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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위한 노동개혁?!

영화 「카트」를 보셨나요? 강제 해고 통지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힘겨운 사투를 그리고 있죠. 현실은 이보다 더 가혹합니다. 이들은 벼랑 끝에 선 기분이라며 회사 건물 위로, 철탑 위로 올라갑니다.

by Derek Bridges, flickr(CC BY)

Warning.비정규직법.kr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 기능 효율성’ 보고서를 통해 종합대책이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연한을 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정규직 고용을 증대시키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갱신이 비효율적으로 거절되는 양상을 유발할 것"

김대일 KDI 겸임연구위원 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비정규직의 근로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개선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꾀한다는 정부 정책이 현실성 없다는 말입니다.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기업이 쉽게 정규직을 늘리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4년으로 기간이 늘어도 정규직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오히려 계약갱신을 거절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KDI's pick

▲정규직의 보호 down, 비정규직 차별 down.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줄여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3의 고용형태를 활성화하자. 정규직보다 고용보호의 정도는 약하지만 비정규직보다는 고임금을 받는 고용형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

화제? 논란? 시작은 그의 입에서부터

시작은 그의 발언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정규직에 대해서는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덜 보호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겁이나서 정규직을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상황…정규직이 늘어나는데 월급도 계속 오르니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조금씩 양보를 해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최 부총리 발언의 요지는 현재 한국 노동시장은 정규직을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호봉제 등 지속적으로 오르는 정규직 임금 체계를 고쳐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써야 한다는 거죠. 또한, 임금피크제도가 잘 안되는 현 상황을 ‘정규직 과보호’의 사례로 언급하며 “노동 파트를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측은 이를 환영하고 있습니다. 생산성과 관계없이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가 아닌 성과와 역할에 맞는 임금을 지급해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죠. 하나, 노동계는 반발합니다. 사실 바로 전날인 24일, 기재부 관계자가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정규직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려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커진 바 있습니다. 여기에 최 부총리의 발언이 더해진 것입니다. 게다가 정부는 다음 달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노동계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겠죠?

"(사람을) 자르기 어려워 사람을 안 쓴다는 최 부총리의 생각은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팬이 있다면 안티도 있는 법

기획재정부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정규직 고용체계에 대해 연이은 발언을 던졌습니다. 덕분에(혹은 때문에) 한국 노동시장 문제가 다시 화두에 올랐죠. 동시에 이번 발언에 대한 해석·평가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의 발언'에 공감하는 이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문제를 제기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순위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노동자 채용, 해고가 어렵고 규제가 많아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꺼리고, 결국 비정규직이 양산이 이어진다는 거죠. 따라서 기업이 정규직을 쉽게 채용할 수 있도록 정규직에 대한 채용과 해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한 대책도 정부의 입장과 같이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노사정위에서 정규직 측은 양보하는 자세를 가지고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한편, 반대하는 이들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정부가 진단한 원인에서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한국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중구조화’ 된 원인을 정규직 과보호에서 찾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있는 거지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커서 문제라면,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통해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해야지, 왜 정규직의 처우를 깎아 차이를 줄이겠다는 ‘하향평준화’를 하겠냐는 겁니다. 일부 대기업 정규직 사원을 제외한 여타 정규직은 높은 임금을 받거나 고용안정을 누리고 있지 않다고 말합니다. 비정규직인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고용안정과 임금 처우 개선이지, 노동조건이 악화된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비정규직 끝이 아니라, '4(포)에버 앤 에버'

정부가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고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선했다는데요. 주요 내용을 살펴볼까요?

정부는 기존에 2년이었던 정규직 사용기한을 35세 이상 비정규직인 당사자가 원할 경우 4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법안을 내놨습니다. 3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은 청년 취업자가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정부는 또한, 1년 이상 일해야 받을 수 있던 퇴직금을 3개월 이상만 근무하면 받을 수 있도록 법안을 개선할 방침입니다. 기업이 비정규직 연장 기간이 끝났는데도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다면 퇴직금 외에도 받은 임금 10%에 달하는 이직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한편, 파견 업종이 늘어납니다. 파견 업종은 현재 32개로 제한되어 있는데요. 앞으로는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도 파견 대상에 포함됩니다. 안전이 중시되는 항공, 철도, 선박 업무에는 비정규직 채용이 금지됩니다. ‘해고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개별 해고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저성과자의 고용 해지 기준을 마련하며 앞으로의 임금체계를 직무, 성과급 위주로 개편할 계획입니다. 이 외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업무 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이 허용되며, 임금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주당 68시간에서 60시간으로 단축됩니다.

"난 싫어." "나도 싫어."

정부 대책을 받아든 노동단체의 표정은 좋지 않네요. 기업 측은 어떤가요? 난감해 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대책을 발표하며 “선진국에서도 비정규직은 보편적인 현상이며 불가피하다”면서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추진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1년 뒤 정규직 전환율’은 한국이 11%로 16개국 중 꼴찌입니다.(OECD 조사)

정부 대책을 본 비정규직 노동단체들은

"정부가 발표한 84개 대책 중에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책은 단 한 개도 없다. 박근혜 비정규직 종합 대책은 장그래 죽이기 종합대책이다."

서쌍용, 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

라는 반응입니다. 비정규직 사용 기한을 늘린 것은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기간만 늘어날 뿐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또한, 노동계 측은 고소득 전문직이나 고령자의 파견을 허용하는 기준 완화는 재계의 의견을 들어준 것이라는 평입니다. 사내하도급과 관련해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정부안에 대해서는 자칫 사내하도급을 합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지요.

기업계는 어떨까요?

“이번 대책이 현실화될 경우 기업의 인력 운용에 대한 부담을 심화시켜 일자리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기업 측도 표정이 좋진 않습니다. 사실 기업 측은 정규직 고용체계 과보호를 문제로 제기하며 연공급제에 따른 임금 인상이 크게 부담이 된다고 주장하거든요. 또한, 파견직에 대한 규제를 풀어 자유롭게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요. 비정규직의 사용기한을 늘리고 퇴직금, 이직수당 등 인건비 부담은 늘어났는데 정작 원하는 정규직 체계 개선이나 파견직 규제 완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더할 나위 없을까? '장그래법' 윤곽 드디어 나왔다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그래법’, 기억하시나요? 정부는 현재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이하 위원회)를 통해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한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이하 특위)에서 ‘장그래법’ 대강이 제시됐습니다. 제시된 안(案)은 이른바 ‘전문가그룹’이라 불리는 공익위원들이 작성한 것(앞으로 이 안을 ‘공익위원안’이라 부르겠습니다)입니다.

사내하도급 근로조건 개선, 실업급여, 최저임금 등에 대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담긴 이 공익위원안에서 특히 많은 관심을 받은 내용은 기간제 근로자, 즉 비정규직 보호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비정규직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에 한해 고용기간을 기존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며,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을 경우 이직수당이나 퇴직급여 적용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이러한 방법이 오히려 시간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다며 정부안에 반대해왔습니다.

그럼 이제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을 살펴볼까요?

일단 2년으로 제한된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은 그대로 둡니다. 대신에 본인이 원하면 기간 제한의 예외를 인정해서 계속 일할 수 있습니다.

고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던 정부안과 차이가 있군요. 공익위원들이 정부안을 따르지 않은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을 추진할 경우 기존 정규직 일자리의 기간제 전환, 기존 기간제 일자리 고착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유인하기 위한 근본적 해법으로써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실질적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계를 대표해 노사정위에 참여한 한국노총과 경영계를 대표해 협의를 진행해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공익위원안이 내용이 알려진 직후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동자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기간제한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은 사실상 기간제한을 폐지하자는 것으로,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기간제 노동자의 가슴에 대못을 치는 행위이다. 공익 전문가들은 '기간제 기간연장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원한다'는 현장 증언 노동자의 절규를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노총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개선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하지만, 공익전문가 의견은 오히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강화해 진입장벽을 높이게 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특위는 공익위원안을 놓고 이달 말까지 노사정간 이견 조율을 진행합니다. 만약 노사정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부는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을 토대로 제도 개선에 나섭니다.

Warning.비정규직법.kr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동시장의 인적자원 배분 기능 효율성’ 보고서를 통해 종합대책이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겁니다.

"정규직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이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고용 연한을 규제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는 정책은 정규직 고용을 증대시키기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갱신이 비효율적으로 거절되는 양상을 유발할 것"

김대일 KDI 겸임연구위원 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비정규직의 근로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을 개선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꾀한다는 정부 정책이 현실성 없다는 말입니다. 현재의 시스템 안에서는 기업이 쉽게 정규직을 늘리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4년으로 기간이 늘어도 정규직에 대한 부담으로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 오히려 계약갱신을 거절할 확률이 높다는 겁니다.

KDI's pick

▲정규직의 보호 down, 비정규직 차별 down. 정규직의 고용보호를 줄이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줄여 격차를 좁혀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제3의 고용형태를 활성화하자. 정규직보다 고용보호의 정도는 약하지만 비정규직보다는 고임금을 받는 고용형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