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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 동향과 전망

통계청이 2014년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습니다. 결과는 1.3%, 2년 연속 저물가입니다. 그리고 2015년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도 물가가 낮아지면 '디플레이션'의 공포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됩니다. 하지만 실감이 잘 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정리했습니다. 우리가 저물가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부터 그 영향력, 그리고 우리 경제의 현재과 미래까지입니다.

by Magnus D, flickr(CC BY)

기름기 쫙 뺀 소비자물가 동향

어느덧 9월 중순입니다. 2015년을 약 3과 1/2개월 가량 남겨둔(...) 이 시점에서 2015년 8월 기준 소비자물가동향을 짚어보겠습니다.

     2015 09 15    10.20.24 NEWSQUARE

올해 물가상승률은 참 꾸준한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작년 기준 9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계속되는 0%대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역시나 유가 하락세입니다. (또 한 몫을 하던 농수산물 가격 하락세는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답니다.)

이같은 공급 요인 외에도 수요 요인(내수 악화, 가계부채 등으로 인한 실질소득 하락)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제자리를 기록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공급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가 정상적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함께 나왔었죠.

어느 쪽이든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기름기를 쫙 빼고 지난 9개월 간의 물가 동향이 어땠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2015년 9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물가 하락
물가 하락에 기여한 항목들은 대부분 유가 하락과 관련이 있습니다.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비가 전년 대비 0.29% 하락했고, 교통비0.69% 하락했습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2%대
하지만 변동이 심한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을 제외한 물가(근원물가)는 꾸준히 2%대를 유지해왔습니다.

작년 9월에는 이 근원물가마저 1%대로 떨어져 D의 공포를 향한 위기의식을 부추기기도 했었는데요. 올해는 2%대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담뱃값 인상이 물가에 끼친 효과: 약 +0.5%
근원물가가 어느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올해부터 인상된 담뱃값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부터 담뱃값은 소비자물가상승에 약 +0.5%만큼의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입니다. 2015년 8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0.59만큼의 상승 기여도를 기록했습니다.

체감물가는 딱히 낮지 않다는 게 함정
0% 소비자물가가 무색하게도 생활비, 서비스비용을 포함한 체감물가는 작년 대비 상승했습니다. 식품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전년 대비 0.3% 증가했고, 공공서비스 비용인 버스비와 전철비는 각각 9.2%, 15.2% 올랐습니다.

우리가 저물가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

물가가 낮으면 당장 소비자는 기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인 물가 하락에만 해당됩니다. '지금은 물가가 낮지만 곧 오를 것이다'는 기대가 있어야만 물가가 낮을 때 소비자는 소비를 늘리게 되고, 기업도 투자나 생산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을 상품을 지금 당장 살 필요가 없고, 가치가 오르지 않을 분야에 굳이 지금 투자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낮은 물가가 지속될 때입니다. 전반적인 물가가 계속 낮아지는 현상을 디플레이션(Deflation)이라고 합니다. '공기를 수축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디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시중의 통화량을 수축시킵니다. 왜냐하면, 구매한 뒤 값이 떨어지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덜컥 사는 것을 사람들이 꺼리기 때문입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를 줄이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킵니다. 그 결과 시장에 도는 돈이 줄어듭니다.

디플레이션이 계속되면 이러한 현상이 반복됩니다. 물가가 떨어지면 기업은 생산을 줄입니다. 생산이 줄면 임금도 떨어지고 고용도 감소합니다. 실업률은 늘고 소득은 줄어듭니다. 가계의 소비력도 떨어집니다. 그러면 상품과 서비스 가치는 또 떨어집니다. 악순환입니다.

빚은 더 심각합니다. 채무자가 은행에 돈을 빌릴 때는 소득, 자산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런데 디플레이션은 자산 가치(주식, 부동산)를 떨어뜨립니다. 앞으로 가치가 떨어질 주식과 부동산에 사람들이 투자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채무자의 빚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집니다. 내가 가진 자산은 값이 떨어지는데, 갚아야 할 돈은 그대로이거나 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빚을 조금이라도 일찍 갚으려고 자산을 팔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자산을 팔면 어떻게 될까요. 가치는 또 떨어집니다. 버블이 붕괴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저물가에 민감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속되면 개인과 기업이 파산하고 은행이 도산하는 '공황'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실제 이야기입니다.

1990년 하반기.
주가가 반토막이 났습니다. 연초만 해도 주가는 상승세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추락해버렸습니다. 불과 1 년도 안 돼 벌어진 일입니다. 부동산 값도 50% 이상 떨어졌습니다. 이 추세는 2년이 넘도록 계속됐습니다. (이후 부동산 값 폭락은 15년 동안 지속됐죠.)

주식과 부동산의 거품이 꺼졌다는 것은 자산의 가치가 폭락했다는 뜻입니다. 금융회사에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던 대부분의 사람(또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빚이 커졌습니다. 맡겨놓은 재산의 가치는 떨어졌는데, 돌려줘야 하는 돈은 그대로이거나 그 이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악순환(vicious circle)은 그렇게 계속됐습니다. 전반적인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자 빚이 늘어납니다. 그러면 소비가 위축되고 경기는 또 얼어붙습니다. 결국 파산하는 경제 주체(개인, 기업)가 늘어납니다. 정부는 뭘 하고 있냐구요? 물가상승률를 포함한 경제성장률(경상성장률)이 떨어지면, 그것을 기준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정부의 곳간도 비게 됩니다. 즉, 정부가 세금을 써서 경기를 부양시켜야 하는데 세금이 부족하니 그마저도 역부족입니다.

물가 하락이 장기화되면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D의 공포(디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약 20년 전 일본의 이야기입니다. 악순환이 불러온 '잃어버린 20년'입니다. 하지만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세계의 일본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제 안전지대는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다가오는 '그녀석'

2014년의 마지막 날, 통계청이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했습니다. 12월을 비롯해 2014년 한 해 동안의 물가 동향을 수치화한 내용이었습니다. 12월 물가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0.8%였고, 2014년은 1.3%였습니다. 12월 물가 상승률은 1999년 이후 최저치였고, 올해 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음에도(2.3%→1.8%) 목표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2년 연속 1%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우리에게도 D로 시작하는 '그녀석'이 다가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4년 저물가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원인은 '공급' 쪽에 있다는 것이 주된 의견입니다. 우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습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석유류만 11% 가량이 떨어졌습니다. 또 농산물 공급이 확대되면서 농축수산물 가격도 낮아졌습니다. 생산가가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은 국제유가 및 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아 변동 폭이 큰 편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외부요인에 크게 변동되는 품목들을 제외한 물가 기준이 필요합니다. 바로 '근원물가'입니다. 그러나 근원물가도 하락세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9월 이후 계속해서 1%대를 기록했고, 12월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수요'에도 하락의 원인이 있다는 뜻입니다. 공급의 원인을 제외하고도 지속적으로 물가는 떨어져왔기 때문이죠. 즉, 내수가 위축되어왔다는 의미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가계빚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2015 저물가, Why so serious?

단기적인 물가 하락은 시장에 긍정적입니다. '오를 것이다'라는 기대감만 있다면 말이죠. (Story. 1 참조) 소비자들은 전에 비해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됩니다. 기업들도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으니 가격이 조금 내려가더라도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경기가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2014년 소비자물가동향이 발표된 직후, 여기저기서 우려 섞인 분석들이 나왔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1. 2년 연속 저물가라니
: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저물가 기조가 2년 연속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13년에도 물가상승률은 1.3%였습니다.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년 연속 1%를 기록한 것은 통계작성 이후 처음입니다. 연속되는 저물가는 내년에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낮추게 됩니다. 즉, 소비와 기업의 투자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 것입니다.

2. 공급과 수요 모두가 원인
: 저물가의 주된 원인이 유가 하락을 비롯한 공급 측 요인이었더라도 수요가 활발했다면 하락 폭을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공급은 외부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요가 함께 줄어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습니다. 2015년 공급 요인이 여전히 불안할 경우, 수요를 상승시키지 않으면 저물가는 또 한 번 반복될 것입니다. 그런데 경제관련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올해 수요 회복은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3. 세수 부족 초래
: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합한 경상성장률을 기준으로 정부는 예산안을 짜고 세금을 걷습니다. 저물가가 계속되면 정부가 2014년에 예측했던 경상성장률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되고, 계획했던 예산에 비해 적은 세금을 걷게 됩니다. 그러면 세출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정책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만...

올해 경제전망을 바라보는 정부와 민간 경제기관의 표정은 다릅니다.

정부는 우선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담뱃값이 오르고, 농산물 가격도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공급 요인에 의한 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수요 측면에서도 정부는 2015년 4대 구조개혁(공공, 노동, 교육, 금융)과 내수, 수출을 활성화시켜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경제연구소들의 의견은 부정적입니다. 우선, 공급 요인은 올해도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으로 낮은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유가 하락과 미국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장하는 수출과 내수 활성화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단 엔저 가속화로 일본과의 수출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유로존의 경기 침체, 중국의 성장세 둔화도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내수 소비도 2014년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미미했고 가계 빚이 늘어나 쉽게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관건은 유가, 환율과 같은 외부요인의 안정성(공급 측면)과 내수 활성화(수요 측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내수 활성화의 경우, 가계의 소비 여력을 증가시키고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춰 통화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그래서 나옵니다. 물가 상승을 유도해 기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작년 가계소득 증대를 내걸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는 '구조개혁'을 내세웠습니다. 미국의 양적 완화와 아베노믹스에서도 알 수 있듯, 내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경제 구조개혁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2015년,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저물가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체감물가, "미.안.해.요. 저.물.가.라고 해서 많.이.놀.랐.죠?"

소비자가 실제 체감하는 물가는 어떨까요. 한국은행의 발표를 보면, 소비자 체감물가는 저물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작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작년 한 해 동안 느낀 물가 상승률은 2.6%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가인식 조사결과 2.6% 기록) 높은 체감물가는 새해가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히 저물가 위험이라고 했는데...이유가 무엇일까요?

1. 개별 가구의 소비 특성에 따라 체감 물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 통계청과 KDI 측 관계자들의 입장에 따르면 그렇다고 합니다. 소비자물가라는 것은 물가 전반을 일컫는 것이고, 소비자물가를 수집, 조사하기 위해 통계청은 481개의 대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합니다. 그 중 전체 가구의 소비 비중을 고려해서 일부 품목에 가중치를 둡니다. 기준 자체가 '전체 가구'이다 보니, 소득 수준을 비롯한 개별 가구의 특성에 따라 체감 물가는 달라지는 것이죠.

2. 저소득층일 수록 유가 하락의 혜택을 덜 받기 때문이다.
: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일수록 전체 소비에서 교통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진다고 합니다. (통계청의 가계소비동향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는 교통비 지출 비중이 평균 18%, 하위 20% 가구는 8.9%) 즉, 저물가의 주요 원인인 유가 하락의 혜택이 소득이 낮은 가구들에는 거의 해당되지 않은 것이죠.

3. 공공요금은 올랐기 때문이다.
: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은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도시가스(6.4%), 지역난방비(2.5%), 전기료(2.2%) 등 에너지 요금이 대표적입니다.

4. 실제로 새해에 밥상, 생활 물가가 올랐다.
: 먹거리 가격과 생활 물가가 상승하면서, 새해에도 서민 체감 물가는 높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1월 6일을 기점으로 24개 주요 조사대상 품목 중 15개 품목의 가격이 12월 하반기 대비 상승했다고 합니다. 농산품, 수산품 할 것 없이 모두 가격이 뛰었고, 콜라나 사이다 같은 음료 가격도 높아졌습니다. 전세값, 학원비, 담뱃값을 비롯한 생활 물가 전반도 마찬가지입니다.

뉴스1에 따르면, 생활 물가 인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체감 물가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마이너스 물가, 이번에는 양과 질이 다르다.

지난 3일 통계청이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5% 오른 수치였습니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물가 상승 효과(0.58%포인트)를 빼면, 결과는 마이너스입니다. 물가가 오히려 하락한 것입니다.

작년 12월부터 0%대를 기록해온 소비자물가의 주된 원인은 저유가, 농수산물 가격 하락이었습니다. 즉, 공급 쪽에서 저물가를 유도한 것이기 때문에 유가가 회복되고 농수산물 값이 오르면 물가도 어느정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비록 저유가, 농수산물 가격의 영향이 크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물가하락의 중심축이 이동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소비 위축, 투자 감소 등 수요 쪽으로 말이죠. 수요가 줄어들면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본격적으로 돈이 얼어붙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3일 발언은 그 심각함을 반영합니다. 최 부총리는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의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디플레이션 우려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아직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덧붙이면서 말이죠.)

이어 최 부총리가 내놓은 해결책도 마찬가지로 바뀐 기류를 보여줍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통한 고용문제 해결, 그리고 임금인상입니다. 소득을 늘려 내수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최 부총리는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최 부총리의 발언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키운 가계부채가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킬 정도로 커져버렸고,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계의 소득, 자산 가치가 늘지 않으면 D의 공포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말 나온 김에 '임금 인상 논의' 드루와

어제(3/4)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수 진작을 위해 임금 인상도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임금을 둘러싼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가를 비롯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제는 소득이 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계와 노동계는 임금 인상에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① 임금 인상률 증가: 재계 “부담” vs 노동계 “필요”
우선, 재계 측은 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임금을 높은 비율로 인상하면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고, 고용의 안정성도 떨어져 국내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거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노동계는 반발합니다. 생활, 체감물가는 상승하는데 임금은 크게 늘지 않는 것이 소비 위축의 원인이므로 임금 인상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임금을 늘리더라도 다른 일자리를 축소할 것이 아니라, 기업이 유보금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② 희망 임금 상승률: 재계 1.6%(한국경총) vs 노동계 7.8%(한국노총)
한국경영자총협회는 5일, 기업들이 임금 인상률을 1.6% 수준에서 조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는 작년 2.3%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이 수치는 통상임금, 60세 정년의무화 등의 노동시장 변경 사항을 포함한 증가치입니다. 즉, 정책 변화로 늘어나는 임금을 모두 포함해 1.6% 정도를 인상하라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인상폭은 더 좁습니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한 것 등을 감안했다.”

한국경총 관계자, 머니투데이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2월 10일 임금 인상 요구율을 7.8%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4인 기준 표준 생계비 등을 기준으로 결정한 액수입니다. 비정규직은 상승률이 17.1%입니다. 정규직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임금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입니다.(참고로 민주노총은 23만 원 정액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죠.)

③ 최저임금: 재계 “안정화” vs 노동계 “상향조정”
최저임금을 둘러싼 의견도 다릅니다.

경총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이 영세 상인과 중소기업에 타격을 입혀왔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저임금이 “근로자의 최저생계 보장이라는 목표는 이미 달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안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인상폭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노동계를 비롯해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한국노총은 소비성향이 강한 노동자 서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서도 최저임금 및 비정규직 임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내수 기반을 다지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버티는 자와 늘리려는 자, 앞으로 노사 간 대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정부가 어느 쪽으로 무게를 싣느냐에 따라 임금 상승폭은 달라지겠죠. 저물가 속 임금 상승은 가계와 내수에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까요.

물가와 소비자경제를 덮친 '노기대', '노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과거 “물가는 기대심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우리 물가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짙어 보입니다. 한국은행의 '2015 3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경제상황 심리를 나타내는 우리나라 소비자심리지수(CCSi, Composite Consumer Sentiment Index)가 전월보다 하락했습니다. 3개월 만의 하락세입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CSI) 중 6개의 주요지수를 이용해서 산출한 ‘심리지표’로서,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2003년 1월~2014년 12월)보다 낙관적이고,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이고, 전월보다 2p 하락한 수치입니다. 아직까지 장기평균보다는 간신히 낙관적이지만, 경제상황에 대한 기대감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당장 저물가 우려가 따라옵니다.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물가인식과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모두 각각 2.5%로, 전월보다 0.1% 떨어졌습니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지금의 물가는 지난 달보다 떨어진 상태고, 다음 달의 물가도 떨어질 것이라 예상한다는 의미입니다.

저물가가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앞으로의 디플레이션 우려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물가가 오른다는 기대를 하지 않고 있고 향후 소득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낮은 상태라는 것(소득증가지표 99p로 100보다 낮음)을 확인하게 된 셈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했는데도 물가가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대출 증가를 통한 경기부양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부분입니다.

반복되는 물가 하락 뉴스가 지겨우신가요?

또 하락입니다. ’4개월 연속 0%대 물가, 15년 8개월 만의 최저치.’ 우리를 D의 공포에 떨게 만드는 3월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결과입니다. 통계청의 4월 1일 발표에 따르면, 이번달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했습니다. 지난달에 비해서는 0.1%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작년 12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락의 원인은 앞서 스토리에서 다뤘듯, 공급(유가, 농수산물 가격 하락)과 수요(가계부채 증가, 내수 악화) 요인 모두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급에 초점을 맞추는 쪽에서는 유가가 회복되고 농수산물 가격이 정상화되면 물가도 회복될 것이라 주장하고, 수요에 초점을 맞추는 쪽에서는 가계 부채가 늘고 있고 기업도 수출이 부진해 내수가 계속해서 어려울 것이라 주장합니다.

이쯤되면, 반복되는 물가 하락 뉴스가 지겨울 법도 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묻게 됩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물가 하락 뉴스 뒤에 숨겨진 이야기입니다.

①디플레이션이 반드시 경제 성장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실증 분석 보고서, ‘디플레 비용: 역사적 고찰’의 내용에 따른 주장입니다. 특히, 보고서에는 유가 하락과 같은 공급의 요인에 따른 디플레이션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 38개국에서 140년 동안 발생한 디플레와 성장률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둘 간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계부채 수준이 높을 때 자산 가격 하락을 동반하는 디플레가 발생하면 경제에 치명상을 준다고 보고서는 경고합니다. 물가 하락을 우려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낮출 때 신중해야 하는 근거입니다.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②서비스 부문은 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중 서비스부문의 3월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습니다. 꾸준한 상승세입니다. 서비스 부문이 서민 생활과 밀접한 집세, 외식, 학원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물가 하락에도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왜 계속해서 높아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임금 인상 논의에 힘을 싣기도 합니다. 전반적인 물가 하락에 가려 실질적인 서민들의 체감 물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으니, 서민들의 체감 물가를 고려해 실질적인 소득을 늘려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집, 더 벌었지만 덜 쓴 이유

계속되는 물가하락에다 소득이 늘었는데도 소비가 줄었습니다. 통계청의 22일 1분기 가계동향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2인 이상 가구의 소득은 소폭 오른 반면, 소비는 제자리걸음이거나 감소했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51만 7000원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월평균 지출은 350만 2000원으로, 전년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특히나 직접적인 소비를 나타내는 소비지출 비율은 0.0%로, 전년과 같았습니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먼저, 소득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작년 대비 근로자와 임금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근로소득이 3.8% 증가했습니다. 부동산과 같은 재산소득도 17.9% 가량 증가했습니다. 반면 자영업자 수의 감소 등으로 인해 사업소득은 -4.6%를 기록했습니다. 소득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개인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은 것이죠.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이 작년에 비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왜 소비를 줄인 것일까요?

소비지출이 줄어든 항목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소비지출은 통신, 의류신발, 교통, 주거연료비 등 6개 항목에서 줄었습니다. 통신비는 작년 통신비가 워낙 비쌌던 기저효과가 있고, 알뜰폰 및 이동통신사의 통신비 정책 변경으로 인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교통비와 주거연료비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것이구요.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가계가 소비를 줄인 것이 아니라 공급에서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통신비, 유가,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가계가 평상시 지출하던 돈의 양이 줄어든 것일 뿐, 소비가 정체되어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매달 남겼다는 것은 가계가 그만큼 ‘아껴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에 통계청은 고령화 사회 대비와 가계부채를 원인으로 꼽습니다. 사회가 고령화될 수록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하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최근 추세도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는 곧 앞으로 유가가 정상화되고 금리가 낮아지더라도 소비지출이 늘어나 내수를 활성화시킬 지는 알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의견처럼 당장 부정적으로 소비 위축을 평가하기보다는 2분기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 뒤에도 밝은 전망이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다는 것이겠죠.

기름기 쫙 뺀 소비자물가 동향

어느덧 9월 중순입니다. 2015년을 약 3과 1/2개월 가량 남겨둔(...) 이 시점에서 2015년 8월 기준 소비자물가동향을 짚어보겠습니다.

     2015 09 15    10.20.24 NEWSQUARE

올해 물가상승률은 참 꾸준한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작년 기준 9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기 때문인데요. 계속되는 0%대 물가 상승률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역시나 유가 하락세입니다. (또 한 몫을 하던 농수산물 가격 하락세는 최근 조금씩 회복되고 있답니다.)

이같은 공급 요인 외에도 수요 요인(내수 악화, 가계부채 등으로 인한 실질소득 하락)이 악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계속해서 제자리를 기록했는데요.

이를 바탕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과, 공급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가 정상적이라는 긍정적 분석이 함께 나왔었죠.

어느 쪽이든 속단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따라서 기름기를 쫙 빼고 지난 9개월 간의 물가 동향이 어땠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2015년 9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내용입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물가 하락
물가 하락에 기여한 항목들은 대부분 유가 하락과 관련이 있습니다.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비가 전년 대비 0.29% 하락했고, 교통비0.69% 하락했습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물가: 2%대
하지만 변동이 심한 유가와 농수산물 가격을 제외한 물가(근원물가)는 꾸준히 2%대를 유지해왔습니다.

작년 9월에는 이 근원물가마저 1%대로 떨어져 D의 공포를 향한 위기의식을 부추기기도 했었는데요. 올해는 2%대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담뱃값 인상이 물가에 끼친 효과: 약 +0.5%
근원물가가 어느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올해부터 인상된 담뱃값의 역할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월부터 담뱃값은 소비자물가상승에 약 +0.5%만큼의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입니다. 2015년 8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0.59만큼의 상승 기여도를 기록했습니다.

체감물가는 딱히 낮지 않다는 게 함정
0% 소비자물가가 무색하게도 생활비, 서비스비용을 포함한 체감물가는 작년 대비 상승했습니다. 식품 가격과 전월세 가격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전년 대비 0.3% 증가했고, 공공서비스 비용인 버스비와 전철비는 각각 9.2%, 15.2%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