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서부 텍사스 원유(WTI) 기준, 1년 전 배럴당 유가는 90달러를 조금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유가는 급락하기 시작해 12월 30일 현재 배럴당 53달러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원유나 천연가스는 지하 500m 내외에 한 데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컵에 담긴 물컵에 빨대를 꼽아 빨아올리듯, 수직시추라는 공법을 이용해 시추합니다. 그에 반해 셰일에너지는 2~4km 깊이에 있을 뿐 아니라 수압파쇄법, 수평시추법 등 꽤 복잡한 시추 공법을 필요로 합니다. 즉, 일반 원유보다 시추 비용이 더 든다는 얘기입니다.
유가 하락을 촉발한 것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대입니다. 평소 500만 배럴 수준이던 미국 일일 원유생산량은 올해 7월 850만 배럴로 70%가량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에너지 수입량을 줄였고 이는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과잉공급을 초래, 국제유가의 하락을 불러온 것입니다.
보통 유가가 하락하면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감산, 즉 원유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올립니다. 전통적인 공급조절 방식입니다. 그러나 OPEC은 12월 27일 열린 166차 총회에서 생산목표인 일일 3000만 배럴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셰일 오일은 전통적인 원유에 비해 시추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일정선(배럴당 75달러 추정) 이하로 내려가면 그 채산성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원유사의 재무건전성 악화는 덤입니다. 출혈을 감수하고 저유가를 유지해, 고비용 구조의 셰일오일을 압박하겠다는 OPEC의 전략인 것이지요. '쫄리면 셰일오일 감산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