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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청춘론

5000년 전 이집트 파피루스에는 이런 말이 쓰여 있다고 합니다.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5000년이 지난 지금 '요즘 젊은 것'들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요? 이른바 '세대론', 그 중에서도 '청춘론'은 시대 여하를 막론하고 기성 세대들이 먹물 튀기기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리해봤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청춘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원리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아프니까 청춘이다 표지

'국제시장'을 강요하지 마세요.

이제 '국제시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영화를 둘러쌌던 이념적인 갈등은 뒤로 하고, 세대 간의 차이를 바탕으로 말이죠.’아버지’를 그리는 영화 '국제시장'은 산업화 세대가 겪은 고난과 성장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와 이 시대의 아버지들, 나아가 기성세대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기에 ’이만하면 잘 사셨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를 향한 위로가 청년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습니다. 감독이 우려한 대로 일부 청년들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이만큼 고생했으니 너희들은 복 받은 줄 알아라”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긴 것입니다. 또한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국제시장'이 기성세대의 반성이 없는 영화라며 반발했습니다.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영화는 영화로 보자’는 쪽으로 일단락 됐지만, 해당 메시지가 왜 일부 청년들을 불편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이야기들에 따르면, 지금의 청춘들은 패기와 열정, 긍정적인 태도를 강요받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마저 개인의 문제로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청춘들에게 '국제시장'은 또 하나의 강요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닐까요. 마치 일부 기성세대가 “우리는 더한 고생도 했는데 요즘 청춘들은 패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책임을 강요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젊은이여, 패기와 열정으로 아픔을 즐겨라”라는 일부 기성세대의 충고와 “아프면 환자지 XXX야”라는 청춘들의 외침은 앞으로도 충돌할 수밖에 없겠죠.

NEET 세대와 사토리(さとり) 세대, 그리고 IKEA 세대

니트(NEET)족이란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의 약자입니다. 취업 연령대이면서 어떤 교육이나 직업 훈련도 받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 청년층을 뜻하는 이 니트족이란 용어는 고용불안이 커지던 1999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미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자체 추산으로 "전 세계 15~24세의 청년층 중에서 니트족의 수가 2억 900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가운데,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니트족은 전체 청년층 중 17.2%를 기록, OECD 평균인 14.96%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지금의 일본 20~30대는 사토리 세대로 불리웁니다. 사토리(さとり)는 득도를 뜻하는 일본어입니다. 이는 득도의 경지에 오른 현자처럼, 아무런 물욕 없이 정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비꼰 말입니다. 이 사토리 세대는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으로 불리우는 일본의 저성장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지속된 저성장이 이들 세대로부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앗아감과 동시에,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정신적 자위를 선물한 겁니다.

뛰어난 스펙을 가졌음에도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세대를 빗대 최근엔 이케아(IKEA) 세대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이케아 가구와 요즘 청년 세대 간의 연결고리, 과연 무엇일까요? '저렴한 가격이지만 실용적인 디자인을 갖췄고, 약한 내구성으로 단기적 만족감을 충족시킨다.' 방금 열거한 이케아 가구의 특성에서 묘하게 요즘 청년 세대가 오버랩 됩니다. 장기적인 미래 계획이나 저축 없이,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는 성향의 세대. 가만 보면 니트족과 사토리 세대, 이케아 세대 모두 지칭하는 바가 동일한 것 같습니다.

천 번을 흔들려야 아프니까 청춘이니?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청춘론의 대가입니다. 김난도 교수가 2010년과 2012년에 연달아 발간한 <아프니까 청춘이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등의 저서는 대한민국 청춘론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당시는 '위로, 공감 코드'가 한창 유행이던 때로, 김난도 교수의 저서는 큰 인기를 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에 대한 반항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배우 박철민은 과거 라디오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은 쓰레기"라고 발언했다가 최근 JTBC <비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사과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SNL코리아 <인턴전쟁> 편에서 유병재 작가는 이런 대사를 합니다. "아프면 환자지 개XX끼야, 뭐가 청춘이야!" 이는 김난도 교수의 청춘론에 대한 정면 반박임과 동시에, 이 시대의 청춘은 대체 무어냐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청춘은 대체 무얼까요? 최근 발간된 <아프니까 청춘은 아니다> 라는 책이 그 대답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책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문제와 부채 문제, 재벌 문제부터 복지 논란과 취업난 등의 현실 진단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아프기 때문에 청춘'이란 무책임한 수사 대신, 지금의 청춘이 왜 아플 수 밖에 없는 건지 그 구조적 문제를 들추어낸 것입니다. 이제 청년 세대는 위로가 아닌 진단과 처방을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 일당 못 받을 패기도 없는 젊음? 패기 청춘론

얼마전 백화점 주차장 모녀 사건이 있었죠. 백화점 주차장 알바노동자가 난동을 부리는 모녀 손님의 갑질 앞에 무릎을 꿇은 일입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하루 일당 못 받을 각오로 당당히 부당함에 맞설 패기도 없는 젊음. 가난할수록 비굴하지 말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면 좋겠다”는 트윗(@leastory)을 해 많은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른바 '패기 청춘론'의 부상입니다.

이에 "사람들이 조기숙씨에게 화내는 이유는 아무래도 사회적 구조가 만들어낸 불의를 개인의 의지로 초극하라는 그 말이 엄혹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그런 희생은 강요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선택할 일입니다.(@Mill_0)"란 리트윗이 달리기도 했습니다.

기성 세대가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정의하는 여러 청춘론들이, 실제 청년 세대에게서 아무런 공감을 얻어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 청춘 본인들의 문제보다는 '꼬여버린' 사회 구조적 문제 탓이기 때문입니다.

저성장 기조가 계속 되면서 변변한 일자리 하나 찾기 힘든 세대. 혹여 일자리를 찾았다 한들, 영원한 을이 되어버릴 게 분명한 세대. 정부가 혈안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내집 마련조차 멀어져가는 세대. 가계부채는 1000조를 넘어 당장 취업을 한대도 부모님의 부채 문제가 내 발목을 잡는 세대. 결혼, 취업, 출산, 연애 다섯 가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세대.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 과연 청년 세대의 '패기 부족'일까요?

“젊어서 고생은 즐겁게 해야”? 알바 경험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아르바이트 관련 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김 대표는 작년 12월 26일 대학생들과 대화하는 행사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는데, 주요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Q. 아르바이트 부당처우문제에 대해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 청소년이 보호받지 못하는데 이런 환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아르바이트 하지 않고 학교 공부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개인의 사정상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상황이면 해야 한다. 그리고 젊어서 그런 고생을 하는 것도 앞으로 사회생활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젊어서 몸이 건강하고 능력이 많이 나올 때 아르바이트 하고 고생하는 것을 큰 약으로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시길 바란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 힘든 것도 즐거운 마음이 생긴다. (부당처우에 대해) 악덕 업주, 나쁜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아르바이트 구하러 가서 그런 사람인가 아닌가 구분하는 능력도 가져야 한다. (중략) 나쁘게 먹었던 마음도 바꾸게 하는 것이 여러분들 능력.

해당 발언이 보도되자, 청년들은 반발했습니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은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높은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취업난 때문에 졸업 후 ‘취뽀’ 전까지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 알바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한 발언이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 경험하는 고생의 책임을 개인의 능력과 태도의 문제로 연결지은 발언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반발이 확산되자, 김 대표는 “상처받은 분들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발언의 진의는 그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청년들이 적극적 대응을 해야 하고, 공권력으로 다스려야 하므로 저를 포함한 정치권이 노력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습니다.

청년 아르바이트 부당처우 문제의 본질은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를 청년들이 얻지 못하고, 그것이 비정규직 양산과 아르바이트 인구 증가로 연결되는 현실입니다. 본질을 무시하고 열정, 패기에 이어 긍정적인 마음까지 청춘들에게 강요하는 ‘알바 경험론’은 분명 청년을 위한 지론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제시장'을 강요하지 마세요.

이제 '국제시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그동안 영화를 둘러쌌던 이념적인 갈등은 뒤로 하고, 세대 간의 차이를 바탕으로 말이죠.’아버지’를 그리는 영화 '국제시장'은 산업화 세대가 겪은 고난과 성장을 보여줍니다. 감독은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와 이 시대의 아버지들, 나아가 기성세대들을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기에 ’이만하면 잘 사셨다’는 위로의 메시지를 영화에 담았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를 향한 위로가 청년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습니다. 감독이 우려한 대로 일부 청년들이 영화를 보고 “우리가 이만큼 고생했으니 너희들은 복 받은 줄 알아라”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긴 것입니다. 또한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국제시장'이 기성세대의 반성이 없는 영화라며 반발했습니다.

'국제시장'을 둘러싼 논란은 ‘영화는 영화로 보자’는 쪽으로 일단락 됐지만, 해당 메시지가 왜 일부 청년들을 불편하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이야기들에 따르면, 지금의 청춘들은 패기와 열정, 긍정적인 태도를 강요받습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마저 개인의 문제로 짊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청춘들에게 '국제시장'은 또 하나의 강요로 받아들여진 것이 아닐까요. 마치 일부 기성세대가 “우리는 더한 고생도 했는데 요즘 청춘들은 패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해 없이 책임을 강요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는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젊은이여, 패기와 열정으로 아픔을 즐겨라”라는 일부 기성세대의 충고와 “아프면 환자지 XXX야”라는 청춘들의 외침은 앞으로도 충돌할 수밖에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