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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삼성은 여러 계열사와 복잡한 출자 구조를 가진 재벌 그룹입니다. 우연인지 아닌지 이건희 회장의 병세가 악화된 이후, 삼성 그룹은 삼성SDS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을 상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 그룹의 잇따른 행보가 지배구조 개편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그리고 3세로의 승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뉴스퀘어와 함께 알아보시죠.

by Oskar Alexanderson, flickr (CC BY)

순환 출자 해소·경영 정상화 두 마리 토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천억 원 어치와 302억 원 상당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그룹 순환출자도 해소하고 엔지니어링 경영 정상화 약속도 지키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 나옵니다.

500만 주 추가 순환출자 전량 해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며, 올해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500만 주를 처분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Story. 26 삼성SDI,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팔아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30만5천 주(2천억 원 상당)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장 종료 후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날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3천억 원 상당)를 26일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삼성 측은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에 참여했다”고 매수 목적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자금을 동원한 것은 공익 재단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삼성 SDI는 남은 삼성 물산 지분 169만 5천주도 블록딜 매물로 내놨는데요. 해당 물량이 26일 할인 없이 전액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로써 공정위가 삼성 SDI에 통보한 지분 처분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302억 원 상당 취득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0만 주(302억 원 상당)를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정상화를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중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 2천65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1억5천6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중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20%의 주식이 지난달 11일 전량 청약 완료됐습니다. 나머지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은 구주주(기존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 배정했는데요.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실권주(구주주에 배정됐으나 청약이 되지 않은 주식)가 발생하면 최대 3천억 원 한도 내에서 일반 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시행한 구주주 배정에서 99.9% 청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일반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번 자사주 인수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삼성 SDS 지분 2.6%를 처분해 3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이중 2천억 원은 추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천억 원을 인수하는 데에 썼고, 300억 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남은 700억 원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취득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순환출자란?

주식과 투자의 세계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고통스럽지만, 삼성의 지배구조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순환 출자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일단 '출자'는 회사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순환 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1) A기업이 B기업에 출자하고, (2) B기업이 C기업에 출자하고, (3) C기업이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식으로 계열사끼리 자본을 늘리는 투자 방식입니다.

재벌 그룹은 ▲해외 투기자본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혹은▲ IMF 외환 위기 당시 부채 비율을 줄이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어려운 경기 때문에 투자자가 없어 계열사가 증자를 떠안은 경우 순환 출자 구조를 가지게 됩니다.

순환 출자는 ▲순환 고리 중 일부 회사만 무너져도 타 계열사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고, ▲출자 회사의 자본이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점, ▲적은 수의 지분만으로 막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상호 출자(A와 B기업이 서로 출자하는 것)는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신규 순환출자를 제한하는 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였습니다.

삼성의 순환출자 현황

Samsung circle

제일모직은 삼성생명 지분의 19.4%,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7.2%, 삼성전자는 삼성SDI 지분의 20.4%와 삼성카드 지분의 37.5%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제일모직 →생명→전자의 큰 줄기가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가 기타 계열사에 출자해 여러 계열사에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자의 끝 부분은 다시 제일모직으로 이어져 삼성그룹 순환출자의 고리가 완성됩니다. 지배구조의 맨 꼭대기에 제일모직이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을 지배하는 자가 삼성을 지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건희 회장이 제일모직 주식의 3.7%를, 이재용 부회장(장남)이 25.1%, 이부진(장녀) 사장이 8.37%, 이서현(차녀) 사장이 8.3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출자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의 주식 대부분을 이건희 회장 일가가 갖고 있으므로, 이들이 대부분의 삼성 그룹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준비 운동은 끝났습니다. 다음 스토리부터는 삼성 3남매와 삼성 계열사의 지분 변동사항 그리고 IPO(기업공개) 소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2번 스토리까지 열심히 읽으셨다면, 다음 이야기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화재 등 금융 계열사 주주 된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생명·화재 주식 취득을 승인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삼성자산운용 주식을 삼성생명에 매각해 252억 원을 현금화하고, 삼성생명 지분 0.06%와 화재 지분 0.09%를 매입할 계획입니다. 1% 미만의 주식 취득일 경우 금융위에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대주주(20.76%)이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지위를 획득하기 위해 금융위 승인이 필요합니다.

이 부회장의 금융계열사 주식 취득의 목적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왔습니다. ▲경영권승계 사전 작업 ▲非전자 금융계열사 영역표시가 대표적입니다.

보험업법상 한 번 특수관계인 지위를 획득하면, 이후 추가적인 주식 취득에 금융위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취득하는 주식 비중이 10%가 넘어도 말이죠.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의 건강이 안 좋은 지금, 이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이 오기 전에 사전 작업을 해놓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또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와 SDS 등 주로 전자 관련 계열사에 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었는데요. 사실상 중간에서 금융지주 역할을 하는 삼성생명의 주식을 상징적으로 취득해, 非전자 계열사에도 '영역 표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삼성카드·삼성SDI, 제일모직 주식 처분.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리'

◇삼성카드, 제일모직 주식 4.99% 전량 처분
삼성카드는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 주식 4.99% 전량을 처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큰 고리가 끊어집니다. 삼성카드가 포함된 제일모직 순환출자 고리 6개가 해소됩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內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한도는 5%인데요. 삼성카드는 이마저도 전부 매각해, 금융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 지분 보유 논란을 잠재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SDI, 제일모직 주식 8% 중 4% 처분
삼성SDI는 지난 30일 기업설명회(IR)에서 제일모직 주식 8% 중 4%를 처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SDI 관계자는 "에너지 부문은 신사업 분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하고 내년, 내후년 전기차용 투자가 많기 때문에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며 "관계사 지분 시장매각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만큼 기회가 있을 때 매각할 수 있다면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순환 출자 고리가 느슨해지는 조치이며, 남은 4%를 매각하면 순환 출자가 완전히 해소됩니다.

이 외에도 삼성 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업무 연관성이 떨어지는 지분을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에 매각하는 등 사업의 성격에 따라 그룹 내 지분구조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이 같은 방식으로 1% 이상 순환출자 고리 16개를 해소했습니다.

Cheil ipo

삼성 SDS 14일 상장, 이재용 부회장 실탄 일발 장전

삼성 그룹 내 SI(System Integration)를 담당하는 삼성 SDS가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합니다. 회사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는 19만 원입니다.

SDS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상장 후 주식 처분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SDS 주식의 11.2%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공모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1조 6,583억 원입니다. 상장 후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시장에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SDS는 보유 지분상 그룹 지배구조에 거의 영향력을 끼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부담 없이 SDS 지분을 처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SDS는 5~6일 공모주 청약을 받습니다. 현재 장외시장(K-OTC)에서는 36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진짜가 나타났다, 제일모직(옛 삼성 에버랜드) 상장 임박

삼성 에버랜드를 단순한 테마파크 회사라고 생각하셨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입니다. 에버랜드는 예전부터 삼성그룹 내의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이재용 부회장에게 헐값에 넘기도록 지시해, 제일모직에 손해를 입혀 민사상 배임 판결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회사라는 증거겠죠. 왜 이야기가 제일모직에서 에버랜드로 새냐고요? 지난 6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 부문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제일모직으로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제일모직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에 거래소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원래 내년 상반기 상장을 계획했으나, 일정을 앞당겨 12월 18일에 상장할 방침입니다.

제일모직의 상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의가 큽니다. 첫 번째로, 순환출자 고리의 해소입니다. (Story 4를 읽으셨다면 이해는 한결 쉽습니다) 제일모직은 두 가지 방식으로 거래소에 상장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구주매출입니다. 즉, 기존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삼성카드(5.00%), 삼성전기(4.00%), 삼성SDI(4.00%), 삼성물산(1.48%) 등 계열사들이 보유 중인 지분을 시장에 내놓습니다. 위에 나열된 회사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제일모직과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즉, 이들이 시장에서 제일모직 주식을 처분하면 복잡한 순환출자의 고리가 끊기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배력 유지입니다. 제일모직은 부채비율 감축 및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병행할 예정입니다. 이건희 회장과 3남매가 보유한 제일모직 주식은 46%가량입니다. 당연히 구주매출에는 이 회장 일가의 지분은 포함되어 있지 않고, 신주 발행 규모도 이 회장 일가의 주식 가치를 최소한으로 희석하는 선에서 정해지리라는 것이 시장의 분석입니다.

삼성지주회사? ①삼성의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각종 법령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인한 단점이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이었는데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작년 말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였습니다. 기업들은 기존에 만들어져있던 순환출자까지 정리하고 있습니다.

금산분리 규제와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의 지배구조 고리를 느슨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상장계열사에 5% 이상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규제가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보험사의 계열사 지분보유 한도를 시가 기준으로 바꾸는 법안(일명 삼성생명법)도 계류 중입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주식 6.2%를 보유한 대주주인데요. 보험업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삼성전자에 대한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법안 개정은 이건희 회장 일가에게는 적신호입니다. 회장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다 합쳐도 5% 미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주식은 0.6%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삼성생명을 통한 우회 전략'이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의 지분 20%가량을, 총수일가가 46%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이 삼성생명 지분의 19%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회장 일가는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을 지배함으로써 삼성전자를 지배해왔던 것입니다. 각종 법령 개정은 바로 이 연결고리를 약하게 만드는 조치입니다.

이에 새로운 지배구조로 대두하는 방안이 지주회사 체제입니다.

삼성지주회사? ②삼성전자 인적분할 시나리오

지주회사란 자(子)회사의 주식을 갖고 자회사를 지배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지분 구조상 정점에 있는 하나의 회사만 지배하면 나머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습니다. 순환출자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지주회사 지분구조가 훨씬 간단하고 명확해, 계열사 간 출자 고리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3세 승계 시 계열사 가르기도 한결 수월해집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삼성지주회사로의 지배구조 전환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것은 삼성전자를 투자부문(지주회사 역할)과 사업부문(제조 및 판매업 유지)으로 분할한 후,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이재용 부회장이 25%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을 합병해 삼성지주회사를 설립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제일모직 상장도 계열사 간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현재 출자구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에 필요한 자금 규모가 크고, 중간금융지주회사법(금융회사가 아닌 지주회사가 산하에 중간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 그룹을 둘 수 있게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상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이 금융계열사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삼성 SDS란? 277배의 상장차익.

1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삼성 SDS의 주가는 종가 32만 7500원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14일 종가 기준 이재용 부회장의 SDS 지분가치는 2조 8507억 원입니다.

삼성SDS의 상장은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에 있어 중요한 열쇠 중의 하나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SDS 상장으로 손에 쥔 실탄의 규모가 오늘 기준 2.8조 원이라는 것이 그 방증인데요. 사실 이 부회장이 SDS 주식을 획득하는 과정은 그다지 깔끔하지 않았습니다. 1999년 2월 자금 조달이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SDS는 230억가량의 신주인수권부사채 (BW)를 발행했고, 이 부회장은 이를 주당 7,150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시장 가격인 1만 4,230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사채 헐값 매각에 특검이 나섰고 삼성의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전 사장은 징역 2년 6개월과 3년을 선고받았으나, 2010년 특별사면 받았습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란 채권자에게 '주식을 획득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사채입니다. 채권자에게 자금을 빌린 다음, 이를 주식으로 갚을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삼성SDS의 고속성장은 삼성그룹 내부의 일감 몰아주기 덕분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이 부회장에게 SDS 상장의 의미란 '아버지의 측근이 BW를 헐값에 매수할 수 있도록 판을 짜고, 삼성 계열사들이 SDS에 일감을 몰아줘서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 실탄을 쥐어줬다'는 비난의 데시벨(dB)만큼 클 것입니다.

주식 액면분할과 유상증자, 헐값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 이 부회장이 SDS 주식 11.25%를 확보하는데 든 비용은 103억 원. 주당 1,180원을 투자한 14일 종가 기준 투자수익률은 277배입니다. 증권가는 SDS의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지주사 전환 신호탄?

삼성전자는 지난 26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2조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총 190만 주를 27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장내매수할 계획입니다.

자사주 매입이란 말 그대로 삼성전자가 삼성전자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하면 시장에 발행된 주식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순이익(EPS; 기업의 순이익을 발행주식 수로 나눈 것)이 높아집니다. 즉 1주 당 가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주주 가치'가 높아졌다고 보는 것입니다.

현재 외국인이 삼성전자 전체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들은 삼성전자에 주주 환원율(현금 배당액과 자사주 매입액의 합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자사주 매입은 이러한 요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자사주 매입은 현재 증권가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로 추측하고 있는 '삼성전자 인적 분할 후 지주사 전환'의 신호탄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Story.8에서 설명해 드렸다시피 인적 분할 시나리오란 삼성전자를 지주사 역할을 하는 지주 부문과 현재의 전자제품 사업을 그대로 영위하는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 지주 부문과 제일모직을 합병한다는 설입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인적분할 후 지주사에 분배될 경우 의결권이 부활해 용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사주 지분율만큼 사업자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전자의 자사주 비율이 12.1%이므로, 자사주를 지주사에 분배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율 요건(20%)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7.9%만 더 확보하면 됩니다.
26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날 대비 3.6% 오른 60만 3000원으로 마감했고, 이후 사흘 연속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제일모직 상장하고 6개 순환 출자 고리 끊었다

제일모직이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5만 3000원)의 2배인 10만 60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6.6% 상승해 11만 3000원으로 끝났습니다. 시가총액은 15조 2550억 원으로 상장 첫날 14위에 등극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3남매가 제일모직 상장으로 얻은 평가 차익은 5조8999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14일 상장에 앞서 삼성카드는 앞서 발표했던 대로(Story.4) 제일모직 지분 5%를 구주매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습니다. 이로써 삼성의 주요 순환출자 고리인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제일모직'의 6개 줄기가 해소됐습니다.

상장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제일모직의 몸집을 불린 것이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지주 부문을 합병한 지주사 설립' 시나리오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주사가 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출자 고리를 해소해야 하고, 지분을 정리하고 지주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10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주사 전환 안 한다고? 왜?

7일 한국경제신문은 삼성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주사에 전환에 쓸 돈이 있다면 차라리 그 돈을 스마트폰, 반도체 등 꼭 필요한 투자를 늘리는 데 써야 한다는 게 그룹의 판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증권가 일각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삼성 지주사 전환說'에 찬물을 끼얹은 건데요. 순환출자 구조의 목을 죄어오는 각종 규제와 막대한 상속세 비용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잇따른 합병, 비상장 핵심 계열사(제일모직, SDS)의 상장,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행보, 그리고 화학·방산 부문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하는 '빅 딜'까지. 마치 삼성 그룹의 모든 행보가 '지주사 전환'을 가리키는 듯했습니다. SK·한진·대림 등 굵직한 재벌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고, 이건희 회장이 병석 신세를 진 지 1년이 돼가니 '삼성 지주회사說'도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은 삼성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도 돈, 둘째도 돈입니다.

지주사가 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의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의 4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합니다. 삼성이 지주사를 설립하려면, 그 지주사는 삼성 온갖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이죠. 특히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7.2%를 인수해야 하는데, 5월 7일 현재 기준 시가가 무려 14.5조 원에 달합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금융계열 회사(카드, 생명, 화재 등)만이라도 모아 삼성생명 금융지주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놨습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주식소유를 제한(금산분리 원칙)하므로, 삼성생명이 역시 삼성전자 지분 7.2%를 처리해야 하는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한편 7일 제일모직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10.66% 하락했습니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와의 합병 등을 통해 삼성지주회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 덕분에 제일모직 주가에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는데, 오늘 한경의 보도로 프리미엄 거품이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오너 지배력 강화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이사회를 열어 합병을 결의했습니다. 기준주가에 따라 1대 0.35의 합병비율로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는 방식입니다. 합병 소식으로 각 회사 주가에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형성됐는데요. 결의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한가를 쳤습니다.

합병 후 사명은 피합병 회사인 '삼성물산'의 상호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삼성물산이 1938년 설립된 삼성의 모태 기업 '삼성상회'를 계승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먼저 순환출자 고리 일부가 해소됩니다.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SDI→삼성물산→제일모직」 등 일부 순환 고리가 해소되고, 「(합병)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비교적 단순하고 직접적인 지배구조가 형성됩니다.

출자 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습니다.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 총합은 52.24%이나, 합병이 완료되면 (합병)삼성물산에 대한 최대주주(여전히 이재용) 및 특수관계인 지분 총합은 40.22%로 감소합니다.

세 남매가 삼성물산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은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삼성물산 16.5%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지분은 제일모직 7.8%에서 (합병)삼성물산 5.5%로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러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40.22%와 자사주 12.7%를 합치면 52.9%가 되므로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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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율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계열사 지배력은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삼성물산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의 4.1%를 보유한 2대 주주이며, 삼성SDS 17.1%, 삼성엔지니어링 7.8%, 제일기획 12.6%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합병)삼성물산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확대된다는 점이 가장 주목할만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한데요. 제일모직 대주주인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 출자 경로를 우회해 삼성전자에 지배력을 미쳐왔습니다.

엘리엇, 소액주주 권리 실현? 몽니?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양사의 합병이 순탄히 진행되나 싶었는데, 의외의 복병입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3일 기준 삼성물산 지분 7.12%(111만 5927주)를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 4일 밝혔습니다. 이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9일엔 아예 법적 절차에 나섰는데요. 엘리엇은 보도자료를 내고 "합병안이 명백히 공정하지 않고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며 불법적이라고 믿는 데 변함이 없다""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엘리엇은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습니다.

삼성물산 주주 중 일부가 합병 비율에 불만을 가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삼성물산의 총 자산(연결기준 29조6000억 원대)이 제일모직 총 자산(약 8조 4000억 원)의 4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제일모직 1 : 삼성물산 0.35로 합병 비율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 중 일부는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라는 포털 카페를 개설하고 "주권을 엘리엇에 위임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삼성물산은 다음 달 17일에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합병 결의안을 처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는데요. 양사의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정한 것이라, 합병 비율 산출 과정에서 위법성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상장사 간 합병비율은 최근 1개월간 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 평균 종가, 최근 일의 종가 등을 거래량에 따라 가중평균치를 계산한 뒤 이 평균의 ±10% 범위 안에서 기계적으로 결정됩니다. 삼성 측에서 임의로 합병비율에 손댈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문제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최저를 기록하고 있을 때 합병 비율이 결정되었다는 점입니다. 합병비율 산정 시점의 삼성물산 PBR(Price-Book value Ratio, 주가순자산비율)은 평균 0.68로, 시가총액이 순 자산(총자산-부채)의 68%밖에 되지 않습니다. 건설회사의 PBR이 통상적으로 낮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역대 최저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제일모직이 고평가된 시점에서 합병 비율이 정해진 것도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제일모직 주가는 '지배구조 프리미엄'을 포함하고 있어, 상당히 고평가된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주가에 따라 합병비율을 결정하는 것은 제일모직 주주가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을 일정 부분 가져가는 셈이 됩니다.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라고 불만을 가질수 있죠. 해외 헤지펀드는 이같은 회사-주주간 불화의 틈새를 못 본체 넘기지 않습니다.

KCC 전격 등판, 국민연금은 웜업 중?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위임장 대결을 펼칠 모양입니다. 엘리엇이 지난 5일 국민연금과 삼성 계열사(…) 등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한 회사들에 '합병 반대 요구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물산은 10일 자사주 5.76%를 KCC에 넘겨 우호적 의결권을 확보했습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을 무산시킬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긴 했지만) 다음 달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합병에 반대하거나 ▲1조5000억 원(삼성물산 지분의 약 17%) 이상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는 것입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주주총회의 특별 결의사항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주주가 보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식매수청구권의 한도를 1조5000억 원으로 정해놓았고, 삼성물산의 주당 매입 단가는 5만7234원입니다.

33%의 반대표를 모으기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주식매수청구권 쪽을 노릴 것으로 추측되는데요. 이 경우 17%의 우호세력만 모으면 됩니다.

삼성물산은 아군 모으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요. 최치훈 사장을 홍콩에 급파해 주주들을 설득하는 한편, 10일엔 5.76%의 자사주를 KCC에 시간외매매로 전격 처분했습니다. 자사주엔 의결권이 없으나, 이를 백기사에게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나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로써 삼성물산의 우호지분은 삼성SDI 7.18%, 삼성화재 4.65% 등 계열사 지분과 이건희 회장의 1.37%에 KCC로 넘긴 자사주 5.79%를 합쳐 총 19.75%에 달합니다.

위임장 대결에서 꼭 내 편으로 끌어들여야 할 주주는 단연코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14일 기준 삼성물산 지분 9.9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 11일 주주명부폐쇄 전에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정황이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꽤 난처한 상황에 부닥쳤는데요. 주주에게 불합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하면 국민의 연금을 책임지는 기금이 수익률을 포기하고 재벌기업을 도와준다는 비난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합병에 반대하자니, 자칫 외국 자본인 엘리엇에 동조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국부 유출에 앞장선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엘리엇 "'순환 출자'까지 생각했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이 불법이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결의안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

엘리엇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물산의 자사주(5.76%)가 합병 결의 안건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삼성물산 및 이사진과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며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 제안을 한 것은 절박한 상황에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10일,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76%를 종가에 KCC로 매각했습니다. 자사주는 삼성물산의 자산이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인 5만7234원 보다 높은 7만5000원에 매각했으므로 자사주 매각에 위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러나 KCC로의 매각가격이 향후 삼성물산이 가질 '포텐셜'보다 낮다고 판단될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편, 제일모직이 11일 공시한 정정 증권신고서(합병)에 의하면,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발표한 바로 다음 날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엘리엇은 당초 알려진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 제기 외에도 ▲합병 후 건설 사업에서의 경쟁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상호 출자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공정거래법은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 「합병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에스디아이(SDI)→합병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합병 삼성물산」, 「합병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합병 삼성물산」의 고리가 형성되긴 합니다.

그러나 제일모직은 "본 합병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 내의 두 회사 간의 합병으로 일반적으로는 2014년 1월 24일 신설된 공정거래법 제9조의2에 따라 순환출자 고리가 단순화되는 경우로 공정거래법상 예외에 해당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합병 완료 후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하여 구체적인 순환출자 내용 및 예외 인정 여부, 해소 방안 및 해소 시기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공정거래법은 합병 후 발생하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합병 후 6개월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정공방: 으르렁 으르렁 으르렁대

지난 1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의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심리가 열렸습니다. 삼성물산 대 엘리엇, 엘리엇 대 삼성물산의 법정공방이 시작된 것인데요. 법원은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습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결의 금지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1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제일모직과의 합병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는데요. 엘리엇이 임시주총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입니다. 또한, 삼성물산이 백기사 확보 차원에서 자사주 5.76%를 KCC에 매각했는데, 엘리엇은 이것도 불공정하다며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양사의 대리인의 법정 공방 및 양사가 각자 발표한 자료에서 드러난 핵심 쟁점은 이렇습니다.

◆ 합병의 목적
(엘리엇) "제일모직은 수치 면에서 삼성물산과는 비교도 안 되는 회사이며, 사업구성 면에서도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합병은) 삼성물산 자체의 이익보다 오너 일가의 지배권 승계 작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

(삼성물산) "삼성물산의 해외 영업인프라와 제일모직의 높은 성장잠재력을 결합하여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부문과 매력적인 보유자산을 바탕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안정성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게 된다"

◆ 합병 비율의 공정성
(엘리엇)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는 상대가 안 되는 규모의 회사이고 합병비율은 지나치게 불공정해서 무효"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한 곳(후에 한영회계법인으로 밝혀짐)에 의뢰해 양사 공정가치를 감정한 결과 합병비율이 1 대 1.6(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으로 산출됐다"
(삼성물산) "주가라는 것은 시장참여자들의 평가가 종합된 가장 객관적인 가치다. 주가로 상장법인의 다양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는 것이 법의 입장" "합병비율이 주가를 따르는 건 법에 명확히 규정된 것이며 따르라는 명령이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규제를 받게 된다" "판례에선 합병가액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인 경우에도 합병을 정당하게 봤는데, 삼성물산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0.6배 수준"

◆ 자사주 매각의 불법성
(엘리엇) "자사주 처분은 회사와 주주에 최대한 이익이 되도록 처분돼야 하는데, 이번 합병에 대해 주주 간 첨예한 대립이 있는 상황에서 매각이 단행됐다"

(삼성물산) "엘리엇 측이 요구한 대로 현물배당 등을 한다면 회사가 어려워지게 된다"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어 자사주를 법에 따른 절차대로 우호 주주인 KCC에 매각한 것"

삼성물산은 "신청인(엘리엇)의 주주제안은 주식자산, 아마도 삼성전자 주식을 현물배당하라는 것. 중간배당을 통해 주식자산을 다 빼가서 삼성물산을 껍데기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현물배당·중간배당안을 주총 의안으로 확정했습니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주주들은 본질적 권리인 의결도 못 하게 된다"는 주장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함으로 추측됩니다.

"보고서 원본 좀 봅시다"

지난 19일 "회계법인 감정 결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공정가치 합병 비율은 1대 1.6"이라고 주장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에 대해 삼성이 역공에 나섰습니다. 회계법인 보고서에 변조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심리에서 엘리엇 측 변호인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 중 한 곳(후에 한영회계법인으로 밝혀짐)에 의뢰해 양사 공정가치를 감정한 결과 합병비율이 1 대 1.6(제일모직 대 삼성물산)으로 산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한영회계법인은 19일 오후 늦게 보도자료를 내고 "엘리엇 측이 법원에 낸 보고서는 당초 우리와 엘리엇이 맺었던 계약을 위반한 상태에서 무단으로 제출한 것"이라며 "계약 위반에 대해 엘리엇 측에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혀, 난데없는 보고서 진위 논쟁이 일었습니다.

22일 연합뉴스가 관련 업계와 법조계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물산도 합병 관련 보고서인 서증 원본 제출의 명령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물산은 한영회계법인에도 사실조회 및 문서송부촉탁 신청서를 내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행보는 해당 보고서를 인용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주총소집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낸 엘리엇을 압박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주총에서 만나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임시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이달 17일에 열립니다. 따라서 관건은 주총장에서의 ‘표 대결’이 될 텐데요. 주총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할 ‘KCC 보유 주식 5.76%’ 가처분에 대한 재판부의 결론은 아직입니다.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며 17일로 예고된 임시주총에 ‘소집 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1일 "합병에 있어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합병가액을 선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했다면 시세 조종이나 부정거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엘리엇은 합병 비율을 산정할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는 저평가, 제일모직의 주가는 고평가되어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재판부는 "상장회사의 경우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들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자유로운 거래를 한 결과 주가가 형성된다"며 "공개시장의 주가는 상장회사의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엘리엇은 특히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의 가치가 시장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회사의 보유 자산은 주가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엘리엇이 주장하는 양사의 적정주가는) 공개 시장에서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엘리엇은 자본시장법상 합병비율을 ±10% 할인·할증할 수 있으므로 삼성물산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할인과 할증은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7일 주총은 열립니다. 그리고 주총에서 엘리엇과 삼성물산의 표 싸움이 벌어집니다.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5.76%를 KCC에 넘겨 주총에서 자사 우호지분으로 활용할 전망인데요.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KCC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매각한 것은 불법적이라고 믿는다”며 KCC 지분에 대해서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재판부의 결론은 임시 주총 직전에야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다른 캐스팅 보트는 삼성물산 지분 10.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쥐고 있습니다. 최근 국민연금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들어 ㈜SK와 SKC&C의 합병에 반대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얼마 전 삼성물산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문의했고, 삼성물산이 이에 응답해 긴급 IR(투자 설명회)을 열고 주주권익위 신설 및 배당성향 확대 방침 등을 홍보한 것은 삼성물산에 긍정적인 신호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합병을 거부하세요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기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지난 3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에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세계 2위 의결권자문기구인 글래스루이스도 2일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습니다.

“합병안이 관련 법을 준수하고 있지만, 삼성물산의 주식은 저평가되어있고 제일모직 주식은 고평가되어 있어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굉장히 불리”, “합병 이후 수익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

ISS 권고안, 3일

ISS는 현재 ‘제일모직1 : 삼성물산0.35’인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적정 합병비율은 ‘제일모직1 : 삼성물산0.95’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주주 제안한 ‘현물배당’과 ‘중간배당’을 가능케 하는 정관 개정에는 찬성 의견을 내놨습니다.

엘리엇은 ISS의 권고안을 환영했습니다. 엘리엇 측은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 측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임시주총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이 지난 1일 기각된 것에 대해 항고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삼성물산은 ISS의 보고서가 엘리엇의 자료에 포함된 부정확한 정보와 오류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ISS가 삼성물산의 건설 및 상사 사업부문의 가치는 고평가한 반면,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은 저평가했다는 건데요. 삼성물산은 또한 “ISS에서 평가한 삼성물산 주식가치(110,234원)는 삼성물산 상장 이후 한 번도 실현된 적도 없고 어떤 애널리스트도 목표주가로 제시한 적이 없는 수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엘리엇의 항고가 인용되지 않는 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임시주총은 이달 17일 개최됩니다. ‘KCC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과 11.21%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합병의 성패를 가를 예정입니다.

삼성물산→KCC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제기한 ‘삼성물산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엘리엇은 지난달 10일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자사주 5.76%에 대해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습니다. (Story.15~17)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7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KCC를 상대로 낸 ‘자사주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삼성물산의 KCC에 대한 자사주 매각이 사회 통념상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한 것이 회사와 일반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려면 삼성물산이나 KCC 경영진의 배임 행위가 인정되거나 매각 대상, 절차, 가격의 불합리함이 발견되어야 하는데요. 재판부는 "합병이나 자사주 처분이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이익만을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KCC 경영진도 합리적인 가격에 주식을 취득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엘리엇이 낸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다고 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조건 성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판부는 해당 절차의 적법성만 인정해주었을 뿐인데요.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가 주총에서 합병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 의결권이 모이지 않으면 합병은 성사되지 않습니다.

삼성물산은 2번의 가처분 기각 결정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정당성과 적법성을 인정받게 됐다”고 자신했습니다. 삼성물산은 “이번 결정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주들의 지지를 받는데 큰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한편, 엘리엇은 지난 1일 재판부가 ‘임시주총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곧바로 항고했는데요. 항고심은 오는 13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국민연금, 합병 찬성으로 가닥

삼성물산 지분 11.21%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이 17일 열리는 제일모직-삼성물산 임시총회에서 행사할 찬성/반대 의견을 골랐습니다. 국민연금은 “찬반 결정은 내렸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언론사는 ‘찬성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0일 오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위원회를 열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정했습니다. 민감한 사안의 경우 민간 자문기구인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 결정을 넘기지만,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 방향을 정했습니다.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고 있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하길 바란다.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하는 투표를 계속 독려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몇 가지로 추측됩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와 제일모직 지분 5.04%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습니다. 시가를 따져보면 금액적으로는 같은 수준입니다. 즉, 삼성물산 주주로서 다소 손해를 입더라도 제일모직 주주로서 이익을 보기 때문에 합병에 반대할 만큼 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민연금은 엘리엇의 ‘투기자본’ 성격을 우려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해외 투기자본이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할 때 국민연금이 외국 자본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해석됩니다.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이 제시한 ‘주주가치 제고안’도 국민연금의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그룹은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배당성향을 30%로 높이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주주권익위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삼성물산이 일단 엘리엇을 앞지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 외에도 찬성 쪽으로 회유해야 할 주주가 아직 많습니다. 주총의 특별안건은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필요로 합니다. 사안의 무게감에 따라 의결권 참여율이 높을 가능성이 큰데요. 의결권 참여율을 80%로 가정하면 삼성은 53.3%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합병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계열사 지분 등 삼성그룹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13.82%)과 백기사 KCC가 보유한 舊자사주(5.96%),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분(11.21%)을 합치면 총 30% 수준입니다. 양사 합병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주주는 엘리엇(7.12%), 메이슨캐피털(2.2%), 일성신약(2.2%), 캐나다연기금(0.15%)으로 총 11.67%의 의결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0% 수준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금 및 기관들은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26%에 달하는 외국인 지분과 22% 수준의 기타 국내 주주의 마음은 어디로 기울지 모릅니다.

[강화 성공!!] ‘ID이재용부회장’님의 그룹 지배력 +3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이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되었습니다. 삼성물산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공세 속에서도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 것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승계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임시주총 하루 전인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0부는 엘리엇이 삼성물산에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항고 신청(주주총회결의금지 및 결의효력 정지, KCC 의결권 행사 금지)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성패는 17일 임시주총의 주주 의결로 결정됩니다.

17일 오전 제일모직 주주총회에서는 주주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가결했습니다. 같은 날 양재동 aT센터에서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열렸는데요. 발행주식의 83.57%를 차지하는 주주들이 참석했고, 이 중 69.53%가 ‘(제일모직과) 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당초 합병 찬성 의견으로 알려진 삼성물산 특수관계인 지분 13.92%, 백기사 KCC 지분 5.95%, 국민연금 11.21%, 기타 국내기관 11.05% 외에도 소액주주와 외국인도 전체 주식 대비 16% 정도 지지를 보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대 의견은 엘리엇(7.12%)과 메이슨캐피탈(2.18%)을 포함해 전체 발행주식 대비 25.82% 수준이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습니다. 제일모직 지분 23.23%를 쥐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통합삼성물산 지분의 16.5%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되는데요. 이번 합병을 통해 통합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실질적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의 4.06%를,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지분 19.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주총에서 엘리엇이 주주제안한 2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습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 지분을 염두에 둔 듯한) 현물배당안▲결산 전에 배당을 시행하는 중간배당안을 제안했으나, 찬성률이 45% 수준에 그쳐 모두 부결됐습니다.

엘리엇은 주총 직후 "수많은 독립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져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합병 무효 청구 소송(ISD 포함)’과 통합삼성물산의 지분 2.03%를 보유한 주주로서 경영에 참가하는 방안 등이 엘리엇의 다음 행보로 추측됩니다.

이날 삼성물산의 주가는 10%, 제일모직의 주가는 7% 하락했습니다. 합병결의안 부결과 추후 주식 매집 가능성에 배팅했던 시장의 기대가 꺼진 탓으로 보입니다. 17일 삼성물산 종가는 62,100원으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7,234원)보다 높아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 발생할 것 같진 않습니다.

주식매수청구권 고비 넘겨, 합병 순항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의 마지막 관문을 지났습니다. 양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는 6,700억 원 수준으로, 행사 한도였던 1조 5,000억 원에 한참 못 미칩니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6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 접수를 받았는데요. 7일 공시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주식 수는 1,171만 730주, 금액으로는 6, 702억 5,095만 원입니다. 양사 합병 반대에 앞장섰던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보유 지분 7.12% 중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능한 4.95% 대부분을 내놨다고 알려졌습니다.

엘리엇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는데요. 엘리엇이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사실상 출구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 소수의 지분을 유지해 향후 소송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분석 등입니다.

제일모직은 1주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접수가 들어왔다고 7일 공시했습니다.

11조 3천억 원 자사주 소각…궁디팡팡 5959?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소각(消却), 배당 확대 등 대규모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가 부양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라는데요.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이재용 부회장 승계 측면에선 이번 주주환원 계획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앞으로 1년 동안 서너 차례에 걸쳐 자사주 11조 3천억 원을 매입, 소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차 취득분은 보통주 223만 주, 우선주 124만 주입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13.0%의 자사주의 소각 계획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와 별도로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30~50%를 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분기마다 배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특히 외국인 주주로부터) 배당에 인색하다는 평가와 함께 주주가치를 높이라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확대는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 대한 화답인데요.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숫자를 줄이고 주당순이익(EPS)을 끌어올려 주가를 부양합니다. 매입 후 소각은 자사주가 다시 유통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배당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자사주 매입·소각 프로그램이 단순한 주주환원책을 넘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땅 고르기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건희 회장이 경영을 주도하던 시절과는 달리 주주환원책을 통해 삼성전자의 주가를 적극적으로 부양함으로써,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주주들의 지지를 구하는 전략이라는 겁니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실적 개선 및 주주친화 정책 강화를 계기로 하여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해 연말 인사 등에서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하고 경영권 승계를 견고히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배구조 변환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삼성SDI,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팔아야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2.6%(500만 주)를 매각해야 합니다. 지난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면서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3개가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그룹 내 기존 순환출자 고리 3개가 강화됐다며, 삼성그룹에 이를 해소하라고 통보했습니다.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으로 그룹 내 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줄어들었지만, 다음 3개 고리는 오히려 강화됐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입니다.

① 통합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②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③ 통합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통합 삼성물산

Samsung circle 2

3개 고리가 ‘강화’된 이유는 삼성SDI가 구 삼성물산 지분 400만 주와 구 제일모직 지분 500만 주를 동시에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자, SDI와 통합 삼성물산이 900만 주의 지분으로 연결됐습니다.

공정거래법은 기업합병으로 인해 신규 순환출자가 발생하는 경우, 6개월 이내에 이를 해소하도록 합니다.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기일이 지난 9월 1일이었으므로 삼성그룹은 내년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시가 약 7,300억 원)를 처분해야 합니다. 기한을 어기면 주식 처분명령 등 시정조치가 내려지고, 주식 취득가액 10%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해당 주식의 처분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통합 삼성물산 지분 39.9%를 보유하고 있고,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분쟁에서 백기사로 나선 KCC가 8.97%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은 공정위의 결정을 수용해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대량 주식 매매가 통합 삼성물산 주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정위에 해소 기간 연장을 요청할 방침입니다.

삼성카드 품은 삼성생명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인수했습니다. 삼성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사이에 얽힌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이번 지분 인수도 그 일환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유력합니다.

삼성생명은 28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전량 약 4,300여만 주(37.45%)를 주당 3만5천 원에 매입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총 매입규모는 약 1조 5400억 원입니다. 이번 공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 71.8%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됐습니다.

이번 인수 결과,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카드, 증권, 화재, 자산운용)의 1대 주주 자리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기준, 삼성생명은 삼성증권 지분의 11.14%, 삼성화재 14.98%, 삼성자산운용 98.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분 이동을 통해 삼성전자는 보유하고 있던 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털어냈습니다. 삼성그룹이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던 전자 계열사 / 금융 계열사 분리 작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또한, 시중에 끊임없이 나돌던 삼성카드 매각설도 잠재웠습니다. 삼성카드는 최근 NH농협 금융 또는 중국계 보험회사에 팔린다는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삼성물산이 그룹 지주회사가 되고, 그 아래에서 삼성생명이 카드·증권·화재·자산운용을 아우르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합니다. 금융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비상장 50%)을 보유하고 1대 주주의 지위를 갖춰야 하는데요. 이번 지분 인수를 통해 이 요건 만족에 한 발짝 더 다가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가 금융 자회사나 금융지주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이른바 중간금융지주법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이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삼성생명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7.2%)을 5% 이하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24조에 의해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지분 2.2%의 지분 가치는 현재 기준 약 4조 원 상당입니다.

순환 출자 해소·경영 정상화 두 마리 토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천억 원 어치와 302억 원 상당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그룹 순환출자도 해소하고 엔지니어링 경영 정상화 약속도 지키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는 평이 나옵니다.

500만 주 추가 순환출자 전량 해소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며, 올해 3월 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500만 주를 처분하라고 통보한 바 있습니다. (Story. 26 삼성SDI, 통합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 팔아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5일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30만5천 주(2천억 원 상당)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장 종료 후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습니다.

같은 날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200만 주(3천억 원 상당)를 26일에 매입하기로 했습니다. 삼성 측은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에 참여했다”고 매수 목적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룹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자금을 동원한 것은 공익 재단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삼성 SDI는 남은 삼성 물산 지분 169만 5천주도 블록딜 매물로 내놨는데요. 해당 물량이 26일 할인 없이 전액 판매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로써 공정위가 삼성 SDI에 통보한 지분 처분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302억 원 상당 취득


25일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0만 주(302억 원 상당)를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정상화를 위해,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중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 2천651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위해 1억5천60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하기로 했는데요. 이 중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20%의 주식이 지난달 11일 전량 청약 완료됐습니다. 나머지 주식에 대한 신주인수권은 구주주(기존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 배정했는데요. 이 부회장은 이 과정에서 실권주(구주주에 배정됐으나 청약이 되지 않은 주식)가 발생하면 최대 3천억 원 한도 내에서 일반 투자자 자격으로 공모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시행한 구주주 배정에서 99.9% 청약이 완료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일반 공모에 참여하지 않았고, 이번 자사주 인수를 통해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취득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삼성 SDS 지분 2.6%를 처분해 3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했습니다. 이중 2천억 원은 추가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천억 원을 인수하는 데에 썼고, 300억 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사용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남은 700억 원도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취득에 사용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