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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관 갈등

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 풀리지 않는 숙제죠.
그럼 이건 어떤가요?
지난 주말 본 영화.
우리가 선택해서(좋아서) 본 걸까요?
혹시 상영관이 정해준 영화를 본 건 아닐까요?
상영관을 둘러싼 영화계의 갈등은 이러한 시각 차이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검사외전>

당신이 영화 ‘검사외전’을 보는 이유

주말에 영화 보실 분 계신가요? 보신다면 어떤 영화를?
왠지 전 당신이 볼 영화를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영화 ‘검사외전’을 예매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① 배우 강동원이 출연한다.

강동원의 티켓 파워야 말이 필요 없죠. 게다가 ‘천만영화’ 배우 황정민과 ‘미생 오차장’의 이성민, 박성웅까지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② SNS 화제

그래서 ‘입소문’이 많습니다. 짧지만 강렬하다는 강동원과 신혜선의 키스씬부터 나도 모르게 “붐바스틱 붐붐붐”을 흥얼거리게 하는 강동원의 ‘붐바스틱 막춤’, 부활절 달걀을 들고 “러브유~”라는 말을 날리는 강동원까지 모든 게 화제입니다.

Movie image by 네이버영화 스틸컷
컴퓨터 화면으로 손이 저절로..

③ 유쾌한 스토리

상극처럼 보이는 검사와 사기꾼의 조합. 나쁘진 않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죠.)

④ 기자 및 평론가 평점

현재 시간(2016.02.12.)로 기자 및 평론가 평점(네이버 영화)이 6.06입니다. 관람객 평점은 8.62죠.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리뷰의 대부분이 ‘강동원’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김현수 씨네21기자는 “기-승-전-강동원”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여기서 문득 ‘난 강동원 팬이 아닌데?’란 생각이 드신 분이 계실 겁니다.
그래도 당신은 영화 ‘검사외전’을 볼 확률이 높습니다.

상영관 때문입니다.

⑤ 상영관 싹쓸이

‘검사외전’말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2월 8일 영화 ‘검사외전’의 스크린수는 1,773개입니다. 국내 스크린수가 2,300여 개인걸 생각하면 약 77% 정도가 검사외전인 겁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관객 접근성이 엄청 높다고 할 수 있죠. 반대로 말하면 다른 영화들은 적은 상영관에, 심야 시간대 등으로 배정이 돼 관객에게 외면당할 확률이 큽니다. 이렇게 상영관이 한 영화에 쏠리면 같은 시기 개봉 중인 다른 영화들은 찬밥 신세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심지어 일부 영화관에선 상영예정이던 영화를 취소하고 ‘검사외전’을 트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CGV 서울 상암, 천호, 경기 판교, 대구점 등이 아이맥스관에서 상영예정이었던 영화 ‘쿵푸팬더3’를 취소하고 ‘검사외전’을 틀었습니다. 극장 측은 예매한 고객들에게 “극장 사정(상영관 점검 등)으로 인해 상영이 어렵게 됐다”며 “예매를 취소해달라”고 말하고 상영 영화를 ‘검사외전’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관객이 수요가 많으면 상영관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 영화가 70~80%를 차지하는 건 조금 과해 보입니다. 다른 영화의 관람을 막을 정도가 되면 안 되겠죠. 공급이 관객의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 아닐까요? 상영관을 둘러싼 전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2014.03.20. 스크린 전쟁의 서막

“한국 영화산업의 특징은 투자·배급·극장이 한 기업에서 운영된다는 것이다. 산업 성장 측면에서 집중력이 생기는 장점이 있지만 (영화계) 권력이 일부 기업에 집중될 수 있다.”

윤제균 영화감독

2014.03.20. 청와대에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렸던 날입니다. 영화 <해운대>를 제작했던 윤제균 감독은 일부 대기업의 영화산업 장악이 영화 시장의 ‘또 다른 규제’와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2014년 국내 영화 상영관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3곳이 독·과점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전체 스크린 2281개 중 2098개로, 92%에 달합니다. 게다가 CGV, 롯데시네마 두 곳이 차지하는 비율은 72%나 됩니다. 두 대기업이 자사·계열사가 제작·배급하는 영화에 유리한 조처를 하면 중·소 영화는 생존하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영화산업의) 양극화에 시달리는 (중소) 영화업체들은 아예 (극장에) 진출할 수가 없으니 그런 것이 규제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바로 화답했습니다. 더 나아가 노대래 당시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문제를 해결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곧바로 움직였습니다. 멀티플렉스 체인이 계열사나 자사가 배급·제작한 영화에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을 유리하게 제공하는 ‘스크린 몰아주기’ 같은 불공정 행위를 하는지 조사하기 시작한 겁니다.

2014.12.22. 스크린 전쟁의 휴전기?

그 결과, 지난 해 12월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각각 32억원,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당하고 검찰에 고발당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흥행순위, 관객점유율 등을 고려하기보다 자사·계열사가 제작·배급하는 영화에 ▲스크린 수 ▲상영기간 ▲상영관 크기 등을 유리하게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급사와 상의도 없이 할인권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배급사는 상영관과 영화 수익을 나눠가집니다. 할인하게 되면 영화 수익은 줄어듭니다. 손님이 몰리면 상영관 매점 수익은 늘어납니다. 즉 할인권을 발행하면 상영관은 이득이고 배급사는 손해를 봅니다. CJ CGV와 롯데시네마는 상영관 독·과점이라는 우월적 위치를 악용해, 배급사와 상의도 없이 할인권을 발행해 문제가 된 겁니다.

2014.12.31. 스크린 경쟁인가, 독과점인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후 '개훔방')이 개봉하면서 논란은 다시 시작됐습니다. '개훔방'은 중소 제작사가 만들고, 배급도 스스로 한 영화입니다. 문제는 상영관 확보였습니다. 12월 30일 개봉 당시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영화 '국제시장'이 이미 CGV의 스크린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훔방'이 12월 31일(개봉 직후) 전국 205개의 스크린에서 개봉될 때, '국제시장'은 912개에서 개봉됐습니다. 1월 10일에는 85개관, 23일에는 20개로 '개훔방'의 스크린은 나날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미 한국 영화는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들이 스크린까지도 독과점 되어있는 상태라서 그 스크린 독과점의 벽을 뚫는 것은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엄용훈('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제작자)

'개훔방' 제작자는 대형 멀티플렉스가 자사·계열사가 제작·배급한 영화에 비해 ▲상영관 수 ▲인터넷 예매시기 ▲심야영화로 몰린 상영시간 등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영화가 1~2주 전부터 예매가 가능한 것에 비해, '개훔방'은 개봉 5일 전부터 예매할 수 있었습니다. 예매가 가능한 극장도 전국 5곳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상영관이 스크린 수나 상영기간을 결정할 때 주로 사용하는 수치는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입니다. 예매율이 저조하니 좌석점유율이 높을 수가 없고, 스크린 수와 상영기간 등의 결과가 좋게 나올 리가 없었던 겁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국제시장'을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본 것인가’입니다. 물론 많은 스크린과 상영관이 흥행에 도움을 줬을 겁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감상평을 이야기하며 입소문을 낸 영화였고, 평가도 좋았습니다. 이는 '국제시장'뿐만 아니라 '광해', '명량' 등 그간 대기업의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흥행공식입니다.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기 때문에 더 많은 스크린과 상영관을 내주는 것’이라는 멀티플렉스의 의견을 아예 틀렸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국제시장'을 제작한 윤제균 감독이 “좌석점유율·예매율 모두 높았다. 스크린 독과점의 수혜를 본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가 영화를 선택하는가. 아니면 상영관이 선택해준 것을 보는가. 풀리지 않는 숙제인 건 여전합니다.

당신이 영화 ‘검사외전’을 보는 이유

주말에 영화 보실 분 계신가요? 보신다면 어떤 영화를?
왠지 전 당신이 볼 영화를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이 영화 ‘검사외전’을 예매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해봤습니다.


① 배우 강동원이 출연한다.

강동원의 티켓 파워야 말이 필요 없죠. 게다가 ‘천만영화’ 배우 황정민과 ‘미생 오차장’의 이성민, 박성웅까지 라인업이 화려합니다.

② SNS 화제

그래서 ‘입소문’이 많습니다. 짧지만 강렬하다는 강동원과 신혜선의 키스씬부터 나도 모르게 “붐바스틱 붐붐붐”을 흥얼거리게 하는 강동원의 ‘붐바스틱 막춤’, 부활절 달걀을 들고 “러브유~”라는 말을 날리는 강동원까지 모든 게 화제입니다.

Movie image by 네이버영화 스틸컷
컴퓨터 화면으로 손이 저절로..

③ 유쾌한 스토리

상극처럼 보이는 검사와 사기꾼의 조합. 나쁘진 않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죠.)

④ 기자 및 평론가 평점

현재 시간(2016.02.12.)로 기자 및 평론가 평점(네이버 영화)이 6.06입니다. 관람객 평점은 8.62죠. 나쁘지 않습니다. 게다가 리뷰의 대부분이 ‘강동원’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김현수 씨네21기자는 “기-승-전-강동원”이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여기서 문득 ‘난 강동원 팬이 아닌데?’란 생각이 드신 분이 계실 겁니다.
그래도 당신은 영화 ‘검사외전’을 볼 확률이 높습니다.

상영관 때문입니다.

⑤ 상영관 싹쓸이

‘검사외전’말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어도 상영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2월 8일 영화 ‘검사외전’의 스크린수는 1,773개입니다. 국내 스크린수가 2,300여 개인걸 생각하면 약 77% 정도가 검사외전인 겁니다. 다른 영화에 비해 관객 접근성이 엄청 높다고 할 수 있죠. 반대로 말하면 다른 영화들은 적은 상영관에, 심야 시간대 등으로 배정이 돼 관객에게 외면당할 확률이 큽니다. 이렇게 상영관이 한 영화에 쏠리면 같은 시기 개봉 중인 다른 영화들은 찬밥 신세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심지어 일부 영화관에선 상영예정이던 영화를 취소하고 ‘검사외전’을 트는 일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CGV 서울 상암, 천호, 경기 판교, 대구점 등이 아이맥스관에서 상영예정이었던 영화 ‘쿵푸팬더3’를 취소하고 ‘검사외전’을 틀었습니다. 극장 측은 예매한 고객들에게 “극장 사정(상영관 점검 등)으로 인해 상영이 어렵게 됐다”며 “예매를 취소해달라”고 말하고 상영 영화를 ‘검사외전’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관객이 수요가 많으면 상영관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한 영화가 70~80%를 차지하는 건 조금 과해 보입니다. 다른 영화의 관람을 막을 정도가 되면 안 되겠죠. 공급이 관객의 영화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 아닐까요? 상영관을 둘러싼 전쟁은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