상옥 등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사가 (범인이 2명뿐이라는) 우리 말만 믿고 수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검사들이) 제대로 수사하려고 했다면 이(고문 주무자)를 확인하는 것은 수사의 기초, 에이비시(ABC)다. 1987년 당시 (1차 수사에서 박상옥 검사가) ‘반금곤이 주범인데 왜 강진규가 주범자로 되어 있느냐’고 추궁하였지만 제가 답변하지 않으니까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1차 수사에서 박 후보자에게 조사받은 강진규씨는 최근 <한겨레> 인터뷰

대법관이 되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대법관은 최종심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대법관이 내린 판결을 따라야 합니다. 삼심제도의 마지막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절대적입니다. 한 번의 결정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대법관 임명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대법관 임명 자격은 ▲'15년 이상 판사, 검사, 변호사 또는 법률이 정하는 이에 준하는 직에 있던 40세 이상의 자’입니다.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이 가능합니다.

대법관 임명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장의 제청(대법원장은 제청하기 전 제청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국회의 동의를 얻기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국회에 임명 동의안이 회부되면 15일 이내, 부득이해도 25일 이내에는 인사청문회를 마쳐야 합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경우, 그 기한을 넘겼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1월 26일 임명 동의를 국회에 요청했지만, 국회가 박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문제 삼아 인사청문회를 미뤘습니다. 이완구 총리와 비슷한 시기에 내정됐지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겁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속에 박 후보자가 있다, 없다?! ①

박상옥 후보자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문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우리사회의 민주화와 87년 6월 민주항쟁의 단초가 된 사건입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데요. 문제는 그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는데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987년 1월 14일 새벽. 서울대생 박종철(언어학과 3학년)은 경찰에 불법 연행됩니다. 수배중인 선배 박종운의 거처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박종철을 남영동 대공분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경찰은 박종철에게 물고문을 자행했고, 그 과정에서 그는 숨지게 됩니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

경찰은 박종철이 사망하자 사건을 은폐조작하기로 결정합니다. 물고문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단순 쇼크사로 발표하며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언론의 보도와 부검을 통해 물고문에 의한 사망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국민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됩니다. 경찰은 물고문 사실을 시인하게 됩니다. 그 대신 경찰은 사건을 다시 한 번 축소·은폐합니다. 조한경과 강진규 2명의 경관에 의해 벌어진 ‘지나친 직무 의욕으로 인한 불상사’였다고 왜곡 발표하고, 1월 19일 두 고문 경관을 구속 송치한 겁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속에 박 후보자가 있다, 없다?! ②

박상옥 후보자는 두 고문 경관이 구속 송치된 이후부터 수사에 등장합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았습니다. 신창언 부장, 안상수 검사 그리고 박상옥 검사가 수사를 맞게 됐습니다. 원래는 이승구 검사가 맡았으나 어떤 이유로 박상옥 검사가 투입된 겁니다. 그 이유는 밝혀진 바 없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검찰 수사팀은 1월 20일부터 두 고문경관이 갇혀 있는 영등포 교도소로 가, 출장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후 1월 24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수사를 바로 마무리했습니다. 4일 수사하고 5일 째에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졸속 수사 의혹이 이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고문 공범이 3명 있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검찰이 이를 고의로 은폐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여야의 시각차가 갈리는 것이 이 부분입니다.

그가 대법관이 돼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여당 Ver.) ①

새누리당은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1. 박 후보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은폐·축소하는데 가담하지 않았다.

박 후보자가 ‘고문 공범이 3명 더 있다’는 진술을 안 것은 1987년 2월 27이었습니다. 박 후보자가 박종철 학생 수사팀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난 것은 3월 16일. 진실을 밝힐 기회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하지만 진술이 상부로 보고되고 관계기관 대책회의로 넘어가 보고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경찰청과 안기부에도 보고돼, 일선 검찰은 조사도 접견도 못 하게 된 겁니다. 경찰과 안기부의 외압이 계속돼 결국 ‘수사 종결 지시’가 내려졌습니다.

즉, 박 후보자의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지 못한 것은 맞으니까요. 하지만 임관 3년차인 신임 검사로서 박 후보자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는 겁니다.

“책임을 진다면 그 검찰총장과 법무부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외압을 막아내면서 검사들이 수사하도록 장려해야 되는데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했고 일선검사들로서는 물론 아쉬움이 많았던 상황입니다.”

이한성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특위 여당 간사

“말석 검사였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 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분노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경찰관들이 부인해 현실적 어려움이 있었다”

박상옥 후보자 서면 답변서

그가 대법관이 돼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여당 Ver.) ②

2. 대법관 공석, 이대로는 안 된다.

대법관은 12명입니다.(대법원장 제외) 네 사람씩 1부로 구성돼, 3개부가 사건을 처리합니다. 1년에 3만 6천 건에 달하는 사건이 대법원에 전달되고, 대법관들은 이를 처리하게 됩니다. 대법관이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건이 쌓이면 사건을 기다리는 민원인들의 고통은 배가 됩니다. 특히 판례를 바꾸거나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을 심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이 공석이면 열리지 않습니다. 지난 2월 17일 임기가 종료된 신영철 대법권의 후임이 공석인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입니다.

3. 박 후보자는 검증된 사람이다.

박상옥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과거에 끝난 일이라는 겁니다. 박 후보자는 참여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2005)까지 했습니다. 게다가 검찰 시절,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호텔측 사주를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반부패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홍조근정훈장(2003)도 받았습니다. 새누리당이 박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의 자질이 충분하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청문회는 끝났지만, 여진은 계속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4월 7일 열렸습니다. 자정이 다 돼서야 끝이 났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무엇보다 청문회가 산회 선포도 하지 않고 마무리돼, 야당 의원들이 청문회 연장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강경한 입장입니다. 청문회 연장은 절대 안 된다는 겁니다.

“박종철사건 수사검사가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문회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였습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법적 절차에 따라서 끝났기 때문에 경과보고서 채택에 바로 들어가야 됨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현재 또 경과보고서 채택을 가지고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인사청문회법상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로부터 3일 이내에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합니다. 유승민 의원은 이를 강조하며, 야당이 반대하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자동부의를 하도록 부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대법관이 된다

100일.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입니다. 인사청문회 이후 지지부진하던 임명 절차가 마무리됐는데요. 문제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야의 의견차가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명분도 없이 근거도 없이 끝없는 요구로 사법권을 볼모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는 일이며…"

이한성 새누리당 의원

"30년 전에 은폐사건을 묵인 방조하였던 것처럼 국회도 사법부의 명예와 신뢰를 훼손하는 방조자가 될것입니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

임명동의안 표결이 계속 미뤄지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했습니다. 직권상정이란 법안이나 임명동의안이 일정 기간 내에 처리되지 못한 경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법안을 올려 표결에 부치도록 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당은 표결에 반대하며 불참했습니다. 결국 여당 의원 158명만 참석해 표결이 진행됐고 찬성 151, 반대 6, 무효 1표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됐습니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7일 정식 임명장을 받고 대법관에 취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 된 것은 처음이고 ▲여당이 단독 처리해 여야 합의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