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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가족관에 대지진

가톨릭은 통상 3년에 한 번씩 정기 시노드(세계주교대의원회)를 열고, 특정 의제가 있을 때 교황이 임시 시노드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정(家庭) 문제를 다루기 위해 2014년 10월 5일부터 임시 시노드를 열었습니다. 3차 임시 총회에서 12쪽짜리 문서가 공개되었는데요. 시노드에 참석한 주교들은 물론 전 세계의 평신도와 비신자마저 입을 떡 벌리게 만들었습니다.

by Catholic Church, flickr (CC BY)

이혼·재혼엔 쪽문, 동성애엔 빗장

24일 폐회한 세계주교대의원대회(이하 시노드)는 이혼 및 재혼한 신도,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신도를 조건부 포용하는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 닫힌 빗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파의 ‘닫힌 마음’을 비판했습니다.

‘가족’에 관해 논의한 제14차 시노드는 의결정족수인 재적 주교의 3분의 2보다 단 1표 많은 178표로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주교들의 의견을 모은 시노드 최종 보고서 수용 여부는 교황이 결정하며, 이는 교회에 운영 방침에 반영됩니다.

먼저, 전면 허용은 아니지만, 이혼 및 재혼한 신도 중 일부가 성체성사(영성체)에 참여할 길이 생겼습니다. 사제가 이들 신도의 분별력, 겸손함, 교회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영성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가톨릭 교회는 세속 이혼은 인정하지 않고, 교회의 혼인무효 없이 재혼하는 것을 간통으로 간주해 영성체 참여를 불허하고 있습니다.

영성체 또는 성찬은 예수가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준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들은 성체(현재는 작은 밀떡을 사용)를 배령(拜領·경건히 받듦)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체하는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 닫힌 빗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시노드 최종보고서는 동성결혼을 이성 결혼과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하고 이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동성애 경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에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보수파-진보파의 갈등 속에서 일부 타협점을 찾아낸 절충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배”라고 언급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과 선한 의도 뒤에 숨어 우월하고 피상적인 태도로 어려운 문제와 상처받은 가족들을 심판하려 하는 ‘닫힌 마음’”을 질타했습니다.

충격과 공포의 주교대의원회 중간보고서… 2000년 금기 깨나

"동성애자도 기독교 공동체에 헌신할 재능·자질 갖고 있다"

13일 주교 임시총회의 의제를 담은 보고서 초안에는 전 세계 가톨릭계에 지진을 일으킬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2000년 동안 금기시된 동성애, 피임, 혼전 동거, 이혼을 포용하는 태도가 비친 것입니다. 문서는 "교회가 동성애자와 이혼자, 결혼하지 않은 커플은 물론 이들의 아이들도 환대해야 한다",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톨릭의 이혼 과정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언급하는 등 가톨릭 교회의 가족관에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동성애 자체는 인정하되,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피임에도 유화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지만, 낙태는 불허합니다.

200여 명의 주교는 보고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보수적인 주교들에게서는 반대 발언이 쏟아져나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말 그대로 실무 '초안'입니다. 최종 보고서는 임시 총회의 마지막 날인 19일, 투표권을 가진 191명의 투표 결과에 따라 채택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폐막일에 결정될 최종 보고서가 내년 정기 시노드에서 논의될 것이며, 천주교 가족관의 '혁명적 대지진'은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2보 전진, 1보 후퇴, 그리고 다시 1보 후퇴

가톨릭 교단의 파격적 행보는 다시 뒷걸음질 쳐 출발선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성애와 이혼·재혼, 동거를 포용하는 문구가 10월 임시 시노드 최종보고서에서 삭제되고 더 애매한 표현으로 바뀐 것입니다. 초안에서는 "동성애자도 기독교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재능과 자질을 가지고 있다"로 표현하였으나, 중간 버전에서는 "동성 결합과 이성 간의 결혼은 마땅히 다른 문제이나,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문구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교 투표에서 2/3 이상 득표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정기 시노드에서 논의될 최종 보고서에는 "그리스도는 모든 가정이 외부에 열려 있기를 원한다"는 애매한 표현이 담길 예정입니다.

로이터 통신은 문구 수위가 초안보다 낮아진 것에 불만을 가진 진보성향의 주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한 발언이라는 판단이겠죠?

(참조기사 중 BuzzFeed에서 동성애에 관한 1차, 2차, 최종 문구를 모두 읽을 수 있습니다. -영어인 것은 함정)

바티칸 고위 성직자 "나는 행복한 동성애자"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 개막을 하루 앞두고, 바티칸의 고위 성직자가 그의 동성 애인과 함께 공개적으로 커밍아웃했습니다. 이번 시노드에선 ‘교회와 당대 세계 안에서의 가족의 소명과 사명’이 논의될 예정인데요. 가톨릭 내 진보계는 지난해 이맘때 열린 임시 시노드에서 동성애와 이혼, 동거에 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려다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3일(현지시각) 교황청 신앙교리성의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주교(43세)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동성애인과 함께 커밍아웃했습니다. 폴란드 출신의 카람사 주교는 교황청 산하 대학에서 신학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나는 동성애자 성직자이다. 나는 행복하며, 나의 정체성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교회는 동성애자 신도에게 평생 금욕을 요구하는 것이 비인도적임을 깨달아야 한다”

크리스토프 올라프 카람사 주교,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 중에서

페데리코 롬바르디 바티칸 대변인은 카람사 주교의 기자회견 직후 “시노드 전날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바티칸은 카람사 주교를 즉각 교황청 종무에서 박탈했습니다.

카람사 주교가 하필 ‘가족’에 관해 논의할 시노드를 하루 앞두고 커밍아웃을 한 것에 대해 논란이 많습니다. 카람사 주교는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애 역시 가족애의 한 종류라고 시노드에 말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은 사랑할 권리가 있고, 사랑은 사회와 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교회에 의해 인정받아야 한다”고 자신의 의도를 밝혔습니다.

이달 4일부터 25일까지 제14차 세계주교대의원대회(시노드)에서 ‘교회와 당대 세계 안에서의 가족의 소명과 사명’을 논의합니다. 각국 대표 주교 166명, 부부 18쌍, 동방 가톨릭 자치교회 대표 22명이 토론을 통해 최종 문헌을 완성하는 방식인데요.

올해 시노드 의안집(INSTRUMENTUM LABORIS)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 섹션(130.)을 포함합니다. 의안집은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인간적 존엄을 존중받아야 하며, 교회와 사회로부터 세심하고 사려 깊은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가족’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임시 시노드를 열었지만, 동성애자·이혼·재혼·동거를 포용하는 문구를 확정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제14차 시노드는 지난해 임시 시노드에 이어 천주교 가족관 논쟁의 제2라운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혼·재혼엔 쪽문, 동성애엔 빗장

24일 폐회한 세계주교대의원대회(이하 시노드)는 이혼 및 재혼한 신도,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신도를 조건부 포용하는 절충안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 닫힌 빗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수파의 ‘닫힌 마음’을 비판했습니다.

‘가족’에 관해 논의한 제14차 시노드는 의결정족수인 재적 주교의 3분의 2보다 단 1표 많은 178표로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습니다. 주교들의 의견을 모은 시노드 최종 보고서 수용 여부는 교황이 결정하며, 이는 교회에 운영 방침에 반영됩니다.

먼저, 전면 허용은 아니지만, 이혼 및 재혼한 신도 중 일부가 성체성사(영성체)에 참여할 길이 생겼습니다. 사제가 이들 신도의 분별력, 겸손함, 교회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영성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가톨릭 교회는 세속 이혼은 인정하지 않고, 교회의 혼인무효 없이 재혼하는 것을 간통으로 간주해 영성체 참여를 불허하고 있습니다.

영성체 또는 성찬은 예수가 ‘마지막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준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세례를 받은 가톨릭 신자들은 성체(현재는 작은 밀떡을 사용)를 배령(拜領·경건히 받듦)함으로써 그리스도와 일체하는 은총을 받습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해 닫힌 빗장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시노드 최종보고서는 동성결혼을 이성 결혼과 비교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하고 이를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동성애 경향을 가진 사람과 함께 사는 가족에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보수파-진보파의 갈등 속에서 일부 타협점을 찾아낸 절충안으로 평가받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패배”라고 언급했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과 선한 의도 뒤에 숨어 우월하고 피상적인 태도로 어려운 문제와 상처받은 가족들을 심판하려 하는 ‘닫힌 마음’”을 질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