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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정부는 '규제 기요틴' 계획을 발표하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규제 철폐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규제 기요틴에는 의료 분야 관련 계획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요. 그 중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방안을 놓고 한의사협회와 의사협회의 갈등이 날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습니다.

Just Us 3, flickr(CC BY)

“이런 기본적인 기계 사용조차 막나” vs “A부터 Z까지 오진”

대한한의사협회가 강수를 던졌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까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완료하지 않으면 “복지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검토, 진행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내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결론 낼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습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진단을 시연하기도 했는데요. 김 회장은 기기를 이용해 29세 남성의 발목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하고 “골감소증에 해당된다”며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회장은 1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 발전을 위해 개발된 기계 또는 진단 장비를 한의사들도 과학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에 대해서는 “국민들한테 (좋은)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직종에 있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는 오히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의료기기 시연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김 회장이 오진을 했다는 건데요.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은 13일 “김필건 한의협회장의 골밀도 진단 방법과 부위, 처치 내용, 결괏값 해석 등 A부터 Z까지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협 회장의 기자회견은 단 하나의 현대의료기기도 한의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이번 달 내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다음 달부터 관련 시설을 만들어 의료기기 사용을 강행할 방침입니다.

단두대에 오른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지난달 정부는 '규제 기요틴' 과제 114건을 내놓았는데요. 규제 기요틴이란 '비효율적이거나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규제를 단번에 처리하는 개혁방식'을 말합니다. [(중앙일보, 12/29)].

정부는 의료 부문에서의 상당한 개혁을 예고했습니다.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 분류 신설 ▲비의료인의 카이로프랙틱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 등 그동안 의료계 내에서 민감했던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양한방이 한 치의 양보 없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의료인인 한의사가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진료를 위해 진단기기를 활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라는 한의사협회의 논리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검증되지 않은 경제논리로 의료업계를 흔드는 정부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크게 3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의 적격 여부 ▲진료의 안정성 ▲사용될 의료기기의 범위입니다.

문제는 무엇인가, ①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자격

이번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을 둘러싼 양한방 갈등의 핵심쟁점은 바로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적격 여부 입니다. 현행 의료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사협회는 이를 두고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의료법에서 허용한 면허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다"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의료체계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가 명확하게 이원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육과정 역시 의사 면허 소지자들은 기기사용을 위한 충분한 이론교육 및 실습과정을 거치지만, 한의대 교육과정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기 사용을 위한 실습교육이 미흡하다는 주장도 제기합니다.

이에 대응하는 한의사 측의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의료법상 의료이원화는 의사와 한의사 치료방법과 면허를 구분한 것이지, 양 한방 진단기기를 구분하기 위해 마련된 법령이 아니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의료법 1조를 근거로 들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 국민이 높은 수준의 의료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인가, ②진료의 안전성

'한의사들이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논쟁은 곧 안전성에 대한 문제로 이어집니다.

발목이 삔 발목염좌 환자가 한의원에서의 진료받는 건수가 연간 425만 건에 달하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찍고 한의원에서 진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한의사가 엑스레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한의사들은 환자의 이중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국민 의료복지 증진을 위해서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피할 수 없는 결정이라 주장합니다. 한의사협회 측 또한 의료기기 사용으로 오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다고 주장합니다.(1월 14일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기자회견 中)

하지만 의사들의 의견은 전혀 다릅니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한다는 것은 한의사 스스로 한의학이 과학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의료기기를 잘못 사용하여 오진이 발생하면 그것이야말로 오히려 국민건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등의 교육과정을 이수한다고는 하나, 애초에 면허 발급이 이뤄지지 않는 한의사들이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면허없이 운전한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무엇인가, ③의료기기 허용 범위

마지막 쟁점은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의 범위'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가 결정한 수준에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범위를 한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안압 측정기 ▲자동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청력검사기 등은 한의사들이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놓았습니다. 해당 기기들은 결과가 자동으로 측정되기 때문에 전문적 의료지식이 필요하지 않고 보건위생상 위험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입니다.

한의사 측은 이를 더 확대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엑스레이를 비롯 ▲초음파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까지 사용 가능 의료기기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재가 '국민 보건과 의료 증진을 위해 한의사는 현대 의료기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회적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고 해석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의사협회 측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헌재의 결정대로 "현대 의학적 지식이 없는 한의사나 무면허 의료인이 자동으로 추출된 검사결과로만 질병을 단순 진단할 경우, '정상 안압 녹내장'과 같이 안압은 정상이나 녹내장이 발생하는 등의 질병에 대해 환자에게 치명적인 진단을 내릴 수 있어 이것이 곧 법리해석의 모순으로 이어진다"고 밝힌 것입니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전면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사협회의 강도 높은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논란이 자칫 '의료 대란'으로까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나 한마디만 해도 될까? (feat. 보건복지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두고 양한방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 허용 범위에 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재와 법원의 판례에 근거하여, 초음파와 엑스레이는 한의사 면허 범위에 어긋나 사용이 어렵지만, 안압측정기, 안굴절검사기, 세극등현미경, 자동시야측정장비 등은 수준에서 어긋남이 없으므로 허용 가능하다."

1월 21일 보건복지부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 중

결국, 의료기기에 대한 헌재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한의사에게 허용할 의료기기의 범위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발언에 한의사 측은 물론 의사 측 역시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의사협회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발언이 '의료법에서도 규정되지 않은 규제를 보건복지부가 임의로 제한한 것'이라며 비난했습니다. 또한, 정부의 규제 기요틴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모순적 행동임을 주장했습니다.

반면, 의사협회 측은 오히려 허용할 방침인 의료기기 사용도 금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이번 보건복지부의 발언. 고조되던 의사와 한의사 간 싸움에 오히려 불을 붙인 꼴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본적인 기계 사용조차 막나” vs “A부터 Z까지 오진”

대한한의사협회가 강수를 던졌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까지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문제’를 완료하지 않으면 “복지부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심판청구를 검토, 진행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보건복지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달 내에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결론 낼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했습니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은 이 자리에서 초음파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한 진단을 시연하기도 했는데요. 김 회장은 기기를 이용해 29세 남성의 발목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하고 “골감소증에 해당된다”며 “골수를 보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회장은 1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과학 발전을 위해 개발된 기계 또는 진단 장비를 한의사들도 과학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의사협회 등에 대해서는 “국민들한테 (좋은)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직종에 있는 분들이 이런 식으로 반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나 의료계는 오히려 김필건 한의협 회장의 의료기기 시연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김 회장이 오진을 했다는 건데요. 양규현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은 13일 “김필건 한의협회장의 골밀도 진단 방법과 부위, 처치 내용, 결괏값 해석 등 A부터 Z까지 모두 틀렸다”고 비판했습니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한의협 회장의 기자회견은 단 하나의 현대의료기기도 한의사에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김필건 한의협회장은 이번 달 내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 다음 달부터 관련 시설을 만들어 의료기기 사용을 강행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