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Stories

불법 차명거래 금지법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가명, 도명(남의 명의를 훔치는 행위), 무기명 금융거래가 가능했습니다. 1993년에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차명계좌'는 불법이 아니므로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11월 29일부터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는 전면 금지됩니다.

by justDONQUE.images, flickr(CC BY)

선의의 거짓말, 아니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

차명계좌는 꼭 재벌 총수들만 운용하는 것 같나요? 잘 생각해보면 차명계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님 계신가요? 동창회비 300만 원. 본인의 이름으로 은행에 맡겼다면 그것도 차명계좌입니다.

이번 법 개정의 목적은 '불법' 차명계좌를 원천금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 목적이 아니면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아래는 법에서 말하는 '선의의 차명계좌' 예시입니다. 그러나 차명계좌 활용으로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들면 무조건 불법입니다.

① 동창회와 종친회 등 회비 관리 목적의 계좌
② 예금보호 한도(5,000만 원)를 맞추기 위한 차명 계좌. 예를 들어 아버지의 금융자산은 8천만 원입니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 한도 5천만 원 이상의 예금은 은행 파산 시 보호되지 않죠. 이때 예금보호를 위해 자신 명의로 5천만 원, 아들 명의로 3천만 원을 분산 예금하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금융실명제 도입

1993년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꼭 금융거래를 실명으로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죠? 홍길동이라는 가명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고, 남의 이름을 훔쳐도 됐고, 심지어 이름이 없는 계좌도 괜찮았습니다. 그러므로 비자금, 탈세, 뇌물 수수 등 온갖 비리의 수단으로 금융거래를 악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개똥이'라는 이름의 계좌에 천억 원이 있는데 이 개똥이가 누군지 모릅니다. 세금을 징수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순간 엄숙한 마음으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합니다.”

김영삼 대통령, 1993년 8월 12일 오후 7시 40분 청와대 춘추관

금융실명제는 거의 007작전에 가까울 정도로 비밀리에 준비되었고 기습적으로 발표됐습니다.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비리 기업과 자산가, 정치인이 이를 방해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겠죠?

반쪽짜리 금융실명제의 덫

금융실명제는 금융거래 시스템에 투명성을 보태주었고, 우리나라 조세정의의 근간을 세웠습니다. 문제는 금융실명제가 '실명'에 집중한 나머지, 반쪽짜리 법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실명'이기만 하면 남의 이름을 빌려도 된다는 얘기니까요. 계좌의 실소유주와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가 가능하고, 대법원도 실소유주의 소유권을 인정했습니다. 계좌에 실소유주가 있고 명의자가 따로 있다니 진정한 의미의 금융실명제라 보기 어렵죠.

전두환 대통령이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죠. 그럼 그의 나머지 재산은? 차명계좌에 들어가 있습니다. <삼성을 말한다> 읽으셨나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임직원 수천 명의 명의로 4조 5,000억원 대의 차명계좌를 관리했습니다.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로 수감 중인 CJ 이재현 회장도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 600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배임으로 실형을 받았던 한화 김승연 회장도 빠지지 않죠.

차명계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차명계좌를 악용한 탈세, 자금은닉 등 범죄가 문제라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FIU법) △조세범 처벌법 등 탈세, 범죄 자체를 처벌할 규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금융범죄의 길을 터주는 차명계좌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습니다.

드디어 이달 29일부터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11월 29일까지 내 돈 찾지 않으면 남의 돈 된다

이달 29일부터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개정 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 허용 여부 : 실 소유자와 명의자가 합의하면 O.K. → 재산 은닉, 탈세 등 불법 목적의 차명거래는 형사처분
② 금융자산 소유권 : 실소유주 권리 인정 → 명의자 소유 추정 (실소유주가 자산을 되찾으려면 재판을 통해 입증해야 함)
③ 당사자 처벌 수위 : 차명거래로 포탈한 세금만 추징 →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
④ 금융회사 과태료 : 500만 원 이하 → 건별 과태로 3,000만 원 이하

개정안은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아닌 명의자의 소유권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차명계좌에 있는 금융자산을 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명계좌를 운용하고 있다면 29일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실명으로 전환하거나, 명의자에게 합법적으로 증여해야 합니다. 물론 이때 발생하는 각종 세금은 납부 해야겠죠?

선의의 거짓말, 아니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

차명계좌는 꼭 재벌 총수들만 운용하는 것 같나요? 잘 생각해보면 차명계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님 계신가요? 동창회비 300만 원. 본인의 이름으로 은행에 맡겼다면 그것도 차명계좌입니다.

이번 법 개정의 목적은 '불법' 차명계좌를 원천금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불법 목적이 아니면 법에 저촉되지 않습니다. 아래는 법에서 말하는 '선의의 차명계좌' 예시입니다. 그러나 차명계좌 활용으로 내야 할 세금이 줄어들면 무조건 불법입니다.

① 동창회와 종친회 등 회비 관리 목적의 계좌
② 예금보호 한도(5,000만 원)를 맞추기 위한 차명 계좌. 예를 들어 아버지의 금융자산은 8천만 원입니다. 그러나 예금자 보호 한도 5천만 원 이상의 예금은 은행 파산 시 보호되지 않죠. 이때 예금보호를 위해 자신 명의로 5천만 원, 아들 명의로 3천만 원을 분산 예금하는 것은 위법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