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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 예산 갈등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입니다. '누리과정'이란, 3세에서 5세 아이들이 국가의 책임 아래 교육을 받아 더 큰 꿈을 꾸고 행복하게 세상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추진하는 정책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 어린이 모두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닐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이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돈을 누가 내야 하는가를 두고 정부부처와 교육청이 싸우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급한 불은 껐다. 급한 불만 껐다.

대부분 지방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육 대란의 급한 불을 껐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집,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은 6개 시·도에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지난 5일 서울시의회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8개월 치를 긴급 편성했습니다. 이로써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곳은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육 대란은 말 그대로 급한 불만 꺼진 상태입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어린이집,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곳이 6개 교육청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어린이집/유치원 전액 편성: 대구, 대전, 울산, 세종, 충남, 경북
어린이집/유치원 부분 편성: 서울, 부산, 인천, 충북, 전남, 경남, 제주
어린이집 미편성: 광주·경기·강원(해당 지자체가 2~3개월 치 예산 및 운영비 편성), 전북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의 갈등도 여전합니다.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교육청에만 목적 예비비를 전액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한 곳은 목적예비비도 50%만 지원할 방침이며, 특히 어린이집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광주, 경기, 강원, 전북에는 목적 예비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사원도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지방교육청을 감사할 방침입니다. 지난달 8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서울, 경기, 강원, 세종, 광주, 전남, 전북 교육청을 상대로 청구한 공익 감사를 수용하기로 한 겁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매년 보육대란이 발생해 국가적으로 염려가 크다”

“예산 부담 주체가 국가인지, 교육청인지,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 누리과정 미편성이 법적 의무 위반사항인지 등을 살펴볼 것”

황찬현 감사원장, 3일 기자단 오찬간담회

대구, 울산, 경북을 제외한 14곳의 교육감은 지난 4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누리과정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누리과정'이란 무엇인가

'누리과정'이란 우리나라 모든 만 3~5세 어린이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며 교육과 보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말합니다. 2012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돼, 해당 연령대의 전체 아동을 대상으로 매달 20만 원씩 지원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당시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 완전책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누리과정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누리과정의 취지는 "정부가 직접 나서 어린 영유아의 보육 수준을 가정의 경제력에 좌우되지 않도록 한다"입니다. 정부는 점진적으로 누리과정 지원 대상 아동과 지원액을 늘려 ‘무상보육’의 첫 발을 떼고자 했습니다.

정부, "무상 보육, 한 걸음 앞으로…갔다가 뒤로 갈 수는 없고"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예산의 범위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2013년 2월 개정)

정부가 당찬 포부로 시작한 '누리과정'의 첫 시작은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수정한 것인데요. 이 시행령 개정안에는 ‘보육비’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라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소관이었던 어린이집 보육비가 국고와 지방비로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지원 예산을 아예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세수가 감소했다며 각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도 전년대비 3% 넘게 줄였습니다. 중앙정부의 부채가 464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137.4%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지방교육청 부채는 2013년 말 기준 3조 원, 전체 예산 중 5.2%입니다. 또한, 누리과정 예산은 2012년에 이미 단계적으로 지자체 교부금에서 부담하기로 한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예산 책정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교육청, "정부 토스? 반사" 공은 던져졌고 경기는 시작됐다

기획재정부의 누리 과정 예산을 '토스'받은 전국 교육청은 감당할 수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지난 10월 7일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누리 과정 예산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편성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죠.

"초등돌봄교실이 2016학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되는 등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교육복지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초중고 교육사업비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

"영유아보육법 34조에도 누리 과정과 같은 무상교육 경비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부담으로 돼 있다. 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련 법에도 보육기관은 교육기관이 아니어서 교부금 대상이 아니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

그러나 정부 측 입장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지난달 8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에서 '이미 지난 정부에서부터 합의해서 추진해 왔다'며 이미 합의한 사안이라 선을 그었고, 15일에는 최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 누리 과정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며 "2015년 누리 과정 전체 소요 경비를 교부금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도 교육청과 정부부처의 싸움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시도교육감 - 일부 편성하지, 정부 - 하려면 다 해주지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6일 저녁 긴급총회를 열고 내년도 누리과정 지원 예산 일부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강수에 강수를 거듭했던 중앙정부와 교육청 사이에서 일단 교육청이 한 수 물러난 걸까요.

시도교육감들은 총회를 연 후 결의문을 발표했는데요. 핵심은 교육부가 내어준 지방채 3조 8천 억원과 정부가 최근(3일) 교원 명예퇴직수당 명목으로 내준 지방채 1조 1천억 원 중 후자를 제외하고 남는 범위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겁니다. 따라서 예산을 편성할 수 없는 2곳이 생기고, 편성한 예산도 2~3개월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정부가 추가 예산 편성 등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추가 예산 편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입니다.

"지방채 추가 발행 지원으로 재원상 여유가 생겼는데도 2∼3개월분만 편성하겠다는 것은 현행법상 의무는 지키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은 피하겠다는 것."

정부관계자

방법은 이제 됐고, "가격(규모)은 얼마에 형성되어 있죠?"

여야가 ‘예산안 핵심 쟁점’ 중 하나였던 누리과정 예산을 ‘큰 틀에서’ 합의했습니다. 25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는 3+3 회동을 한 뒤 이를 발표했습니다. 지역교육청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여당과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야당 사이, ‘정부가 우회로 지원’한다는 것이 합의 결과입니다.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부담한다. 부족할 경우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한다.

지방채로 인한 이자는 정부가 보태준다. 또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으로 어려움을 맞은 지방재정을 위해 교육부 예산을 증액한다.

이로써 방법은 합의됐지만, 규모는 아직 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은 대신, 정부가 특성화고 장학금, 초등 돌봄학교, 방과후 학교 지원 사업 등에 대한 예산 5,233억 원을 지원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단 기재부와 합의한 후, 규모를 정하자며 2,000억 원대의 예산 지원을 제시했습니다.

여야 합의 소식에 힘입어 당일 오후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14일만에 예산 소위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10분 만에 다시 파행됐죠. 합의 못한 ‘규모’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치열했기 때문입니다.

보육 예산 바닥났다. 정말 한 푼도 안 남는다.

지방 교육청의 어린이집 보육 예산 부족이 심각합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등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강원, 전북의 보육 예산은 이번 달, 경남과 충남은 4월, 경기와 부산은 5월을 넘기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학부모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먼저 편성해 달라. 교육부도 4월 국회에서 지방교육 재정에 타격이 없도록 최선을 하겠다.”

황우여 교육부장관, 6일 시도부교육감회의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으로 우회 지원키로 한 목적예비비 5064억 원을 배분해 주지 않으면 이번 달 집행할 돈이 없다.”

광주시교육청

“여러 측면의 노력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면 어린이집들이 어려움에 빠지고 이는 아이들 보육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누리과정은 보육 복지의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예산확보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

"4월을 넘기면 누리과정 예산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 사업을 반납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경기도의 여러분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각한 논의를 해야 한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작년 한 해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에 엄청난 갈등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공약인 만큼 지방교육재정이 아닌 국고로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는 지방교육청과 유아교육법 24조, 시행령 29조('교육부령'으로 유아교육을 받는 유아가 누리과정 대상이라고 명시)와 영유아보육법 34조, 시행령 23조(비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상 보통교부금에서 부담'해야 한다)에 따라 지방재정으로 충당하라는 중앙정부가 격렬하게 맞부딪쳤지요.

결국,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 지원할 요량으로 기획재정부가▲목적예비비 5,064억을 편성했고, 부족한 재정은 지방채를 발행해 충당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예산이 바닥날 때까지 실제 지원된 것이 없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금 5,000억 원을 줘도 두세 달 뒤면 또 예산이 부족하게 된다”며 예산 집행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교육기관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집행하도록 용도를 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사립학교와 어린이집 등을 지원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데요. 지방교육청 등은 정부가 해당 법안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에 떠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방채 1조 받고, 목적예비비 5,064억 더

5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누리과정 무상보육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가결되었습니다. 각 지방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에 대해 1억 한도 내에서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됐고, 기획재정부가 편성한 목적예비비 5,064억 원도 배부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지방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을 편성하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만련됐습니다. 지방재정법 개정안은 이달 초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지만, 여야간 공무원연금 합의 파행 때문에 법사위 전체회의 문턱도 밟지 못했습니다. 진통 끝에 개정안은 12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고, 연달아 재석 의원 244명 가운데 찬성 202표, 반대 13표, 기권 29표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3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바로 법률 공표안을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지방교육청은 총 1조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중 8,000억 원은 기존에 교육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17개 시·도 교육청에 분배되고, 2,000억 원은 교육청간 협의에 따라 별도의 기준으로 분배될 예정입니다.

여야는 지방재정법이 통과되면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목적예비비 5,064억 원을 집행하기로 이미 지난달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재정법 개정안과 목적 예비비 집행으로 중앙 정부와 지방 교육청의 예산 갈등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방재정법은 17개 시·도 교육청이 추가로 빚을 낼 수 있는 '총 한도'를 1억 상향했다는 의미일 뿐으로, 지방 교육청이 빚내기를 거부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추가로 편성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1조원 한도를 꽉 채워 빚을 내고 목적예비비를 교부받아도 총 1972억 원이 부족하므로, 지방교육청이 자체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합니다. 이미 지자체로부터 자금 긴급 수혈을 받은 교육청도 있습니다.

법안은 2년 6개월 후 자동으로 일몰(무효)되는데요. 앞으로 2년 6개월간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진통을 더 겪어야 함은 물론, 일몰 시한까지 누리과정 예산 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교육감님! 내년에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안 하시면 고발입니다~

정부가 누리과정(만 3~5세 교육 프로그램) 예산을 시·도 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기로 했습니다. 교육부는 지방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반드시 편성하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지금처럼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교육감은 고발당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오전 열린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 운용 개혁안을 발표하며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키로 했습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고요?

교육청은 지방세 등 자치단체에서 받은 세입, 수업료, 지방채 발행금, 그리고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교부금 등으로 예산을 꾸리게 됩니다. 교육청은 이 같은 재원을 기반으로 한 해의 세출 예산을 편성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정부는 2013년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 23조를 개정해 "영유아 무상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예산의 범위에서 부담하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정했습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교부금 주잖아? 그걸로 너희가 누리과정 예산 편성해~'라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교부금을 추가 편성하지는 않았으므로, 사실상 누리과정 예산 부담이 보건복지부에서 교육청으로 넘어간 셈입니다. (Story.1)

정부가 2015년 교육 예산으로 편성된 53조 원 중 39조 4055억 원을 각 시·도 교육청에 교부했지만, 1년치 누리과정 예산을 전부 편성한 교육청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청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가 13일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한 것은, 교육청 재량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을 법으로 막는 조치입니다. 의무지출경비는 '재정지출 중 법률에 따라 지출의무가 발생하고 법령에 따라 지출규모가 결정되는 경비'로, 재량지출경비에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교육부는 총 3조 9000억 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감이 의무적으로 지출하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지요.

지방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배정된 교부금을 다른 곳에 전용하면 이듬해 예산 편성에서 전용한 만큼 지원이 줄어듭니다. 아, 물론 고발도 당할 수 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백날 해봐라. 무시해주마"

(지금은 삭제된) 김승환 전북교육감 트위터

편성하지 마세요. 교육청에 양보하세요.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다시 한 번 누리과정 예산의 의무지출경비 편성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감의 법령상 의무”라며 단호하게 대응했는데요. 정부가 이미 2016년 예산안까지 내놓은 마당에 교육감들의 반복되는 편성 거부 외침이 공허하게 들립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5일 10월 총회를 개최하고 ‘2016년 누리과정 예산과 지방교육재정 안정적 확보’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교육감들은 이미 지난 5월과 7일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를 결의한 바 있습니다.

교육감들은 “날수록 심각해지는 지방교육재정 위기와 보육 대란을 막기 위해 각종 교육 사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유·초·중등교육이 황폐화되고 교육 대란이 다가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이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 전가하지 말고 국회와 협의하여 중앙정부 의무지출경비로 편성할 것”과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지방자치단체 교육비특별회계 예산편성 운용에 관한 규칙 개정 중단을 요구했습니다.

교육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습니다. 6일 보도자료를 내고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법령상 의무”라고 일갈한 겁니다. 교육부는 “교육감의 예산편성권은 법령에 의해 형성되고 제한되는 권한으로, 누리과정 등 핵심 교육서비스에 대해 우선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국민을 위한 교육감의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지방 교육감은 기존 예산 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해야 합니다. 예산안 처리의 법정 기한은 올해 12월 2일입니다.

편성 안 흔드그 믈흐쓸 튼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6년도 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당초 예고했던 대로 14개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어린이집 보육 지원료)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경상남도는 누리과정 예산 1,444억 원을 직접 편성하고 경남도교육청 전출금에서 삭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4곳이 내년도 누리과정에 예산 0원을 편성했습니다. 지방교육재정이 열악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면 다른 주요 교육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각 시도교육감은 중앙정부와 국회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성향 교육감이 지휘하는 대구광역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6개월 치 예산(대구 382억 원, 경북 493억 원)을, 울산광역시교육청은 9개월 치 예산 348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다만 교육청 소관인 유치원 예산은 대부분 편성됐습니다. 16개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예산 전액을 편성했고, 대구교육청은 6개월 치 593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경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무상급식 예산 거부’에 이어 다시 한 번 맞부딪쳤습니다. 경남도가 3~5세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1,444억 원을 직접 편성하겠다고 나선 건데요. 대신 경남도가 교육청에 전출하는 ‘교육비 특별회계 전출금’에서 해당 금액만큼을 삭감하기로 했습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내년도 어린이집 보육료 1천444억 원은 도내 전 유치원, 초·중·고등·특수학교 기본운영비 2천783억 원의 절반이 넘는다”며 “도로부터 어린이집 보육료를 뺀 금액이 전입되면 경남의 모든 학교는 심각한 타격을 입어 정상운영이 어렵고,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돌아갈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작년에 왔던 목적예비비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2016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한 국고 지원분이 3천억 원으로 확정됐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자, 새누리당이 목적예비비 3천억 원을 단독 편성해 누리과정에 우회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올해도 누리과정 명목으로는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습니다. 다만 3천억 원을 목적예비비 형태로 우회 지원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는데요. 데자뷔인가요? 지방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5천억 원을 작년에도 목적예비비 형태로 받은 바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에 2조 원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은 600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담뱃값 인상 등으로 지방교육재정이 나아졌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국회 교문위는 예산 편성의 법정 기한인 2일 오후까지 결론을 내지 못했고,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목적예비비 3천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그러나 17개 시·도 교육청이 편성하지 않은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약 2조 원 가량입니다. 목적예비비 3천억 원은 이를 보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결국,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방자치단체가 나섰습니다. 지난달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자체 중 세종, 경기, 충북, 충남을 제외한 12개 시·도가 직접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다고 합니다. 충남은 15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 중 경남도는 누리과정 예산을 직접 편성한 후, 경남도가 교육청으로 보내는 전출금에서 같은 금액을 ‘상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대신 편성한 다른 지자체들은 ‘상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세입 없는 세출로 지자체 재정이 압박을 받게 되면 경남도처럼 ‘상계’ 카드를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금액(5,459억 원)이 가장 큰 경기도의 도의회는 지난달 30일 오히려 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929억 원까지 전액 삭감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이 모두 정부 책임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지방교육청과 정부는 2015년 내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싸웠습니다. 결국, 올해 안엔 전혀 타협이 이뤄지지 못하고, ‘목적예비비’ 재탕과 지자체의 직접 편성으로 흐지부지 넘어가게 됐는데요. 뉴스퀘어의 ‘누리과정 예산 갈등’ 꼭지는 2016년에도 이어지겠습니다. 쭈욱.

대법원 제소까지 생각했어

17개 시·도 교육청 중 어린이집·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편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가운데, 교육부가 ‘대법원 제소’ 카드를 내보였습니다. 내년도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교육청을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자료=교육부 (단위: 억원) *경기: 28일 본회의 *서울: 유치원 예산 삭감에 대해 재의 요청

전국 지방의회가 속속들이 내년도 예산을 확정하고 있습니다. 부산, 인천, 대전, 충북 의회는 각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빼서 어린이집 예산에 배정했습니다. 서울, 광주, 전남 지역은 유치원 예산도 전액 삭감하고 내부 유보금으로 돌렸습니다. (유보금으로 편성된 금액은 지방 의회의 동의가 있으면 유치원 예산으로 재편성할 수 있습니다) 28일 본회의를 여는 경기도도 유치원·어린이집 전액 미편성이 예상됩니다.

당장 다음 달 하순이 고비입니다. 유치원 지원금은 교육청이 직접, 어린이집 지원금은 지자체가 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 학부모의 아이행복카드 등에 지급하는데요. 학부모는 매달 하순 ‘아이행복카드’로 유치원·어린이집 교육비를 결제합니다.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아이행복카드가 결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면담을 신청했는데요. 교육부는 24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지방 교육청을 비판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 지출 경비로 교육감이 반드시 편성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일부 시·도 교육감은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이로 인해 초래될 보육 대란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이영 교육부 차관, 24일 교육부 긴급 브리핑

교육부는 내년 1월 교육청이 조기 추경을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지만, 교육감들이 끝까지 편성을 거부할 경우 ‘대법원 제소’와 ‘상계’ 등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계’ 카드는 (경남도의회처럼) 시도교육청에 주는 법정 전출금을 누리과정 미편성 예산만큼 깎는 방안입니다.

가지 않은 길: 경기도 준예산 사태

경기도가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았습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 때문에 2016년 예산 편성에 실패한 겁니다. 이르면 한 두 달 내에 보육 대란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릅니다.

2015년의 마지막 날,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선 결국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약칭 더민주) 도의원들이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한 2016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새누리당 도의원들이 이를 몸으로 저지한 것입니다. 결국, 경기도는 광역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준예산 사태’를 맞았습니다.

※ ‘준예산’이란 법정 기한까지 예산이 성립되지 않았을 때 ▲법령이나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운영 ▲법령·조례상 지출 의무 이행 ▲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등 3가지 경우에 한해 전년도 예산에 준하는 경비를 집행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빠르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한 두 달 이내에 보육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어린이집 보육비는 학부모가 매달 15일께 아이행복카드로 결제하고, 사회보장정보원이 다음 달 20일 이후 카드사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약 1달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그러나 유치원 보육비 문제는 더 시급합니다. 교육지원청이 매달 25일 각 유치원에 지원금을 직접 지급하는 형식이기 때문인데요. 미지급된 지원금은 즉각 유치원 부담으로 쌓이고, 유치원이 이를 학부모에게 청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음재 경기도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사립유치원의 경우 1인당 지원금 22만 원이 고스란히 가계부담이 되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 포함 등 모든 방법 총 동원하겠다”

누리과정 부담 주체를 둔 정부와 지방교육청의 갈등이 결국 폭발했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누리과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누리과정 예산편성 촉구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유치원 학부모가 최대 29만 원(공립은 11만 원)의 추가 보육비 고지를 받기까지 약 20여 일 남은 시점에서 말입니다.

담화문 요약


  1.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교육감의 법적인 의무이다. (어린이집은 지방교육청소관이 아니라는 교육감들의 주장에 대하여) ‘유아교육법령’에 따르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모두 교육기관에 해당한다. 2015년 10월 개정된 지방재정법 시행령은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하고 있다.

  2. 2016년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전년 대비 1.8조원 증가할 전망이고, 부동산 시장 개선 등에 따라 지자체로부터 전입받는 세입도 1조 원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학교 신설 및 교원 명예퇴직 소요 등 지출부담요인은 감소하였다.

  3. 정부는 지난해 10월 2016년 누리과정에 소요되는 지출 소요 4조 원 전액을 시·도 교육청에 예정 교부했으며, 이 외에도 국고 목적예비비 3천억 원, 교육청 평가 인센티브 1천억 원을 누리과정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가 지원하였다.
     
    그런데도 일부 지자체가 누리 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을 강행 추진하면서 돈이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4. 시·도 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혼란은 시·도 교육감의 책임이며, 정부는 감사원 감사 청구, 검찰 고발을 포함한 법적·행정적·재정적 수단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다.

최 부총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인 2012년부터 누리과정을 문제없이 편성해 오다가 2014년 6월 교육감 선거 이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 사태를 규정했습니다.

실제로 만 5세 아동 무상보육을 실시한 것은 2012년이 처음이며, 그다음 해부터 만3, 4세 아동을 대상으로 확대되었습니다. 누리과정을 만3~4세로 확대할 당시, 2014년까지는 3~4세 보육·교육비를 국고, 지방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고,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만으로 충당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와 누리과정 수요 예측이 빗나간 데에 있습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법령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20.27%를 뚝 떼서 지방교육청에 교부하는 금액입니다. 2012년 합의 당시 기획재정부가 예측한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9조 4천억 원이었는데요. 실제 2015년에 교부된 금액은 39조 원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2012년 당시 전망한 2015년 누리과정 소요액은 3조 1천억 원이었지만, 실제 2015년 소요액은 3조9879억 원이었습니다. 보육료가 지원되면서 추가로 발생하는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겁니다.

일부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무지출 경비 편성, 누리과정과 관련된 시행령의 법률 위반 해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5.27%로 상향, 누리과정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등을 요구하며, 2016년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교육청-교육부' 싸움이 '교육청-지자체' 싸움으로 번진다

교육부가 지방교육청에 요구한 누리과정 추가경정예산 편성 시한이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지방교육청이 모색하고 있는 해법도 제각기 다르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반응도 엇갈립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17개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 추경 예산 편성 계획을 11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교육청이 끝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할 경우, 교육부는 내년 보통교부금에서 해당 예산을 감액해 내려보낼 방침입니다.

현재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가장 거센 곳은 어린이집은 물론 유치원 예산까지 전액 삭감한 서울·경기·광주·전남 지역입니다. 지자체 의회가 교육감 동의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충북·충남·인천도 못지않습니다.

《경기》 “도 예산 투입하겠다” vs “근본적 해법 아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2개월 치(910억 원)를 우선 편성하고, 이후에도 해결이 안 되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경기도가 책임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11일 “경기도만은 (보육 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경기도지사로서의 결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미봉책으로 이 난관을 해결하려 마시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기존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남 지사가 어린이집 누리과정에도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법령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시행령이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드는 비용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 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광주·전남》 “유치원 예산만이라도…” vs “수용 불가”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 예산 (2,521억 원)만이라도 원안대로 편성해달라고 시의회에 예산 재의를 요구하기로 했지만, 시의회는 감액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시의회 김문수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교육위는 물론 시의회 전체적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직접 지원 없이는 유치원 분 예산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 여전히 확고하다”고 밝혔습니다.

광주와 전남도 마찬가지입니다. 광주.전남 교육청은 이미 유치원 누리과정 재의를 요청했지만, 시·도의회는 이를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충북·충남·인천》 “내가 편성했어” vs “왜 멋대로?”


충북·충남·인천 시·도의회는 지방 교육감의 동의 없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5~6개월 치 편성했는데요. 해당 교육청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이 교육청 권한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어린이집 예산 편성을 취소하라는 재의를 요구했습니다.

지방자치법 127조 3항에 따르면,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로운 비용항목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사립 유치원 교사·원장·학부모 보육대란 도미노 시작

지난 20일이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금 입금일이었지만, 서울 경기 광주 전남 지역 유치원은 교육청 지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어코 발생한 보육 대란은 유치원 교사 임금 체불, 유치원 원장 개인 대출, 유치원 학부모 최대 29만 원 추가 납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결제 방식 차이로 다소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근본적 해법이 없다는 것은 유치원과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0일 서울 경기 광주 전남 등 4개 지역 유치원이 누리과정 지원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시.도 지방의회가 교육청의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입니다. 경기도는 급한 대로 도 예산 910억 원을 준예산에 투입할 예정이고 전남교육청은 정부의 목적예비비 3천억 원이 조기집행된다는 전제 하에 5개월어치 예산을 추가경정 편성하기로 했지만, 어쨌거나 1월 지원금은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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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시·도 교육청

보육 대란의 1차 피해자는 사립 유치원 교사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무원 신분인 국공립 유치원 교사의 임금은 국고에서 나오지만, 사립 유치원 교사들의 임금은 대부분 누리과정 지원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사립 유치원 원장 등 설립자는 교사 임금 체불을 피하고자 은행 대출이라도 받으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유치원은 법률상 교육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으므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선 교육청의 허가가 필요한데요. 서울시 교육청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고, 경기도와 광주 교육청은 대출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광주사립유치원회는 징계를 감수하고서라도 원장 개인 명의로 대출을 받아 유치원 운영에 사용할 방침입니다.

지원금을 받지 못한 사립 유치원은 일단 임금 체불이나 원장 개인 대출로 급한 불을 끄고, 차후 지원금을 받아 메꾸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러나 보육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유치원 교육비 인상은 불가피합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는 20일 서울시의회 의장단과의 면담 결과를 지켜본 뒤, 학부모들에게 유치원비 자부담에 대한 가정통신문을 보낼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공립 유치원도 마냥 여유롭진 않습니다. 교사 인건비는 국고로 지원되지만, 급식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은 지원금 정산이 카드사를 통하기 때문에 3월까지는 상대적으로 여유롭습니다.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겠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교육감들을 면담했습니다. 지난 21일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를 찾은 건데요. 그러나 새로운 대책은 없었고 “교육감들의 의지만 있다면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교육감들도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 사항”,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소관”이라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해 결국 이날의 만남도 소득 없이 끝났습니다.

급한 불은 껐다. 급한 불만 껐다.

대부분 지방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보육 대란의 급한 불을 껐습니다. 그러나 어린이집,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곳은 6개 시·도에 지나지 않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지난 5일 서울시의회가 어린이집과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8개월 치를 긴급 편성했습니다. 이로써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곳은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보육 대란은 말 그대로 급한 불만 꺼진 상태입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어린이집,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했거나 그럴 계획이 있는 곳이 6개 교육청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어린이집/유치원 전액 편성: 대구, 대전, 울산, 세종, 충남, 경북
어린이집/유치원 부분 편성: 서울, 부산, 인천, 충북, 전남, 경남, 제주
어린이집 미편성: 광주·경기·강원(해당 지자체가 2~3개월 치 예산 및 운영비 편성), 전북

중앙정부와 지방 교육청 사이의 갈등도 여전합니다.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한 교육청에만 목적 예비비를 전액 집행하기로 했습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만 편성한 곳은 목적예비비도 50%만 지원할 방침이며, 특히 어린이집 예산을 전혀 편성하지 않은 광주, 경기, 강원, 전북에는 목적 예비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감사원도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지방교육청을 감사할 방침입니다. 지난달 8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서울, 경기, 강원, 세종, 광주, 전남, 전북 교육청을 상대로 청구한 공익 감사를 수용하기로 한 겁니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매년 보육대란이 발생해 국가적으로 염려가 크다”

“예산 부담 주체가 국가인지, 교육청인지,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지, 누리과정 미편성이 법적 의무 위반사항인지 등을 살펴볼 것”

황찬현 감사원장, 3일 기자단 오찬간담회

대구, 울산, 경북을 제외한 14곳의 교육감은 지난 4일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누리과정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