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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그리스는 2010년과 2012년 2차례 구제금융을 받았지만, 여전히 재정상태가 심각합니다. 그리스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은 '유로존을 뛰쳐나가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요. 3차 구제금융을 받지 못하면 그리스는 정말 '떠밀리 듯' 유로존을 떠나야 할 수도 있는데요. 그렉시트의 행방, 뉴스퀘어와 함께 따라가봅시다.

by SnowViolent, flickr(CC BY)

치프라스는 재신임을 받았다

20일(현지시각) 열린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그리스 국민이 다시 한 번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선택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호기롭게 던졌던 재신임 카드의 과실을 수확하고 3차 구제금융 이행에 힘쓸 방침입니다.

“우리는 고난을 앞두고 있지만, 굳건히 맞설 것”

“위기에서 마법처럼 회복될 수는 없다. 모두가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20일 승리 연설

그리스 조기 총선 결과,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 연합)와 독립그리스인당이 155석을 차지하며 다시 집권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개표율 100% 기준, 시리자의 득표율은 35.47%이었습니다. 뒤이어 신민당 28.09%(75석), 극우정당 황금새벽당 7%(18석), 사회당 6.3%(17석), 그리스공산당 5.5%(15석), 포타미 4.1%(11석), 독립그리스인당 3.7%(10석), 시리자에서 구제금융에 불만을 품고 분당한 중도연합이 3.4%(9석)를 기록했습니다. 그리스는 득표율 1위 정당에 50석을 더 배정하기 때문에 시리자가 이번 조기총선에서 획득한 의석수는 145석입니다.

지난 1월 25일 총선에서 출범한 시리자(149석)-독립그리스인당(13석) 연정보다는 7석 줄어들었지만, 예상 밖의 성공이라는 후한 평가가 나옵니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자가 신민당을 간신히 앞설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시리자가 약 7%p에 가까운 차이로 신민당을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시리자는 앞으로 이어질 3차 구제금융을 위한 긴축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시 한 번 국민적 동의를 얻은 셈입니다.

또한,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내부의 적을 성공적으로 축출했다는 평이 이어집니다. 시리자 내부에는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고, 치프라스 총리는 반란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내각에서 경질(Story.29)시킨 바 있습니다.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시리자 의원 25명은 탈당 후 ‘중도연합’을 창당했는데요. 중도연합은 이번 조기총선에서 9석을 간신히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 요소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 등 치프라스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이 아직 시리자 내부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흔히들 그리스는 “복지 때문에 망했다” “게을러서 망했다”고들 합니다. 그리스 정부가 공공부문을 방만하게 경영하긴 했지만, 그리스가 ‘망한’ 이유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어떤 변수에 얼마만큼의 야유를 보내야 할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현 그리스 사태의 원인을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가 찢어졌다’ 정도로 평하고 싶습니다. 그리스 재정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일부 학자들이 그렉시트를 지목하는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유로존 통합 화폐 ‘유로(?)가 2002년부터 공식 통용됐습니다. EU 국가들은 유로존에 가입하기 위해 ‘재정적자는 GDP의 3% 이하, 국가 부채는 GDP 60% 이하’의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1999년 이후 이 조건을 만족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유로를 도입했느냐고요? 바로 분식회계(회계 장부를 조작하는 것)를 통해서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글로벌IB 골드만삭스와 1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는데요. 복잡한 파생상품 기법을 사용했으므로 이 조달액은 부채 계정으로 잡히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그리스는 유로존 가입 자격이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당시 드라크마화의 가치는 다른 유로존 국가의 화폐 가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 못했습니다. 새 통화의 환율은 가입국 통화의 평균 수준으로 맞춰지는데요. 이는 곧 평가절하로 이득을 보는 국가와 평가절상으로 손해를 보는 국가가 나뉜다는 뜻입니다.

화폐 평가절하로 수출 경쟁력이 확대돼 독일 등이 이득을 봤다면, 손해를 보는 국가는 당연히 그리스입니다. 화폐가 평가절상되면서 수출 경쟁력이 하락하고, 관광객도 떠나갔습니다. 그리스엔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했는데요. 자국 통화가 있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면, 경상수지 적자에 따라 화폐가 평가절하되고 다시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그러나 유로화를 사용하는 그리스에는 그런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고, 결국 그리스는 만성적 재정적자에 이어 만성적 경상수지 적자, 즉 만성적 쌍둥이 적자 상태에 빠졌습니다.

2004년 개최한 아테네 올림픽은 그리스의 재정적자를 심화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의 지출은 예산의 3배를 초과했습니다. 그리스는 또 빚더미에 올라앉았습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리스에 유독 혹독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리스는 제조업 기반이 미약하고 전체 산업구조 중 90%가 관광업, 해운업 등 서비스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관광 수입이 (더) 줄고, 물동량 감소가 이어지면서 해운업도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리스가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원인을 알아봅시다. 재정적자란 정부가 버는 돈(세입)보다 쓰는 돈(세출)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이 때문에 그리스가 ‘복지병’에 걸렸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8년 연속 재정적자입니다)

그리스는 흔히 ‘부자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라고 불립니다. 그리스의 지하경제는 전체 GDP 규모 중 25%에 육박합니다. 즉 GDP의 1/4에 대해서는 세금이 걷히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에 더해 그리스의 재산세는 다른 유로존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인 데다, 부자들은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세금을 탈루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그리스는 정경유착이 굉장히 심각하고, 공공부문에 뇌물과 부패가 만연해 있습니다. 2014년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 조사에서 한국은 43위, 그리스는 69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리스의 세출 구조는 어떨까요?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 지출은 21% 수준으로, 고부담-고복지를 채택한 북유럽 국가들은 물론 독일(30%)보다 낮습니다. 그러나 그리스가 공무원 연금 개혁에 관한 의지가 없었던 것은 사실에 가까워 보입니다. 독일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그리스 국민 중 4명 중의 한 명은 공무원이며, 공무원 연금의 퇴직 후 소득 대체율은 95%에 달합니다. 즉, 퇴직 직전 연봉의 95%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뜻입니다.

이 모든 복잡한 요인들(분식회계, 유로존 가입, 쌍둥이 적자)로 인해 누적된 재정위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습니다. 중도좌파 사회당이 2009년 총선에서 집권하자마자 전 정부의 분식회계를 폭로한 것입니다. 그리스의 부도위험률이 하늘을 찔렀고, 국가신용등급이 바닥을 쳤습니다.

그리스는 2010년 5월, EU와 IMF로부터 1,100억 유로 규모의 1차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재정도 시행됐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공공부문 지출을 줄였고, 이는 GDP 추락으로 이어졌습니다. GDP 대비 부채비율이 더 높아진 이유입니다. 게다가 지출 삭감으로 실업률까지 치솟았습니다.

민간 채권단이 2011년 말경 그리스 부채의 절반을 탕감해줬지만, 결국 그리스 1차 구제금융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리스는 2012년 2월 유로존으로부터 1,30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을 받았습니다.

2014년 말, 신민당 당수인 안토니오 사마라스 전 총리는 2차 구제금융의 마지막 분할지원금인 72억 유로를 조기에 수령하고 구제금융을 끝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자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고조돼 그리스 국채 이자율이 치솟았죠. 그러나 유로존은 그리스의 조기졸업을 허락하기는커녕, 구제금융기간을 2개월 연장했습니다.

'모 아니면 도' 조기 대선.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EU의 구제금융 2개월 연장이 확정된 다음날 9일(현지시각) 그리스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는 내년 2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당겨 이번 달 17일에 치르기로 했습니다. 조기졸업에 실패하자 민심을 다잡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입니다. 급진좌파 연합인 '시리자'를 견제해 긴축재정을 유지하고, 내년 2월에야말로 구제금융을 졸업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사마라스 총리가 내세운 대통령 후보는 스타브로스 디마스 전 외무장관입니다.

우리에겐 생소한 방법이지만, 그리스는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합니다. 그리스 헌법에 따라 디마스 전 외무장관은 17일 1차 투표에서 의회 300석 중 200석을 확보해야 합니다. 200석 확보에 실패하면 23일 2차 투표를 시행합니다. 2차 투표에서도 200석 득표에 실패할 경우, 29일 3차 투표에서 180석을 확보하면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습니다. 3차 투표에 실패하면 그리스는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마라스 총리가 이끌고 있는 신민주당·사회당 연립정부의 의석수가 155석밖에 되지 않고 무소속 의원도 24명뿐이라, (무소속 의원 전부를 포섭하기도 어렵지만) 이 둘을 합해도 179석에 불과하다는 점입니다.

의회가 대통령 선출에 실패해 총선을 치른다면 '시리자'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리자는 긴축 정책에 반대하고 채권단과의 재협상을 주장하며 최근 급부상한 급진좌파 연합입니다. 시리자가 정권을 잡고 구제금융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2008년 그리스 재정위기가 재현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날 그리스 증시인 아테네지수(ASE)는 전일 대비 13%나 하락해 1987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3년물 국채 수익률은 하루 만에 1.76%p가 올라 8.23%에 달했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도 0.8%p 급등해 8.09%에 마감됐습니다. 국채 이자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국채 안정성을 낮게 봤다는 뜻입니다.

그리스 대통령 선출 실패… 그렉시트(Grexit) 논란 재점화

구제금융 연내 졸업이 무산되자, 좌파연합인 '시리자'를 견제하려던 그리스 신민주당 소속 사마라스 총리의 도박이 '무리수'로 드러났습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디마스 전 외무장관은 29일 3차 투표에서 당선에 필요한 180석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대선 실패와 총선에서 집권당이 바뀔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그리스 증시가 출렁였습니다.

17일 1차 투표에서 디마스 전 외무장관은 200석을 확보해야 했지만, 160석 확보에 그쳤습니다. 23일 2차 투표에서 확보한 의석수는 168석으로 대통령 당선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180석만 확보하면 되는 29일 3차 투표, 디마스 전 외무장관이 2차와 마찬가지로 168석을 득표했습니다.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였으므로 그리스 국회는 해산됐고, 내년 1월 25일 조기 총선을 치러야 합니다.

다음 집권당으로 점쳐지는 것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긴축정책 반대와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하는 좌파연합 '시리자'입니다. 시리자는 올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26.57%의 득표율로 신민주당(22.72%)을 제쳐, 다음 총선에서 집권당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대통령 선출 실패 뒤, "국민의 뜻에 따라 긴축정책은 며칠 안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는데요.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치프라스 대표가 이끄는 '시리자'가 집권할 경우, 그리스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그렉시트(Greece + Exit) 논란도 점화됐습니다.

그러나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그리스 대선 실패에 대해 "(총선 결과가) 그리스 정부와 맺은 협상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어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전임 정부와 맺은 계약 사항을 지켜야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그리스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9.8%로 올라섰고, 아테네 증시 ASE지수는 한때 11.3%까지 폭락했습니다.

그렉시트에 벌벌 떠는 세계 경제… "그렉시트는 없다"

요 며칠 전 세계 증시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유가 악재(?)에 더해 그렉시트가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그 파급효과는 얼마나 파괴적일지 가늠하는 중입니다. 그렉시트란 그리스(Greece)와 엑시트(Exit)의 합성어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일컫는 단어입니다.

그리스 총선을 이달 말로 앞둔 4일 여론조사가 시행됐습니다.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는 30.4% 지지율로 여당 신민주당(27.3%)에 앞섰습니다. 시리자의 조기 총선 승리가 점쳐지는 대목입니다. 복병 시리자를 견제하고 싶었는지, 지난 5일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는 '시리자가 집권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것이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시리자의 경제 공약은 ▲재정 긴축 중단 ▲채무 재조정 ▲올리가르히(그리스식 재벌) 개혁입니다. 시리자의 치프라스 당수(a.k.a.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는 "긴축은 비이성적이고 파괴적"이라며 현 내각인 신민주당이 EU 및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위해 진행한 재정 긴축을 중단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받은 빚 2400억 유로(약 320조 원)의 절반은 갚지 않겠다고도 선언했습니다. 또한, 시리자의 선임 경제대변인인 요르고스 스타타키스는 올리가르히(소수 기업 족벌)가 장악한 언론·국가조달·부동산 분야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재별 개혁의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고 시리자는 딱 잘라 말했습니다.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고 "그렉시트는 시리자의 선택지에 없다"고 밝혔고, 치프라스 총수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은 5일 "유로존의 회원 자격은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총선 뒤 그리스의 구제금융 조건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재협상할 여지가 열려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갈 테면 나가라'던 독일도 좀 누그러진 모양입니다. 영국을 방문 중인 메르켈 총리는 7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시리자와 신민주당의 지지율이 박빙이므로, 시리자가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하더라도 원내 과반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연정 파트너를 찾지 못하면 정권 창출이 어렵습니다. 그리스의 운명, 이달 25일에 결정됩니다.

이변이 없었다는 것이 이변, 시리자 압승

25일 일요일에 시행된 그리스 총선에서 좌파연합 정당인 시리자가 압승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개표가 99.80% 완료된 가운데 시리자는 36.3%, 신민주당 27.8%, 네오나치성향의 극우정당 황금새벽 6.3%, 중도성향의 신생정당 포타미가 6.0% 득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다 득표 정당은 의회 300석 중 50석을 자동으로 할당받고, 나머지 250석은 3% 이상 지지율을 얻은 정당의 득표 비율에 따라 배분됩니다.

총선 결과(예상)
시리자 150석, 신민주당 76석, 황금새벽당 17석, 포타미 16석 등

시리자의 압승은 총선 전 마지막 여론조사나 투표 출구조사에서 이미 예견됐습니다. 지난 40년간 그리스 의회를 양대정당(신민당, 사회당)이 장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3정당 겸 신생정당인 시리자의 압승이 예견되었다는 것 자체가 이변인데요. 그리고 이 이변이 뒤집어지지 않고 실제 득표수로 나타났다는 것은 더 큰 이변입니다.

"그리스는 5년간 치욕과 고통을 뒤로하고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 "오늘 트로이카는 과거의 것이 됐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 (차기 총리), 아테네대학 앞 총선 승리 수락연설

치프라스 대표는 트로이카(국제통화기금, 유럽 연합, 유럽중앙은행) 채권단으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의 이행조건인 긴축정책을 중단하겠다고 강조하며, 구제금융 재협상에 들어가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치프라스 대표는 총선 승리 후 즉각적인 조치를 약속한 바 있는데요.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력이 차단된 가난한 가구에 전력을 재공급 ▲모든 노동자에 대해 월 최저임금을 586유로에서 751유로로 상향조정 ▲단체교섭협약 부활 ▲대량해고 금지 ▲일자리 30만 개 창출 등입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 이행조건인 긴축재정을 시행하면서 기록적인 경기 추락을 겪었습니다. 경제산출 규모는 25% 축소됐고 실업률은 거의 26%까지 치솟았습니다. 전 유럽의회 고문인 폴 드 그라우베 런던 정경대학 교수는 "긴축정책을 도입한 사람들이 몇백만 명의 삶을 빈곤하게 만든 급진적 정책의 효과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치프라스가 총선에서 우승한 것"이라며 "사람들이 너무 궁지에 몰리면, 그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그들의 대응은 변화를 이끌 정치인에게 돌아서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시리자는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해 긴축재정을 끝내려고 하는데요.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경제성장과 고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치프라스 대표가 공언했듯이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재협상이 '치킨 게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시리자가 총선에 승리하고 150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회 과반인 151 의석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3일 안에 연합정부를 구성해야 합니다. 시리자는 ―2위를 차지한 (안토니오 사마라스 전 총리의)신민주당을 제외하고― 3위 이하의 중도정당 또는 긴축재정에 반대하는 정당과 연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치프라스의 그리스, 왼쪽으로 1보 이동?

그리스 조기 총선에 승리한 시리자가 그리스독립당과 연정에 합의하고 내각 구성에 나섰습니다. 주목해야 할 인물은 반(反)긴축의 '좌파' 경제학자 야니스 바루파키스 신임 재무장관입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영국 에식스대에서 수학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 그리스 아테네대 등에서 강의한 정치경제학자입니다. 그는 "긴축정책은 재정적 물고문"이라며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정책을 강하게 비판한 적 있습니다.

그렇다고 바루파키스 장관이 그렉시트에도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관은 12일 멕시코 언론 트루맨과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유로존에 가입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일단 가입한 이상 자발적으로 탈퇴하는 것은 재앙"이라며 시리자는 그렉시트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의 첫 행보는 항만 민영화 작업 중단이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긴축의 일환으로 추진된 피레우스 항만 지분 67% 매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EU가 그리스와 상의 없이 성명을 발표했다"며 EU의 러시아 추가 제재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가 처음으로 만난 외교사절은 주(駐)그리스 러시아 대사로 알려졌습니다.

국제 채권단(트로이카)에 강경책 펼쳤다가 한 발짝 후퇴

그리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30일 "트로이카 채권단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강경론을 펼쳤으나, 치프라스 총리는 "국제 채권단과의 관계 복원에 치중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났습니다.

30일 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이 아테네를 방문하고 그리스 바루파키스 신임 재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2월 28일로 종료되는 EU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연장을 거부하며 구제금융 재협상을 주장했습니다.

데이셀블룸 의장은 "일방적으로 정책과 약속을 무시하는 것은 앞으로 나갈 길이 아니다"라며 재협상 테이블에 앉자는 그리스의 요구를 거부했는데요. 바루파키스 장관은 "IMF 및 적법한 파트너(EU, ECB 등)에는 전적으로 협력하겠지만, 우리가 반(反) EU적이라고 생각하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위원회(트로이카)와는 협력하지 않겠다"고 트로이카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면서, 트로이카 대표단을 "구조적으로 썩은 위원회(a rottenly constructed committee)"라고 비난했습니다. 통역을 들은 데이셀블룸 의장이 자리를 떠나면서 기자회견은 끝났습니다.

EU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2월 28일에 종료됩니다. 구제금융이 연장되지 않으면 그리스의 은행들은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신용공여(Credit line)을 받지 못해 유동성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바루파키스 장관의 발언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31일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이메일을 보내 "그리스는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에게 빌린 채무를 상환할 것이며 조만간 유로존 국가들과도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서로 관점이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리스와 유럽 전체간 상호 득이 될 수 있는 합의를 조만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또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가 미국 투자은행인 '라자드'를 고용해, 구제금융 협상과 정부부채 부담 등에 대한 자문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스는 2월 2일에 영국과 프랑스, 3일에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만나 구제금융 재협상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입니다.

유럽아 유럽아, 새 채권 줄게 헌 채권 다오♬

그리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채무 재협상을 위한 유럽 순방에 나서 나름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1, 2일 프랑스와 영국의 재무장관을 만나 그리스의 채무 재협상 및 반(反) 긴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그리스가 원하는 것은 '채무 탕감'이 아닌 '상환 부담 조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스가 채권단과의 협상을 타결할 수 있게 도울 것, 그리스의 구제금융 재협상은 정당한 것이며 프랑스는 그리스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

"그리스 정부의 구제금융 재협상은 책임 의식 아래 추진돼야 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고용과 성장에 대한 더 나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

"그리스를 개혁할 수 있도록 재정적 여유를 달라. 그렇지 않으면 그리스는 개혁 없이 기형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질식사할 것이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

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3,150억 유로에 달하는 외채에 대해 탕감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대신 그는 채무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두 가지의 채권 스와프(교환) 메뉴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유럽의 구제금융과 그리스의 '명목성장률 연동 채권'을 맞바꾸는 것입니다. 이 채권은 변동금리와 비슷한데요. 그리스의 경제 성장률 성과에 따라 원금과 이자가 변동하는 채권입니다. 즉 그리스 경제가 살아나면 더 갚고, 침체하면 덜 갚는 채권입니다.

두 번째는 유럽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그리스 국채를 그리스 '영구채'로 교환하는 것입니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으로, 채무자는 원금 상환 없이 영구히 이자만을 지급합니다. 때문에 채권보다는 주식의 성격을 많이 띠고 있지요.

바루파키스 장관은 채권 스와프 외에도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에 6월까지는 호의적인 조건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주길 요청한다고도 했습니다.

그리스 약속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공 지출을 다 채우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주요 재정수지를 전체 GDP의 1%~1.5%에 달하는 흑자로 유지하고 ▲지난 6년간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은 부유층을 타겟으로 재원을 확충하겠다고 했습니다.

한편,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트로이카' 채권 협상단을 없앨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리스가 트로이카를 움직이는 주요국가의 재무장관을 직접 만나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므로 트로이카 협상은 딱히 실효가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됩니다.

유럽중앙은행, 그리스에 유동성 압박 시작

4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시중은행의 그리스 국채 담보 대출에 대한 승인을 중단했습니다. 이달 28일 종료되는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고 긴축을 거부하는 새 정부에 유동성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4일 ECB는 "오는 11일부터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신청하는 대출에 대한 승인을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 긴급 구제의 성공적 협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ECB는 그동안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그리스 시중은행에 0.05%의 저리로 대출해주었습니다. 사실상 제로금리였는데요. 그리스 시중은행은 국채 담보대출이 승인되지 않더라도 유럽중앙은행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프로그램으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의 ELA 금리는 1.55%에 달해 그리스 은행이 자본조달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고 다가오는 채무를 먼저 해결하기 위해 1년짜리 단기 재정증권을 발행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달 중으로 갚아야 할 그리스의 채무는 20억 유로이며, 3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합니다. 그러나 ECB는 그리스의 재정증권 발행 한도를 높여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디미트리스 마르다스 재무채관은 현지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단기적으로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의 채권 스왑 제안에 대한 협상) 이후에도 유동성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협상이 장기화거나 결렬되면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습니다.

이달 11일엔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이 유로존 긴급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해 향후 그리스의 정책 구상을 전달할 예정이며, 12일엔 치프라스 총리가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채무 재조정을 설득할 예정입니다.

구제금융은 됐고 가교 프로그램 어때?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8일(현지시각)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그리스 정부는 이달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며, 대신 오는 6월까지 정부재원 조달을 위해 '가교(Bridge) 프로그램'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정부의 최우선 목표는 선거 전 공약했듯이 구제금융으로 인한 깊은 상처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라며 "구제금융은 실패했고 그 결과가 참담했으므로 연장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2월 28일부로 240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종료되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연장한다는 것은 긴축정책도 연장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했습니다.

대신 그는 6월까지 그리스에 재정적 여유를 줄 수 있는 '가교 프로그램'을 제안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30억 유로의 대규모 채권 만기가 도래하는 6월까지 채권단과 합의해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요. 치프라스 총리는 채무 재협상 전까지 그리스 정부가 버틸 수 있도록 1년짜리 단기 재정증권을 발행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미 그리스는 재정채권 발행 한도를 150억 유로에서 250억 유로로 상향 조정해달라고 ECB에 요청했으나, ECB는 사실상 한도 상향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유럽 재정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의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도 "우리는 그리스에 브릿지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反긴축 공약의 이행 사항도 공개했습니다.

▲250억 유로 규모의 민영화 작업 중단 ▲1인 연간소득 면세 기준을 기존 5천 유로에서 1만 2천 유로(약 1,491만 원)로 상향 조정 ▲월 최저 임금을 2016년 말까지 기존 580유로(약 72만 원)에서 751유로(약 93만 원)로 상향 조정 ▲구제금융 피해자에게 에너지, 주택, 보건 서비스 등 제공 ▲조세 회피 및 올리가르히(그리스 재벌) 엄중 단속 ▲나치 독일에 2차 대전 배상금 청구 등.

그리스 급진좌파의 유턴, 구제금융 4개월 연장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은 20일(현지 시각) 그리스와 18개 유로존 회원국, 국제 채권단 등이 긴축정책은 제외하고 자금지원만 계속하는 방식으로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리스는 23일에 제출할 개혁 정책의 내용에 따라 앞으로 4개월 동안 분할지원금 및 유동성을 지원받을 전망입니다.

19일(현지시각) 그리스 언론들은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 회원국에 6개월짜리 자금지원을 공식 요청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현금 보유고가 간당간당해 몇 주만 지나면 현금을 모두 소진할 것으로 전망되는) 그리스가 제출한 공식 문서의 명칭은 '유럽 재정 안정 기구의 대출 계약'으로 '구제금융의 연장'이라는 표현은 사용되지 않았으며, 긴축정책·세금인상 등 예산에 관한 조치 역시 포함되지 않았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계약에 따른 자금 지원 조건은 현행 구제금융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것으로 규정되었습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그리스의 6개월 자금지원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마르틴 예거 독일 재무부 대변인은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가교 성격의 자금 지원 만을 바라는 것이다. 이런 그리스 정부의 제안은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그리스에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을 모두 연장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독일과 그리스의 팽팽한 밀당 끝에, 20일(현지시각) 유로그룹 재무장관은 그리스의 현행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2월 28일에 종료되는 현행 구제금융의 공식 명칭 '마스터 재정지원기구 협정'(MFFA)의 6개월 연장을 요청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4개월만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IMF, EU, ECB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개혁 정책들을 현행 구제금융 지원조건과 연계해 실사하고, 그에 부합되는 경우에만 4월 말에 분할지원금 지급 및 그리스 국채보유에 따른 투자 이익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합의를 통해 그리스 시중은행은 4개월 동안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유로그룹은 EFSF가 그리스 정부 재정에 쓰이지 않도록 그리스 시중은행의 자본 확충으로만 용도를 제한했습니다.

그리스는 23일까지 개혁 정책을 스스로 제안해 제출해야 하는데요. 그리스는 이번 합의에서 재정수지 목표와 경제 회복, 금융 안정 등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은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가 이번 협의를 통해 뱅크런·디폴트(채무 불이행)·그렉시트 등의 위험 요인을 (단기적으로) 제거해, 미국 다우존스 및 S&P 지수가 치솟는 등 국제 금융 시장이 한껏 기대감을 표출했는데요. 내부적으로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당초 천명했던 구제금융 연장 거부를 뒤집고 트로이카 등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 재정 정책에 개입할 여지를 둬 사실상 '유턴'했다는 평가도 잇따릅니다.

유로그룹, 그리스 개혁안에 "OK GO"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유로그룹이 그리스가 제출한 경제 개혁안을 승인했습니다. 그리스 재무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유로그룹이 컨퍼런스콜(전화 회의) 끝에 그리스의 개혁안을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각 유로존 국가 의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면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고 분할지원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유로그룹이 검토할 수 있도록 23일(현지 시각)까지 경제개혁안을 제출하기로 합의했는데요. FT 등에 따르면 23일에서 24일 넘어가는 자정 즈음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에게 개혁안이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개혁안에는 현재 진행 중이거나 이미 완료된 민영화 작업을 취소하거나, -그리스가 언급한 바 있는- "(긴축재정으로 인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에 타격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이 포함되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습니다.

총 6쪽으로 이루어진 그리스 경제 개혁안은 세원 확대를 위한 탈세 단속 및 조세 개혁, 공무원 조직 및 노동시장 개혁, 실업자와 극빈자 층을 위한 사회 복지 정책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석유·담배 밀수 등 지하 경제를 양성화해 탈세를 척결하고, 올리가르히(재벌) 등 자본가에 과세해 재정 수입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더해, 정부 지출을 철저히 검토하고 비임금·비연금 부문의 지출을 삭감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개혁안은 당초 시리자의 총선 공약이었던 빈곤층에 대한 의료 혜택 및 전기세 지원과 극빈층 주거 안정화 대책도 포함했습니다.

그리스 3년물 국채 수익률은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고(그리스 국채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는 뜻입니다), ASE 지수는 전일 대비 8.28% 상승했습니다.

그리스 분할지원금 '기다리다 미쳐'

그리스가 제출한 구체적인 경제개혁안이 유로그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분할지원금 지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유로그룹은 11일(현지시각)부터 그리스 경제 개혁안에 대한 기술적 협의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6일, 그리스 정부는 구체적인 개혁안을 유로존 파트너에게 제출했습니다. 6대 개혁안은 경제난과 긴축 정책에 따른 인도주의적 위기를 타개할 3개안과 세제 개혁안 3개안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리스 개혁안에 대한 유로그룹의 평가는 냉정합니다. 예룬 데이셀블룸 의장은 9일 브뤼셀에서 그리스 개혁안을 검토한 후 “(그리스 개혁안은) '완성'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그리스는 이번 달 내에 지원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은 11일부터 개혁안에 대한 기술적 협의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그리스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 6일 3억 1000만 유로를 IMF에 상환했고, 앞으로 20일까지 IMF에 12억 유로를 상환해야 합니다. 그리스 정부는 심각한 재정난에 연금과 공무원 임금도 지불하지 못할 상황에 부닥쳤는데요. 임금 및 연금 체납을 막기 위해 사회보장기금 및 기타 국영단체가 보유한 현금에 손을 벌렸지만, 해당 기관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절박한지 그리스 장관들은 유럽을 상대로 일종의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은 8일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이 우리 방안을 거절한다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며 그렉시트 우려를 상기시켰고, 파노스 카메노스 그리스 국방장관은 “국경을 열어서 이주민들이 서류(여행허가증)를 가지고 베를린으로 몰려가게 만들 수도 있다”“그 가운데 IS 지하디스트들이 포함돼 있다 해도 그리스의 부채 감당 능력과 개혁안을 의심하는 유럽의 책임”이라고 발언했습니다.

3차 개혁안 제출할 30일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리스 정부는 다음 주 초, 30일까지 3차 경제 개혁안을 유로존 회원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스 정부의 현금 보유고는 이르면 이번 달 내에 바닥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을 4개월 연장하고 72억 유로 규모의 분할지원금을 받기 위해 유로그룹(19개 유로존 국가 재무장관 협의체)에 경제개혁안을 제출했지만, 내용 미흡으로 사실상 두 번 퇴짜를 맞았습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는데요.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강해지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높은 실업률을 극복하기를 바란다”며, '개혁 없이는 지원금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가브리엘 사켈라리디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24일 메가 TV에 출연해 "오는 30일까지는 경제개혁안이 모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스는 지난 20일 EU 정상회의에서 EU의 구체적 요구를 반영한 새 경제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그리스 정부의 현금 부족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EU의 분할지원금이 수혈되지 않으면 지급불능에 처할 상황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 '그리스 정부가 아테네 지하철 공사와 보건서비스청 금고를 급습'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그리스 정부는 이외에도 여러 공공기관이 보유한 현금을 긁어모으고, 건강보험공단의 미지급 급여 5,000만 유로도 넘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이달 말 공무원 임금 및 연금에 17억 유로를 지급해야 하고, 다음 달 9일엔 IMF에 4억 5천만 유로 대출을 상환해야 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25일 구제금융과는 별도로 그리스 은행에 '긴급유동성지원(ELA)'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스 시중 은행의 메마른 자금줄에 물꼬를 터주기 위해 ELA 상한을 기존 698억 유로에서 710억 유로로 소폭 상승 조정했습니다.

벌써 몇번째 개혁안인지…

그리스는 지난 1일 국제 채권단에 새로운 개혁안을 제출했습니다. 개혁안은 올해 60억 유로의 재정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상임의장은 4월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 정부가 지난 1일 채권단에 제출한 26페이지의 경제 개혁안을 입수하고 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리스는 이미 지난달 27일 개혁안을 제출했으나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핵심이 없다는 유로존 당국의 미온적인 반응에 새로운 버전을 다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개혁안의 목적

그리스 정부는 개혁안 서두에서 "개혁안의 목적은 그리스 정부가 당장의 (상환)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단기자금을 지원받고, 그리스 시중은행이 매입한 그리스 국채를 유럽중앙은행에서 재할인받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그리스가 EU와 유로존 회원 자격을 취소할 수 없는(빼박캔트) 회원국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개혁안의 내용

그리스 정부는 탈세와 세금 사기를 철폐해 재정 수입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외 은행 거래에 대한 회계 감사를 통해 8억7천500만 유로, 복권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부가가치세 영수증 요구를 활성화해 6억 유로의 세금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방안을 포함합니다.

그러나 개혁안의 일부 내용은 국제 채권단이 요구해 온 '연금 제도 및 노동시장 개혁'과는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그리스 정부는 저소득자를 위한 '13월의 연금'을 재도입하는 데에 6억 유로를 추가 지출하고, 연금 삭감을 강제하는 '무(無) 결손금 조항(zero deficit clause)' 도입은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시장 개혁 부문은 최저임금 상승 및 단체 교섭력을 강화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로존의 고위 간부를 인용해, 그리스 개혁안이 여전히 부족하며 "(이번 달 24일로 예정된) 라트비아 리가(Riga) 회의까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1일 스페인을 방문해 "부활절(4월 초)까지는 결론이 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4월 말까지는 협상이 타결되길 기대하며, 저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갚느냐 못 갚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 세계 경제 수장들이 미국 워싱턴DC에 한데 모여 그리스 경제 개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춘계 총회와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이 그리스에 뼈있는 한 마디씩을 던진 것입니다.

"그렉시트 이후 단기적인 전염 위험을 지금 평가하기 어렵지만 현시점에서는 충분한 완충 장치들을 갖고 있다", "비록 다른 목적들을 위해 마련된 것들이지만 필요하다면 틀림없이 활용될 것"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16일

"IMF는 지난 30년간 채무 상환 유예를 받아준 적이 없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 16일

"(그리스와 채권단은) 누가 오래 버틸 수 있을지 겨루는 치킨게임을 해서는 안 된다. 공통의 관심사는 빠른 시일 내에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의장, 17일

"우리는 그리스 당국이 국제 채권단과의 (경제 개혁안) 기술적 합의에 신속하고 확실하게 임하기를 촉구한다"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리스는 즉각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유럽과 전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을 직면하게 될 것"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 17일

스페인 TV 라섹스타는 19일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과의 인터뷰를 내보냈는데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그렉시트에 대비할 완충 장치를 갖고 있다고 발언하기 전에 녹화된 영상인데도 논조가 꽤 강경합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유로존이 그렉시트를 용인한다면 어떤 파장이 일어날 지 경고했습니다.

"나머지(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국가)가 무사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유로존 일부를 잘라내려는 생각을 재미 삼아 해보는 이들은 불장난을 하는 것"

"사람들의 머리에 통화동맹이 영원하지 않다는 생각이 한번 들어서면 다음은 누군지를 묻게 될 것"

"머지않아 금리가 오르고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며 자본 유출이 시작될 것"

그리스는 지난 9일 예정대로 IMF에 4억 4800만 유로를 상환하며 디폴트 위기를 한차례 넘겼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는 이달 말 공공 연금 및 공무원 연금으로 24억 유로를 지급해야 하며, IMF에 상환해야 할 금액은 5월 9억 7000만 유로·6월 16억 유로입니다.

그리스의 현금 상황은 정확히 알려진 바 없지만, 지난 9일 4.5억 유로를 IMF에 상환한 이후 현금 보유고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리스가 이달 24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72억 유로의 분할 지원금 결정을 받아내지 못한다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내건 조건은 연금 감축을 포함한 긴축 재정과 노동 시장 유연화이지만, 그리스는 오히려 노동 시장 보호와 기초 연금 확대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 외에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은 민영화 확대, 부가가치세율 인상(증세) 등입니다.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 리가 협상 또 무산

24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체) 회의에서도 그리스 경제개혁안이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채권단과 그리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아, 그리스 분할지원금 지원 여부는 다음 달 11일에 판가름날 예정입니다. 일부 재무장관은 그리스 경제개혁-분할지원금 딜이 무산될 것을 대비하는 '플랜B'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4일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그리스의 경제개혁안을 승인하고 분할지원금을 내어줄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시간 낭비에, 도박꾼, 아마추어"라는 원색적 비난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지만, 여전히 입장차가 크다"며 다음 달 11일 열리는 유로존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는 5월 1일 IMF에 2억300만 유로, 12일에 7억7000만 유로를, 6월엔 16억 유로를 상환해야 합니다.

리가 회의에 참여한 일부 재무장관이 '플랜B'를 언급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플랜B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가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그리스가 자력으로 제때 자금을 마련하거나 유동성을 개선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지이다", "플랜B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두산 므라모 슬로베니아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 구제금융이 타결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온갖 추측들이 많다. 그러나 책임 있는 유로그룹의 일원이자 정치인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고 대답해야 한다"고 말해, 유로그룹이 그리스의 디폴트를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그러나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플랜B는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된다. 우리 모두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위와 같은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한편, 리가 회의가 열린 24일 그리스 의회는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현금을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빌려주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경제개혁 협상 거북이 걸음에 그리스는 빚 돌려막기

지난 11일(현지 시각) 열린 유로존 회의에서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타결되진 않았지만, 유로그룹은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회의마다 그리스 경제개혁안이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에 비하면 꽤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이뤄낸 진전을 환영한다" "아직 남아있는 문제에 대한 간극을 좁히기 위해 시간과 노력이 조금 더 필요" "채권단이 추후 실무 협상에서 합의에 도달하면, 유로그룹은 분할 지원금 지급을 결정할 것"

유로그룹, 11일

채권단이 태세를 전환한 배경엔 그리스의 핵심 쟁점 양보가 있지 않았냐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현재까지 연금 개혁과 노동개혁, 부가가치세 인상, 민영화 4개 부분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한편, 그리스는 12일 상환 예정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7억5000만 유로(약 9,260억 원)를 하루 먼저 상환해 디폴트는 피했지만, 현금 유동성은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입니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는 10일 IMF에서 SDR 6억5000만 유로를 인출해 IMF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SDR(Special Drawing Rights, 특별인출권)이란 IMF에 출자금을 낸 가맹국이 유동성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무담보로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즉, 그리스는 빚을 내서 빚을 갚는 '돌려막기'를 한 셈이 됩니다. 게다가 그리스에 할당된 SDR은 지난 3월 말 기준 7억 유로 수준으로 알려졌으니, 그리스는 SDR을 거의 다 소진한 것이죠.

5월 11일엔 어찌어찌 상환했지만, 그리스엔 잔인한 6월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스는 다음 달 5일에 2억9790만 유로, 12일에 3억3520만 유로, 16일에 5억5870만 유로, 19일에 3억3520만 유로를 IMF에 상환해야 합니다. 총 15억 유로(약 1조8520억 원)가 조금 넘습니다.

그리스가 2015년 내에 채권단에 상환해야 할 금액은 총 225억 유로입니다. 디폴트를 막기 위해선 이번 협상의 대상인 72억 유로의 분할 지원금 외에도 추가 구제금융이 불가피한데요. 현행 구제금융 연장 시한은 6월 30일까지입니다. 추가 구제금융을 위한 협상에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됩니다.

IMF에 채무일괄상환 통보, '금지선' 사수할 수 있을까?

그리스가 6월 만기인 4개 부채를 6월 말에 일괄상환하겠다고 IMF에 통보했습니다. 채권단의 강한 긴축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금지선'을 설정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잔인한 6월은 계속 이어집니다.

IMF 대변인 게리 라이스는 4일(현지 시각) "그리스 당국이 6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4개 부채를 묶어 일괄상환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의 IMF 부채 만기는 5일 만기 2억9790만 유로, 12일 3억3520만 유로, 16일 5억5870만 유로, 19일 3억3520만 유로입니다. 따라서 그리스는 6월 말에 총 15억 유로를 일괄 상환해야 합니다.

IMF는 같은 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일괄 상환할 수 있는 '채무 일괄상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이 제도를 활용한 나라는 1980년대 잠비아가 유일합니다.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은 여전히 지지부진합니다. 그리스는 채권단에게 채무 재조정을 제안했지만, 채권단은 이를 검토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채권단에 제안한 채무 재조정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올해 7월부터 내년 3월 말까지 IMF 부채 잔액의 50%를 상환하고, 나머지는 그리스의 선택에 따라 단계적으로 상환한다.
유럽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용 국채매입프로그램에 그리스 국채를 포함해야 한다.

채권단은 그리스에 재정수지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저소득 연금생활자에 지급하는 보충연금 폐지, 부가세율 세제 개편 등의 긴축 정책을 포함합니다.

치프라스 내각은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시리자 내부에서는 채권단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다고 비판하고, 야당은 협상 지연을 비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여론조사업체 알코는 "금지선을 넘더라도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45%에 달한다고 발표했습니다.

5일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 의회 연설에서 "그리스 정부는 이 같은 불합리한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하면서도 "그리스가 협상 타결에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이 다가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을 요청한 그리스 관리의 말을 인용해, 치프라스 총리가 10일 메르켈 독일 총리 및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 구제금융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치프라스 “구제금융 연장안, 국민 손으로 결정하겠다”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U 집행위 등은 그리스 정부가 22일 제출한 경제 개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협상은 몇 차례에 걸쳐 결렬되고 있습니다. 급기야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22일 채권단에 새로운 개혁안을 제출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부가가치세 개혁(표준 23%, 식품·에너지·물·호텔 등 13%, 의약품·서적·영화 등 6%) ▲연금 개혁(은퇴 연령 67세로 점진적 상향 조정, 고소득층 8만여 명 연금 삭감, 조기 퇴직 페널티) ▲세제 개혁(법인세 인상, 연 50만 유로 이상 이익 기업에 추가 과세)을 제안했습니다.

22일 열린 긴급 EU 정상회의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도널드터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가 몇 주간 보낸 제안서 중 진정성 있는 개혁안은 이번이 처음”,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번 주 내에 협상이 타결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4일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는 결렬됐으며, 25일 속개된 회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로이카 채권단은 은퇴(연금 수령) 연령을 67세로 더 빨리 상향 조정할 것과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연대 보조금(보조 연금)’을 삭감할 것, 식·음료에 대한 증세를 요구했으며, 법인세 인상 및 추가 과세는 그리스의 경기 침체를 더 가속할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협상을 지속하자,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라는 초강수를 던졌습니다. 채권단이 보낸 개혁안을 7월 5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힌 것인데요. 이는 채권단의 ‘가혹한’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말 것인지, 국민 스스로의 선택을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그리스 국민 여러분. 지금 그리스는 가혹하고 수치스러운 긴축안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는 협박성 최후통첩을 받았습니다. 그 긴축안은 끝도 없으며, 우리 그리스가 사회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자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습니다. 저는 그리스 역사가 요구하는대로 주권과 존엄을 가진 국민 여러분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 우리는 권위주의와 가혹한 긴축안에 대해 평정심을 가지고 그러나 단호하게, 민주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요람인 그리스는 유럽과 전 세계에 호소력 있는 민주적인 메시지로 화답해야 합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 27일 긴급연설

치프라스 총리는 주말 내에 끝장을 보려는 채권단에게 국민투표일인 7월 5일까지 결정을 유보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채권단은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기다려줄까요? 그리스 국민은 긴축을 거부하는 가난한 정부와 현금을 빌려줄 가혹한 채권단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디폴트로 달려가는 그리스, 은행으로 달려가는 국민들

그리스의 구제금융 연장 요청이 거부됐습니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체)은 27일 오후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이번 달 30일 종료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 국민들은 텅 빈 ATM 앞 기다랗게 선 줄에서 현금 수송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며 7월 5일까지 기다려 달라고 채권단에 요청했지만, 채권단은 결국 27일 오후 그리스 구제금융 연장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로그룹의 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제안은 26일 오후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한 그리스 정부에 의해 거부됐다.” “현재 제공하고 있는 재정지원 프로그램은 6월 30일 종료될 예정”

유로그룹 성명, 27일(현지시각)

채권단의 협상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7월 5일에 실시하는 것으로 뒤늦게 의회가 표결했지만, 채권단 쪽에서 구제금융 연장을 거부해 국민투표는 무용으로 돌아갈 전망입니다.

불안에 빠진 그리스 국민들은 은행 ATM으로 달려갔습니다. 구제금융 종료와 함께 그리스 은행이 받던 ECB의 긴급 유동성 지원이 끊기면 은행이 파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민들은 현금 수송차가 다시 ATM을 채워주길 기다리며 텅 빈 ATM 앞에 줄지어 서 있습니다.

ECB는 28일 긴급 정책위원 전화회의를 열고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정했습니다. ELA 중단은 아니었지만, 추가 증액도 없었습니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오면 뱅크런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전망입니다.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계속되면, 그리스 정부는 은행 영업중단을 공표하거나 자본 통제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자명해 보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6월에 갚아야 할 모든 채무 15억 유로를 6월 말에 일괄 상환하겠다고 IMF에 밝혔으나, 현금이 부족해 상환에 실패할 것으로 추측됩니다. 7월 20일에는 ECB에 35억 유로를 상환해야 합니다.

다행히도 ECB나 IMF 채무 상환 실패를 즉각 디폴트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민간 채권자에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을 때 흔히 말하는 디폴트가 발생하는데요. 그러나 장기적으로 그리스 재정증권(Treasury)이 만기 연장에 실패하는 방식 등으로 디폴트는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구제금융 연장 실패, 뱅크런, 디폴트, 그다음 떠오르는 단어는 ‘그렉시트’입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고 ‘드라크마’화로 돌아가면 화폐 평가절하로 인해 관광 수입이나 수출 수입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부도 위기에서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리스가 유로존 공통 화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폐 평가절하로 인한 대외수입 증가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 이 트레이드오프에서 그리스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요?

물 샐 틈, 아니 돈 샐 틈 없이 막아라

그리스 정부가 은행 문을 닫고 자본통제를 시작했습니다. 유로존에서 자본통제를 실시한 나라는 2013년 키프로스와 그리스뿐입니다.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에 대한 ELA(긴급 유동성 지원) 한도를 증액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자마자, 28일 새벽 3시(현지시각) 그리스 정부는 전격적인 자본통제에 들어갔습니다. 자본통제 법령에 따르면 그리스 은행은 최소 7월 6일까지 영업을 중단해야 합니다. ATM를 통한 하루 인출액은 1인당 60유로로 제한되며, 미리 승인된 상업 결제 외에는 해외 송금도 금지됩니다. 아테네 증시 역시 일주일 동안 폐쇄될 예정입니다.

그리스가 이달 말 IMF에 15억 유로를 상환하지 못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다음 분수령은 7월 5일 그리스 국민투표일이 될 전망입니다. 그리스 의회는 구제금융 연장을 위한 채권단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국민의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는데요. 현재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는 채권단 협상안에 찬성표가 몰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 카파 리서치의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채권단 협상안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7%, 반대한다는 응답은 33%입니다. 그리스 일간 프로토테마의 여론조사에는 응답자의 57%가 새 협상안에 찬성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채권단은 6월 30일로 종료되는 그리스 구제금융을 연장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했지만,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에 따라 추가 협상에 돌입할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29일(현지시각) 프랑스 RTL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채권단과 그리스 간의 협상 여지가 남아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그리스 국민을 위한 정보 공개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그리스 정부가 협상장을 떠난 26일 자의 협상안을 공개했습니다.

현재까지의 여론을 뒤집고 국민투표에서 ‘협상안 반대’가 채택돼도 이것이 바로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진투자증권은 29일 ‘그리스 구제금융협상 결렬과 유로존 전염 시나리오’ 리포트를 내놨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의 구제금융 시나리오는 ①그리스 디폴트 후 유로존 잔류 ②그리스 디폴트에 이은 유로존 탈퇴 ③그리스 국민투표에서 유로존 협상안 수용 후 채권단의 긴급지원으로 갈립니다.

그렇게 체납국이 된다

IMF의 채무 상환기일인 30일(현지시각), 그리스는 유럽안정화기구에 긴급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습니다. 그리스는 IMF에 15.5억 유로를 갚지 못해 ‘기술적 디폴트’ 상태에 빠졌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체납’ 상태입니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30일 성명을 내고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를 알렸습니다. EFSF는 “중부유럽시 기준 오늘 자정, EFSF의 그리스 재정지원 프로그램이 종료됐다”“마지막 분할지원금 18억 유로와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한 109억 유로 규모의 지원도 취소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급해진 그리스는 유럽안정화기구(ESM)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2년간 국가 채무 상환용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3차 구제금융’과 ▲IMF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기술적 디폴트’를 막기 위해 기존 구제금융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유로그룹은 긴급 전화회의를 열었지만, 기존 구제금융 연장안은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7월 1일(현지시각) 3차 구제금융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리스는 결국 30일 IMF에 15억5천만 유로를 상환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IMF는 회원국의 상환실패를 ‘체납(arrear)’으로 규정하므로, 그리스가 당장 디폴트에 빠진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선진국 중 최초로 IMF 체납국이 됐을 뿐입니다. 블룸버그는 그리스가 IMF 채무 상환에 실패해 ‘짐바브웨 급’이 됐다고 평했습니다. 현재까지 IMF에 체납 사례를 남긴 국가는 수단, 소말리아, 짐바브웨 등 최빈국뿐입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2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한까지 채무를 상환하지 않는 국가는 ‘상환 연체’ 상태가 된다. 그 결과 IMF는 연체금이 납부될 때까지 해당 국가에 지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가 연체금을 갚지 못하면 IMF에 받은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내년 3월에 종료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진짜 고비는 20일에 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35억 유로의 ECB 부채입니다. 그리스가 ECB 채무 상환에도 실패할 경우, 현재 ECB로부터 받고 있는 긴급 유동성 지원(ELA)이 끊겨 그리스 은행이 고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의 활로는 유로그룹과의 협상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정부에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지라고 국민들을 설득하던지, 아니면 국민투표 자체를 중단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채권단이 제안한 6월 26일 자의 ‘선제 조치’ 리스트를 수용하라고도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긴축을 거부한다

사전 여론조사의 예상을 뒤엎고 그리스 국민은 긴축안에 ‘OXI(아니오)’ 표를 던졌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그리스 국민투표가 62.5%의 투표율을 기록한 가운데, 채권단의 ‘가혹한’ 긴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은 61.31%, 찬성 의견은 38.69%였습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반대’가 다수 의견으로 나올 시 채무 경감 등을 포함한 “더 좋은 협약”이 48시간 안에 체결되고 은행 영업이 7일부터 재개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다음 협상 테이블에 ‘채무 재조정 요구안’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헤어컷(채무경감)’의 필요성을 명시한 IMF 보고서를 언급하며 "이번에는 협상 테이블에 부채 문제를 올릴 때"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지난 2일 공개된 IMF의 ‘부채 지속가능성 분석 예비안’에는 '그리스 정부 부채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 예상되므로 그리스 채무의 만기연장 또는 채무 경감이 필요하다'고 명시돼있습니다.

유럽 주요국 정상,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유로그룹(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은 그리스 국민의 ‘긴축안 반대’에 대한 대응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밝히며 6일 파리 엘리제 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습니다. ECB(유럽중앙은행)는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그리스 은행에 대한 긴급유동성지원(ELA) 유지 및 한도 조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유로그룹도 “그리스의 미래에 굉장히 유감스러운 투표 결과”, “우리는 그리스 정부의 제안을 기다릴 것”이라며 7일 유로존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그렉시트의 향방은 유로존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추가지원 또는 ECB의 긴급유동성지원 유지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ESM이 이달 20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35억 유로 규모의 ECB 부채 상환을 위해 특별 지원금을 내주면 그리스는 디폴트를 피하고 채권단과 협상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ESM의 추가 지원이 없으면 그리스는 ECB 채무 상환에 실패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ECB는 35억 유로를 상환받지 못하면 현재 그리스 은행에 공급하고 있는 긴급유동성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는데요. 유동성 지원이 중단되면 그리스 은행이 지급불능에 빠지고, 그리스 정부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드라크마화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 통화를 발행하는 것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로 이어집니다.

그리스 현금 줄 죄는 ECB

ECB(유럽중앙은행)가 그리스 시중 은행의 현금 줄을 죄고 있습니다. ECB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그리스의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는 유지하기로 했으나, 할인율(헤어컷)은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추가 담보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은행은 현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입니다. (Story.9 참조)

그리스는 현행 890억 유로인 ECB의 ELA 한도액에 60억 유로 추가 증액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는데요. ECB 집행위는 한도 증액을 거절하고, 담보 할인율은 상향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스 은행에 제공하는 유동성은 더 줄어든 것입니다.

“그리스 긴급유동성지원 한도액은 2015년 6월 26일 자(890억 유로)에서 변경된 바 없다. ELA 담보에 대한 할인율(헤어컷)은 조정된다”, “ELA에 제공된 담보가 대부분 정부와 연계된 자산에 의존하기 때문”

ECB(유럽중앙은행), 6일

그리스 은행의 현금 사정은 심각합니다. 그리스 정부는 7일 은행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으나 자본 통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스 은행협회에 따르면 지난 주말 기준 그리스 은행권이 보유한 현금은 약 10억 유로(1조2460억 원)뿐입니다.

12일이 그리스의 ‘데드’라인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 재개 여부를 두고 EU 28개국 정상이 논의 과정에 참가하기로 했습니다. 유로존 정상은 9일까지 문서로 된 그리스의 새 개혁안을 전달받고, 12일 EU정상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7일(현지시각) 열렸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는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그리스 재무장관이 협상의 원활함을 위해 사퇴까지 했지만,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신임 재무장관이 새로운 협상안 문서를 지참하지 않고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입니다. 차칼로토스 재무장관은 협상안의 골자를 구두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7일 유로존 정상회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새로운 제안을 전달하지 않았습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정상회의 후 “독일 의회에 그리스에 대한 장기지원 프로그램 협상에 대한 승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이번 주 그리스 정부로부터 충분한 개혁안을 제안받기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가 9일까지 협상안을 제시하면, 12일 EU 정상회의에서 28개국 정상들이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입니다.

“나는 지금까지 데드라인에 대해 말하는 것을 삼갔다. 그러나 오늘 확실하고 분명하게 말하건대, 이번 주가 데드라인이다.”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리는 ‘그렉시트’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준비했다”, “그렉시트엔 강력하게 반대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일을 그리스 정부가 실행하지 않으면 그렉시트를 막을 수는 없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그리스 은행의 유동성 상황을 고려하면 EU 정상회의가 열리는 12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데요.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12일까지 그리스 은행이 도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어떤 개혁안을 들고나올지 관심이 쏠립니다. 그리스는 이미 유로존 정상회의와 재무장관회의에서 구체적인 개혁안 문서를 제출하지 않아 채권단을 실망시킨 바 있는데요. 9일 그리스 정부는 다른 개혁 조치들과 함께 ‘채무 30% 탕감’, ‘만기 20년 연장’을 요구할 확률이 높습니다.

긴축안을 내놓은 것은 '채무 탕감'의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지난 9일(현지시각) 제출됐으나, 아직 유로존 정상회담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그리스 정부가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받은 채권단의 협상안보다 더 강한 긴축안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등 유로존 일부 국가의 태도가 강경합니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그리스 정부가 9일 535억 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채권단에 제안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스가 기존에 요청한 291억 유로보다 244억 유로 많은 금액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협상안에 ‘부채 탕감’을 명시하지는 않았는데요. 가디언은 그리스 정부가 구두로 ‘채무관리(regulation of debt)’를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채무관리는 부채 탕감, 만기 연장, 이자율 삭감 등을 포함하는 조치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그리스가 요구하는 ‘부채탕감’을 고려하면 실제 지원액은 740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3차 구제금융이 성사된다면 ESM(유럽재정안정화기구)가 580억 유로, 국제통화기금(IMF)이 160억 유로를 제공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다음은 그리스 정부가 제안한 개혁안의 주요 내용입니다. 연금 삭감, 부가가치세 인상 등 자신들이 설정한 금지선을 스스로 넘는 조치들입니다. 그리스 의회는 11일(현지시각) 전체 300명 중 250명의 찬성으로 개혁안을 승인했습니다.

▲ 2년간 130억 유로 재정 흑자 달성
▲ 은퇴 연령(연금수령 시기) 2022년까지 67세로 상향조정
▲ 저소득 고령자 보조금 2019년까지 폐지
▲ 음식점 부가세율 13%에서 23%로 인상
▲ 섬 지역 부가가치세 혜택 폐지
▲ 국방비 예산 올해 1억 유로, 내년 2억 유로 삭감

12일(현지시각)은 원래 오후 3시 유로존 19개국 정상회의, 이어 오후 5시 EU 28개국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여부를 결론지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EU 정상회의는 취소됐고,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사태를 계속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장은 “합의를 위해 마지막 천 분의 1초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스가 채권단이 제안한 것보다 더 가혹한 긴축안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채권국들은 그리스의 개혁안에 회의적입니다. 그리스가 은행 지급불능 사태를 앞두고 이행할 수 없는 공수표를 남발한 것인지 의심되기 때문입니다. 채권단은 조금 더 “구속력 있는 조치”를 원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통화(通貨)가 사라졌다. 그것은 신뢰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꼭 타결해야 하는 협상은 아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한편, 3차 구제금융 합의문 초안의 내용이 유출됐습니다.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합의문 초안은 그리스가 제출한 개혁안에 더해 ▲2018년까지 GDP의 3.5%에 달하는 기초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채 이자를 제외한 값) 달성 ▲EU 사례 및 국제적 모범사례를 따라 단체교섭·노동쟁의·단체해고에 대한 검토 수행 등을 담고 있습니다.

협상 조건 얻어냈지만, 산 넘어 산

13일(현지시각) 19개국 유로존 정상들이 17시간의 논의 끝에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재개하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이 타결된 것이 아닙니다. 일단 협상 테이블에 앉아나 보자는 데 합의한 것이지요. 그리고 그리스가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취해야 할 선결 조치들이 제시됐을 뿐입니다.

최근 ‘한시적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담긴 독일 재무부 문서가 공개됐습니다. 그리스를 5년간 한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시키고 채무를 구조조정한다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13일 타결된 유로존 정상 합의문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이 성사된다면) 유럽재정안정화기구가 그리스에 3년간 840억 유로에서 860억 유로(108조 원)를 구제금융으로 지원할 전망입니다. 또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완료되기 전까지 120억 유로 규모의 ‘브릿지론’(인공호흡 습습후후)을 별도로 제공할 예정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합니다.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자산을 별도의 펀드로 설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절반(250억 유로)은 그리스 은행의 자본 확충에 쓰이고 125억 유로는 부채 상환에, 나머지 125억 유로는 추가 투자에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입니다.

3차 구제금융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그리스는 아래의 개혁 조치에 동의해야 함은 물론, 일부는 ‘입법화’해야 합니다. 채권단이 더 구속력 있는 조치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 무결손조항(zero-deficit clause) 시행 등
세제개혁: 부가가치세 시스템 간소화, 과세 기반 확충
시장개혁: 일요일 영업, 판매 기간, 약국 면허, 우유·제과점 부문 개혁
민영화: 송전공사(ADMIE) 민영화
노동개혁: 국제 및 EU의 모범사례를 따라 단체교섭·쟁의행위·단체해고 기준 현대화
재정: 기존의 재정흑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준 자동적으로’ 지출 삭감
기타: 그리스 통계청(ELSTAT)의 법적 독립성 보장, 시리자 정부가 2월 이후 도입한 긴축 완화 정책 취소(인도적 법안 제외), 구제금융 관련 입법엔 채권단의 사전 필요 등

위 같은 엄격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3차 구제금융 협상 테이블엔 ‘채무 탕감’ 메뉴가 올라가지 않을 전망입니다.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문은 “명목적 헤어컷(채무탕감)은 없을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상환 기간 유예와 만기 연장 같은 ‘채무 경감’은 고려될 예정입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받은 ‘채권단 안’보다 더 가혹한 협상안을 들고 국민 앞에 섰습니다.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연합) 당원과 국민 여론의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치프라스 총리는 15일까지 개혁안 관련 법안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120억 유로의 브릿지론을 받기 위한 추가 입법은 20일까지 마쳐야 합니다.

그리스 국민만 동의한다고 될 일도 아닙니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등 채권국도 3차 구제금융 논의를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의회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 은행에 제공하는 긴급유동성지원(ELA)의 한도를 15일까지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리스 의회가 관련 조치들을 15일까지 입법하도록 압박하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그리스의 자본통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리스 돈줄 풀어주는 이웃들

지난 16일 그리스 의회는 채권단이 요구한 4개 개혁법안을 표결로 통과시켰습니다. 잇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지원(ELA) 한도를 증액했고,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가 71.6억 유로의 단기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조금씩 그리스의 숨통이 풀리는 모양입니다.

의회 앞 광장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을 빚는 동안, 그리스 의회는 11시간째 개혁법안에 관한 회의를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16일 새벽, 그리스 의회는 찬성 229표, 반대 64표, 기권 6표, 불참 1표로 4개 개혁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채권단이 요구한 개혁법안은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감축 ▲통계청의 법적 독립성 보장 ▲예산 삭감에 관한 법안이었습니다.

이날 표결에선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같은 당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의원 149명 중 39명이 반대, 기권, 또는 불참 행동으로 반대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개혁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파나기오티스 라파자니스 현직 에너지부 장관 등 각료 5명이 경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스 의회가 개혁법안을 통과시키자 ECB와 ESM은 즉각 화답에 나섰습니다. 16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그리스 은행에 대한 ELA 한도를 앞으로 일주일간 9억 유로 증액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TM 인출 한도(60유로) 제한 및 해외 송금 조치는 유지되겠지만, 그리스 은행들은 20일부터 정상 영업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17일엔 EU 28개국이 그리스에 브릿지론(단기 자금)을 제공하는데 합의했다고 발디스 돔브로브스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이 밝혔습니다. 지난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에 120억 유로 규모의 브릿지론을 제공하는데 합의했습니다. 이 중 70억 유로는 오는 20일까지, 남은 50억 유로는 다음 달 중순까지 제공될 예정입니다. 그리스는 단기자금을 지원받아 이달 20일까지 ECB에 35억 유로를 상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구제금융 협상 개시에 의회 승인이 필요한 일부 국가들도 차근차근 표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7일 오스트리아 의회가 협상 개시에 합의했으며, 반대가 가장 강경할 것으로 예상됐던 독일 의회도 협상 개시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남은 곳은 스페인과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핀란드 의회입니다.

구제금융 협상 개시안이 순항(?)하고 있는 가운데,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연합)엔 험로가 예상됩니다. 치프라스 총리와 시리자는 긴축 중단과 구제금융 재협상을 공약으로 총선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안토니오 사마라스 전 총리보다 더 가혹한 협상안을 들고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니코스 부치스 그리스 내무장관은 라디오 방송에서 “조기 총선이 오는 9월 혹은 10월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구제금융 협상 개시가 시작되는 9월 즈음 야당이 총리 불신임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스여, 3차 구제금융행 급행열차를 타라

그리스와 국제 채권단이 860억 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그리스는 이달 20일까지 32억 유로 규모의 부채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상환해야 하는데요. 일부 항목에 대해 세부적인 조정이 필요하고 구제금융 타결에 앞서 자국 의회를 거쳐야 하는 국가들이 있으므로 그리스가 20일까지 첫 분할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오르고스 스타타키스 그리스 경제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지에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의회도 “구제금융 원칙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고 확인해줬습니다.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은 Story.28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럽재정안정화기구(ESM)가 3년간 840억 유로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는 이 같은 조건의 구제금융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해 부가가치세 인상, 연금 감축 등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구제금융의 핵심 조건은 ‘재정 흑자 달성’입니다. 그리스와 채권단은 올해 그리스 기초재정수지 적자를 GDP 대비 0.25% 수준으로 관리하고, 2016년에는 GDP 대비 0.5%의 흑자, 2017년 1.75% 흑자, 2018년 3.5% 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 숫자들은 그리스의 경제 사정과 낮은 GDP 성장률을 감안한 결과입니다.

구제금융 지원금을 받기 위한 ‘선결 조치’ 목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일간 카티메리니는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이 △해운업체의 톤(t)세 제도 개정 △일반의약품 가격 인하 △사회복지 체계 개편 △금융범죄조사단 기능 강화 △조기퇴직 단계적 폐지 △도서 지역 세제혜택 폐지 △에너지시장 규제 완화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재산 민영화 등 35개 조치에 합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그리스 3차 구제금융에 국제통화기금(IMF)이 참여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부채 탕감 여부도 따로 알려진 바 없습니다. IMF는 3차 구제금융이 그리스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상환 유예기간을 30년으로 늘리거나 부채를 대폭 탕감하지 않으면 3차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유로존 내 강경파에 해당하는 독일은 IMF가 참여해야 구제금융을 승인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는 이달 20일까지 ECB에 32억 유로의 부채를 상환해야 합니다. 그리스는 20일 전에 첫 분할지원금을 받아 IMF와 ECB에 부채를 상환하고, 은행 자본 확충 및 재정 수요 충당에 사용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3차 구제금융안을 이르면 13일 의회에서 표결할 예정입니다.

유로그룹, 그리스 3차구제금융 합의안 승인

14일(현지시각) 그리스 의회에 이어 유로존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도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합의안을 승인했습니다. 합의안은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의 및 최근 알려진 잠정합의안과 마찬가지로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에 3년간 860억 유로(약 112조3천억 원)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IMF는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고수해, IMF의 3차 구제금융 참여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장장 6시간의 브뤼셀 회의 끝에 유로그룹이 그리스 3차 구제금융(유럽재정안정화기구 프로그램) 합의안을 승인했습니다. 양해각서(MOU)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 일부 유로존 국가 의회의 승인을 얻어 이달 19일에 최종 체결될 전망입니다.

구제금융 규모는 3년간 860억 유로이며, 이는 은행 자본확충에 필요한 완충 자금 최대 250억 유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초재정수지 흑자 목표는 Story.30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중기적으로 GDP의 3.5%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는 이를 위해 연금 개혁 및 연금 무결손조항을 시행해야 하며, 500억 유로 규모의 국유 재산을 민영화해야 합니다.

3차 구제금융의 첫 번째 분할지원금은 260억 유로 규모입니다. 100억 유로는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그리스 은행의 자본확충을 위해 즉각 지급됩니다. 160억 유로는 이달 20일까지 130억 유로, 가을까지 30억 유로로 분할 지급됩니다. 그리스는 이달 20일 ECB 부채 34억 유로의 만기를 맞습니다.

유로그룹은 자체 분석 결과 및 7월 유로서밋의 합의에 따라 그리스 부채의 ‘명목적 탕감’은 없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각종 개혁 조치 및 부채 관련 조치를 실행하면 그리스 부채가 지속 가능 수준으로 관리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필요하다면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등 부채경감책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IMF는 그리스 부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고수했습니다. 14일 유로그룹의 브뤼셀 회의에 전화로 참여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그리스의 부채가 지속 불가능하다는 견해는 아직 확고하며, 그리스의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없다”고 회의 직후 밝혔습니다.

IMF의 불확실한 구제금융 참여 여부는 구제금융안을 승인해야 하는 일부 국가의 의회 표결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독일은 오는 19일 그리스 3차 구제금융안을 하원 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34억 유로 빚 갚으며 세 번째 출발

유로그룹이 19일(현지시각) 그리스 3차 구제금융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그리스 정부는 20일 첫 분할지원금을 받아 유럽중앙은행(ECB) 부채 34억 유로를 상환했습니다.

지난 19일(현지시각), 독일 연방 하원이 찬성 454표, 반대 113표 및 기권 18표로 그리스 3차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습니다. IMF가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아 대규모 반란표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단숨에 걷어찬 압도적 표차였습니다.

유로그룹은 전화회의 후, 그리스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제금융의 첫 분할지원금은 260억 유로입니다. 그리스 정부는 약속대로 130억 유로를 즉각 지급받아 20일 만기였던 ECB 부채 34억 유로를 상환했습니다. 나머지 지원금도 채무 상환 및 은행 자본확충에 쓰일 예정입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사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20일(현지시각) 사임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 연합)와 그리스독립당 연정이 일괄 사퇴했고, 그리스는 과도 정부를 거쳐 다음달 20일 조기 총선을 실시할 전망입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20일 대국민 TV 연설에서 “국민 앞에 3차 구제금융안을 가져온 것에 도덕적 책임을 느낀다”며 국민에게 자신의 공과를 판단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설 직후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대통령에게 사퇴서를 제출했고, 다음달 20일에 조기총선을 치르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기총선은 치프라스 총리의 정치적 승부수이자 벼랑 끝 전술입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지난해 말 안토니오 사마라스 전 총리(신민당)가 제안한 조기 대선 및 총선에서 ‘긴축재정 폐지’를 공약으로 당선됐습니다. 그러나 치프라스 내각은 전보다 더 가혹한 긴축 조건의 3차 구제금융안을 가져왔고, 그 과정도 험난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앞으로 3년간 구제금융안을 이행하기 위해 전력을 정비하는 의미에서 조기총선을 제안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구체적인 제안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시리자의 내부 분열이 심각합니다. 지난 13일 구제금융 표결에서 시리자 소속 149명의 의원 중 43명이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습니다. 앞으로 3년의 구제금융 기간 동안 그리스 정부가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이처럼 반란표가 계속된다면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내부 분열 때문에 치프라스 총리가 ‘의회 재신임’을 건너 뛰고 바로 국민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는 전략을 펼치는 것입니다. 현재 치프라스 총리에게 호의적인 106명의 시리자 의원과 함께 연정을 구성한 그리스 독립당의 13명 의원을 합쳐도 신임투표 통과 기준(120명)을 넘지 못합니다. 제1야당인 신민당은 구제금융안에는 동의하지만, 시리자 정부는 불신임한다고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본격적인 긴축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국민의 재신임을 받는 것이 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영국 더가디언은 “새 구제금융안의 효과가 드러나기 전에 그의 인기를 ‘뽑아내는’ 것이 더 낫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무엇보다 재집권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7월 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시리자 지지율은 33.2%, 신민당 지지율은 18.6%였습니다.

치프라스는 재신임을 받았다

20일(현지시각) 열린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그리스 국민이 다시 한 번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를 선택했습니다. 치프라스 총리는 호기롭게 던졌던 재신임 카드의 과실을 수확하고 3차 구제금융 이행에 힘쓸 방침입니다.

“우리는 고난을 앞두고 있지만, 굳건히 맞설 것”

“위기에서 마법처럼 회복될 수는 없다. 모두가 힘겨운 노력을 해야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20일 승리 연설

그리스 조기 총선 결과, 치프라스 총리의 시리자(그리스 급진좌파 연합)와 독립그리스인당이 155석을 차지하며 다시 집권 연립정부를 구성하게 됐습니다.

개표율 100% 기준, 시리자의 득표율은 35.47%이었습니다. 뒤이어 신민당 28.09%(75석), 극우정당 황금새벽당 7%(18석), 사회당 6.3%(17석), 그리스공산당 5.5%(15석), 포타미 4.1%(11석), 독립그리스인당 3.7%(10석), 시리자에서 구제금융에 불만을 품고 분당한 중도연합이 3.4%(9석)를 기록했습니다. 그리스는 득표율 1위 정당에 50석을 더 배정하기 때문에 시리자가 이번 조기총선에서 획득한 의석수는 145석입니다.

지난 1월 25일 총선에서 출범한 시리자(149석)-독립그리스인당(13석) 연정보다는 7석 줄어들었지만, 예상 밖의 성공이라는 후한 평가가 나옵니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시리자가 신민당을 간신히 앞설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니 시리자가 약 7%p에 가까운 차이로 신민당을 앞질렀기 때문입니다. 시리자는 앞으로 이어질 3차 구제금융을 위한 긴축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다시 한 번 국민적 동의를 얻은 셈입니다.

또한, 치프라스 총리가 이번 조기 총선을 통해 내부의 적을 성공적으로 축출했다는 평이 이어집니다. 시리자 내부에는 3차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고, 치프라스 총리는 반란표를 행사한 의원들을 내각에서 경질(Story.29)시킨 바 있습니다. 총리와 대립각을 세운 시리자 의원 25명은 탈당 후 ‘중도연합’을 창당했는데요. 중도연합은 이번 조기총선에서 9석을 간신히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갈등 요소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 등 치프라스 총리의 정책에 반대하는 일부 의원이 아직 시리자 내부에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