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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고집

[주의]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메가폰을 잡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미 〈메멘토〉, 〈인셉션〉, 〈배트맨 다크나이트 시리즈〉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그의 작품에서 놀란 감독의 영화 철학을 엿볼 수 있는데요. 물론 〈인터스텔라〉에도 그의 영화 철학에서 비롯된 고집과 습관이 녹아있습니다.

by charlieanders2, flickr(CC BY)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강한 스포일러 주의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만 박사(맷 데이먼)는 웜홀 너머 다른 우주에 고립된 외로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존속해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스스로 붕괴하는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면 만 박사의 반전에 뒤통수가 얼얼했을 겁니다.

놀란 감독은 예술, 오락, SF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사람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그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내려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기억이 10분마다 리셋되는 <메멘토>,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인셉션>에서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경험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그리고 인간성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 영화는 그 부분을 평가할 때 굉장히 솔직하려 애썼다.”

디지털? 영화는 필름이지.

"영화는 곧 필름이며, 필름이 곧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과 더불어 유명한 필름 예찬론자입니다. 최근 많은 영화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있지만, 놀란 감독은 <다크나이트>, <인셉션> 등 전작과 마찬가지로 <인터스텔라> 역시 35mm와 70mm 필름 카메라,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하였습니다.

지금은 디지털 카메라가 훨씬 익숙하지만 예전에 쓰던 필름 카메라를 생각해보세요. 필름으로 인화한 사진의 색감과 음영이 좀 더 끌리는 분들도 계시죠? 놀란 감독도 그런가 봅니다. "35mm, 65mm 필름을 쓰는데 디지털보다 두 필름이 이미지, 해상도 등에서 더 좋다.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게 나오기 전까지는 계속 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계속 필름으로 영화를 제작하겠다네요.

국내 40개 영화관도 35mm 필름으로 인터스텔라를 개봉했다고 하는데요. 한 번 직접 체험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CG?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놀란 감독이 만든 영화의 제작비가 비싼 이유는 필름말고도 한 가지 더 있습니다. CG(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하지 않고 세트를 직접 만들어 촬영해, 세트 제작비가 추가로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전작인 <인셉션>의 '무중력 격투'씬은 배우들이 회전하는 원통 세트에서 싸우는 장면을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앉아있던 카페 거리에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도 100% CG는 아닙니다. 실제 폭발로 종이와 자동차가 뒤집어지는 난리 통에도 배우들은 태연하게 연기를 해야 했습니다.

〈인셉션〉 무중력 격투씬 메이킹필름
〈인셉션〉의 파리 카페거리 폭파씬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미식축구장 씬도 실제 축구장에서 촬영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미식축구씬 촬영

<인터스텔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 초반 쿠퍼 가족이 운영하는 옥수수 농장은 CG가 아닌데요. 30만 평이 넘는 옥수수밭을 경작하는 데에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가족이 함께 야구를 관람하는 장면에서 불어오는 엄청난 모래바람도 무독성 골판지를 갈아 만든 진짜 종이가루입니다. 와우, 놀란 감독에게 1따봉.

남자 주인공은 아내가 없다.

놀란 감독 영화의 남자 주인공에겐 아내가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아내를 '잃은' 남자들이 영화의 주인공인데요. <메멘토>(2001)의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가 강간·살해당한 충격으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영화는 10분마다 기억이 리셋(reset)되는 레너드가 아내의 살인범에게 복수하기 위한 과정을 그립니다. <인셉션>(2010)의 맬은 남편 코브와 함께 꿈속 여행을 하다 돌아오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하고 코브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이처럼 놀란의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극한 상황에 몰리고, 놀란은 이를 이용해 영화를 전개합니다.

인터스텔라는 두 전작에 비하면 그 갈등요소가 미약하지만, 아내를 잃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주인공 쿠퍼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우주여행을 결심합니다. 놀란의 상처(喪妻)코드가 나타난 것이죠.

"제 작품에는 공통된 서사(내러티브)가 있다. 장르는 다를지 몰라도 드라마틱한 극한의 상황에 빠지는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메멘토) 복수나, (인터스텔라) 우주탐험 등 인간이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모티브(동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10일 상하이 기자회견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은 어떻게 드러나는가.

※강한 스포일러 주의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만 박사(맷 데이먼)는 웜홀 너머 다른 우주에 고립된 외로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를 존속해야 한다는 사명감 사이에서 스스로 붕괴하는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이면 만 박사의 반전에 뒤통수가 얼얼했을 겁니다.

놀란 감독은 예술, 오락, SF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사람들을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그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알아내려 하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기억이 10분마다 리셋되는 <메멘토>,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지는 <다크나이트> 시리즈,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인셉션>에서 등장인물은 끊임없이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인터스텔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의 경험치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면 우리가 다른 사람과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는지, 그리고 인간성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 영화는 그 부분을 평가할 때 굉장히 솔직하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