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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

유가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 마켓워치 등 해외 경제지들은 사우디가 자국산보다 생산가가 높은 미국산 타이트오일(셰일오일의 다른 이름)과의 가격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일제히 지적했습니다.

타이트오일, 셰일오일은 무엇이며, 사우디는 왜 가격경쟁을 하려드는 걸까요?

제공=포커스뉴스

혼돈의 국제유가, 새로운 국면 열릴까?

올 2월은 국제유가에 있어 주요한 터닝포인트로 기억될까요?

지난 2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그리고 러시아의 석유장관이 만났습니다. 카타르 도하에서 회동한 이들은 지난 1월 11일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비록 감산이 아닌 동결 결정이지만 이 회동이 가지는 의미는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세계 1·2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참여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과 비회원국(러시아) 간 만남이라는 점도 이색적이었습니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한 데 모여 산유량 제한 합의를 한 건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로써 국제유가 사수 의지가 비단 OPEC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모하메드 빈살레 알-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이날 회동이 성공적으로 끝나 "향후 원유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다른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 논의 동참에 대한 기대감까지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이날 합의에도 불구,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40달러 하락한 배럴당 29.04달러로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21달러 내린 배럴당 32.18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호조에도 불구 유가가 떨어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시장의 실망입니다. 당초 시장은 4개국 회담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이 산유량 감산을 합의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합의 결과가 감산 아닌 동결로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시장의 실망감이 국제유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이란의 불참입니다. 지금 국제유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이란입니다. 최근 경제 제제에서 벗어나 원유 수출의 활로를 열게 된 이란은 모든 산유국 중 가장 강력한 원유 증산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산유국이 전부 산유량 동결을 결정한다고 해도, 세계 3위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이 증산을 실현한다면 국제유가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에 따르면 이날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에는 ‘다른 원유 생산국들이 합의에 동참할 때 유효하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란이 끝까지 동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이번 합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7일, 국제유가가 반등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전날보다 1.62달러 오른 배럴당 30.66달러로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2.32달러 오른 배럴당 34.50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하루 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란이 움직였습니다. 17일 이란은 카타르, 베네수엘라, 이라크 석유장관과 도하에서 만났습니다. 이날의 4자 회동이 끝난 후, 기자 앞에 선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유가 인상을 위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모든 결정과 협력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비록 속 시원하게 동참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란의 지지 발언은 국제유가를 들썩이기에 충분했습다.

사실 이란이 당장 생산량을 동결키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불과 얼마 전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씩 늘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타 산유국들이 “이란의 특수 상황을 이해한다”고 밝혀 어쩌면 이란은 산유량 동결에서 예외적인 대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미국의 산유량 결정이 여전히 원유시장의 독립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최근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 역시 언제 어떻게 뒤집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18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21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유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두가지로 해석 가능합니다. 원유 수요가 줄었거나, 원유 공급이 늘었거나. 어찌됐든 어느 쪽이나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국제유가를 떨어뜨립니다.

산유량 동결 합의 또한 신뢰할 수준이 되지 못합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델 알-주베이르 외무부 장관은 “다른 산유국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생산량 제한, 혹은 감산을 원한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할 준비가 안돼있다”고 말했습니다. 석유장관의 동결 합의 결정을 외무장관이 뒤집은 셈인데요. 그는 이어서 "원유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며 “그동안 말해왔듯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다른 산유국들의 추가 동결 결정을 재촉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엇나가는 순간 원유시장은 다시 공급 경쟁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국제유가, 과연 올 2월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될까요?

셰일에너지, 국제유가 전쟁의 서막을 열다

셰일에너지란, 모래와 진흙 등으로 단단하게 형성된 셰일층에 가로막혀 그 위로 올라오지 못한채 갇혀있는 원유 및 천연가스를 말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반적인 원유나 천연가스 등은 셰일에너지와 대조해서 전통에너지라고 부릅니다. 결국 셰일에너지는 그 성분에 있어서는 전통에너지와 다를 바 없습니다. 다만 어디에서 어떻게 시추하느냐의 차이를 가질 뿐입니다.

전통에너지, 그러니까 일반적인 원유나 천연가스는 지하 500m 내외에 한 데 모여있습니다. 그래서 마치 컵에 담긴 오일에 빨대를 꽂아 빨아올리는 방식인, 수직시추법을 이용해 시추합니다. 그에 반해 셰일에너지는 2~4km 깊이에 있을 뿐 아니라 수압파쇄법, 수평시추법 등 꽤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법을 통해 시추합니다. 수압파쇄법과 수평시추법은 마치 오일을 머금은 넓은 돌판에 수압을 가해 이를 수평으로 쪼개고, 거기서부터 흘러나오는 오일을 눕힌(그리고 구멍이 송송 뚫린) 빨대를 이용해 빨아올리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 때문에 셰일오일은 예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왔음에도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습니다.

셰일오일과 셰일가스는 전세계에 걸쳐 그 매장량이 꽤나 풍부합니다. 그러나 풍부한 매장량과 기술 등을 고루 갖춘 나라는 현재까지 미국이 유일합니다. 지금은 국제 유가 하락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니 셰일가스를 잠시 뒤로 미루고 셰일오일만 다뤄보겠습니다. 셰일오일 생산량이 꽤 풍부해진 미국은 OPEC으로부터의 원유수입을 줄이고 자체수급 비율을 높여가기 시작합니다. 국제유가 전쟁의 서막이 열린 것입니다.

국제유가 왜 이렇게 곤두박질 치나?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이정훈 경제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지난 10월 8일 '국제유가 하락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하락의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 증대입니다. 평소 500만 배럴 수준이던 미국 일일 원유생산량은 올해 7월 850만 배럴로 70% 가량 증가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에너지 수입량을 줄인 결과를 보였고,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의 과잉공급을 초래, 국제유가의 하락을 불러온 것입니다. 에너지공급이 과잉양상을 띄자 OPEC내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쿠웨이트 등의 국가들이 오일가격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으로 중국 등 신흥국 경제의 저성장 지속으로 인한 수요 둔화가 꼽혔습니다. 공급이 늘어나고 수요가 줄어들 때 해당 재화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나오는 수요/공급의 원리입니다.

마지막으로 달러화 강세가 국제유가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최근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달러화 강세를 유도했습니다. 제1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띄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재화 가격은 일제히 '상대적인 하락' 현상을 겪습니다. 국제유가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입니다. 실제로 11월 4일, 뉴욕상품거래소의 WTI(서부텍사스유) 선물유가는 전일대비 1.59달러 하락한 배럴당 77.19달러에 마감됐으며, 런던석유거래소의 브렌트 선물유가는 2,01달러 하락한 82.77달러, 두바이 현물유가는 2.39달러 하락한 81.65달러에 마감됐습니다.
최근 미국서 발표된 보고서 역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을 예고했습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되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은 머지않아 OPEC의 국제유가 결정력을 잃게 만들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한 국제유가가 하락할 대로 하락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 비용에 부담을 줄 만큼 국제유가를 떨어뜨릴 능력이 없을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과연 이러한 지적이 맞았는지는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또한 원자재 투자회사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애널리스트는 미국에 대한 서아프리카의 석유 수출량이 급감하면서 서아프리카유가 아시아 등지로 유입되는 현상에 주목합니다. 중동유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이라는 징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한 리비아와 이라크의 산유량이 늘어나면서 이미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국제 원유시장이 추가적인 공급과잉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이 2019년 하루 960만배럴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는 현재 생산량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추가적 하락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사우디의 맞불작전, '유가 하락' 갈 때까지 가보자

기름집,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공급 과잉의 주적을 미국산 셰일오일로 꼽은 모양입니다. 지속되는 국제유가 하락에 대해 추가 가격인하라는 맞불을 놓으면서 미국산 셰일오일의 취약점인 생산비용 문제를 직적접으로 공격한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셰일에너지는 까다로운 시추법 탓에 전통적 에너지보다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국제유가 가격이 떨어져 셰일오일의 생산비용에 근접하게 되면, 마진을 남기지 못하는 셰일오일 개발업체들은 사실상 셰일오일을 생산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OPEC의 아브달라 엘-바드리 사무총장은 "타이트 오일(셰일오일의 또 다른 표현)의 50%가 현재 유가 수준에서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미국 석유산업이 지금의 저유가 시황에서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또한 그는 "국제유가가 85달러에서 유지될 경우 많은 투자가들이 셰일에너지를 비롯한 석유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간 국제유가가 75달러선까지 떨어져야만 미국 셰일 에너지 생산업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던 시장의 평가보다 더 수월한 선에서의 미국 오일산업의 붕괴를 예상한 것입니다. 만약 OPEC의 이러한 예상이 실현된다면 한국 일부 에너지 업체를 비롯, 그간 셰일 오일 혁명에 편승하고자 투자와 개발에 참여했던 다른 나라 에너지 업체들도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지난 4일, 사우디는 기어코 미국에 수출하는 원유가격을 집중적으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WTI가 전일대비 1.59달러 하락한 배럴당 77.19달러를 기록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가격은 지난 2012년 6월 이후 최저치입니다. 반면 사우디는 아시아에 대한 원유가격은 10센트 인하하는데 그쳤습니다. 현재의 가격 전략이 미국에 대한 가격 공세임을 여실히 증명한 것이죠.

한편, 미국 셰일에너지 생산업체들은 고가의 생산비용 탓에 채산성과 재무건전성이 위기 수준까지 다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의 이른바 석유전쟁이 점차 끝을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또 다른 국제 석유시장의 거대 공급자인 러시아 역시 원유생산량 감축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따라서 러시아 역시 국제원유시장의 공급 과잉 문제에서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유가 하락, 국제관계와 국내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국제유가 하락이 세계와 국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떨어지면 전 세계 GDP가 0.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앤드류 케니험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하락하면 전 세계 GDP의 1%인 6400억 달러 상당의 부(富)가 석유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 이전되고, 이 중 절반이 소비되면서 전 세계 GDP가 0.5% 늘어나게 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국가별 득실도 흥미롭습니다. 우선 국제유가 하락의 불씨를 지폈던 미국에도 지나친 유가 하락은 악재입니다. 셰일오일의 생산비용이 워낙 커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이에 대한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국제유가 하락은 러시아의 체제유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가 하락은 지난 1991년 소련이 무너진 요인 중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 또한, 국제유가의 폭등이 푸틴 대통령의 14년 집권을 거들기도 했죠.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반미강경책을 펼치고 있던 베네수엘라와 이란도 큰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이 두 나라의 씀씀이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유가 수준이 각각 배럴당 120달러, 140달러는 되어야 합니다. 반면, 인도와 인도네시아 같이 에너지 비용 부담이 큰 나라는 유가 하락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 산업계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국제유가 하락이 호재로 작용하는 산업은 운송업으로,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항공업과 해운업입니다. 운영비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수익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항공유와 선박유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16%, 23%가량 하락했습니다. 반면 해양플랜트 업계는 비상입니다. 유가가 하락하면 해외 석유개발 회사들이 유전 개발을 포기해, 생산설비 수요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해외 영업 위주의 국내 건설사도 위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중동 국가들이 유가 급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발주 규모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쭉쭉 떨어집니다. 계속 떨어집니다.

국제유가가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서부텍사스유(WTI)는 12월 1일 오전 8시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4.20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WTI는 지난 28일, 전날 있었던 OPEC 총회의 여파로 하루만에 7.54달러나 급락한 데 이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습니다.

OPEC은 27일 열린 166차 총회에서 현 생산목표인 일일 3000만 배럴을 유지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는 것은 공급과잉의 여파입니다. 때문에 최대 공급자인 OPEC이 생산량을 낮추면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27일 총회에서 OPEC의 입장이 명백하게 드러남으로써, 더이상 OPEC에게 공급조절자 역할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국제유가의 하락은 주요 산유국들에게 '역 오일쇼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주요 산유국이 현재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국제유가를 제시했습니다. 기사에서 언급된 베네수엘라(160달러), 이란(130달러), 러시아(110달러), 캐나다(100달러), 사우디아라비아(90달러), 쿠웨이트(50달러)등의 산유국에게 현 상황은 분명한 '역 오일쇼크'입니다.

미국 셰일 업계 역시 비상입니다. 최근 WTI가 65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사태 장기화 조짐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셰일 업계는 OPEC이 WTI를 50~60달러까지 내려서라도 미국 셰일 오일 생산을 저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애당초 시장은 미국 셰일 에너지 업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유가의 하한선을 75달러 정도로 예측했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WTI 65달러 상황이 유지된다면 고가의 생산비용 구조를 가진 미국의 셰일 에너지 업체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향후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누가 독점적 패권을 쥐게 될까요?

국제유가 하락세,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나

자꾸 떨어지는 국제유가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 속에 놓인 가운데, 이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당사자들은 여전히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알리 빈 이브라힘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부 장관은 지난 18일, "사우디나 OPEC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는 대응을 하긴 어렵다"며 산유량 감축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OPEC의 산유량 감축이 곧 비 OPEC국가의 에너지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됐습니다. 한편, 국제유가의 기준이 되는 WTI 가격은 전날보다 4.2% 하락한 54.11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이와 같은 하락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9일 발표한 '향후 유가전망과 유가 하락에 따른 영향 분석'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와 미국의 파워게임이 계속되는 한, 국제 유가는 내년 2분기까지 지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편, 국제유가 하락세는 정유, 건설, 조선 등의 특정 업종을 제외한 국내 경제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우리 GDP 성장률이 0.19%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역시 유가가 20% 하락할 때 우리나라 GDP 성장률이 1.0% 높아질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꼭 호재라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분석은 실물경제에 지나치게 치우친 경향이 있습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이후 18일까지 국내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빼간 자금은 총 2조 8114억 원에 달합니다. 한국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현금인출기 역할을 하면서 코스피 역시 급락했습니다. 이에 김형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국제유가 급락으로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신흥국 주가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더 큰 폭으로 내리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비교적 금융 안정성이 떨어지는 우리나라 증시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단기 효과가 오래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도 일부 해소 되었고, 국내 증시에서 투기 목적의 단기 투자자도 대거 빠져나간 상황이라서 더 이상의 외부충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디플레이션 몰고 오나? '저유가의 역설①'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저유가 상황을 지난 80년대와 비교합니다. 실제 지난 80년대에 우리 경제는 저유가에 힘입어 10%도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저금리, 저유가, 저달러(엔고) 등의 3저로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던 당시 상황에 비교했을 때, 저금리, 저유가, 엔저(강달러) 등의 현 상황도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80년대와 달리 지금은 많은 전문가들이 저유가에 우려를 표하는데요, 이에 '저유가의 역설'이라는 말까지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유가의 역설 앞에 우리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까지 위태로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과거와 지금,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걸까요?

가장 직설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차이는 엔고/엔저의 역전 상황입니다. 80년대 당시는 플라자 합의를 통한 엔고 조치 덕에 우리 기업이 저유가 상황을 이용하기에 편리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엔저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때입니다. 이는 당장 국내 기업의 일본 대수출에 큰 걸림돌이 될 뿐더러, 저유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의 R&D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단기적 측면에서 저유가와 엔저의 결합은 우리에게 큰 악재입니다.

최근 유가 하락과 강달러로 인해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고, 모라토리엄 위기가 대두되기까지 했죠. 이 부분에 대한 우려도 꽤 큽니다. 러시아 뿐 아니라 산유국 대부분이 유가하락으로 인해 금융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발 신흥국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되면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가 심한 재정건전성 취약 국가와 유가 등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신흥국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즈 역시 “JP모간 신흥시장 통화지수가 79.32로 2000년이래 최저로 하락했다”면서 “유가하락과 달러강세가 신흥국 통화를 난타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정 국가의 금융 불안정성이 세계로 퍼지는 것은 물론, 특히나 자원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직격탄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디플레이션 몰고 오나? '저유가의 역설②'

저유가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는 80년대와 달리 지금 세계경제가 저성장의 덫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EU등이 저성장의 위기를 겪은 지는 꽤 됐고, 최근엔 중국과 같은 신흥 성장국까지 저성장을 우려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IMF와 Fed, ECB 등이 최근 유가 하락으로 세계 경제 성장 발판이 마련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으나, 일부 경제학자들은 침체의 징조일 수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스티븐 킹 HSBC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글로벌 수요 약세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유가 하락에 장기적인 디플레이션 징조가 반영되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저성장에 대한 기대심리는 경제주체들의 소비를 줄이고 저축비율을 높입니다. 돈이 적절하게 돌지 않고 의미 없이 쌓여만 갈 때, 저성장은 곧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디플레이션의 현실화입니다. 일각의 시선은 바로 이 부분에 쏠려 있습니다.

저유가는 우리 경제에 호재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넋놓고 좋아만 하기엔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외 리스크가 너무 강합니다. 주요 산유국은 물론, 금융구조가 취약한 신흥국까지 저유가에 떨고 있습니다. 반면 저환율 정책을 펴던 일본은 저유가 덕에 우리와의 레이스에서 한 발 앞서갈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습니디. 세계 경제가 자꾸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수록 우리 경제는 끊임없이 도전을 받게 됩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9일 재정관리협의회에서 "실물지표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고 유가 하락과 러시아 경제 불안 등 대외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0월29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우리경제가 지금 이같은 新3저의 도전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금은 저유가를 즐기기 보다는 그것의 부정적 효과를 예의주시할 때입니다.

국제유가, 이정도로 떨어져도 괜찮은 겁니까?

유가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다는 건 더이상 새로운 얘기가 아닙니다. 이젠 중동과 미국의 이 힘싸움이 언제 끝날지가 모두의 관심사가 됐습니다. 웬만하면 중동의 승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 이 싸움, 상식적으로 이 싸움은 진작에 끝나고도 남았을 싸움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생산 원가에 있습니다.

지난 9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47.41 달러에 거래됐습니다. WTI(서부텍사스유)와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48.36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가격 폭락입니다. OPEC이 여전히 감산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중국과 유럽의 수요도 부진하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러시아,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도 원유 생산을 오히려 증가시키는 추세입니다. ‹š때문에 국제유가가 여기에서 더 떨어지더라도 이상할 건 없어 보입니다.

아무리 땅 파면 나오는 게 석유라지만, 각지에서 생산되는 석유들은 저마다의 생산 원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유는 일개 유전마다 생산원가가 다르기 때문에 한 산유국 안에서도 원유 생산원가를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통상 중동 육상 유전의 경우 원유 생산원가를 배럴당 10~17달러 수준으로 추산합니다. 반면 미국 셰일 오일은 평균 70~77달러 수준의 높은 생산 원가를 필요로 합니다. 그 외에도 심해 유전이나 러시아 육상 유전은 배럴당 50~60달러의 생산원가를 기록합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동의 힘싸움이 막 시작되던 때에, 많은 전문가들은 이 싸움의 승부처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의 거래가격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제 유가 60달러 지지선이 붕괴되었을 때, 그리고 50달러선이 붕괴되었을 때,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셰일 업체 M&A, 혁신의 기회인가 위기의 시작인가

위기는 언제나 기회를 수반한다고 하죠. 미국 이글포드 지역의 아나다코 광구 관계자는 최근 "미국 이글포드 지역의 경제성 있는 셰일가스 개발비용은 배럴당 43달러다. 이 지역 광구에선 지난해 하루 평균 5만배럴의 셰일가스(오일 포함)를 생산했지만 최근 6만배럴로 생산량이 늘었다" 고 말했습니다. 지금의 저유가 위기가 미국 셰일 업계엔 혁신의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인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요?

채산성의 문제로 인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중소형 광구는 생산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규모 광구에서는 이를 흡수하고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중입니다. 미국 내 경쟁이 심화되면서 M&A(인수합병)이 활성화 되었고, 결과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한국 석유공사 관계자 역시 미국 내 이글포드, 마셀러스 등의 셰일 에너지 생산지역에서 생산 원가를 배럴당 40~50달러 수준으로 낮추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텍사스 지역의 셰일가스 생산량도 전년대비 0.7% 늘었습니다. 셰일 시장 내에서 자체적인 R&D(연구개발)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기술력 향상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분명 위기입니다. 지난 7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중소업체 WBH에너지가 자금 압박을 이기지 못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했습니다. WBH에너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기던 때에 최대 5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차입을 단행했다가 최근의 저유가 상황을 맞아 상환 불능 사태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저유가로 인한 '돈맥경화'를 이기지 못한 것이 파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에 석유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에서 영세기업은 파산하거나 합병되는 길 밖에 선택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국 에너지 업계가 활발한 M&A(인수합병)를 통해 기술력 공유와 혁신을 앞당길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만, 힘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지속적인 M&A의 끝은 결국 독점체제가 됩니다. 일부 대규모 업체들이 셰일 업계 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게 되면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지난 12일 최대 산유량을 기록한 7곳의 유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552만 배럴로, 전월대비 10만3000배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입니다. 이를 두고 '여전히 증산 중이다' 라고 보는 입장도 있는 반면, '증산의 한계치가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과연 미국 셰일 업계에 지금의 상황은 긍정적일까요, 부정적일까요?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그 끝이 보일 것도 같습니다.

미국, 대륙붕 광구 개발 첫 허용

지난 27일, 미국 정부는 대서양 연안 대륙붕의 석유와 가스 광구 개발을 허용키로 밝혔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미국의 첫 대륙붕 에너지 개발 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구체적인 개발 구역은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 등의 연안 50마일(약 80.5㎞) 밖 해상입니다. 한 편, 미국 정부는 북극해 인근 알래스카 연안에서는 오히려 시추 금지 구역을 늘렸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민감한 해역의 보호를 강화하는 ‘중간의 길’로 보입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는 두 가지 정치적 목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의 완전한 에너지 자립 실현과 더불어 OPEC, 러시아 등의 견제를 통한 세계 에너지패권 확립입니다. 셰일석유 붐에 더해 대륙붕 채굴까지 가능해지면 미국은 에너지에서 완전한 독립국이 될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이 OPEC과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수입에서 자유로워질 때, 이들 간의 경쟁 구도는 완전히 무의미한 것이 됩니다. 따라서 국제유가 역시 정상가격을 회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번째 미국 정부의 의도는 보수 야당인 공화당의 무력화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간 경제 논리를 전면에 내건 공화당은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강조해 온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경제 개발에 소극적이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공격해왔습니다. 그러나 돌연 미국 정부가 대륙붕 개발을 허용함으로써 공화당 측은 현 정부에 대한 공격 스탠스를 잃게 됐습니다. 따라서 이번 대륙붕 개발 허용 조치는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대비한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의 필승카드가 될 전망입니다.

국제유가 바닥 찍었나

지난 5일, 미국상업거래소에서 WTI가 50.48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선 브렌트유가 56.57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 때 40달러 선마저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던 국제유가가 이제야 바닥을 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 편에선 이러한 깜짝 반등 이후 다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왜일까요?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포인트는 미국의 생산량이 줄어드느냐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의 유가 반등은 지난 30일 미국 유전 정보업체인 베이커휴스가 “미국 내에서 채굴 활동을 하는 석유 시추기(오일리그)가 지난주 1,223개로 한 주만에 97개, 7%나 감소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 원유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커진 것이 이번 유가 반등의 배경입니다. 미국의 공급량 감소는, OPEC에게도 공급 감소의 여력을 제공합니다. 전체적인 산유량 감축은 유가의 지속적 상승을 유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장 석유 시추기가 생산을 중단한다고 해서 과잉 공급된 석유재고가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해석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최대 석유 수요처 중 하나인 중국과 유럽의 경기 상황도 눈여겨 볼 요소입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유럽 역시 경기 회복의 기미를 찾지 못하면서 국제유가는 여전히 수요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중국과 유럽이 각각 지급준비율 인하, 대규모 양적완화 등의 조치를 통해 경기 회복을 꾀하는 점은 이러한 리스크를 상쇄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결국 이들의 경기 회복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느냐 여부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세의 지속성 여부도 결정되게 됩니다.

미국-OPEC 치킨게임, 심화되나

미국과 OPEC간의 석유공급 치킨게임(대립하는 두 집단이 있을 때 어느 한 쪽이 포기하면 끝까지 살아남은 쪽이 크게 이기게 되지만, 양쪽 모두 포기하지 않는 경우 서로에게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쟁 구도)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OPEC이 회원국의 현행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는 '오를 일 없는' 국면에 처하게 됐습니다. OPEC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예견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제유가가 50% 이상 추락하는 가운데서도, OPEC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하루 평균 3000만배럴이던 회원국 산유량 쿼터를 변동없이 유지해왔기 때문입니다.

OPEC의 압박에도 미국 셰일오일 업체는 낮아진 유가를 감당하며 꿋꿋하게 버티는 중입니다. 그간 유가 급락쇼크를 이기지 못한 몇몇 미국 석유회사들은 원유 생산량을 줄이거나 시추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살인적인 구조조정과 매각, 파산으로 인해 미국내 오일리그(원유 굴착 장치) 절반 이상이 사라졌음에도 미국내 원유 생산량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미국에서는 하루 원유 생산량이 960만 배럴에 달해 1970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이에 전문가들은 마르지 않는 자금줄을 그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WSJ은 “은행과 사모펀드, 기관투자자들이 에너지 부문에 계속 투자하고 있다”면서 “금리가 최저 수준을 유지해 투자처를 찾는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일부 투자자는 석유 시추산업을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제프리 커리 원자재 리서치 부문 대표 역시 "글로벌 원유시장의 공급과잉, 미국내 투자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오일 생산량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말 WTI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50달러로 제시했습니다.

미국과 OPEC, 과연 누가 먼저 핸들을 꺾게(치킨게임에서의 회피전략) 될까요?

국제유가 다시 배럴당 40달러대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40달러대를 찍었습니다. 8월 14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49달러, 브렌트유는 49달러, 미국 WTI는 42.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유가정보서비스(http://www.opinet.co.kr )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는 7월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국제 유가 하락세가 최근 더 두드러지는 원인은 ▲원유 공급 과잉 우려 ▲중국 원유 수요 둔화 우려 ▲미국산 원유 수출 가능성으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8월 원유 시장 보고서가 원유 공급 과잉 우려를 더했습니다. 보고서는 OPEC 회원국의 하루 산유량이 7월 평균 3,151만 배럴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2012년 4월 이후 최대 생산량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의 일일 생산량도 전년에 비해 늘어날 전망입니다. OPEC은 비회원국의 2015년 일일 산유량은 전년 대비 96만 배럴 늘어난 5,746만 배럴이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보고서는 미국의 타이트(셰일) 오일 생산 행태, 러시아의 세금 제도 변경 가능성, 브라질 금융 이슈, 중동의 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예측치를 높였다고 밝혔습니다.

이란 경제 제재 해제 기대감도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습니다. 현재 이란은 3,000~4,000만 배럴의 원유를 유조선에 실어 놓고 수출 대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한 것이 유가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위안화가 평가절하돼, 원유 수입가가 올라 중국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확대로 인해 절대적인 수출량이 늘어나, 수출품을 생산하기 위해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지난 14일 미국 정부가 40년 동안의 자국 원유 수출 금지 조치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와의 원유 스와프를 허가했습니다. 최대 10만 배럴의 미국산 경질유가 멕시코산 중질유와 교환됩니다.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 조치가 풀린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원유 정책이 ‘수출 허가’ 쪽으로 기울지 않겠느냐는 분석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버틸 수가 없다

재정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상 첫 외화채권을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셰일 업체는 물론 브라질, 러시아 등 다른 산유국과 자기 자신까지 궁지로 모는 치킨 게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 따르면 올해들어 16개의 미국 원유업체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습니다. 업계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가 국제유가를 셰일오일 생산 단가 아래로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고된 치킨 게임은 셰일오일 업체뿐 아니라 사우디에도 부상을 입혔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사상 처음으로 외화표시채권을 발행한다고 9일 (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오일 머니 부국인 사우디가 외국으로부터 돈을 빌리겠다는 뜻입니다.

아부다비 상업 은행의 수석연구원인 모니카 말릭은 사우디 정부가 자국 내에서 국채를 발행하면 국내 은행과 민간 부분의 유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외화채를 발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우디 정부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하락하자, 사우디 정부는 재정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사우디 정부의 2015년 재정적자가 GDP의 19.5%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예멘 내전 개입 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해 외환보유고에서 외환을 끌어다 썼는데요. 지난해 7천370만 달러였던 사우디 외화보유액은 9월 기준 최근 3년내 최저치인 6천47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사우디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습니다. S&P는 지난달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AA-/A-1에서 A+/A-1로 하향조정하면서 사우디 정부가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추가 강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감산 불발→저유가 유지→산유국 재정적자→신흥국 자본이탈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했습니다. OPEC 회원국은 물론 비회원국까지 감산에 동참하지 않으면 감산의 효과가 없다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는데요.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산유국은 물론 오일머니가 유입된 신흥국까지 저유가의 수렁에 잠기게 됐습니다.

OPEC이 4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기 총회를 열고 일일 3,150만 배럴 수준인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베네수엘라가 사전 회의에서 하루 150만 배럴 감산을 제시했지만, 이란이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이 회복될 때까지 감산할 수 없다’고 밝혔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과 러시아(비회원국)가 감산을 거부한다며 감산 반대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날 감산 불발로 인해 유가의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40달러가 깨졌습니다. 4일 뉴욕시장(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 내년 1월 인도분 가격이 39.97달러에 마감된 건데요. 런던시장(ICE)의 브렌트유(내년 1월물)도 43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저유가 기조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이 현재 330만 배럴인 일일 원유 생산량을 4백만 배럴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고, 12월 중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기준금리를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환율이 강해지고, 달러로 결제하는 원유의 가격이 낮아집니다.

저유가가 계속되면 원유 수출에 의존하는 산유국의 재정 적자가 심화됩니다. 현재 원유는 배럴당 4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지난달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OPEC 회원국의 재정 균형을 위한 배럴당 유가는 베네수엘라-125달러, 사우디아라비아- 106달러, 이란-87달러, 이라크-81달러 등입니다. 또한, 비회원국인 러시아의 재정 균형을 위한 유가는 105달러로 추산됩니다.

산유국 재정적자는 신흥국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재정적자 압박을 받은 산유국이 고유가 시절 신흥국에 투자한 오일머니를 회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금융센터는 “경기부양과 통화가치 방어 필요성으로 산유국들의 국부펀드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오일머니 회수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두바이유 배럴당 20달러 대 진입

국제유가가 정말로 20달러대에 진입했습니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40달러, 30달러대가 손쉽게 무너졌고, 결국 숫자 2에 앞자리를 내줬습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 8일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29.11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두바이유가 20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2004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33.16달러에,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2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33.5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공급 과잉 우려가 계속되면서 유가가 끝 모르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 증시를 초토화한 위안화 평가 절하는 유가에도 하방 압력을 줬습니다. 위안화가 평가 절하돼 중국의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는 크게 늘었습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미국의 주간 휘발유 재고량이 전주 대비 1,058만 배럴 늘어났습니다. 이는 1993년 이후 최대 증가 폭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도 원유 하락에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잠시 유가가 상승하기도 했으나, 이들의 갈등이 OPEC 감산 합의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가가 하락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유가로 인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사우디 왕가는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2016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저유가 ‘상수’인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강달러△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와 원유 시장 복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골드만삭스는 2016년까지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질 것이며,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바닥 찍나 싶더니 바닥 깨고 들어가는 국제유가

이젠 '국제유가가 바닥을 찍었다'는 말도 함부로 뱉을 수 없게 됐습니다. 국제유가가 바닥도 못 알아보고 계속 내려가는 탓입니다. 1월 12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선물은 전날보다 0.97달러 떨어진 배럴당 30.44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장중 한 때 29.93달러를 기록하기까지 했습니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는 0.69달러 내린 배럴당 30.86달러로 마감했으며, 두바이유 현물 역시 전날보다 1.63달러 하락한 배럴당 26.4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2주 만에 국제유가는 18% 급락했습니다.

WTI 30달러 선 붕괴가 코앞에 놓인 지금,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동요의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1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일부 회원국이 올 6월로 예정된 OPEC 정례회의에 앞서 1분기 중 조기 회동을 요청했습니다.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것인데요. OPEC 정례회의는 사실상 유가 등락 여부를 결정하는 메인 이벤트입니다. 이 자리에서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산유량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조기 회동을 요청한 일부 회원국은 원유 감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유가가 이렇게까지 추락하는 이유, 지금껏 내내 해온 얘기지만 다시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1. 공급 경쟁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은 하루 평균 9천690만 배럴로 수요량인 9천540만 배럴보다 약 150만 배럴 더 많았습니다. 이같은 공급 과잉을 초래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공급 경쟁입니다.

공급 경쟁은 유가를 이렇게 만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면서도 앞으로 이를 더욱 심화시킬 요인이기도 합니다. 공급 경쟁을 유발한 건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 오일 생산을 시작한 미국, 그리고 원유 공급의 독점적 지위를 지키고자 생산량을 줄이지 않은 OPEC입니다. 국제유가는 이때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줄곧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파워게임은 시간이 지날 수록 약해지기는커녕 더 심화될 전망입니다. 2년 동안 OPEC이 원유 생산량을 조정하지 않는 가운데, 최근 미국은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곧 경제 제재가 풀리는 이란(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역시 현재 280만 배럴 수준인 하루 원유 생산량을 480만 배럴 수준으로 늘릴 것을 검토 중입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원유 수출량을 하루 200만 배럴로 늘리겠다는 계획입니다.

2. 강(强) 달러

미 연준(Fed)이 금리 인상을 하면서 달러화 환율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습니다. 강 달러는 국제 유가의 명목 가격을 올리는 효과를 냅니다. WTI 30.44달러, 브렌트유 30.86달러, 두바이유 26.44달러 등 원유는 달러 표시 원자재입니다. 달러가 강세를 띠면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의 수요자에게 달러 표시 재화인 원유가 상대적으로 비싸집니다. 쉽게 말해 국제 유가에 환율 버블이 낀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는 원유의 수요를 위축시키고, 그에 따라 공급 과잉 현상을 심화시켜 결과적으로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3. 중국의 경기 둔화

설상가상입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화될수록 국제유가는 점점 떨어지게 됩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중국 경제 둔화 현상이 원유의 공급 과잉을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입니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1,13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요, 이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의 12%에 달합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면 이는 중국의 원유 수요 감소로 이어집니다. 원유의 과잉 공급 현상을 더욱 심화하는 것이죠. 더구나 최근 중국은 고시 환율을 자꾸 높이면서 안그래도 강 달러로 찌그러져가는 국제유가를 더욱 눌러댔습니다.

유가 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일부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져 10달러 대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과연 유가에 바닥이 있기는 한 걸까요?

길고 길었던 저유가, 더 길어질 듯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2월 인도분은 배럴당 29.53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20일 26.55달러로 최저점을 찍은 WTI는 여전히 30달러 선 회복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또한 21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29.25달러, 두바이유는 배럴당 22.8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업계는 13년 만에 최저치를 맴도는 국제유가에 우려하고 있습니다.

20일 개막한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에너지업계 최고경영자들이 입 모아 초저유가 기조의 장기화를 예상한 가운데, JP모건과 스탠다드차타드 등의 투자은행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마이너스 유가 현상까지 목격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유회사 플린트힐스 리소시스는 노스다코타산 중질유의 가격을 배럴당 -0.5달러로 설정했습니다. 정제비용이나 저장비용이 많이 드는 중질유의 특성에 기형적 저유가 상황이 겹쳐지면서, 판매자 측이 구매자에게 배럴당 0.5달러를 지불해야만 거래가 이뤄지게 된 겁니다. 노스다코타산 중질유는 2년 전만 해도 배럴당 47.60달러에 거래되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근거는 충분합니다. 최근 미국이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국제 원유시장의 공급과잉을 부추겼기 때문입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 '테오 T'가 프랑스 마르세유에 도착했습니다. 이 경질유의 구매자는 네덜란드의 원유 거래업체인 비톨(Vitol)로 이번 수입 물량은 스위스에 위치한 비톨, 칼라일(Carlyle) 조인트 벤처 정유공장에서 처리될 예정입니다. 또 다른 미국 유조선 한 척도 2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에 도착합니다.

Drill ship oil Deepwater Horizon Response, flickr (CC BY)

여기에 경제 제재 족쇄를 푼 이란도 원유 수출에 팔 걷고 나섰습니다. 할인정책까지 실시하는 등, 사우디와의 원유 공급 경쟁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지난 19일, 이란국영석유회사(NIOC)는 2월 이후 수출하는 원유에 대해 북서유럽 지역에는 배럴당 0.55달러, 지중해 연안 국가에는 0.15달러 할인해 판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로부터 열흘 전 이란의 원유 수출을 의식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수출가격을 0.6달러(북서유럽), 0.2달러(지중해 연안)씩 낮춘 데 대한 보복성 행동인 것인데요, 이로써 국제 원유 시장은 그야말로 공급 경쟁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이란과 사우디 모두, 여기서 발생하는 손해를 메꾸기 위해 아시아 지역 수출 물량에 대해선 유가를 배럴당 0.6달러씩 올려 잡았습니다. 아지아 지역이 수입처를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전제한 결정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아시아 시장에선 여전히 중동의 원유 독점적 지위가 유효한 실정입니다.

악재 일색, 저유가

저유가가 지속되는 지금의 상황은 산유국과 원유 수입국 모두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산유국들은 재정 리스크에 노출됐습니다. 이에 따라 산유국 국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정치 불안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원유 수입국도 불안하긴 마찬가집니다. 저유가는 원자재 비용 절감이란 측면에서 이들에게 호재입니다. 하지만 재정 압박에 놓인 산유국들이 각국에 퍼뜨려놓은 이른바 오일머니(산유국들이 각국에 투자했던 자금)를 회수할 가능성이 있단 측면에서 저유가는 악재가 되기도 합니다.

21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65개국 중 올해 초 5년 만기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오른 나라는 62개국에 달합니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 파생상품입니다. 투자 대상 국가의 부도 위험이 높아질수록 CDS프리미엄은 오릅니다. 베네수엘라의 CDS프리미엄은 6,986.47 bp로 사실상 거의 부도 직전 수준을 기록했고, 사우디는 109.08bp, 카타르는 151.06bp 등 근래 들어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러시아,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등의 CDS프리미엄 역시 연초 이후에만 각각 20~60% 가량 급등했습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9월 사이 물가상승률은 141.5%에 달했고 경제성장률은 -4.5%까지 떨어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작년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15% 수준까지 재정적자가 확대됐습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16년도 예산 세출을 14% 삭감키로 했으며, 전기나 연료의 가격도 줄줄이 인상했습니다. 쿠웨이트나 바레인도 긴축재정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세입의 50%를 차지하는 러시아 역시 긴축재정 압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 재무성은 각 부처에 10%의 세출 삭감안을 제시토록 했습니다.

산유국들의 부도 위험은 정치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간 각종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국민들을 달래온 산유국들이 복지 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되면 국민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GDP의 절반이 석유 수출로 이루어진 아제르바이잔의 경우 최근 물가상승과 경제악화로 인한 시위 문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지난주에만 시위대 수십 명을 체포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가 내부에 불만이 축적되면 정부는 불만을 외부로 분산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대외 정책을 펴게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갈등 이면에 저유가로 인한 체제 붕괴 위험성을 외부로 돌리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인 '카네기유럽'의 크리스티나 카우쉬는 "저유가는 중동에서, 특히 걸프 지역에 향후 2∼3년 동안 또다른 분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Kospi oil down 제공=포커스뉴스

저유가는 우리나라나 일본, 유럽, 중국 등 원유 수입국의 금융 경제에도 치명적입니다. 주식시장에서의 오일머니 이탈이 바로 그 이유인데요, 그간 산유국들은 국부펀드로 불리는 정부계 기금을 조성해 선진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왔습니다. 하지만 저유가로 인한 자금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최근 이 기금을 철수시키는 중입니다.

실제로 새해 들어 오일머니 이탈에 대한 불안심리가 확대되면서 세계 각국의 주가가 연이어 하락하고 있습니다. 작년 7~9월에만 190억 달러(약 22조8천억 원)의 오일머니가 세계 각지에서 산유국으로 환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가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입니다.

이같은 리스크에 노출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26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1950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가운데, 코스피 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행렬은 지난해 12월 2일부터 이어져 그 규모가 총 7조 원에 달합니다. 37거래일 연속 이어진 ‘셀 코리아(Sell Korea)’ 행렬은 세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당시 최장기간 외국인 연속 순매도 기록(33일)을 한참 넘어섰습니다.

역대급 셀 코리아 기록의 중심엔 오일머니 유출이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가 꼽혔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이 외국인 매도세의 주 원인”이라며 “사우디 등이 부족한 나라 재정을 메우기 위해 해외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저유가로 인한 실물경제 이익보다 더 큰 금융경제 손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요란한 빈 수레, 국제유가 12.3% 반등

지난 12일, 국제 유가가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전날보다 12.3% 오른 배럴당 2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요, 이는 7년만에 나온 1일 최대 상승률입니다.

국제유가 반등 배경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감산에 대한 시장의 기대심리가 작용했습니다. 전날인 11일,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장관이 “OPEC은 원유 감산에 협조할 준비가 됐다”고 발언한 것이 주효했던 것입니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 OPEC의 감산 시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까지도 감산에 어느정도 동의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에 미국의 원유 채굴장비가 줄었다는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미국 원유 서비스 업체인 베이커휴즈는 지난주 미국 내 원유 시추기 가동 기수가 전주보다 30기 감소한 514기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OPEC이 감산 의지를 내비친데 이어 미국 원유 생산시설마저 계속 위축되는 것으로 보고되면서 시장은 국제 원유 시장이 전반적인 감산 기조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심리를 공유하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아직은 더 지켜볼 때"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12일의 반등은 시장의 반사적 기대심리가 작용한 결과일 뿐, 실제로 국제유가가 지속해서 오를만한 근거가 없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혹 OPEC이 감산에 합의 한다고 해도 그 시기는 6월 정례회의가 될 가능성이 높고, 합의 직후 감산이 바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벌써부터 시장이 요동칠 이유는 없습니다. 다만 작은 파장에도 이렇게 크게 반응하는 국제유가를 볼 때, 이제 유가가 정말 바닥의 바닥을 찍었단 평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혼돈의 국제유가, 새로운 국면 열릴까?

올 2월은 국제유가에 있어 주요한 터닝포인트로 기억될까요?

지난 2월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그리고 러시아의 석유장관이 만났습니다. 카타르 도하에서 회동한 이들은 지난 1월 11일 수준에서 산유량을 동결하는 데에 합의했습니다. 비록 감산이 아닌 동결 결정이지만 이 회동이 가지는 의미는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세계 1·2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참여했다는 점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베네수엘라)과 비회원국(러시아) 간 만남이라는 점도 이색적이었습니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한 데 모여 산유량 제한 합의를 한 건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로써 국제유가 사수 의지가 비단 OPEC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모하메드 빈살레 알-사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이날 회동이 성공적으로 끝나 "향후 원유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다른 산유국들의 산유량 동결 논의 동참에 대한 기대감까지 내비쳤습니다.

그런데 이날 합의에도 불구,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날보다 0.40달러 하락한 배럴당 29.04달러로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21달러 내린 배럴당 32.18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호조에도 불구 유가가 떨어진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시장의 실망입니다. 당초 시장은 4개국 회담 소식이 알려지자 이들이 산유량 감산을 합의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합의 결과가 감산 아닌 동결로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시장의 실망감이 국제유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는 이란의 불참입니다. 지금 국제유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건 바로 이란입니다. 최근 경제 제제에서 벗어나 원유 수출의 활로를 열게 된 이란은 모든 산유국 중 가장 강력한 원유 증산 의지를 보여왔습니다.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산유국이 전부 산유량 동결을 결정한다고 해도, 세계 3위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란이 증산을 실현한다면 국제유가 시장의 공급과잉 현상은 지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에 따르면 이날 4개국의 산유량 동결 합의에는 ‘다른 원유 생산국들이 합의에 동참할 때 유효하다’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이란이 끝까지 동결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이번 합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7일, 국제유가가 반등했습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은 전날보다 1.62달러 오른 배럴당 30.66달러로 마감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2.32달러 오른 배럴당 34.50달러로 장을 마쳤습니다. 하루 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이란이 움직였습니다. 17일 이란은 카타르, 베네수엘라, 이라크 석유장관과 도하에서 만났습니다. 이날의 4자 회동이 끝난 후, 기자 앞에 선 비잔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유가 인상을 위한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모든 결정과 협력을 지지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비록 속 시원하게 동참 의지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이란의 지지 발언은 국제유가를 들썩이기에 충분했습다.

사실 이란이 당장 생산량을 동결키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불과 얼마 전 하루 원유 생산량을 100만 배럴씩 늘리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여타 산유국들이 “이란의 특수 상황을 이해한다”고 밝혀 어쩌면 이란은 산유량 동결에서 예외적인 대우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국제유가의 향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미국의 산유량 결정이 여전히 원유시장의 독립변수로 작용할 뿐 아니라, 최근 산유국들의 동결 합의 역시 언제 어떻게 뒤집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만큼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18일,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210만 배럴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원유 재고가 쌓인다는 것은 두가지로 해석 가능합니다. 원유 수요가 줄었거나, 원유 공급이 늘었거나. 어찌됐든 어느 쪽이나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하고, 국제유가를 떨어뜨립니다.

산유량 동결 합의 또한 신뢰할 수준이 되지 못합니다. 1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델 알-주베이르 외무부 장관은 “다른 산유국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생산량 제한, 혹은 감산을 원한다고 해도 사우디아라비아는 감산할 준비가 안돼있다”고 말했습니다. 석유장관의 동결 합의 결정을 외무장관이 뒤집은 셈인데요. 그는 이어서 "원유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며 “그동안 말해왔듯 사우디는 시장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는 다른 산유국들의 추가 동결 결정을 재촉하는 발언이기도 하지만, 누구라도 엇나가는 순간 원유시장은 다시 공급 경쟁상태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국제유가, 과연 올 2월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상승 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