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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양적완화

끝을 모르는 저성장의 늪에서 유럽이 벗어날 수 있을까요. 유럽 중앙은행(ECB)이 2015년 1월말 전면적인 양적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은 이미 제로 금리에 정부 부채가 많아, 금리인하나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는 국채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위기감이 느껴지네요.

ECB European Central Bank, flickr (CC BY)

"바주카포는 집에 두고 물총을 들고 나왔다"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 기간 연장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인데요. 이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 보듯 뻔해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3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인하하고, 양적완화 기간을 2017년 3월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ECB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의 돈 풀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물가 상승 추이가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3일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0.1%, 내년 1.0%, 2017년 1.6%로 하향조정 했습니다. (직전 발표인 9월의 숫자는 각 0.1%, 1.1%, 1.7%였습니다)

ECB가 3일 발표한 추가 부양책은 어떤 것이고, 어떤 효과가 예상될까요?

예금 정책금리 인하: -0.2% → -0.3%


ECB에 추가 유동성을 예치하는 시중은행은 0.3%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 현재 ECB가 양적 완화를 통해 민간에 공급한 유동성이 투자나 대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마이너스 금리’를 심화한 것은 “그만 예치하고, 민간에 투자·대출 좀 해!”라는 ECB의 ‘압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적완화 심화


ECB는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 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심화 및 연장하고 추가 유동성 공급책을 펼칠 예정입니다. (그러나 자산 매입 규모는 늘지 않았습니다.)

  1. 먼저 기간을 2017년 3월까지로 연장했습니다.

  2. 기존에 매입한 국채 중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에 대해, 원리금을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했습니다.

  3. 국채, 커버드본드(Covered bond), 자산유동화증권(ABS)뿐 아니라 지역 및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까지로 매입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약한 조치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10월 “가능한 책무 안에서 모든 수단을 쓸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해선 ‘한 방’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범유럽 증시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이 3.6% 하락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로존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0.2%p가량 올랐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날 대비 3.84%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다른 길을 걷기로 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졌습니다. 연준이 이번 달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기에 미-유럽 간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럽경제, "설마했던 D가 나를"

유럽경제의 현주소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작년 12월 7일, 유로존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는데요. 전년 대비 -0.2%로 집계됐습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한 것입니다.(5년 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마이너스까지 떨어졌었죠.) 특히 유로존 최대 경제인 독일마저 12월 물가가 전년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마찬가지로 5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유럽 경제에 '설마했던 D가' 현실로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마이너스 물가의 가장 큰 원인은 유가 하락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슷한데요. 저유가의 영향으로 유로존 물가 중 에너지 가격이 6.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에너지와 식료품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작년 대비 0.8%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물가 하락의 요인이 저유가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낮은 물가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을 높여 유럽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유가 하락의 원인에는 '유럽의 원유 수요 감소'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그것이 저유가를 초래하면서 또 다시 물가 하락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0.8%를 기록한 근원물가지수 상승률도 사실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내수 자체가 얼어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유가는 계속해서 쭉쭉 떨어지고 있고, 내수 회복의 출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런 와중에 그리스의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논란은 유럽 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투자는 더 위축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 "나를 믿어주길 바라"

공급과 수요 모두 디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상황에서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이 나섰습니다. 돈을 시장에 풀겠다는 겁니다. 사실상 유로존은 지금도 0% 제로금리에 국가 부채 규모가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가 국채를 매입해서 통화량을 늘리려는 이유는, 이대로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더 큰 위기가 오기 때문이겠죠.

이데일리의 네덜란드 경제전문지 헷 파이낸시엘레 닥블라트 인용 보도에 따르면, ECB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 각국의 ECB 지분율만큼 국채를 매입한다: ECB가 각국의 부채를 매입할 때, 해당 국가의 ECB 지분율 만큼만 매입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ECB가 1조 유로 만큼의 국채를 매입한다고 했을 때,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ECB에 지분을 5.6% 보유하고 있으면 ECB는 네덜란드 국채를 560억 유로 정도를 매입하는 것입니다.

2. AAA등급 국채만 매수한다: 안전자산인 AAA등급 국채를 매입하면 해당 국가가 국채를 갚았을 때 신용등급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안전하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도 대출을 더 늘릴 수 있습니다.

3.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각 자국 국채를 매입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국내 채권시장 상황에 맞게 운용할 수 있고, 위험도 해당 국가에만 국한됩니다.

ECB가 어떤 시나리오를 택할 지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월 22일 ECB 집행이사회에서 발표하는 내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변수도 있습니다. 1월 25일에 그리스 총선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유로존의 구제금융 시스템에 반대하는 시리자가 집권하게 되면, ECB는 그리스 국채 매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양적완화 정책에 차질이 생길 뿐 아니라 불확실성도 함께 커지는 것입니다.

‘슈퍼마리오’는 버섯을 먹고 클 수 있을까?

세계 경제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려있습니다. 유로존 양적완화 여부가 결정될 유럽중앙은행(ECB) 회의입니다. 특히 ECB 총재 ‘마리오 드라기’가 유로존을 디플레 위기에서 구하는 ‘슈퍼마리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관건은 그가 먹는 버섯(양적완화)의 효과에 달려있겠죠.

이미 ECB 집행이사회는 월 500억 유로(약 63조 원) 규모의 국채 매입을 향후 1, 2년 간 시행하겠다는 방안을 통화정책회의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즉, 국채 매입 규모가 최소 6000억 유로에서 최대 1조 유로를 넘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예상치 5000억 유로보다 두 배 가량 높습니다.

여기서 양적완화의 효과에 대한 기대가 엇갈립니다. 우선 시장의 예측을 웃도는 양적완화를 통해 그 효과가 2, 3분기에 걸쳐 나타날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시장의 기대에 양적완화의 규모가 미치지 못할 경우, 투자/소비심리가 위축되어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비관적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비관적 의견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우선, 유럽의 위기에 비해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19개 국가의 국채를 ECB가 매입해야 하는데, 각국의 이해관계에 맞게 구매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또, 독일과 네덜란드의 반대도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양적완화의 위험부담을 각국 중앙은행이 져야 한다는 사실때문에 두 나라가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AP에 따르면, 특히 독일은 이탈리아나 그리스의 손실을 독일이 메워야 하는 사태를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를 고려해 ECB가 절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하지만, 독일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외에도 양적완화가 유럽의 수출회복에 도움이 될 지 확실하지 않다는 점, 그리스의 총선으로 인해 위험요소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양적완화의 효과에 비관적 전망을 더하고 있습니다.

과연 ‘슈퍼마리오’는 버섯을 먹고 성공적으로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요?

어디보자, 양적완화 한 스푸…ㄴ 촤르르콸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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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총재가 유럽의 디플레이션 위기에다 과연 양적완화 몇 스푼을 넣게 될 지에 모두의 이목이 쏠려 있었습니다. 결론은, 제목과 같아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유로존은 1조 1400억 유로(1435조 원)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대 규모는 그정도 액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 점을 감안해도 강한 한 수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5, 6천 억 유로 정도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2배 가량 웃도는 수치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예상했던 독일의 반대는 어떻게 됐을까요. 독일 중앙은행은 역시나 완강히 반대했습니다. 독일 정부도 '남유럽 국가들이 개혁은 소홀히 한 채 돈만 더 쓸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는 오는 3월부터 내년 9월까지(혹은 소비자물가지수가 지속가능한 개선 흐름을 보일 때까지 계속 쭉) 국채 등의 자산을 대규모 매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단, 국채매입 뒤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분의 80% 가량을 각국의 중앙은행이 떠안는 조건을 덧붙였습니다. 양적완화에 대한 시장의 압박과 독일의 불만 사이에서 ECB가 절충안을 선택한 것이죠.

양적완화 방식은 ECB와 중앙은행들이 ECB 지분에 따라 국채를 매입하는 식입니다. ECB 지분은 국가 경제력과 연관이 깊은데, 독일이 1/4로 가장 높고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순입니다. (독일이 반대한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유럽 양적완화, “웰컴!” 과 “웰…컴!"

글로벌 경제는 유럽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세계 증시는 활짝 웃었습니다. 국채 및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로 유로존 화폐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유럽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도 기초가 튼튼한 신흥국 시장에 포함되기 때문에 유럽 양적완화의 긍정적인 영향권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코스피, 코스닥도 상승했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이어 가장 수출을 많이 하는 지역이 유로존입니다. 따라서 유로존의 경기가 회복되면 그만큼 소비가 늘테니 국내에도 경기 회복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돈이 돌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돈을 풀었는데 그 돈이 은행권에서만 맴돌고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유럽 실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이겠죠. 은행권의 돈이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려면 은행 대출이 늘어나야 하는데, 이미 유로존 기업들의 은행 의존도는 80%에 이릅니다. 즉, 양적완화로 기업의 은행 대출이 크게 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내 기업의 수출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양적완화는 화폐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유로존 기업들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가지게 돼서 수출에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기업들도 우리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환율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각국의 화폐 가치가 급격히 높아져 수출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 유로존이 아닌 국가들이 앞다투며 금리를 내리는 등 환율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캐나다, 스위스, 터키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에 앞서 금리를 내린 상태입니다. 덴마크는 미리 금리를 내린 뒤 ECB의 발표 직후 또 한 번 기준금리를 내렸습니다.

이렇게 통화량과 환율 변동으로 유동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불안정성도 확대됩니다. 그러면 투기자본이 활성화되고, 국내에 유로존의 자금이 들어오더라도 갑작스럽게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결국 구조개혁을 동반해야 합니다. 서울경제에 따르면, 그리스,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은 긴축 재정,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인데 양적완화를 통해 국채 상환 시일을 미루면서 구조개혁도 함께 미룰 가능성이 커졌다고 합니다. 그러면 독일과 네덜란드 같은 국가들이 양적완화에 계속 브레이크를 걸게 됩니다. 양적완화의 극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어지는 것입니다.

드라기 총재는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각국은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다보스 포럼에서 구조개혁을 역설했습니다.

“자, 이제 돈을 풀겠습니다” by ECB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의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밝혔습니다. 양적완화로 인한 유로화 가치 하락과 유로존 내수 활성화 등은 우리 경제에도 긍/부정적 영향을 끼치죠.(스토리5 참고) 그러니 알아둡시다. 어떻게 ECB가 돈을 푸는 지.

기간 2015 3월 9일 ~ 2016년 9월

규모 월 600억 유로 규모로 자산 매입

매입기준 현 예금금리(-0.2%) 이상의 수익률을 가진 채권

목표 물가 수준이 2%대에 도달, 근접할 때까지

예외 그리스 채권(당분간)

효과 전망 "GDP, 물가 상승에 도움될 것" by ECB
GDP, 당초 예상보다 높아질 것 (올해 1.5%, 내년 1.9%, 내후년 2.1% 증가 예상)
물가상승률, 올해는 유가하락으로 0% 수준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1.5%, 내후년 1.8%로 상승 기대

유럽 양적완화로 금리가 더욱 내려갈 것으로 보이자, 상대적으로 채권 금리가 높은 미국과 중국의 기업들이 유로존에서 채권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채권은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매입자에게 일정 이자를 주면서 명시한 기간 동안 돈을 빌리는 것입니다.) 유로존의 채권 이자가 싸지니까 기업은 자금을 모으는 데 유리한 셈이죠.

이렇게 확대된 유로 자금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자금이 국내에도 들어올 가능성이 큰데, 그러면 이자가 낮아지고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도 쉬워지겠죠. 하지만 팽창된 자금의 불안정성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봤지?” by 슈퍼마리오

‘밑 빠진 유럽에 돈 붓기’가 아니었던 걸까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존 양적완화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지휘한 '슈퍼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어깨에도 덩달아 힘이 실리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9일 시작된 양적완화 결과, 우선 국채매입은 순조롭게 이뤄졌습니다. 유로존의 중앙은행들이 국채 525억 유로(약 62조 원)를 매입했습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 에스토니아를 제외한 정부에서 발행한 국채를 각국 중앙은행이 매입한 것인데요. 이는 매달 600억 유로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발표한 ECB의 목표치에 거의 다다른 규모입니다. 매입 규모는 각각 독일 국채 111억 유로(약 13조 원), 프랑스 87억 5000만 유로(약 10조 원), 이탈리아 76억 유로(약 9조 원) 순입니다.

당장 수출과 소비가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양적완화를 통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진 데다 저유가가 계속되자 수출이 늘어났고, 기업 실적이 회복됐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심리도 되살아났습니다. 저금리 저유가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2월 유로존 소매판매지수는 3.0으로 높은 수준이고, 기업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들도 상승했습니다.

유로존은 수 년 간 디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2013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0.5%였고, 지난해 12월부터는 물가상승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끝을 모르고 추락하던 유럽 경제에 이번 양적완화가 디딤돌 역할을 한 셈입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경제회복세가 아직은 나라별로 차이가 크고, 국채매입이 앞으로도 계획대로 진행될 지는 모르기 때문입니다.

“봤지, 봤지?” by 프랑스, 이탈리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됐습니다. 예상치보다 높은 0.4%를 기록했는데요. 이는 2년 만에 최고치로, 유로존 경제가 본격 성장국면에 접어든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근거입니다. 성장세의 바탕에는 역시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와 유가 하락이 맞물린 것으로 보입니다.

주목할 것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성장률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ECB의 양적완화를 통해 유로존이 소비와 수출에 회복세를 보이던 지난달에도 경제지표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1분기 경제성장률을 종합해 본 결과, 프랑스는 1분기 성장률 0.6%를 기록했고 이탈리아는 예상치보다 높은 0.3% 성장했습니다. 두 나라가 사실상 유로존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입니다.

이로써 양적완화의 일시적인 효과뿐 아니라 지속성까지 긍정적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달 유로존의 양적완화가 소비와 수출을 일부 회복시켰다는 분석이 나왔을 때도,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습니다. 여전히 독일에만 치우쳐 있는 성장률과 회복 추세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성장률은 그 효과가 유로존의 여러 나라들에 퍼지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 유로존은 본격 성장 궤도에 오른 것일까요? 아직 걸림돌이 있기는 합니다. 높은 실업률과 기업 부채, 투자 부진 등의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바주카포는 집에 두고 물총을 들고 나왔다"

유럽중앙은행이 양적완화 기간 연장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인데요. 이 와중에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 보듯 뻔해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은 3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0.2%에서 -0.3%로 인하하고, 양적완화 기간을 2017년 3월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 추가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습니다.

ECB의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의 돈 풀기 정책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물가 상승 추이가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3일 ECB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0.1%, 내년 1.0%, 2017년 1.6%로 하향조정 했습니다. (직전 발표인 9월의 숫자는 각 0.1%, 1.1%, 1.7%였습니다)

ECB가 3일 발표한 추가 부양책은 어떤 것이고, 어떤 효과가 예상될까요?

예금 정책금리 인하: -0.2% → -0.3%


ECB에 추가 유동성을 예치하는 시중은행은 0.3%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 현재 ECB가 양적 완화를 통해 민간에 공급한 유동성이 투자나 대출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마이너스 금리’를 심화한 것은 “그만 예치하고, 민간에 투자·대출 좀 해!”라는 ECB의 ‘압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양적완화 심화


ECB는 2016년 9월까지 매월 600억 유로 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던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심화 및 연장하고 추가 유동성 공급책을 펼칠 예정입니다. (그러나 자산 매입 규모는 늘지 않았습니다.)

  1. 먼저 기간을 2017년 3월까지로 연장했습니다.

  2. 기존에 매입한 국채 중 만기가 돌아오는 부분에 대해, 원리금을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했습니다.

  3. 국채, 커버드본드(Covered bond), 자산유동화증권(ABS)뿐 아니라 지역 및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까지로 매입 대상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약한 조치에 시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10월 “가능한 책무 안에서 모든 수단을 쓸 용의가 있다”고 말한 것에 비해선 ‘한 방’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범유럽 증시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이 3.6% 하락했고,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 유로존 국가의 국채 수익률이 0.2%p가량 올랐습니다. 유로/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전날 대비 3.84%로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이 다른 길을 걷기로 해,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도 커졌습니다. 연준이 이번 달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기에 미-유럽 간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