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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유럽?

1952년 유럽의 국가들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발족해 경제 협력을 꿈꿨습니다. ECSC는 유럽경제공동체, 유럽원자력공동체, 유럽공동체를 거쳐 1993년 유럽연합(EU)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회원국 중 19개 국가는 공용화폐(유로)를 도입해, 유로존 국가 간 시장·재정 통합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4년, 경제 사정이 각기 다른 국가들을 하나로 묶은 후유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by twak, flickr(CC BY)

소프트 브렉시트? 네 케이크는 네가 사먹어!

소프트하게 할까? 하드하게 할까?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5달이 되어 갑니다. 유럽연합을 떠나긴 떠나는데.. 이번엔 방식이 문제입니다. 소프트 브렉시트와 하드 브렉시트. 영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영국과 EU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일단 두 개념부터 짚어보죠.

소프트 브렉시트는 쉽게 말해 ‘영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천천히 EU에서 탈퇴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영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하는데요. 영국이 EU와 공동 시장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면서 일정 부분 관세의 자유를 누리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계속 EU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노동 이동, 이민 정책 등 일정 부분에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방향으로 EU 탈퇴를 진행하려 합니다.

이에 비해 하드 브렉시트는 강경한 EU 탈퇴를 의미합니다. 영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단독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EU를 탈퇴할 거니까 EU 공동시장에 발 들일 생각 말고 영국 단독 시장으로 분리하라는 거죠. 이민 정책 역시 영국 단독으로 결정하면 되고요. 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들과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과도 새로운 무역 협정과 산업 간 교류 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행보는?

 
Soft와 Hard. 개념은 얼추 이해가 갑니다. 브렉시트를 이끌어야 할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장은 어떨까요?(지난 7월 영국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테리사 메이로 바뀌었죠.) 또 EU는 어떤 반응일까요?

일단 메이는 소프트와 하드의 경계를 넘나 들며 브렉시트의 방향을 조율 중입니다. 그간 메이의 브렉시트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죠. 10월 2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될 것이며 더는 우리 사법기구 우위의 초국가적 권한을 가진 정치적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주권국가가 될 것”

“내년 3월 말까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

10월 2일 BBC 인터뷰, 테리사 메이

지난 10월 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출발 시점을 공식 언급합니다. 리스본 50조가 발동되면 영국은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년 동안 탈퇴협상에 돌입해야 합니다. 내년 3월에 조항이 발동되면 영국의 EU 탈퇴는 2019년 3월 이전에 완료되게 됩니다. ‘완전한 독립 국가’라는 표현을 두고는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죠.

같은 날 열린 보수당 연례총회에서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 접근법으로 EU와 ‘섹터별(sector-by-sector)’ 양자 협상을 제시합니다. 이는 자동차, 제약, 금융 등 분야 별로 협상을 진행해 EU 단일시장에 있을 때 누리던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협상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 마디로 자국 기업들의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혜택은 극대화하겠다는 것이죠. 입장은 Hard한데 속내는 Soft하네요. 탈퇴는 할 건데 피해는 줄이고 싶다하니 EU는 뿔이 났습니다.

“하드(hard) 브렉시트가 아니면 노(no) 브렉시트”

“소프트(soft) 브렉시트는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회원국 혜택을 다시 누리지 못할 것”

10월 13일 벨기에 브뤼셀 연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Hard or No. EU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이날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의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부 장관의 발언을 겨냥해 “케이크는 사서 먹어라”라며 맞서기도 했습니다.

영국과 EU의 설전이 오고가는 중, 이번엔 메이 총리의 리스본조약 50조 발언에 대한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하나 나옵니다.

"정부는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으로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유럽연합(EU) 탈퇴 의사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

“(영국의 EU 가입을 규정한) 유럽공동체법(1972)이 규정한 국민의 권리는 정부가 아니라 의회만이 박탈할 수 있다”

11월 3일, 영국 고등법원 재판부

이는 영국 정부가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브렉시트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는 뜻의 판결입니다. 메이의 3월 협상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네요. 게다가 영국 국회의원 다수는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어 의회가 개입하게 되면 소프트 브렉시트에 힘이 실리게 될 수 있습니다.

메이 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3월 탈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지,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지 정해질 텐데요. 법원의 제동에도 메이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총리실 성명을 보시죠.

"메이 총리가 리스본조약 50조에 의한 (EU 탈퇴 의사) 통보일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항고 승리와 리스본조약 50조 진행을 확신한다고 했다”

11월 4일, 영국 총리실 성명

고등법원 판결 다음 날, 총리실 성명과 함께 메이는 전화로 EU 주요 인사들에게 협상일정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전달합니다. 메이의 연락을 받은 사람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입니다.

메이가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EU와의 탈퇴 협상에서 협상력을 잃지 않기 위함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자세로 나가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아쉬울 게 없다’는 우위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죠.

또한 영국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입장, 법원의 판결, 메이 총리의 새로운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파운드화 환율이 요동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의식해 일단 영국의 확고한 노선을 공표한 것이죠.
 
브렉시트로 나아가는 것조차 Easy하지 않네요.메이는 안(의회)과 밖(EU)을 잘 조율하며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영국의 Hard한 여정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영국과 EU

◇"추가 분담금 내시오", "싫소"
영국이 지난해 EU에 낸 부담금은 86억 2,400만 파운드로 EU 회원국 내 4위 규모입니다. EU는 지난달 24일 경제규모에 따라 분담금을 재산출하고, 영국에 17억 파운드를 추가로 납부하라고 통보했는데요.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의 통보에 반발하며, 추가 분담금을 기한(12월 1일) 내에 지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EU 시민에게 이주의 자유 보장하라", "싫소"
영국 등 EU 내 '선진국'은 밀려드는 동유럽 이민자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습니다. 영국은 비숙련 이민자 유입에 특히 민감한데요.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의 이민제한 조치를 끌어내기 위해 'EU 탈퇴 카드'를 썼다가 친(親) EU파인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한 방 먹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이주에 관한 변화를 계속 주장할 경우 영국의 EU 잔류를 지지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나가려면 나가라'고 답한 것이죠.

유럽사법재판소 판결 "복지관광 안돼"

지난 11일, 유럽사법재판소(ECJ)는 독일로 이주해온 루마니아 여성 에리자베타 마노(25)씨가 복지 수당을 중단한 독일 정부를 상대로 "실업에 따른 복지혜택을 다시 달라"고 낸 소송에서 독일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마노 씨가 이주한 지 석 달이 지난 뒤에도 자신의 생계 자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직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독일 거주에 따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유럽사법재판소

"EU는 항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핵심 원칙으로 주창해 왔다", "그러나 이것이 회원국의 사회복지 시스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나 안드레바 대변인, EU집행위원회

이번 판결이 일부 이민자의 복지관광(해당 국가 재정에 기여하지 않고 복지 혜택만 누리는 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해서 EU에 이민자 제한을 요구하고 자국민과 복지 혜택에 차등을 둔 일부 선진 국가(a.k.a. 영국)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주민 유입' 자체를 제한하려는 영국은 다소 불리해질 수 있는데요. 이번 판결이 EU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면서 복지관광만 막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영국내 반EU 모두, 오른발을 한 보 앞으로

"2017년까지 유럽연합(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8일 총리 관저

지난 7일 영국 총선에서 집권당인 보수당이 집권 연장은 물론 깜짝 과반(650석 중 330석)을 차지했습니다. 덕분에 '브렉시트(Brexit)' 논란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브렉시트란 영국(Britain)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일컫는 말입니다.

영국의 보수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이민자 유입으로 복지 재정 부담이 늘자, 영국엔 EU 회원국 간 상품·서비스·자본·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4대 이동의 자유'에 반하는 정서가 퍼졌는데요.

▲시리아·리비아 등 MENA 지역(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으로 인한 저소득 이민자 및 난민 유입 ▲EU 경기 침체 ▲이민자 유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복지 재정 부담이 늘었다는 불만 ▲지난 1월 프랑스 파리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무함마드 만평에 반대하는 무슬림 테러집단에 테러를 당한 것 등이 영국 보수주의와 민족주의에 불을 댕겼습니다. 영국 보수화는 반EU 여론 확대와 그로 인한 EU 탈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영국은 EU에 연간 60만 명의 이민자 유입을 10만 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또한, 이민자 문제에 관해 EU 인권법 대신 영국 인권법을 적용하는 등 EU 협약을 개정하길 바라는데요. EU 집행위원회는 "사소한 사항들은 협상이 가능"하지만, '4대 이동의 자유'는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보수당이 집권했다고 한들 영국이 브렉시트를 행동으로 옮기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EU 회원국으로서 아무런 제약 없이 5억 인구가 넘는 EU 시장 전체를 공유하고, EU와 FTA를 맺은 국가들로부터 무역 최혜국 수혜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적 이점을 포기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독일의 베르텔스만 재단과 Ifo 경제연구소는 최악의 경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이 2014년에 비해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EU 탈퇴는 친EU 성향이 강한 스코틀랜드의 영연방 탈퇴를 부추기므로 '하나의 영국'을 지키기 위해선 '하나의 유럽'에 잔류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英 캐머런, "브렉시트 지지하려면 떠나라" 경고?

7일,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Brexit)'를 주장하는 보수당 내 강경세력에 경고장을 던졌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지지 운동에 참여하려는 장관들은 누구라도 정부 일에서 손을 떼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브렉시트를 추진하고 있는 보수당인데 어찌된 일일까요? 애초에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지지자가 아니었습니다. 브렉시트라는 극단적 방법 대신 EU협약을 고쳐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고, EU에 잔류하겠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었습니다.

"우리 입장은 분명하다. EU협약 개정을 협상하고, 영국의 국익에 일치하는 결과를 얻고 그다음에는 국민에게 EU 잔류를 권고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G7 정상회의에서

이 와중 영국 보수당 의원 50명은 '영국을 위한 보수'라는 모임을 만들고 강력한 브렉시트 지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나섰습니다. 협상과 잔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캐머런 총리의 경고는 이러한 강경파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브렉시트 지지 장관들은 내각서 나가라' 발언은 이내 역풍을 맞았습니다. 하원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고 내각 장관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습니다. 이에 캐머런 총리는 "신문, 방송 보도는 모두 (내 말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 EU와 협상하는 기간 동안 내각이 일치된 모습을 보여달라는 뜻이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한편,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시행법안이 하원에서 찬성 544표 반대 53표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했습니다. 실제 국민투표까지 몇 가지 절차가 남아있지만, 투표 시행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님아, EU를 떠나지 마오...

지난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회원국들은 영국이 요구한 EU 개혁안을 만장일치로 합의했습니다.

EU 정상들이 이번 개혁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막기 위함입니다. 영국은 그동안 국경 정책, 유로화 정책, EU 예산 기여 등 EU의 정치경제적 통합 방안에 불만을 가져왔습니다. '얻는 것은 적은데, 지출만 많다'는 게 불만의 핵심이었죠.

EU 입장에서 EU 전체 경제규모 중 15% 이상을 차지하는 영국의 탈퇴는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영국의 탈퇴가 다른 EU 회원국의 연쇄 탈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죠. 실제 덴마크, 체코 등은 EU 잔류를 회의적으로 보는 국가들 중 하나로 영국의 탈퇴가 현실이 된다면 이들 국가 또한 EU 탈퇴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확률이 높습니다.

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한 ‘당근’으로 쓰인 것이 앞서 이야기한 EU 개혁안입니다. 이 개혁안에는 영국이 그동안 요구해온 회원국 지위 변경 요구 조건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습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영국이 역내 이주민에 대해 7년 동안 이주∙복지 혜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영국 정부가 이주민이 본국에 두고 온 자녀들의 양육수당도 삭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더불어 유럽의회가 제정한 법률이라도 회원국 의회가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마련됐으며, EU 조약의 핵심 중 하나인 ‘더욱 통합된 공동체’ 조건이 영국에 적용되지 않음을 보장했습니다. 또한 유로존이 영국의 금융서비스업 등에 피해를 주는 결정을 하면 영국 정부는 긴급 세이프가드 발동을 통해 이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

EU가 영국에 특별 대우를 해준 셈이지만, 이 조치가 영국의 EU 잔류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영국 국민의 투표로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오는 6월 23일, 영국 정부는 영국의 EU 잔류/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진행합니다.

EU 개혁안 발표 직후 시행된 여론조사에서 영국 국민들은 대체로 EU 잔류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의 여론조사 업체 서베이션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EU 잔류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8%, 탈퇴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3%, 부동표는 20%였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EU 잔류를 지지하는 이가 더 많았지만, 부동표가 20%에 달하기 때문에 실제 투표 전까지 섣부른 확신은 금물입니다.

영국 캐머런 총리는 현재 "EU를 떠나는 건 영국의 경제적 이익과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될 것”이라며 EU 잔류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보수당 내각 다수, 야당인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도 캐머런 총리 편에 서서 EU 탈퇴를 요구하는 일부 강경 보수당 의원들과 맞서고 있습니다.

3일 앞으로 다가온 브렉시트 투표, 잔류 or 탈퇴

결정의 날이 4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오는 23일, 영국 정부는 영국의 유럽연합(이하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합니다. 3년 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보수당)가 공약한 EU 잔류 국민투표가 현실화한 것인데요.

당시 EU 탈퇴를 주장하던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월 진행한 EU 정상회의에서 '영국의 EU 잔류 요구 조건'을 다른 회원국에 요구했습니다. EU 정상들이 영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캐머런 총리 또한 EU 잔류 의견으로 돌아섰고 브렉시트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공약은 공약'이라는 보수당과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주장에 따라 EU 잔류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영국 정부의 뜻이 어떻든 일단 국민의 찬반에 따라 영국의 EU 잔류가 결정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 국민의 여론은 어떨까요? 지난 18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는 영국 여론조사 업체 '서베이션'이 지난 17일부터 18일부터 이틀간 성인 1,100명을 상대로 전화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브렉시트 반대(EU 잔류) 응답이 전체 45%를 기록했으며, 브렉시트 찬성(EU 탈퇴) 응답이 42%였다고 보도했습니다. 3일 전인 지난 15일 같은 여론조사 업체인 '서베이션'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브렉시트 찬성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3%포인트 앞선 바 있습니다.

영국 국민의 여론이 브렉시트 반대로 뒤집힌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지난 16일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벌이던 조 콕스 노동당 하원 의원이 토머스 메이어라는 인물에 의해 총격 피살됐기 때문입니다. 범행 당시 메이어는 콕스 의원에게 '영국이 우선이다(Britain First)'라고 외쳤다고 하는데요. 이 표어는 영국의 한 극우단체가 주로 쓰는 말인데요. 때문에 메이어가 영국 극우단체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 단체는 자신들과 메이어는 전혀 관련이 없고 돌발 행동을 부추긴 적도 없다고 선 그었습니다.

극우단체와의 연관성을 차치하고서라도 메이어의 발언은 그가 브렉시트 찬성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게 하는 단서입니다. 메이어는 18일 런던 형사법원에 출석한 자리에서도 "내 이름은 '반역자에게 죽음을 영국에 자유를'"이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합니다.

사건이 벌어지자 브렉시트를 놓고 치열한 선거 운동을 진행하던 영국 정치권은 18일까지 선거운동을 중단하며 추모 분위기를 유지했으며, 콕스 의원에 대한 추모와 동정 여론이 확산하면서 브렉시트 반대 지지율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점차 브렉시드 반대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찬성과 반대 사이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투표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는데요. 결과는 투표 당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탈퇴는 맞고, 잔류는 틀리다

Brexit result
파란색이 탈퇴 우세 지역, 연두색이 잔류 우세 지역

지난 24일,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진행됐습니다. 결과는 다들 들으셨죠? 네, 영국은 조만간 EU를 탈퇴합니다. 투표에 참여한 영국 국민의 51.9%가 EU 탈퇴를 지지했고, 나머지 48.1%가 잔류를 지지했습니다. 투표수로 따져보면 EU 탈퇴 지지표가 1,741만 표였고, 잔류 지지표가 1,614만 표였습니다. 고작 126만 표 차이로 영국은 43년간 몸담았던 유럽 공동체를 떠나게 됐습니다.

국민투표에서 EU 탈퇴를 지지하는 표가 더 많이 나왔다고 영국이 바로 EU에서 탈퇴하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유럽연합 조약 제50조에 명시된 '회원국의 탈퇴에 관한 규정'에 따라 길게는 2년간 탈퇴 협상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탈퇴 협상이 끝났다고 다가 아닙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얼기설기 얽혀 있는 EU와 영국의 관계가 완벽히 정리되는데 최대 10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영국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데 걸린 시간이 12년이었던 걸 고려하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습니다.

영국이 당장 걱정해야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EU 탈퇴 이후 영국 내에서 일어나는 정치 사회적인 갈등인데요. 24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임한다고 밝히면서 영국 국민은 당장 앞으로의 EU 탈퇴 과정을 이끌어갈 새로운 총리를 뽑아야 합니다. 현재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국민투표 과정에서 EU 탈퇴 진영을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인데요. 그는 국민투표 유세 과정에서 직설적이고 화려한 언변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를 지도로 살펴보면 EU 잔류와 탈퇴를 지지하는 지역이 남북으로 극명하게 갈립니다. 영국의 북쪽에 있는 스코틀랜드(잔류 62%, 탈퇴 38%)와 북아일랜드(잔류 55.7%, 탈퇴 44.3%)는 EU 잔류 의견이 우세했고, 영국 남쪽의 잉글랜드(잔류 46.8%, 탈퇴 53.2%)와 웨일스(잔류 48.3%, 탈퇴 51.7%)는 탈퇴 의견이 앞섰습니다. EU 탈퇴가 결정되자 잔류를 지지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특히 잔류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던 스코틀랜드는 또다시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습니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단독으로 EU에 가입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로 이뤄진 연합왕국 '영국'은 분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투표 결과를 좌우한 주요 변수는 지역별 차이뿐만이 아닙니다. EU 탈퇴와 잔류를 바라보는 세대 간 격차 또한 상당했는데요. BBC 등 영국 주요 언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18세부터 24세 젊은층은 약 73%가 EU 잔류를 지지했지만, 65세 이상의 노년층은 약 60%가 EU 탈퇴를 지지했다고 합니다. 전체 결과를 놓고 보면 나이가 많아질수록 EU 탈퇴를 지지하는 비율도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영국 내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모님 세대가 영국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았다'는 이야기가 떠도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탈퇴 절차는 시작도 안 했는데, EU 탈퇴 결정이 불러온 크고 작은 문제들은 빠르게 영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습니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으니 앞으로 남은 일은 상황을 최대한 잘 수습하는 것인데요. 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소프트 브렉시트? 네 케이크는 네가 사먹어!

소프트하게 할까? 하드하게 할까?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 지 5달이 되어 갑니다. 유럽연합을 떠나긴 떠나는데.. 이번엔 방식이 문제입니다. 소프트 브렉시트와 하드 브렉시트. 영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영국과 EU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일단 두 개념부터 짚어보죠.

소프트 브렉시트는 쉽게 말해 ‘영국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천천히 EU에서 탈퇴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영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하는데요. 영국이 EU와 공동 시장을 지금 상태로 유지하면서 일정 부분 관세의 자유를 누리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계속 EU의 혜택을 누리는 동시에 노동 이동, 이민 정책 등 일정 부분에서는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방향으로 EU 탈퇴를 진행하려 합니다.

이에 비해 하드 브렉시트는 강경한 EU 탈퇴를 의미합니다. 영국이 유럽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단독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EU를 탈퇴할 거니까 EU 공동시장에 발 들일 생각 말고 영국 단독 시장으로 분리하라는 거죠. 이민 정책 역시 영국 단독으로 결정하면 되고요. 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들과는 물론이고 다른 국가들과도 새로운 무역 협정과 산업 간 교류 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행보는?

 
Soft와 Hard. 개념은 얼추 이해가 갑니다. 브렉시트를 이끌어야 할 영국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입장은 어떨까요?(지난 7월 영국 총리는 데이비드 캐머런에서 테리사 메이로 바뀌었죠.) 또 EU는 어떤 반응일까요?

일단 메이는 소프트와 하드의 경계를 넘나 들며 브렉시트의 방향을 조율 중입니다. 그간 메이의 브렉시트 행보를 살펴보도록 하죠. 10월 2일로 돌아갑니다.

“우리는 완전한 독립 국가가 될 것이며 더는 우리 사법기구 우위의 초국가적 권한을 가진 정치적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주권국가가 될 것”

“내년 3월 말까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

10월 2일 BBC 인터뷰, 테리사 메이

지난 10월 2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출발 시점을 공식 언급합니다. 리스본 50조가 발동되면 영국은 EU에 탈퇴 의사를 공식 통보하고 2년 동안 탈퇴협상에 돌입해야 합니다. 내년 3월에 조항이 발동되면 영국의 EU 탈퇴는 2019년 3월 이전에 완료되게 됩니다. ‘완전한 독립 국가’라는 표현을 두고는 메이 총리가 하드 브렉시트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죠.

같은 날 열린 보수당 연례총회에서 메이는 브렉시트 협상 접근법으로 EU와 ‘섹터별(sector-by-sector)’ 양자 협상을 제시합니다. 이는 자동차, 제약, 금융 등 분야 별로 협상을 진행해 EU 단일시장에 있을 때 누리던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협상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한 마디로 자국 기업들의 충격은 최소화하면서 혜택은 극대화하겠다는 것이죠. 입장은 Hard한데 속내는 Soft하네요. 탈퇴는 할 건데 피해는 줄이고 싶다하니 EU는 뿔이 났습니다.

“하드(hard) 브렉시트가 아니면 노(no) 브렉시트”

“소프트(soft) 브렉시트는 순진한 착각에 불과하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EU 회원국 혜택을 다시 누리지 못할 것”

10월 13일 벨기에 브뤼셀 연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Hard or No. EU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이날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의 케이크도 먹을 수 있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부 장관의 발언을 겨냥해 “케이크는 사서 먹어라”라며 맞서기도 했습니다.

영국과 EU의 설전이 오고가는 중, 이번엔 메이 총리의 리스본조약 50조 발언에 대한 영국 고등법원의 판결이 하나 나옵니다.

"정부는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으로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유럽연합(EU) 탈퇴 의사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

“(영국의 EU 가입을 규정한) 유럽공동체법(1972)이 규정한 국민의 권리는 정부가 아니라 의회만이 박탈할 수 있다”

11월 3일, 영국 고등법원 재판부

이는 영국 정부가 의회 승인을 받지 않고 브렉시트를 발동할 권한이 없다는 뜻의 판결입니다. 메이의 3월 협상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네요. 게다가 영국 국회의원 다수는 EU 잔류를 지지하고 있어 의회가 개입하게 되면 소프트 브렉시트에 힘이 실리게 될 수 있습니다.

메이 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항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3월 탈퇴가 본격적으로 진행될지,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지 정해질 텐데요. 법원의 제동에도 메이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영국 총리실 성명을 보시죠.

"메이 총리가 리스본조약 50조에 의한 (EU 탈퇴 의사) 통보일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항고 승리와 리스본조약 50조 진행을 확신한다고 했다”

11월 4일, 영국 총리실 성명

고등법원 판결 다음 날, 총리실 성명과 함께 메이는 전화로 EU 주요 인사들에게 협상일정에 변동이 없을 것임을 전달합니다. 메이의 연락을 받은 사람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입니다.

메이가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EU와의 탈퇴 협상에서 협상력을 잃지 않기 위함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자세로 나가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아쉬울 게 없다’는 우위의 자세를 취하는 것이죠.

또한 영국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EU의 입장, 법원의 판결, 메이 총리의 새로운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파운드화 환율이 요동치는 등 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를 의식해 일단 영국의 확고한 노선을 공표한 것이죠.
 
브렉시트로 나아가는 것조차 Easy하지 않네요.메이는 안(의회)과 밖(EU)을 잘 조율하며 브렉시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앞으로도 영국의 Hard한 여정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