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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쿠바 국교정상화

지리상으론 서로 이웃 국가임에도, 무려 반세기 동안 서로 등 돌린 채 있던 미국과 쿠바. 2014년 12월 17일, 양국은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나는 60년 만에 쿠바를 방문하는 첫 국무장관이 되길 학수고대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념과 체제 등 다른 것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양국은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53년 만입니다.

오바마의 쿠바 방문, 열려라 쿠바!!!

지난 2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 일정으로 쿠바에 방문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이래 8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미국과 쿠바의 본격적인 국교정상화를 알리는 시발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쿠바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의 기념비에 헌화한 뒤,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어서 쿠바의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은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미국과 쿠바가 첨예하고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88년의 틈이 하루아침에 매워지길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겠죠? 두 정상은 쿠바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대립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도 미국이 쿠바의 인권 문제 개선을 국교정상화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국가가 의견 차이를 가장 크게 보인 주제는 '쿠바 정부의 정치범 탄압’입니다. 카스트로 의장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말인즉, 쿠바에는 정치범이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발언이 나오자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2년 반 동안 수차례 쿠바 정부와 정치범 명단을 공유했다”고 카스트로 의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인권 문제 개선과 더불어 쿠바 정부의 사회 통제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회단체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정부 정책에 항의하다 체포, 구금된 인사는 총 1천447명에 이릅니다.

정치, 경제 부분에서 두 정상이 입장차를 보이긴 했지만, 미국과 쿠바의 민간 경제 교류는 급속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싸들고 간 묵직한 선물 꾸러미 때문입니다. 이번 쿠바 방문길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 상하원 의원뿐만 아니라 매리어트, 제록스, 페이팔 등 10여 개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동행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의 금수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민간 기업의 진출을 시작 삼아 쿠바 경제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안녕, 오랜만이지. 53년 만이네.

"수십 년간 미국의 국익을 증진해나가는 데 실패해온 낡은 (대 쿠바) 접근방식을 끝내고 양국 관계를 정상화해나갈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미국과 민주주의와 인권, 외교 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대화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발표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행하고 있던 대 쿠바 봉쇄정책을 완화하고 수개월 내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다시 세우겠다고 밝히며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에 대한 쿠바와의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쿠바와 공통 관심사인 이민 문제와 마약, 환경보호, 인신매매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협의할 방침입니다. 미국인의 쿠바 방문 및 물품 수입, 금융 거래 등에 있어서도 규제가 완화될 전망입니다.

한편, 양국이 서로 데리고 있던 수감자의 석방도 논의됐습니다. 이날 쿠바는 5년째 쿠바에 수감 중이던 미국개발원조청(USAID) 계약직원 앨런 그로스를 석방했습니다. 미국도 지난 1998년 플로리다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다 잡힌 5명의 정보요원 중 남은 3명을 풀어줄 예정입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국제사회는 이 소식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티칸에서 크게 기뻐하고 있는데요. 이번 '정상화' 성사의 배경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미 출신인 교황은 양국 정상에 먼저 직접 서한을 보내 국교 정상화를 제안해왔다고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톨릭 교회의 역할에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만났다 헤어졌다 다시 만난 이야기 by 쿠바&미국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원주민들의 땅, 쿠바는 1514년에 스페인의 식민지가 됐습니다. 줄곧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쿠바는 미국-스페인 전쟁으로 변환점을 맞게 됩니다. 1898년 스페인과 전쟁에서 승리를 차지한 미국은 스페인과 '파리조약'을 체결했고, 이에 따라 쿠바는 식민지에서 탈피했습니다.

쿠바는 1902년 5월에 미국에서도 독립했습니다. 초대 대통령으로 에스트라다 팔마가 선출됐죠. 그러나 쿠바의 경제는 독립한 뒤에도 미국에 잠식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연이어 선출된 대통령과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는 절정에 치닫고 있었습니다. 결국, 1959년에 쿠바 혁명이 일어납니다. 농민, 도시 중간 계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던 피델 카스트로는 쿠데타를 일으켜 당시 장기 집권 중이던 바티스타 대통령의 독재 정부를 무너트렸습니다.

쿠바의 수장이 된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쿠바 내 토지와 기업을 모두 국영화했죠. 쿠바는 1960년에 소련과 외교관계를 재개하며 쿠바 내 미국 정유시설 등 미국 자산을 국유화했습니다. 이를 미국이 곱게 봐 줄 리 없겠죠? 이듬해 미국은 쿠바와 외교 관계를 끊었습니다. 쿠바는 1961년 4월 사회주의 국가를 선포했습니다. 이후 약 반세기 동안 미국과 쿠바와의 단절은 계속됐습니다.

2014년 12월 17일, 미국과 쿠바는 53년간의 단절을 끊고, '역사적인 국교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새로운 사랑이 다가와도, 쿠바의 지조는 영원하다

“몇 년 안에 쿠바가 푸에르토리코처럼 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쿠바가 52번째 주가 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에 사는 많은 쿠바인들이 그렇게 보고 있다.”

더그 오버헬먼, 캐터필러 최고경영자(CEO)

"미국과의 관계 복원이 공산주의의 해체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미국에 정치 시스템을 바꾸라고 제안하지 않듯이 미국도 우리를 존중해야 한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53년 만에 화해한 미국과 쿠바의 애정 전선엔 여전히 구름 한 점 없습니다. 급속도로 애정이 싹튼 이들 사이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 방송에 출연한 더그 오버헬먼 캐터필러 최고경영자는 22일 쿠바가 머지않아 푸에르토리코처럼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의 자치령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국가원수는 미국 대통령이며 통화도 미국 달러를 사용합니다. 푸에르토리코가 미국의 주(州)로 편입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쿠바도 이들처럼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결국 미국에 동화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22일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이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를 완화하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41%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내 쿠바에 대한 인식이 점점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지요. 이에 따라 경제 대국 미국과 손을 잡은 쿠바의 정치 체제도 결국 바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쿠바는 자국의 국가체제를 사수하려는 모습입니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은 이번 국교정상화에 대해 말하면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쿠바가 지켜온 가치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공산주의 체제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바 있죠.

쿠바-미국, '우리 사이 이상 전선 무'

쿠바 정부는 정치범 53명을 석방했습니다. 미국과 국교 정상화를 발표한 후 쿠바 정부가 보인 첫 후속 조치입니다. 12일 미국 정부 관계자가 이를 밝혔는데요. 익명의 관계자는 쿠바가 미국과의 약속을 지킨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조치이며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말 쿠바 정부와 국교정상화를 논의하던 중 정치범 석방 문제를 거론했고, 국제 인권단체 측이 석방을 요구하는 쿠바 정치범들의 명단을 쿠바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석방은 미국 대표단이 쿠바를 방문하기 일주일 전에 이뤄졌습니다. 미국 대표단은 쿠바 당국과 이민 문제를 비롯해 양국 외교 정상화의 구체적 방안 등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오는 21~22일 쿠바를 방문합니다.

그러나 풀려난 쿠바의 반체제 단체 인사 중 일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이런 조치는 오히려 쿠바 정권에 더 많은 권력을 줄 뿐이며 실제로 쿠바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데요.

"당국이 "반정부 분자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경고했다…그러나 두렵지 않다. 집회를 개최할 것이며 권리와 관련한 비디오를 제작하겠다."

레이니에르 물렛, 석방 정치범(형기 1년 앞두고 석방)

미국-쿠바 정상회담, 역사적이지만 역사적인 결과는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이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는 상호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에 합의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주기구(OAS) 정상회의 참석차 들른 파나마에서 쿠바의 지도자인 카스트로 의장과 회동을 했습니다. 59년 만에 열린 미국과 쿠바의 역사적인 ‘정상회담’ 결과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 위의 말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관계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미국과 쿠바 사이의 이견이 언제 하나가 될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 두 국가 사이의 핵심 난제는 ‘미국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를 제거할 것이냐?”입니다.

지난해 12월, 국교정상화 이후 쿠바는 꾸준히 자국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쿠바의 정치, 인권 문제가 선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동 이후 "쿠바 테러지원국 명단 제거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사실 이런 견해차가 정상회담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양국이 평화와 화합을 도모하리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양국은 정상회담 전에 관계 개선을 상징하는 성과를 내놓으려 애썼습니다. 주안점에 둔 사안은 워싱턴 - 아바나(쿠바의 수도)에 대사관을 개설하는 것이었는데요. 미 외교관의 여행 자유에 대한 양국의 의견 차이로 대사관 개설에 실패했습니다. ​

또한, 쿠바 측은 쿠바 남쪽에 있는 미국의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교정상화와 함께 단행한 미국의 쿠바 여행금지 완화, 일부에 한한 금수조치 해제 등도 진척 속도가 느리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죠. ​​

쿠바가 칭얼대고 있지만, 오바마 행정부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일 겁니다. 미국 공화당이 쿠바와의 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오바마 대통령에 대놓고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나 금수조치 전면 해제 등은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공화당 의원은 임기가 19개월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 소속 대통령의 ‘유혹의 소나타’에 콧방귀를 뀌는 상황에서,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 프로젝트’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오늘부터 1일이다?" 미국, 쿠바 테러지원국에서 해제

미국과 쿠바 국교정상화의 최대 쟁점으로 꼽히던 ‘쿠바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4일 공식 성명을 발표해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최종 승인하고 의회에 이러한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쿠바 테러지원국 해제의 근거를 "쿠바 정부가 지난 6개월간 국제적으로 어떤 테러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테러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 정부에 명확히 밝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쿠바는 지난 1982년 좌파 게릴라 무장 단체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과 스페인의 분리독립운동 무장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 소속 테러범들에게 도피처를 제공했다는 명목으로 미국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하나, 쿠바가 실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되기까지는 약 45일 이상의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 의회가 대통령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후 45일 이내에 찬반 견해를 밝히는 등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 기간이 끝나야지만 대통령의 결정이 최종 적용됩니다. 의회는 대통령 결정에 대한 찬반 결의를 채택할 수 있지만, 이러한 결의가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지는 못합니다.

이로써 미국과 쿠바는 국교정상화의 가장 큰 고비를 넘겼습니다. 쿠바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거됨으로써 대외원조, 무기 수출 판매, 금수조치 등 쿠바 경제를 옥죄고 있던 제재들도 잇달아 해제됩니다. 이후 대사관 설치, 여행금지 완화 등의 논의가 빠르게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쿠바와의 관계 개선 및 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문제를 반대했던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협상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대통령이 너무 많이 나아가는 바람에 오히려 쿠바의 자유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젭 부시, 공화당 예비 대선 후보

미국,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쿠바 공식 제외

지난 29일, 미국이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공식적으로 제외했습니다. 지난 1982년, 쿠바 정부가 좌파 무장단체 테러범들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테러지원국이 된 지 33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최종 승인하고 이러한 사실을 의회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쿠바는 이로써 미국과 쿠바의 외교 정상화를 위한 선결 조건(테러지원국 명단 제외, 관타나모 해군 기지 반환, 금수조치 해제) 중 하나를 해결하게 됐습니다. 양국 관계 개선 또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이는데요. 각국에 대사관이 개설될 확률도 한층 더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쿠바 입장에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대사관 개설 등은 가장 값진 것을 얻어내기 위한 ‘애피타이저’에 불과합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금수조치 해제’인데요.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는 곧 쿠바의 수출 증가를 뜻하고, 이것이 쿠바 경제를 활성화시킬 촉매로 작용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경제, 통상 재정을 아우르는 금수조치의 해제 없이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근본적으로 어렵다.”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이런 핑크빛 모드라면 금수조치도 조만간 해제될 것 같지만, 이 금수조치 해결 문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닙니다. 쿠바의 금수조치가 법 조항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금수조치를 해제하기 위해선 법 조항 수정 및 의회 승인이 필요합니다. 미국 공화당이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매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오바마 대통령 입장에서도 섣부른 시도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쿠바 대사관 재개설 합의, 54년 만에 국교 회복

54년 만에 미국과 쿠바의 외교 관계가 정상화되었습니다. ​​

지난 1일 오전(현지시각),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쿠바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는데요. 같은 시각, 쿠바 정부 또한 미국의 수도 워싱턴 위치한 쿠바의 이익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양국의 대사관은 오는 20일에 개설할 예정입니다.​​

대사관 개설 합의로 양국의 국교는 정상화되었지만, 미국과 쿠바가 풀어야 할 쟁점은 여전히 많습니다. ​​

일단 대사관 개설부터 난항을 겪을 예정인데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를 반대하는 일부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쿠바에 설치한 미국 대사관 건물 보수에 필요한 국무부 예산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으며, 주쿠바대사의 인준 또한 막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쿠바 측에 "쿠바가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카스트로 혁명 정부 시절 미국인과 미국 기업으로부터 몰수한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쿠바 측은 미국이 쿠바에 가한 금수조치를 해제해야만 미국과 쿠바의 근본적인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어 상호 이견 조율에 긴 시간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그래도 ‘시작이 반’ 아니겠습니까? 54년 만에 이뤄진 국교 정상화를 시작으로 양국 관계를 새롭게 써나갈 장을 마련했습니다. 이로써 미국과 국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북한, 부탄, 이란 등 세 나라뿐이군요.

오바마의 쿠바 방문, 열려라 쿠바!!!

지난 20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 일정으로 쿠바에 방문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이 쿠바를 방문한 이래 8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미국과 쿠바의 본격적인 국교정상화를 알리는 시발탄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쿠바 독립 영웅 호세 마르티의 기념비에 헌화한 뒤,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이어서 쿠바의 지도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정상회담은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미국과 쿠바가 첨예하고 대립하는 사안에 대한 합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88년의 틈이 하루아침에 매워지길 바라는 것은 역시 무리겠죠? 두 정상은 쿠바 금수조치 해제와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반환, 인권 문제 등을 놓고 대립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난 후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도 미국이 쿠바의 인권 문제 개선을 국교정상화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할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두 국가가 의견 차이를 가장 크게 보인 주제는 '쿠바 정부의 정치범 탄압’입니다. 카스트로 의장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고 이야기했는데요. 이 말인즉, 쿠바에는 정치범이 애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발언이 나오자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업무를 맡은 2년 반 동안 수차례 쿠바 정부와 정치범 명단을 공유했다”고 카스트로 의장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인권 문제 개선과 더불어 쿠바 정부의 사회 통제 정책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사회단체 ‘쿠바 인권과 국가화해 위원회’(CHRNRC)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말까지 정부 정책에 항의하다 체포, 구금된 인사는 총 1천447명에 이릅니다.

정치, 경제 부분에서 두 정상이 입장차를 보이긴 했지만, 미국과 쿠바의 민간 경제 교류는 급속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싸들고 간 묵직한 선물 꾸러미 때문입니다. 이번 쿠바 방문길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그의 가족, 상하원 의원뿐만 아니라 매리어트, 제록스, 페이팔 등 10여 개 미국 기업의 경영자들이 동행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의 금수조치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민간 기업의 진출을 시작 삼아 쿠바 경제 개방을 유도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을 엿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