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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과천선>으로 읽는 우리 경제 흑역사

김명민, 박민영 주연의 MBC 드라마 〈개과천선〉을 기억하시나요? 이 드라마가 왜 흥행에 실패했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용이 참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왜 드라마 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는고 하니… 〈개과천선〉은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계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by MBC 개과천선

그들의 개과천선, 기억상실 아니면 노답인가.

당신들이 '개과천선'하는 방법, 기억상실뿐

오마이뉴스 기사 제목

드라마 <개과천선>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드라마입니다. 위에 언급한 에피소드 외에도 드라마에서 그린 실제 사건은 더 많습니다. 법정 드라마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 결과도 많이 나오는데, 대체로 실제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그려냈습니다. 위에 나열한 사건들은 '경제적인' 사건인데요, 드라마에는 로펌과 법원 이야기, 그리고 권력 놀음과 관련된 술수도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틀어 볼 때 드라마는 참 현실적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부분은… 실제로 주인공처럼 '개과천선'하는 변호사가 몇 명이나 있겠냐는 문제겠지요. 드라마의 내용대로 기억상실이 아니면 우리나라의 기득권은 개과천선할 수 없는 걸까요?

경제사건을 법적 측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꽤 어려운 드라마였습니다. 그렇지만 김명민의 연기도 흡입력 있었고, 속도감 있게 에피소드를 진행해서 그런지 몰입도도 높았네요. 이미 종영한 드라마이지만 VOD로 다시 보는 건 어떨까요?

냉혈 변호사에서 상식과 정의의 수호자로

드라마 <개과천선>은 주인공 김석주 변호사(김명민)가 '개과천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대형로펌 차영우펌의 잘나가는 변호사인 김명민은 승소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으로 나오는데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최근 몇 년간의 기억을 잃고 맙니다. (한국 드라마 기억상실 클리셰!)

기억을 잃기 전에 김명민이 수임했던 건은 '태진 전자'의 '태진 건설' 인수 건인데요. 이 사건은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현대자동차그룹 vs 현대그룹의 공방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김명민은 '씨스타호 서해 기름 유출 사건'도 다뤘는데요, 홍콩의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 삼성1호가 충돌했던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사고 사실을 숨기고 변호사 생활을 지속하던 김명민은 자신의 과거 행적을 찾아보며 거대 로펌 변호사 삶에 회의를 느낍니다. 김명민은 결국 로펌을 퇴직하고 개인 사무실을 차려 법에 약한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돕습니다.

극중 '유림그룹 CP사태'? 동양그룹이랑 비슷한데?

극 중 유림그룹은 무리하게 인수합병을 진행하다 자금난에 시달리자, 형편없는 신용도에도 불구하고 CP(기업 어음)을 발행해 잠시 숨통을 텄습니다. 유림 재벌가 3세인 채정안과 약혼 중이었던 김명민(기억상실 전)이 조언한 대로 따른 것이죠. 계열사인 유림증권은 어음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소액 투자자에게 CP를 권유하는 등 '불완전 판매'(투자 위험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판매하는 행위)를 감행하였는데요. 결국, 유림그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소액 투자자의 CP 투자금을 꿀꺽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라고요? 얼마 전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현재현 회장의 동양그룹 CP 사태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동양그룹도 자금난에 시달리다 부실계열사의 CP를 동양증권을 통해 불완전 판매하였고 결국 만기에 상환하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1조 3천억 원대의 손해를 끼쳤습니다.

동양 사태 피해자들이 <개과천선> 촬영장에 격려차 야식을 보내기도 했다는 후문이!

2008년 금융위기 때 KIKO 사태와 판박이

극 중 김명민은 아버지와 친하게 지냈던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환율 헤지(환율 변동 대비책) 상품에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본 것을 보고 법정에서 사장님들을 대변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수출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은 환율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환율로 인한 손해(환차손)를 줄이기 위해 환율 헤지 상품에 가입하는데요. 극중 중소기업 사장님들이 가입했던 환율 헤지 상품은 실제로 존재했던 상품인 KIKO(Knock-In-Knock-Out)입니다. KIKO 상품은 환율이 특정 구간, 예를 들면 1,100원과 900원 사이에서 움직인 경우, 이 상품을 구매한 회사는 환차손을 줄이고, 일부 환차익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율이 미리 정한 구간 바깥에 결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를 입습니다. 특히 환율이 상한선보다 높게 올라갔을 때의 손해는 무지막지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달러 환율은 1,5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당연히 KIKO 상품에 가입한 중소기업은 엄청난 손해를 봤는데요, 해당 기업들은 상품을 구매할 당시 은행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상품을 판매한 은행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결과는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은행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백두-차영우펌-골드리치 vs 진로-김앤장-골드만삭스

드라마 방영기간 동안 6.4 지방선거와 축구 중계일정으로 인해 결방이 잦았고, 호흡이 끊어진 동안 시청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부진한 시청률과 배우들의 스케줄 조정 실패로 결국 <개과천선>은 2회 조기종영되었는데요. 2회 줄어든 분량에 마지막 '백두' 에피소드가 제대로 방영되지 않았습니다.

극 중 백두그룹의 주 계열사는 백두소주이고, 백두그룹 회장의 이름은 '진진호'인데요. 백두그룹은 경영 정상화 차원에서 로펌인 차영우펌과 세계적인 컨설팅펌 골드리치에 기업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이 때 기업 내부 사정에 밝아진 골드리치는 백두그룹의 채권을 헐값에 사들여 경영진과 노조의 반발을 물리치고 백두그룹을 꿀꺽. 이후 법적 분쟁이 일자 차영우펌은 한 때 의뢰인이었던 백두그룹이 아닌 골드리치를 변호하게 됩니다.

다들 진로소주는 아시죠? 진로그룹을 이끌던 회장의 이름도 '장진호'였습니다. 이제부터 저 위의 문단에서 '백두'를 '진로'로, '차영우펌'을 '김앤장'으로, '골드리치'를 '골드만삭스'로 바꿔서 읽으면, 2003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진로 對 골드만삭스 사건이 됩니다.

그들의 개과천선, 기억상실 아니면 노답인가.

당신들이 '개과천선'하는 방법, 기억상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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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개과천선>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드라마입니다. 위에 언급한 에피소드 외에도 드라마에서 그린 실제 사건은 더 많습니다. 법정 드라마이기 때문에 법원의 판결 결과도 많이 나오는데, 대체로 실제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그려냈습니다. 위에 나열한 사건들은 '경제적인' 사건인데요, 드라마에는 로펌과 법원 이야기, 그리고 권력 놀음과 관련된 술수도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모습들을 통틀어 볼 때 드라마는 참 현실적이었습니다.

비현실적인 부분은… 실제로 주인공처럼 '개과천선'하는 변호사가 몇 명이나 있겠냐는 문제겠지요. 드라마의 내용대로 기억상실이 아니면 우리나라의 기득권은 개과천선할 수 없는 걸까요?

경제사건을 법적 측면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내용 자체는 꽤 어려운 드라마였습니다. 그렇지만 김명민의 연기도 흡입력 있었고, 속도감 있게 에피소드를 진행해서 그런지 몰입도도 높았네요. 이미 종영한 드라마이지만 VOD로 다시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