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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황우여 장관이 취임하면서 국정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황우여 장관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는 각계의 이견이 엇갈리는 만큼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공=포커스뉴스

나는 이 교과서 반댈세

역시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은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발표하자 각계에서 ‘불복종’ 선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교과서’라는 꼬리까지 붙어 더욱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일단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 불채택 방침을 밝혔습니다.(나머지 3곳은 울산·대구·경북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1학년 역사 수업 편성을 미루기로 했고 ▲광주시교육청은 중·고 1학년은 한국사 수업 편성 않고, 중·고 2~3학년은 검인정 교과서를 쓰도록 했으며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2월 말까지 논란이 되는 부분을 보완할 자료를 만들 계획, ▲제주도교육청도 역사를 선택한 고교 17개교에 검인정 교과서를 쓰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고 “현장 교사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서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즉각 폐기와 검인정 교과서 활용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교육청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1일 “시정명령과 특정 감사 등 교육 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선 학교에 역사 수업 편성을 2,3학년으로 미루도록 한 교육감에 대해 ‘학교장의 수업 편성 자율권(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서 보장)’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교육감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고발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하는군요.
 
이달 23일까지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보완한 뒤 학교 현장에 배포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역사 교과서의 역사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우편향 지적에 채택 취소되고, 그 반대로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도 좌편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럴 바에야 ‘다 같은 책으로 가르치자!’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장이 나왔습니다.

현재 8곳의 출판사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교학사,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이 각 교과서를 펴내고 있는데요. ‘한국사’ 교과서 8종은 모두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절차에 합격한 검정 교과서입니다.

Focusnews 2015110301173321539 제공=포커스뉴스
현행 역사교과서 8종

우리나라 교과서는 발행 주체에 따라 국정, 검정, 인정 교과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정 교과서란 정부가 집필자를 구성하여 감수·발행하는 교과서입니다.

검정 교과서는 출판사가 집필자를 구성하고, 정부의 심사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교과서입니다.

인정 교과서는 국정교과서나 검정교과서가 없거나 사용하기 곤란한 경우, 정부의 인정(시도교육감 위임)을 받아 사용할 수 있는 교과서입니다.

국내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는 광복 후 검정 교과서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1974년 박정희 정권이 주체적 민족사관을 정립해야 한다며 11종이던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1종의 단일 국정 교과서로 변경했습니다.

국정 교과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을 옹호하고 획일적인 역사관을 주입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일자, 2003년 김대중 정부는 ‘국사’ 교과는 국정 교과서 체제를 유지하되 ‘국사’에서 분리된 ‘근현대사’ 교과목에는 검인정 교과서 체제를 도입했습니다.

이후 2011년 ‘국사’와 ‘근현대사’ 과목이 다시 합쳐져 ‘한국사’ 과목이 생겼고, ‘한국사’는 검정 교과서 체제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From 교학사 우편향 논란 to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최근 자주 언급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주장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우편향 논란에서 힘을 받았습니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교과서 검정제도가 국민 갈등을 일으킨다’며 차라리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2013학년도 검정을 받은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우편향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교학사 교과서의 일부 서술이 일제의 식민통치와 당시 친일 행위, 이승만 정권을 미화한다는 비판이 일었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들이 하나 둘씩 채택을 취소하기 시작한 겁니다.

“일본은 식민지를 자신들의 체제와 문화에 일치시키는 ‘동화주의’를 채택하였고, 나아가 ‘융합주의’를 적용하였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30쪽)

“일제의 식민지 지배가 지속될수록 근대적 시간관념은 한국인에게 점차 수용되어 갔다.”
“이에 자급자족적 경제관념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83쪽)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90쪽)

교학사 논란이 거세지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교과서의 진보성향을 문제로 꼽았습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2013년 국정감사 대비 자료에서 7종 교과서의 집필진 68%가 진보성향 교사와 교수들로 채워졌다고 밝혔습니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교과서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교과서 검정제도로 인해 지나친 좌편향 역사 교과서밖에 없다는 논란이 있어왔다. 검정제도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생산한다면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1월 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

“국정교과서 전환 주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로 채택률 0%대가 되자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는 것”
“민주국가·선진국가에서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왜곡 대책위원회’

실제로 국정 교과서 체제를 채택한 국가는 북한, 베트남, 스리랑카, 몽골 등이며 중국은 국정과 검정교과서를, 러시아는 국정과 인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그 바람이 다시 분다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달 31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방미 이후, 여권을 중심으로 다시 교과서 국정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진보좌파 세력들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역사를 정의가 패배한 기회주의, 굴욕의 역사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좌파세력이 준동하며 미래를 책임질 어린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관을 심어주고 있다”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민과의 대화 중

“교실에서부터 역사에 의해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

“필요하면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새누리당 의원, 지난 4일 연합뉴스 인터뷰

교육부는 지난달 말 교과서 검정 체계를 크게 바꿨습니다. 교과서가 검정 기준을 통과했는지 심사하는 절차를 1차와 2차로 세분화하고, 합격 판정 전에 수정·보완 요구를 이행했는지 확인하는 규정을 마련했는데요. 추가 검토를 위해 전문기관에 교과서 감수를 맡기도록 하는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검정 교과서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집필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검정 체계 보완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사 교과서를 검정에서 국정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서울대 역사교수 34명, 현장 역사교사 2255명 “국정화 반대”

서울대학교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과 현장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중고교 역사교사 및 초등학교 교사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뜻을 밝혔습니다. 교과서 국정화는 역사 교육을 획일화할 것이며,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검정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할 것이냐, 검인정 체제를 유지할 것이냐에 대한 교육부의 결정이 ‘곧’ 발표됩니다. 교육부는 9월 말 ‘2015년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통해 국정화 여부를 밝힐 예정입니다.

디데이가 가까워지자, 여권을 중심으로 국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국정화를 주장했습니다.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철저하게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

국정화에 반대하는 주장도 다급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대학교 역사 관련 5개 학과의 교수 34명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전달하는 한편, 현장 역사교사 2,255명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및 역사과 교육과정 개악에 반대하는 현장 역사 교사 2255인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똑같은 역사 교재로 전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우리 사회의 역사적 상상력과 문화 창조 역량을 크게 위축시키고, 민주주의는 물론 경제 발전에도 장애를 초래할 것입니다.”

“저희 주변의 역사학자 중에서 역사(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데 찬성하는 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님께 드리는 의견서>, 서울대학교 역사 관련 학과 교수 34명

“정부가 공인한 하나의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국정 교과서는 역사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 교과서를 발행한다면, 우리는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대대적인 불복종 운동에 나설 것”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현장 역사 교사> 1669개 학교 / 2255명

국정감사에서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국정감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세계일보'가 "2017년부터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된다"고 단독보도까지 한 상황에서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에 대한 확실한 답을 피했기 때문입니다.

     2015 09 15    10.37.26
정부가 2017년부터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한다는 세계일보의 단독보도

"(국정화 결정)결과를 미리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를 균형있게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국정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날 교육부가 제출한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 추진 현황 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검정 체제 강화와 국정 전환 두가지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정화 여부와 관련한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국감에서) 우리 교육이 역사를 후퇴시키려고 하는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확인하는 것 이상으로 어떤 현안이 더 중요하겠나"

정의당 정진후 의원

이후 속개된 국감은 한 시간가량 이어졌으나,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 등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본질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자는 것"이라 주장했고,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등은 "고교에서 배우는 8종의 검정 교과서에선 구석기시대의 시작 시기 등이 제각각이므로 사실에 입각한 균형 잡힌 교과서가 필요하다"며 받아쳤습니다.

국정화냐 검정강화냐, 그것이 문제로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정화 대신 검정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최근 황우여 부총리의 교과서 국정화 의지가 전만 못하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황 부총리는 아직까지 국정화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역사는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는 소신을 감추지 않았는데요.

황 부총리는 최근 몇몇 사석에서 “검청 체제를 대폭 강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검정 기준을 높여 서너 개의 교과서만 쓰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청산면 청산중을 방문해 “걱정하는 것처럼 (국정이든 검정이든) 어느쪽이든지 그렇게 과격한 결과는 안 나올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25일 지면에서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황우여 부총리가 교육부에 (국정화가 아닌) 검정 교과서 강화 방안을 연구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황 부총리의 이 같은 행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교육부에 일임하는 모양새가 됐는데요. 대학 교수 및 현장 교사들의 국정화 반대 성명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앞둔 황 부총리가 ‘나 홀로 강행’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 여부가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국정화 여부를 밝힐 방침입니다.

새누리당 “이념·편향성 논쟁 그만” vs 대학교수 “민주주의 후퇴”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 고시를 며칠 앞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연일 의견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당초 9월에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국정감사 이후 발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는데요. 국정감사는 오는 8일 종료됩니다.

새누리당이 한국사 검정 교과서에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느냐”며 일부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들이 객관적 사실에 기반한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한국사 교과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인 김을동 최고위원도 같은 날 말을 보탰습니다. “우리나라 현주소를 보면 역사교육이 국민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논쟁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습니다.

6일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더 강한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현행 검정 교과서를 “전교조 교과서”라고 맹비난한 건데요. 조원진 원내수석 부대표도 현재 검정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노골적으로, 의도적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연일 국정화 반대 성명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6일 춘천교대 교수 협의회와 한양대학교 교수 51명도 국정화 반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려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미래의 동량들을 우민화하고 획일화하는 반교육적 조치이자 다양성의 공존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역사 해석을 특정 권력이 독점하자는 것으로 독재시대에나 행해진 시대착오적인 조치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한양대 교수 일동, 10월 6일

“교육부는 역사를 획일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청소년의 역사적 사고력과 비판적 성찰 능력의 발달을 저해하는 행위임을 직시하여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제 회귀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교육부는 국가 권력이 역사 해석을 독점하여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반교육적 행위임을 직시하고 민주 시민 교육의 관점에서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는 역사 교육의 정상화 방안을 강구하라. 교육부는 국가 권력이 역사에 직접 개입하여 통제하는 것이 민주 시민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는 행위임을 직시하고 대한민국 헌법에 명기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언론‧출판‧학문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춘천교육대학교 교수협의회, 10월 6일
- 9월 2일 <황우여 교육부 장관님께 드리는 의견서> 서울대 역사 관련 5개 학과 교수 34명
- 9월 15일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부산대 역사 전공 교수 24명
- 9월 15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덕성여대 교수들의 선언> 덕성여대 교수 34명
- 9월 16일 <대한민국의 오늘과 미래를 위해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반대하는 고려대학교 교수 성명> 고려대 교수 160명
- 9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에 반대하는 서원대학교 교수들의 성명> 서원대 교수 47명
- 9월 21일 <민주적 가치 함양과 창의적 교육을 거스르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연세대 교수 132명
- 9월 22일 <역사교육에 대한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한국교원대 교수·학생 공동성명
- 9월 22일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대전·충남지역 7개 대학 교수 145명
- 9월 23일 <미래의 주역을 우민화ㆍ획일화시키는 반교육적․반민주적․반역사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 동국대 교수 65명
- 9월 24일 <한국사회의 민주화와 선진화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한국외대 교수 58명
- 9월 24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가톨릭대 교수들의 성명서> 가톨릭대 교수 45명
- 10월 5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 경희대 교수 116명
- 10월 5일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 목포대 교수 48명
- 10월 5일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반대하는 이유> 인하대 교수 90명
- 10월 6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제」 반대 성명서> 춘천교대 교수협의회
- 10월 6일 <한국사 교과서의 시대착오적인 국정화에 강력히 반대한다> 한양대 교수 51명

국정화가 아닙니다. 단일 교과서입니다.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기로 했다고 7일 각종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국정 교과서’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교과서 정상화’, ‘단일 교과서’라는 명칭을 사용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웃음) 교과서 국정화 발표 시기는 다음 주 13일 국무회의 전후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7일 언론들은 여권 핵심 관계자 또는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당정이 “국정화 전환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정 체계를 강화한다 해도 집필진의 이념 편향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국정화를 통해 집필진부터 좌우 균형을 맞추겠다는 취지라고 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역사 교과서의 오류와 편향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면 국정화가 불가피하다는 청와대의 입장이 워낙 강경해 결국 국정화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교육부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또다시 말을 아꼈지만, 최근 새누리당 중진의 연이은 ‘역사 교과서 맹공’은 당정의 확고한 국정화 의지를 뒷받침합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7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도 “좌파적 세계관에 입각해 학생들에게 민중혁명을 가르치는 의도로 보여진다”며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게 분단의 책임이 있다고 가르치고, 산업화 성공을 자본가의 착취로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고 모든 문제를 사회탓, 국가탓으로 하는 국민으로 만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10월 7일 새누리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D-0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가 다가옵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오후 2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20일의 행정예고 기간을 거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됩니다.

Focusnews 2015101101163044504 제공=포커스뉴스
11일 당정협의회. 왼쪽부터 김을동 역사교과서개선특위 위원장, 김정훈 정책위의장, 황우여 교육부장관, 강은희 특위 간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에서 올바른 역사 교육은 국가 존립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사교과서가 좌파세력의 이념도구로 악용돼선 안 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교과서를 바꾸면서 편향성 논란이 예상됐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11일

당정은 행정예고 기간 동안 총력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이슈가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국정 교과서 對 다원적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검정 교과서」구도로 진행되면 국정화를 추진하는 당정에 불리한 여론이 조성될 수 있는데요. 최근 당정의 행보를 보면 「남북 대치 상황을 감안한 통합 교과서 對 좌편향 · 국민 분열 조장 검정 교과서」의 이념 대결 구도를 채택해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Focusnews 2015101101173347511
11일 새정치민주연합, 역사 국정교과서 관련 긴급대책회의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저지에 다양한 수단을 동원할 방침입니다. 11일 당정 협의에 대항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검인정 교과서의 문제점과 개선을 위해 교과서 국정화 전 국정조사를 실시하자고 주장했고 ▲교육부 장관이 고시 형태로 교과서 발행 형태를 결정할 수 있는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9조 개정안 제출 ▲행정법원에 고시발표 중지 가처분 신청 ▲역사교육단체와 연석회의 결성 ▲교육부-새누리당 교과서 분석 문건에서 ‘친북’, ‘용공’으로 거론된 인사들의 명예훼손 소송 지원 ▲교육부가 새누리당에 제출한 검인정 교과서 분석 관련 자료에 사실 왜곡 증거보존 신청 등 대응 방침을 검토한다고 밝혔습니다.

11일 한국청년연대 등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열었습니다. 역사 관련 학과의 학부생·대학원생·졸업생 등도 12일 오전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입니다.

올바른: 옳고 바르다

(아시다시피)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화됩니다. 교육부는 중학교 역사 교과서 I, II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고 12일 행정 예고했습니다. 국정교과서의 이름은 ‘올바른 역사교과서’로 정해졌습니다. 검정 교과서의 편향성을 바로 잡고 우리의 국사를 올바르게 가르친다는 뜻의 ‘올바른 교과서’. 옳고 바른 것이 무엇인지 정부가 정한다는 의식이 그 이름 밑에 깔린 건 아닐까요.

Focusnews 2015101201152801500 제공=포커스뉴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2일 정부세종청사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그동안 각종 사실 오류와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지만, (검정제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12일

역사를 ‘국정 교과서’로 가르치는 것엔 항상 다양성과 자율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따라붙었습니다. 교육부는 “우리나라 역사 과목은 남북 분단 등 특수한 상황과 이념 간 견해 차이로 인해 교과서의 잦은 오류와 편향성의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우리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합의됐다고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 교과서를 발행함으로써 균형 있는 역사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부는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를 책임 편찬 기관으로 위탁해 교과서 개발을 위탁하기로 했습니다. 국편은 역사 교과서가 처음 국정화된 1974년부터 검·인정제를 도입한 2010년까지 (한)국사 교과서 편찬을 맡은 바 있습니다.

국편은 교과서의 ‘이념 균형’을 위해 ‘균형 있고 우수한 역사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할 방침이지만, 그 또한 녹록지 않습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진보 사학자들이 참여를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 교과서의 ‘이념 균형’이 논란의 핵심이기 때문에 권위 있는 보수 사학자들도 집필 참여가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2017년 3월부터 중·고등학생들이 국정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게 됩니다. 집필진 구성에 1달, 실제 집필에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주어져 졸속 교과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큰데요. 2017년 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내년 2학기 일부 연구학교에서 시범 수업을 한다던 당초 계획도 생략될 확률이 높습니다. 김정배 국편위원장은 12일 교육부 브리핑에서 "국사 교과서에서 고칠 부분은 전 시대가 아니라 근현대사 100년 부분이라며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며 졸속 교과서 우려를 일축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유례없는 속도전이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2013년~2017년) 전 국정 교과서를 일선 학교에 도입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합니다.

  • 행정예고 기간: 2015년 10월 12일~11월 2일

  • 구분 고시: 11월 5일

  • 교과서 집필진 및 교과용 도서 편찬심의회 구성: 11월 중순

  • 교과서 집필: 11월 말 ~ 2016년 11월 말

  • 교과서 감수 및 현장 적합성 검토: 2016년 12월

  • 학교 현장 적용: 2017년 3월

여야는 동시에 여론전에 돌입했습니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홍보물 등을 선전할 방침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당 최고위원들은 광화문 광장 주변에서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후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촛불 시위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집필을 거부한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연세대,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관련 학과 교수와 한국근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이 집필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교육부가 주장하는 ‘균형 있는’ 집필진 구성이 어려워지고, 이 같은 분위기가 명망 있는 사학자의 집필 참여를 부담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13일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 13명 전원이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처신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여당의 국정화 강행 조치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우리의 뜻을 알린다”며 가장 먼저 ‘집필 거부 선언’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14일엔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 9명 전원, 고려대 한국사학과·사학과·역사교육과 교수 18명 전원과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4명이 집필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15일 오늘,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9명부산대학교 역사 교수 13명 전원이 집필 거부 대열에 동참했습니다. 같은 날 한국외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중앙대 4개 대학 사학과 교수 29명도 “국정 교과서의 집필 참여를 거부할 뿐 아니라 국정교과서 제작과 관련한 어떠한 과정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공동 선언했습니다. 독립운동사, 경제사, 정치사 등을 연구하는 500여 명의 연구자가 소속된 한국근현대사학회도 국정 교과서 집필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외 서울대학교, 서강대학교 등 사학 교수들도 집필 거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계의 잇따른 불참 선언을 통해 ‘우편향 교과서’, ‘부실 교과서’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 같은 운동이 지속되면 국정 교과서 집필진 풀(pool)에 뉴라이트 계열이나 수준 미달의 학자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인데요. 동아일보는 교육부 관계자를 인용해 “(집필진) 명단이 공개되면 각 집필진의 저서와 수십 년 전 논문까지 샅샅이 검증이 시작될 텐데 이를 버텨낼 교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학자들이 ‘장외투쟁’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집필에 참여해 교과서 우편향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집필 거부 선언이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미 12일 “(국정 교과서 집필진은) 어느 정도 내락 된 분들이 있다”고 밝혔으니,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는 거죠.

시민사회, 국정화 저지 vs 지지 총력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여론이 격돌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다음 달 5일 확정 고시를 통해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짓는데요. 확정 고시를 막으려는 학자·대학생과 시민단체는 집필 거부 선언과 시국선언을 발표했고, 국정화를 지지하는 보수단체는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지점에 서 있는 걸까요?

학계에선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요 대학 역사 관련 전공 교수들이 국정 교과서의 ‘반 민주성’을 들어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국내 최대 규모학회 중 하나인 한국역사연구회와 한국근현대사학회도 집필을 거부했습니다.

△지도의 점을 클릭하여 집필 거부를 선언한 대학 교수의 이름/소속과 선언문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도 잇따라 국정화 반대 의견을 전했습니다. 지난 18일 일본 시민단체 26곳이 황우여 교육부 장관에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성명을 보낸 것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요. 이들은 성명서에서 “한국의 교과서 국정화가 아베 정권에게 구실을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19일 우리나라 305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대학생들은 학내 대자보를 통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대학교 ‘나치독일 교육 강령’ 대자보, 홍익대학교 ‘진짜 검정’ 대자보, 연세대학교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 대자보가 온라인에서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하는 기자회견도 보수단체를 중심으로 연달아 열리고 있습니다.

16일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이 포함된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102명 교과서국정화 지지 기자회견
19일 이영훈 서울대 교수·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등 ‘국정화 지지 지식인 500인 선언’ ,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국정화 지지 기자회견,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 국정화 지지 기자회견

여론조사기관의 조사 내용에서도 팽팽한 찬반비율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전국 성인 1,003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2%가 찬성, 또 42%가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16%는 모른다거나 응답을 거절했습니다.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the300의 의뢰로 12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도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왔습니다. 국정 교과서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7.6%, 반대한다는 응답은 44.7%, 잘 모른다고 대답한 비율은 7.7%였습니다.

44억 원이 온 곳, 44억 원이 갈 곳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산 44억 원을 이미 확보했습니다. 내년도 본 예산에 포함된 게 아니라,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의결한 건데요. 이 중 17억 원은 교과서 집필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에 이미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의원총회를 열고 국회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교문위) 예산 심의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건과 연계한다는 방침을 정했습니다. 그러나 이 카드는 한 번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접어야 했습니다. 교육부가 이미 44억 원의 예산을 예비비로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한국사 국정 교과서 개발을 위한 예산 44억 원을 예비비로 의결했습니다. 정부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이나 편성 예산 초과가 발생할 때 예비비로 우선 충당하고, 다음 해 5월 31일까지 국회의 승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종의 사후 승인입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야당 의원들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예비비 편성의 적절성 여부를 따져 물었습니다. 최 부총리는 “기재부는 예비비 신청이 들어오면 국가재정법상 예비비의 요건에 맞는지 안 맞는지 예측 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을 따져본다”“올바른 역사교과서와 관련해서는 올해 10월에 결정돼 예산 편성할 때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했고, 2017년 3월 보급해야 하기 때문에 시급했다”, “교육부의 내년 예산에도 전혀 반영돼 있지 않아 보충성의 요건도 충족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예비비를 철회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최 부총리는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철회할 생각도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야당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항변했습니다.

교육부는 확보한 44억 원 예산 중 17억 원가량을 이미 국사편찬위원회에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09년 당시 초등 5~6학년 사회과 교과서 8권 개발비는 9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는데요. 중·고등학교 두 권의 국정 교과서를 제작하는데 17억 원이나 필요한지는 의문입니다.

교육부는 집필진 수를 크게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집필진 구성부터 애를 먹고 있습니다. 노컷뉴스의 보도를 따르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휴일인 18일 대학 총장 십여 명을 만나 교과서 국정화에 협조를 구했지만, 대부분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고 합니다.

집필진을 집필진이라 부르지 못하고…

한국사 국정 교과서 제작을 총 지휘할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의 김정배 위원장이 ‘집필진 비공개’ 의사를 시사했습니다. 심의본이 완성될 내년 11월 즈음에 ‘저자 명단’은 공개되겠지만, 그전까지 집필진 명단 공개는 집필진의 의사를 따르겠다는 겁니다.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명단은) 개인적으로는 공개하고 싶으나, 신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집필진이 구성되면 그분들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것”, “집필하는 분들 입장에선 (신원 공개에 따른) 여러 어려움이 있다”며 집필진 비공개를 시사했습니다. 다만, 교과서 집필이 완료되면 집필진이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지난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설명하며 “(집필진 명단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감출 수 없다”, “집필에 들어가면 아마 공개될 것”이라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이야기입니다.

국편이 집필진 공개에 대해 말을 바꾼 이유는 현재 국편이 겪고 있는 ‘집필진 부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90%가 좌파”라는) 역사학계에선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정 교과서에 참여하는 집필진의 이마에는 ‘어용학자’의 주홍글씨가 새겨질 가능성이 큽니다. 집필진의 3, 40년 전 연구와 저술, 발언까지 낱낱이 파헤쳐질 부담도 있습니다. 국편에서 신상 공개에 따른 부담을 덜어줘야 집필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집필진 비공개는 ‘밀실 집필’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옵니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심의본을 내년 11월에 온라인 공개할 방침인데요. 이 전까지는 어떤 학자가 집필에 참여했는지 몰라 시민의 ‘감시 기능’을 원천 차단한다는 비판이 잇따릅니다.

“전근대 부분까지는 훌륭한 사학자분들이 (집필)하지만, 특히 현대사 분야는 역사학자를 포함해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헌법학 전문가가 다양하게 참여하게 될 것”

“너무 논란이 됐던 분들은 (집필 참여를) 안 했으면 하는 게 제 생각”

“일부 학자가 또는 제 제자가 (국정교과서) 반대 성명 낸 것 자체를 나무라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집필거부’, ‘집필거부’하는데 저는 그분들한테 집필을 의뢰한 적도 없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특위 전체회의

‘비밀 TF’' 찾으러 왔단다, 왔단다

야당 의원들이 교육부 비밀 TF(태스크포스) 제보를 듣고 사무실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교육부는 TF가 아니라, ‘역사교육지원팀’ 업무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근무지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문제는 이 조직의 구성 시점과 청와대의 개입 여부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도종환 위원장과 김태년·유기홍·유은혜 의원,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25일 밤 서울시 종로구 국립국제교육원 앞에 섰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이곳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위한 비밀 TF가 운영 중”이라며 해당 건물 진입을 요청했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1개 중대 병력이 건물 입구를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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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밀추진팀의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진흥원 입구를 25일 오후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야당 의원과 경찰이 대치하는 동안,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근무하던 4~5명의 인원이 건물 불을 끄고 컴퓨터를 옮기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목격됐습니다. 채널A와 한겨레 등 언론사는 국제교육원 건물에서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파쇄된 문서 더미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야당 의원이 입수한 《T/F 구성·운영 계획(안)》 문서에 따르면, TF 단장은 오석환 충북대학교 사무국장이며, 기획팀 10명. 상황관리팀 5명. 홍보팀 5명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습니다. 기획팀 업무엔 교과서 분석 및 대응논리 개발, 집필진 구성 및 지원계획 수립이 포함되어 있으며, 상황관리팀은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 홍보팀은 기획기사 언론 섭외, 기고·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관리 등의 업무를 맡았습니다.

교육부는 “언론에 공개된 《T/F 구성·운영 계획》은 교과서 발행 체제 개선에 관한 행정예고 이후 늘어나는 업무량에 대비하고, 폭주하는 국회 자료 요구 등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 지원을 나온 직원들의 업무와 역할 분담을 정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역사교육팀 업무 지원 형태로 근무”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부 세종청사가 아닌 동숭동 국제교육원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교육부의 교과서 국정화 준비 조직(TF이든 업무지원이든) 대해 야당이 의혹 제기하는 바와 교육부 및 청와대의 해명이 (당연히) 엇갈립니다.

◆ 조직 구성 시점

먼저,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국제교육원 담당자 확인 결과, 추석(9월 27일) 직후부터 교육부 직원들이 해당 건물을 사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는데요. 야당은 교육부가 행정 예고(10월 12일) 이전에 관련 업무를 진행한 것은 행정절차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10월 5일부터 8명의 인원을 보강해 국감에 대비해 국회의 자료요구, 답변준비, 언론대응 등을 담당하도록 하였고, 10월 12일 행정예고 이후 7명이 추가로 근무지원을 실시”했다고 해명했습니다.

◆ 청와대 개입 여부

청와대 개입 여부도 주요 논점입니다. 야당은 《T/F 구성·운영 계획》의 ‘BH(청와대) 일일 점검 회의 지원’ 항목과 뉴스타파 카메라에 잡힌 TF의 컴퓨터 화면 ‘09-BH’ 폴더 등을 근거로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교문위원들은 “TF 비밀 사무실에서 교육부 및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제보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는데요.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일상적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고, 우리도 그렇게 안다”고 언론에 전했습니다. 청와대는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육부에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비선 조직 여부

교육부가 이 조직을 운영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켰는지 여부도 쟁점입니다. 이 조직은 교육부 공식 조직도 아니고, 교육부는 21명의 구성원에게 공식 인사발령도 내지 않았습니다.

현행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17조 3항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이 한시 조직을 설치할 때는 관련 서류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고, 장관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직제에 반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요. 야당은 교육부가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통상적으로 근무지원은 부서 간 협의 하에 단기간의 업무 증감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시 실시할 수 있으며, 별도 인사발령 조치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직을 ‘설치’한 게 아니라, 기존 역사교육지원팀에 인원을 지원한 형태라는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TF 인원 21명 중 역사교육지원팀은 5명에 불과”하며, 고위 공무원인 충북대 사무국장이 인사조치 없이 TF 단장으로 일하는 것은 국가공무원법 성실 의무와 직장이탈 금지 조항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I 국정교과서 U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을 확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은 2017년 3월부터 단일 국정교과서로 한국사를 배우게 됩니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는 오는 4일 집필진 구성과 교과서 편찬 기준을 별도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교육부가 지난달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최초 행정예고 이후 20일 만에 확정 고시를 발표했습니다. 행정예고 기간은 2일 자정을 기해 마무리됐는데요. 교육부는 당초 5일로 예정됐던 교과서 검인정 구분 고시를 3일로 앞당겨 발표했습니다.

행정절차법은 국민 생활에 매우 큰 영향을 주는 사항이나 많은 국민의 이해가 상충되는 사항에 대해 20일 이상의 행정예고를 통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의견을 제출한 사람에게 결과를 통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홈페이지나 이메일로는 의견을 접수하지 않고 우편과 팩스로만 받았습니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 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에서 “행정예고 절차에 따라 교육부에 반대의견을 개진한 건수는 1만 8,024건으로 집계됐다”, “시민단체 등에서 진행한 반대서명에 참여한 인원은 56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접수된 이의제기에 대해 아직 답변을 완료하지 않았으며, 의견을 보낸 시민에게 개별 통보하지 않고 교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일괄 통보할 방침입니다.

행정예고 기간에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이 수행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찬성한다는 응답보다 많았습니다.

3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가 먼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황 총리는 <역사교육 정상화를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담화문에서 “편향된 교과서로 역사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의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며 “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학생들이 우리나라와 우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과 올바른 역사관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 보기]

이어 황우여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 국정 구분 고시를 확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역사교과서의 검정 발행 제도로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교의 자율적인 교과서 선택권마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어 검정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교과서 국정화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전문 보기]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며 “역사 국정교과서는 나치 독일이 했고 군국주의 일본이 했고, 우리나라 유신 독재 정권이 했던 제도”라고 비난했습니다.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비난하는 여론은 확정 고시를 기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교육부가 확정 고시를 3일로 앞당긴다는 속보가 전해지자 노동당, 청년좌파 대학생 회원들이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밤샘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오늘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되자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가 규탄 기자회견을,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전국 퇴직교사연대 회원들이 시국선언을 했습니다.

국정 교과서 집필, '원로'의 이름으로

국사편찬위원회가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와 집필 방향을 공개했습니다. 국편은 초빙과 공모를 통해 36명 정도 규모의 집필진을 꾸릴 계획이며 편찬 기준은 이달 말 별도로 발표할 예정입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 구성과 편찬 기준 개발 일정을 공개했습니다. 서울대 최몽룡 명예교수와 이화여대 신형식 명예교수가 국정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참여합니다. 편찬 기준은 교과용 도서편찬심의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이달 말에 별도로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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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오른쪽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상고사 분야 대표 집필을 맡은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는 1946년생으로 서울대 고교인류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26세에 전남대 전임강사로 교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최 명예교수는 88년(5차 교육과정)부터 2011년(7차 교육과정)까지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편찬에 관여한 바 있습니다.

고대사 분야 대표 집필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1939년생으로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보수 성향의 주류사학자로 일찍이 국정 교과서 편찬 집필진으로 거론됐습니다. 4일 국편 기자회견에 동석한 신 명예교수는 “알다시피 현행 교과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보다 명확하고 정확한 사실에 입각한 내용으로 국사가 국민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집필을) 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집필진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최몽룡, 신형식 명예교수만 대표 집필진으로 거론됐는데요. 김정배 국편 위원장은 “원고가 끝날 때까진 그분들(집필진)을 편안하게 해드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몽룡 명예교수는 제자들의 만류로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몽룡 교수 대표집필 자진 사퇴

한국사 국정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꼽힌 최몽룡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이름 공개 이틀 만에 성추행 논란으로 자진 사퇴했습니다. 대표 집필진이 공개되자마자 각종 우려와 비난이 쏟아진 가운데, 최 명예교수가 불명예스러운 일로 사퇴하자 앞으로 집필진 모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삐그덕 삐그덕)

6일 조선일보가 최몽룡 교수의 성희롱·추행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4일 최 교수의 자택을 찾아온 취재진과 인터뷰 겸 술자리를 가지던 중 “여기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과 부적절한 행동을 수차례 했다”고 지면에 실은 건데요. 같은 날 MBN도 단독 보도를 통해 “최 교수는 여기자의 볼에 뽀뽀하고 신체를 더듬는 등 성추행 언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습니다. 최 교수는 술자리 농담이 부적절한 언행이 된 모양이라면서도 추행 의혹은 부인했습니다.

최 교수는 이후 채널A와의 전화 통화에서 “모든 걸 끝낼 거야 이제. 내가 국편한테 물의를 끼쳤잖아. 교과서도 사퇴해야지”라고 사퇴 의사를 전했고, 국편은 “최 교수의 집필진 사퇴 의견을 존중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는 국정 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공개된 이후 제자들의 공개적인 만류는 물론 반대 여론에 휩싸였는데요. 최 교수는 4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말이 대표지, 진짜는 근현대사를 다루는 사람들이 대표집필진. 나를 끌어들여야 김 위원장(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산다.”, “난 그냥 ‘방패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하는가 하면, 5일 JTBC 인터뷰에선 “집필진을 공개해 부담을 좀 나눴으면 좋겠다”며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국편과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발표 이틀 만에 신형식 명예교수만 대표 집필진에 이름을 올리게 됐는데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면 국정 교과서에 참여할 집필진을 더욱 구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정 교과서와 비밀의 집필진

한국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마무리됐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날 선발 정원보다 많은 인원이 집필진에 응모했다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비밀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는 지난 4일부터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진을 공개모집했습니다. 모집 대상은 교수와 연구원, 현장 교사 등이고, 분야는 선사·고대·고려·조선·근대·현대·동양사·서양사, 모집 정원은 25명이었습니다. 나머지 11명은 초빙할 방침입니다.

일부 언론은 지난 6일까지 집필에 응모한 학자 및 연구원이 10여 명 수준이라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이 때문에 국편이 25명의 집필진을 모으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다행히(?) 국편은 공모가 마감한 9일 오후 6시, 25명 이상이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총인원 수는 비공개에 부쳤습니다.

국편은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선정 여부를 13일까지 개별 통보하고, 20일까지 집필진 구성을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집필진 구성이 완료된 뒤에도 집필진 명단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6일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불명예 퇴진한 후로 국편이 정보 공개에 더욱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복면 쓴 47인의 집필진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국정교과서 집필진 구성을 발표한 가운데 집필진 명단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국사편찬위원회는 23일 오후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진 26명,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진 21명 등 총 47명으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편찬위원회는 “4일부터 9일까지 6일간 집필진 공모에 교수·연구원 37명, 현장교원 19명 등 총 56명이 응모했다”며 “이중 17명을 최종 선정했다”고 말했다.

또 초빙절차를 통해 30명을 추가로 뽑았다고 설명했다.

편찬위원회는 보도자료에서 “시대별 대표 집필진을 학계에 명망이 높은 원로를 초빙해 공모와 초빙을 통해 학계 중진 및 현장 교사를 선정해 11월 20일 최종적으로 구성했다”며 “현대사의 경우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게 서술하기 위해 정치·경제·헌법 등 상호 보완적인 학문 전문가가 함께 했다”고 전했다.

또 “현행 검정교과서의 경우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진은 8~20명 등 평균 12.4명,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은 5~9명 등 평균 7.4명”이라며 “기존 검정교과서 보다 많은 집필인력과 학계의 명망 높은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집필진 명단 공개 시기와 방법은 집필진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편찬위원회는 “향후 교과서 집필은 대표 집필자를 중심으로 과목별, 시대별 등 집필진이 긴밀히 협조해 내용의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며 “위원회와 집필진은 교과서 내용의 오류와 편향성에 대한 우려를 일소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찬위원회는 대표집필자인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제외한 다른 집필진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집필진 비공개 방침’에 대해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지난 20일 오후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한 바 있다.

정보공개센터 강성국(35) 간사는 “반대여론이 형성된 상황에서 정부가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다”며 “이런 상항에서 집필진까지 공개하지 않으면 국정교과서의 신뢰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간사는 “적절한 집필진 구성이 아니라면 집필진을 다시 구성하거나 그에 따른 해명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집필진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정보공개청구가 거부될 경우 정부공개거부취소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강 간사는 “공공기관의정보공개에관한법률에서는 국가기밀, 개인정보, 국가안보 관련 비밀 등을 제외하고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며 “국정교과서는 공공기관이 집필진에 막중한 임무를 위탁·위촉한 것인데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편찬위원회 관계자는 “교과서 집필진은 교과서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라며 재차 “집필진 명단 공개 시기와 방법은 집필진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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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면 가왕, 복면 시위, 복면 집필

역사 교육 경력이 9개월밖에 되지 않은 교사가 국정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집필진 선정 기준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감시 기능이 원천 차단된 ‘복면 집필’은 결과적으로 교과서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난 1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기관지 ‘교육희망’은 역사 교육 경력이 9개월뿐인 서울 대경상업고등학교 교사 김형도 씨가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선정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교사는 8일 동료 교사들에게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문제는 김 교사가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친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김 교사는 9년 동안 대경상고에서 〈상업〉 관련 교과를 가르치다, 올해 처음으로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 교과를 함께 맡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김 교사는 역사교육(석사), 한국 고대사(박사과정 수료) 등 전공 경력을 감안해 집필진으로 선정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장 역사교육 경력이 짧은 교사를 집필진으로 선정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논란이 커지자 김 교사는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했습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3명의 집필진 중 2명이 사퇴하고,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만 이름이 알려진 상태입니다.

이번 사건 이후, 국편의 집필진 선정 기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국편이 지난달 현장 교원 집필진 공모의 자격요건을 ‘역사교육 경력 5년’이 아닌 ‘교육 경력 5년’으로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동아일보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국편은 김 교사가 역사 교과를 담당한 지 9개월밖에 안 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편은 집필진 공모 과정에서 지원자의 학위.연구 실적에 대한 검증이나 면접 과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는 쓰고 있다, 그러나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편찬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채, 교과서 집필진이 이미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편찬 준거가 확정되면 별도로 브리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밀실 집필 논란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입니다.

27일 이영 교육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은 확정됐다. 현재 집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지금은 집필진의 안정적 집필 환경이 더 필요한 상태여서 비공개로 가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편찬 기준 공개는) 시기 문제이지 공개를 아예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차관은 이어 “기본적인 편찬 방향은 객관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하고, 북한의 현황에 대해 학생들이 알 수 있게 해 대한민국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라며 “친일 독재 미화 등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지난해 11월 말 즈음 편찬 기준이 확정되면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일정을 계속 뒤로 미뤘습니다. 결국, 해를 넘겨서도 편찬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집필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집필 기준을 보면 새로운 국정 교과서의 내용을 가늠해 볼 수 있는데요. 따라서 집필을 시작한 후에도 편찬 기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는 것은 집필진 비공개에 이은 또 다른 ‘밀실 집필’이라는 비판을 부릅니다.

한겨레 신문은 집필 기준 비공개에 대한 사학계와 교육계의 우려를 전했는데요. 먼저 학술적 논의의 여지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비공개의 의도에 대해선 ‘나중에 정부 마음대로 뜯어고치기 어려울까 봐’ ‘근현대사 서술에 논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습니다.

베일 벗은 국정 역사교과서

‘밀실집필’ 논란에 휩싸였던 국정교과서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학교 역사 1·2,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등 총 3종의 국정 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공개했습니다.

변경된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일단 달라진 표기가 눈에 띕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 대한민국 수립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 → 북한 정권 수립
▲친일파 → 친일세력
등입니다.

내용 면에서 달라진 부분은

▲6·25가 북한의 불법 남침임을 분명히 서술
▲천안함 사건의 도발 주체 '북한에 의한 천안함 피격'으로 명확히 표현
▲유일한, 이병철, 정주영 등 기업인 소개
▲이승만, 박정희 정부의 경제 성과 서술 강화
▲북한의 군사도발·인권문제·핵개발 등에 대한 설명 대폭 확대
등입니다.

현장검토본이 공개되자 ‘역사 전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정 역사교과서 찬성 측은 이제야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가 나왔다며 반겼습니다.

하지만 반대 진영은 국정 역사교과서의 박정희 정권 미화 · 독재의 부정적 평가 축소 등을 꼬집으며 균형 잃은 역사 서술을 비판했습니다. 특히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뉴라이트가 주장하는 '건국절 사관'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교육부는 일단 이번 달 23일까지 현장검토본에 대한 국민의견수렴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최종본은 의견을 반영하여 내년 1월 말쯤에 결정할 예정입니다. 의견수렴 기간 동안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나는 이 교과서 반댈세

역시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은 난항에 부딪혔습니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발표하자 각계에서 ‘불복종’ 선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정농단 사태에 휩싸인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교과서’라는 꼬리까지 붙어 더욱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일단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14곳이 국정 역사교과서 불채택 방침을 밝혔습니다.(나머지 3곳은 울산·대구·경북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중학교 1학년 역사 수업 편성을 미루기로 했고 ▲광주시교육청은 중·고 1학년은 한국사 수업 편성 않고, 중·고 2~3학년은 검인정 교과서를 쓰도록 했으며 ▲부산시교육청은 내년 2월 말까지 논란이 되는 부분을 보완할 자료를 만들 계획, ▲제주도교육청도 역사를 선택한 고교 17개교에 검인정 교과서를 쓰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수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고 “현장 교사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서를 통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의 즉각 폐기와 검인정 교과서 활용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교육부는 내년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않기로 한 교육청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영 교육부 차관은 지난 1일 “시정명령과 특정 감사 등 교육 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선 학교에 역사 수업 편성을 2,3학년으로 미루도록 한 교육감에 대해 ‘학교장의 수업 편성 자율권(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서 보장)’을 침해한 것은 아닌지 검토하겠다는 겁니다. 교육감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시정명령, 불이행 시 고발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하는군요.
 
이달 23일까지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보완한 뒤 학교 현장에 배포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