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다음’은 왜 독자 노선을 택하지 않았을까요? 처음 합병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왜?’라는 의문을 먼저 떠올렸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두 기업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각자의 비즈니스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이 한계를 헤쳐나가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각자가 느낀 위기감이 이 두 기업을 하나로 묶은 가장 큰 원인입니다.
‘다음’은 한메일과 카페의 영광을 뒤로 한 채, 국내 포털 업계 만년 2위가 되었습니다. 검색 부분에서의 '네이버' 점유율이 70% 이상인 만큼, ‘다음’이 이 격차를 따라 잡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모바일, 소셜, 게임 등의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상황을 타개하고자 했지만, 급변하는 시장의 물살에 이런 노력들도 수포가 되었습니다. 이 와중에 네이버는 ‘라인’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빠르게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PC 환경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판에 모바일에서도 위태위태하니 ‘다음’이 느낀 위기감은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는 어떨까요?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으로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2012년 1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매출 9,000억 원을 달성했죠. 이 금액은 ‘카카오'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과거 ‘애니팡’과 같은 성공 신화는 옛 말입니다. 다양한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고 있고, 네이버 ‘밴드’가 모바일 게임 기능을 추가하면서 점차 모바일 게임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게임이라는 콘텐츠가 언제까지 ‘카카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줄지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이죠. '카카오 뮤직', '카카오 스토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앞으로의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어느 하나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 ‘카카오'의 주력 서비스인 ‘ 카카오톡’ 또한 해외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못내고 있죠.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 카카오'는 국내든 해외든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확실하게 뒷받침할 콘텐츠와 개발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하게 성장한 탓에 600명이라는 적은 인원으로 부랴부랴 서비스를 만들어나가고 있었던 것이죠.
‘다음’은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의 최강자인 ‘카카오’의 영향력이 탐났을 것입니다. ‘다음’의 강점이라고 볼 수 있는 풍부한 콘텐츠들을 ‘카카오톡’을 통해 실어 보낸다면 엄청난 도달률을 달성할 수 있죠. ‘카카오’ 또한 자신들의 콘텐츠를 한층 풍부하게 할 수 있는 ‘다음’의 콘텐츠 활용은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닙니다. 카카오는 이와 반대로 20년 동안 쌓여온 ‘다음’의 개발 조직에 관심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만들어낸 ‘다음’의 개발 인력을 한번에 흡수한다면, 인력 채용에 들어가는 시간과 자원의 낭비 없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 둘의 조합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수 있는 보완재 관계입니다. 합병이 새로운 조직 DNA와 시너지를 만들어 낸다면 공룡 포탈 ‘네이버’는 정말 긴장해야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다음'이 제주도와 한남동에, ‘카카오'가 판교에 회사를 두고 있는 만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그리고 각기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이 두 회사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할 부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