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Stories

간통죄, 다시 도마 위로

간통(姦通) (명사) : 결혼하여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적 관계를 맺음.

형법 제241조(간통)
① 배우자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② 전항의 죄는 배우자의 고소가 있어야 논한다. 단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 또는 유서한 때에는 고소할 수 없다.

by ericalm, flickr(CC BY)

간통죄 폐지로 달라지는 것들

1. 간통죄로 사법처리된 사람들의 재심 청구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특정 형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 소급 적용돼 효력을 잃게 됩니다. 원래 무한정 소급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작년 5월 국회가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면서 ‘마지막 합헌 결정 다음날부터 소급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간통죄로 기소, 사법처리됐던 사람들 중 지난 2008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합헌 판결을 내린 다음날부터 죄를 저지른 사람들만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월 30일에 저지른 간통 행위는 재심 대상이 아니고, 10월 31일에 저지른 행위는 재심 대상이 되는 셈이므로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재심 청구가 가능한 사람은 약 5,000명 정도로 예상됩니다.

2. 이혼 소송 원칙 변화 가능성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이혼 소송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악의적으로 상대 배우자를 내쫓듯이 이혼을 청구하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한 원칙입니다. 따라서 과거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파탄주의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어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파탄주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간통을 저지른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양 배우자 모두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 민사상 손해배상 규모 커질 수도
간통죄를 형사법상 처벌하지 않으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으로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묻게 됐습니다. 간통죄는 형사법상으로도 징역 2년을 선고할 정도로 무겁게 처벌되는 죄목이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그만큼의 책임이 손해배상 소송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간통죄 폐지의 후속조치로 위자료 및 손해배상 책임을 강하게 지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간통죄, 논란이 된 이유 3가지

오늘(26일), 간통죄의 위헌 여부를 결정짓는 헌법재판소의 판결 결과가 나옵니다. 간통죄는 짧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길게는 고조선 시대부터 존재해왔습니다. ‘시대착오적 위헌 법률’이라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시된 것은 1990년대 이후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이기에 간통죄의 폐지 여부가 논란이 되어왔을까요?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습니다.

성적(性的) 자기결정권 침해
사적인 영역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자기결정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의해 보장됩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기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권리인 것입니다. 자기결정권에는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됩니다. 즉, 간통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형사처벌하는 법이기 때문에 헌법에 위반되며, 개인의 사생활에 형법이 간섭하므로 법의 남용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간통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된 근거입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성 도덕과 가족’이라는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간통죄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37조를 근거로 합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즉, 사회적 질서가 개인의 자기결정권에 우선한다는 의미입니다.

실효성 논란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결혼도 국가가 보장하는 일종의 계약이기 때문에 이를 책임지게 만들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간통죄의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반대 입장입니다. 간통죄의 존재가 불륜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는데다 사후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1~2% 정도) 때문입니다.

개인의 사생활을 형사처벌?
개인의 사생활 문제를 형법 상 형사처벌한다는 점에 있어 ‘형법의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경우 해당 문제를 민사법상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덧붙여집니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만 그것이 도덕적 유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간통죄의 상징적인 의미에 초점을 맞춘 의견입니다.

간통죄 폐지 움직임이 본격화 된 근거

이런 쟁점을 바탕으로 간통죄는 지금까지 총 네 번의 위헌법률심판을 받았고, 헌법재판소는 네 번 모두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1990, 1993, 2001, 2008년) 그리고 이제 다섯 번째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론은 ‘간통죄 위헌’에 무게를 싣는 모습입니다.

이같은 분위기가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1. 식물형법: 실형 선고가 거의 없다.
JTBC 보도에 따르면, 간통죄로 인해 실형 선고를 받는 경우는 1~2% 정도로 극히 드뭅니다. 간통죄 자체에 따른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위자료나 합의금을 청구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 사생활 및 사적 권리의 중요성 부각
간통죄는 혼인빙자간음죄와 더불어 형법이 개인의 사생활을 규율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어왔는데요. 혼인빙자간음죄는 2009년 위헌 판결을 받았지만, 간통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있어온 간통죄 합헌 판결 근거는 ‘질서 유지’였습니다. 공적인 질서가 사적인 이익에 앞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개인의 사생활과 사적 권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간통죄 폐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3. 법조계의 간통죄 폐지 분위기
법조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2008년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판결에서는 재판관 9명 중 5명이 위헌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위헌정족수 6명을 채우지 못해 합헌이 되지 못했습니다.

또 지난해 5월, 헌재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요청해 국회가 소급조항을 수정했습니다. 기존에는 형벌에 관해 헌재가 위헌을 결정하면 소급돼 과거의 모든 처벌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직전 합헌판결 이후의 경우에만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두고 간통죄가 위헌 판결을 받으면 10만 명 이상의 재심 청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헌재가 사전 작업을 해놓은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새누리당의 김진태 의원이 2013년에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금의 헌재 재판관 9명 중 7명이 간통죄 폐지에 찬성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적 추세
이미 아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간통죄 인정 국가입니다. (이슬람 국가와 대만, 멕시코, 필리핀 등과 함께 말이죠.) 폐지한 국가들은 노르웨이 1927년, 덴마크 1930년, 네덜란드 스웨덴 1937년, 독일 1969년, 프랑스 1975년 등 순입니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가 1996년에 간통죄를 폐지했습니다.

간통죄의 시간(1952-2015)

9명 중 7명 위헌 의견. 간통죄는 2월 26일을 끝으로 형사법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241조(간통죄)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혼인제도 및 부부간 정조의무 보호라는 공익이 더 이상 심판대상 조항을 통해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반면, 해당 조항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으므로 법의 균형성을 상실했다.”

헌법재판소 위헌 의견 중

“간통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

헌법재판소 위헌 의견 중

이같은 판결은 개인의 사생활 및 사적 권리에 대해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는 '과잉'이라는 의미입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기본적 인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헌법 제10조를 강조한 것입니다. 비록 헌법 제37조에 국가안전과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함께 규정하고 있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과 맥을 같이합니다.

과거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에서 나왔던 위헌 의견이 다시금 떠오르는 결과입니다.

“불효를 형벌로써 다스려 효도를 강요할 때 그 효도는 이미 참의미의 효도가 아닌 것과 같이 형벌로써 강요될 정절은 이미 정절이 아닌 것이다.”

간통죄 폐지로 달라지는 것들

1. 간통죄로 사법처리된 사람들의 재심 청구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특정 형법 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으면 소급 적용돼 효력을 잃게 됩니다. 원래 무한정 소급되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작년 5월 국회가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면서 ‘마지막 합헌 결정 다음날부터 소급 적용’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간통죄로 기소, 사법처리됐던 사람들 중 지난 2008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합헌 판결을 내린 다음날부터 죄를 저지른 사람들만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10월 30일에 저지른 간통 행위는 재심 대상이 아니고, 10월 31일에 저지른 행위는 재심 대상이 되는 셈이므로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재심 청구가 가능한 사람은 약 5,000명 정도로 예상됩니다.

2. 이혼 소송 원칙 변화 가능성
지금까지 판례를 보면 이혼 소송은 ‘유책주의’를 원칙으로 했습니다. 잘못을 저지른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악의적으로 상대 배우자를 내쫓듯이 이혼을 청구하는 ‘축출이혼’을 막기 위한 원칙입니다. 따라서 과거 간통죄를 저지른 사람은 이혼 청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유책주의에서 ‘파탄주의’를 인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파탄주의는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탄이 난 경우 잘잘못을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하는 원칙입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이어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파탄주의를 인정할 가능성은 더 커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간통을 저지른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양 배우자 모두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3. 민사상 손해배상 규모 커질 수도
간통죄를 형사법상 처벌하지 않으면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으로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묻게 됐습니다. 간통죄는 형사법상으로도 징역 2년을 선고할 정도로 무겁게 처벌되는 죄목이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그만큼의 책임이 손해배상 소송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간통죄 폐지의 후속조치로 위자료 및 손해배상 책임을 강하게 지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