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Stories

증세와 복지

박근혜 대통령 發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은 여태껏 이어져오다가, 최근 새누리당 김무성 당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의 증세 당위성 인정 발언과 함께 사실상 종결되었습니다. 이제 해당 논란은 '바람직한 복지를 위한 적절한 증세 방안'의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 합니다. 어렵습니다. 바람직한 복지를 위한 적절한 증세방안, 뉴스퀘어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by hans s, flickr(CC BY)

복지국가 첫 걸음, 연금 개편

흔히들 세금을 얘기할 때면 소득세나 법인세, 재산세와 같은 직접세 혹은 담뱃세나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회보장기여금, 즉 각종 연금이나 건강보험료 역시 세금의 성격을 띕니다. 더욱이 사회보장기여금은 향후 납세자 본인에게 복지 형태로 되돌아온다는 측면에서 일반 세금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부터 건보료, 각종 연금 등의 개혁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숙한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접어든 것입니다.

작년 10월 정치권이 공무원 연금 개혁 시점에 대한 이견차를 보이면서 군인 및 사학 연금 등의 개혁 시점까지도 줄줄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연말 정산 파동을 통해 보여진 조세저항 심리는 연금 개혁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마저 봉쇄했는데요, 최근 해당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측의 재정추계 모형에 따르면 현행 제도 하 정부보전금이 올해 3조289억 원에서 2023년 8조8천85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개혁 논의는 이에 대한 경각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지난 19일, 두달 전 결성되어 그간 잠잠하던 공무원연금개혁국민대타협기구가 전체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기구의 활동시한이 일주일 가량 남은 시점이기에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난 게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앞으로 집중해서 논의될 것은 수급자 추계 모형, 개혁 폭, 적정 연금 규모(소득 대체율) 등입니다.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는 것이 바로 공무원 연금 수급자 추계입니다. 수급자가 결정되면 정부 보전금, 개혁의 방향, 소득대체율 등 전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이는 정부 측과 노조 측의 갈등양상인데요.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내년 42만8314명에서 2043년에는 100만2481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한 반면, 노조와 일부 전문가는 같은 기간 41만6117명에서 105만9702명으로의 증가양상을 예상합니다. 예상 인원이 많아질 수록 연금 규모가 커지고, 정부 보전금이 늘거나 소득 대체율이 줄어야 그 균형을 맞출 수 있겠죠.

개혁의 폭도 여전히 갈등 중에 있습니다. 여당은 연금의 틀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완전히 바꾸는 구조개혁을 주장합니다. 이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지급률과 기여율 정도만 조정하는 모수개혁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서 두 가지를 결정하지 못하다보니, 실질적 개혁 대상인 소득대체율 역시 허공에 떠 있습니다. 소득 대체율은 기여율(보험료 납부액 결정 기준)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여당 측은 이를 국민연금 수준인 40%까지 낮추려고 하는 반면, 야당은 50% 수준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면 순차적으로 군인 연금과 사학 연금에 대한 개혁도 진행됩니다. 공적 연금 개혁의 신호탄으로서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증세 없는 복지, 없다

지난 2월, 원유철 청와대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직접 한 적이 없다"고 얘기합니다. 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재정이 어려우니까 경제를 활성화시키자"는 것과 "선 경제활성화 후 세금논의"를 주장했답니다.

이에 야당이 즉각적으로 반발하면서 '증세 없는 복지'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증세는 국민 배신'이라고 해서 서민 마음에 불을 지르더니 오늘은 또 무슨 말은 하는 것인가? 대통령의 영혼없는 말씀에 국민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며 이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의 김무성 당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해당 논란은 일단 종결된 모양새입니다.

지난 4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현행 복지 수준을 유지한다 해도 증세를 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야당이 주장하는 법인세 정상화, 부자 증세 등의 방안에 대해서도 "만약 증세를 한다면 사회 정의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가난한 그룹이 억울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도 성역으로 둘 수는 없다"고 말해 증세를 기정사실화 하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김무성 당 대표 역시 유승민 원내대표와 비슷한 입장입니다. 그는 지난 4일, "지금 우리 정치권의 복지 논쟁은 참 잘 된 일" 이라며 "본격적인 복지시대에 진입하는 이 시점에 실패한 유럽과 일본의 복지정책을 답습할 것인지, 새로운 복지정책을 구성해 실현할 건지 더 치열한 토론을 벌여서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어 지난 5일 김무성 당대표가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진다"는 주장을 추가하면서 이제 증세와 복지는 새로운 논란 국면에 접어들게 됐습니다.

증세냐 정부부채냐 하는 재원마련 문제, 그리고 과잉복지 발언의 당위성이 바로 그 것입니다.

한국은 중부담-저복지, 세부담 오히려 지나치다?

지난 5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복지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며 "(우리나라는) 초저출산 고령화 사회 진입,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따른 복지욕구의 증대 등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고 경제활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마치 '추가적인' 복지 정책이 국민을 나태하게 만들고, 경제활력에 독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이는 앞서 3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국은 현재 저부담-저복지에서 중부담-중복지로의 이행과정에 있다고 본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도 중부담-중복지를 국가 복지정책의 지향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한 입장차로 보여집니다.

이쯤 되면 과연 한국이 저부담-저복지 사회인 것인지, 혹은 복지과잉의 문턱 앞에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부담과 복지가 무엇이고, 한국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기재부 관계자에 따르면 "고부담-고복지 국가나 저부담-저복지 국가를 나누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OECD 평균과 비교해 한 국가의 부담과 복지 정도를 측정한다"고 합니다. 여기에서 '부담'은 GDP대비 조세부담률(국세와 지방세의 비율)과 사회보장부담률(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장기여금의 비율)을 합한 '국민부담률'을 말합니다. '복지'는 공공사회복지지출을 통해 확인합니다. 이렇게 해서 측정한 값을 OECD평균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2011년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9% 입니다. OECD 평균이 34.1%인 걸 감안하면 평균의 8할 수준인 것입니다. 반면 공공사회복지지출은 9.1%로 OECD 평균인 21.7%에 비해 4할 수준입니다. 부담률은 OECD의 평균에 근접하지만, 복지율은 OECD평균의 절반 수준도 못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언주 의원 역시 이 점을 바로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2012년 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부담률은 24.8%로 미국(24.4%) 등과 비슷한 반면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9.3%로 미국(19.7%)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 국민이 세금을 적게 내기 때문에 복지수준이 낮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현재 저부담-저복지가 아닌 중부담-저복지 사회인 것입니다. 따라서 세수 부족만을 이유로 복지 증대가 발목잡힌다면, 이는 거짓말입니다.

스웨덴의 사례를 통해 본 복지논란 해결법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요?

대표적 고부담-고복지 국가로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이 있습니다. 지리적 특징 때문에 이들 국가는 스칸디나비아형 국가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북유럽식 복지란 것이 바로 이 경우를 뜻합니다. 스칸디나비아형 국가는 44.5%의 국민부담률과 27.4%의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율을 보입니다. OECD 평균에 비해 둘다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PIGS라고도 불리우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은 중부담-저복지 국가입니다. 이들 국가 역시 지리적 특징 때문에 남유럽형 국가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OECD 평균 수준의 부담으로 높은 복지를 구현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재정 위기를 맞는 이들 국가는 섣부른 복지 확대의 나쁜 예로 꼽힙니다.

최근 한국에서 복지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성공적 복지모델을 갖춘 스웨덴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논의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90년대 초중반, 스웨덴은 과도한 복지로 인한 경제위기를 복지개혁으로 이겨낸 경험이 있습니다. 스웨덴은 어떻게 개혁을 이뤄냈을까요.

지금의 스웨덴 복지를 만든 것은 바로 20여년 전 합심할 수 있었던 정치권의 성숙입니다. 90년대 초, 스웨덴 경제는 복지 지출과잉과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위기를 맞습니다. 이에 91~94년 집권한 보수당, 자유당 연합 정부가 개혁의 필요성을 시사했고, 94년 집권한 사민당 정부가 이를 이행해나갔습니다. 새 정부는 복지 관련 '국민대타협위원회'를 구성해 무려 4년이란 시간동안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습니다. 국민대타협위원회는 정재계 인사는 물론 노동계, 노인, 청년, 여성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했습니다.

4년의 시간동안 성숙한 논의를 한 결과, 스웨덴은 98년에 무려 300개의 복지 관련 프로그램을 축소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성숙한 복지 모델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복지 개혁의 대표적 사안은 기초연금 폐지와 퇴직연금 축소를 골자로 한 연금 개혁이었습니다. 지난해, 공무원 연금을 섣불리 개혁하려다가 반대 목소리에 부쫅딪혀 여전히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 역시 스웨덴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아 보입니다.

스웨덴에 직접 물었다 "복지는 어떻게?"

지난해 말, 96년부터 10년간 스웨덴의 복지개혁을 주도했던 예란 페르손 스웨덴 전총리가 한국을 찾아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는 녹색산업, 세월호, 복지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는데요, 그 중에서도 복지에 관한 부분만 떼어 보겠습니다.

페르손 전 총리가 정의한 복지는 "통장 잔액을 들여다보며 다수가 선호하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늘리는 일"입니다. 복지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재정에 대한 고려 여부고, 그 다음이 국민들 니즈에 맞춘 프로그램 설계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그는 복지를 고민하기에 앞서서 "향후 닥칠 사회구조적 변화를 직시"하라고 조언합니다. 이는 인구문제를 말하는 것인데요, 나이든 세대를 감당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가 계속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출산과 보육에 관한 복지 투자가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페르손 전 총리는 인터뷰 내내 정치권의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복지라는 담론이 한 정치세력에 의해서만 좌우될 수 없는 문제이고, 국민 모두의 거대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는만큼 '듣는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에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 복지 전문가 스벤 호트 교수가 있습니다. 호트 교수는 지난 12년 이후 한국의 복지 논쟁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았기에 누구보다 현실적인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주목할 것은 호트 교수 역시 복지 논란의 해법으로 정치적 리더십을 그 무엇보다 우선했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복지 재원에 대한 고민을 아주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국내 복지 논쟁에 대해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복지 공약을 내놓았는데, 둘 다 재원 조달 방안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놀랍고 흥미로웠다"며 "주택, 소비, 소득 같은 실질 세금을 건드리거나 정부 부채를 늘리지 않는 이상 (재원 조달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세원을 더 넓히고 부가가치세를 높여야 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정치인들이 솔직해지고 용기를 내야 하며, 사회적 대타협기구의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페르손 전 총리와 호트 교수는 결국 같은 주장을 하던 것입니다. 정치권의 합심과 국민과의 소통. 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대한민국 최대 과제일지도 모릅니다.

세수감소-복지증가 한국, 일본 따라가나

우리나라에선 유독 최근 들어 복지 논란이 거세지는 것 같습니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몰고 온 현상일텐데요, 이러한 고민을 우리보다 20년 먼저 한 나라가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역시 그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폭증하는 복지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무리한 국채발행을 단행했습니다. 이것이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우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시초이기도 합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한일 재정구조의 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은 1995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시대를 겪었으며, 한국은 2017년부터 이 시기에 접어듭니다. 같은 시기,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는데 반해 세수가 감소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두 나라가 흡사합니다. 더욱이 부동산 침체로 재산세수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 그 원인으로 지목되는 점도 닮았습니다.

복지지출이 급증하는 것 역시 한국이 일본을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일본은 81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총세수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두 배(42% → 80%) 증가했습니다. 한국은 총세수 대비 복지지출 비중이 두 배 증가하는 속도가 일본보다 두 배나 빠릅니다. 95년 16%였던 비중이 2012년 36%로, 17년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입니다. 비록 복지지출의 절대적 비중은 일본의 절반 수준이지만, 그 증가속도와 20년의 시차를 동시에 감안하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성장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은 그 많던 복지 수요를 어떻게 충당했을까요. 바로 국채(나라 빚)발행입니다. 90년 9.2% 수준이던 일본의 국채의존도(일반회계세출 대비 보통채 발행 비중)는 지난 해 43%까지 올랐습니다. 같은 시기 국민부담률(GDP대비 세금 및 사회보험료 비중)이 29.5% 수준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복지수요 증가분이 온전히 국채로만 충당되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이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연찬회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는 "지금 우리는 유럽식 복지모델과 일본식 복지모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기점에 놓여있다"며 "유럽식 복지를 원한다면 세금을 올릴 수 밖에 없겠지만 이런 증세는 국민에게 물어보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순간순간의 표싸움에 민감한 정치인들 입장에선 국채를 발행해 복지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손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전문가들이 일제히 충고하듯 정치권이 합심하여 국민들과 소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복지국가 첫 걸음, 연금 개편

흔히들 세금을 얘기할 때면 소득세나 법인세, 재산세와 같은 직접세 혹은 담뱃세나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사회보장기여금, 즉 각종 연금이나 건강보험료 역시 세금의 성격을 띕니다. 더욱이 사회보장기여금은 향후 납세자 본인에게 복지 형태로 되돌아온다는 측면에서 일반 세금보다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부터 건보료, 각종 연금 등의 개혁에 직면해 있습니다. 성숙한 복지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 접어든 것입니다.

작년 10월 정치권이 공무원 연금 개혁 시점에 대한 이견차를 보이면서 군인 및 사학 연금 등의 개혁 시점까지도 줄줄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연말 정산 파동을 통해 보여진 조세저항 심리는 연금 개혁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마저 봉쇄했는데요, 최근 해당 논의가 다시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측의 재정추계 모형에 따르면 현행 제도 하 정부보전금이 올해 3조289억 원에서 2023년 8조8천856억 원으로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개혁 논의는 이에 대한 경각심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지난 19일, 두달 전 결성되어 그간 잠잠하던 공무원연금개혁국민대타협기구가 전체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기구의 활동시한이 일주일 가량 남은 시점이기에 향후 치열한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선 현재까지는 아무 것도 결정난 게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앞으로 집중해서 논의될 것은 수급자 추계 모형, 개혁 폭, 적정 연금 규모(소득 대체율) 등입니다.

가장 첨예한 대립각을 보이는 것이 바로 공무원 연금 수급자 추계입니다. 수급자가 결정되면 정부 보전금, 개혁의 방향, 소득대체율 등 전 분야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이는 정부 측과 노조 측의 갈등양상인데요.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내년 42만8314명에서 2043년에는 100만2481명으로 늘 것으로 전망한 반면, 노조와 일부 전문가는 같은 기간 41만6117명에서 105만9702명으로의 증가양상을 예상합니다. 예상 인원이 많아질 수록 연금 규모가 커지고, 정부 보전금이 늘거나 소득 대체율이 줄어야 그 균형을 맞출 수 있겠죠.

개혁의 폭도 여전히 갈등 중에 있습니다. 여당은 연금의 틀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완전히 바꾸는 구조개혁을 주장합니다. 이는 강력한 소득재분배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야당은 지급률과 기여율 정도만 조정하는 모수개혁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앞서 두 가지를 결정하지 못하다보니, 실질적 개혁 대상인 소득대체율 역시 허공에 떠 있습니다. 소득 대체율은 기여율(보험료 납부액 결정 기준)과도 연관이 깊습니다. 여당 측은 이를 국민연금 수준인 40%까지 낮추려고 하는 반면, 야당은 50% 수준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면 순차적으로 군인 연금과 사학 연금에 대한 개혁도 진행됩니다. 공적 연금 개혁의 신호탄으로서의 공무원 연금 개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