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둔 미국과 중국의 기 싸움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수중 드론’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중국 해군은 남중국해 공해 상에서 미 해군의 수중 드론 1대를 압수했습니다. 미 해군은 수중 드론을 빼앗긴 직후 중국 해군에 무선 연락을 해 반환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압수된 수중 드론을 남중국해 주변의 수온, 염분 등의 해양 정보 측정에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방부(펜타곤)가 공식적인 외교 경로를 통해 무인 수중드론을 반환하고 국제법상 의무를 지킬 것을 중국에 요구했다.”
다만, 미국의 입장 발표를 곧이곧대로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단체인 ‘아시아 해양 투명성 이니셔티브(AMTI)’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 대부분에 대공포와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밝혀냈습니다. 동남아시아 전방으로 확장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수중 드론을 통해 정찰 활동을 벌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중국의 입장을 살펴볼까요? 중국은 남중국해가 자국 영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국가와 중국이 남중국해 갈등을 벌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수중 드론이 남중국해 영해에 들어와 탐지 행위를 했다면 이는 중국 입장에서 자국 영해에 불법으로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미국이 드론을 보낼 수 있다면 중국은 당연히 나포할 수 있다.”
두 국가는 이틀 만인 17일 드론 반환을 합의했습니다. 갈등이 일단락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 자리에 앉게 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이 더욱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미국 트럼프 당선자와 대만 차이잉원 총통의 전화통화입니다. 트럼프의 정권 인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가 지난 2일 차이잉원 총통과 통화를 해 ‘경제·정치·안보적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합니다.
통화 좀 한 게 대수냐고요? 네, 대수입니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것은 지난 1979년 미국과 대만의 수교가 끊어진 이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무려 37년 만입니다.
미국은 대만과 수교를 끊고 중국과 수교했습니다. 중국이 주장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고 외교 채널을 중국 쪽으로 통일했죠. 대만을 국가가 아닌 중국의 일부로 간주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양국 사이에 이뤄진 겁니다. 트럼프와 차이잉원의 통화는 이 합의를 무력화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국은 성명을 통해 큰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백악관 또한 이를 의식한 듯 ‘하나의 중국’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을 밝혔죠.
아직 대통령 자리에 오르지도 않은 트럼프 당선자의 전화 한 통이 미중 관계에 먹구름을 불러왔습니다. 보아하니 보름 전에 있었던 전화 한 통이 ‘수중 드론 사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또한 충분해 보입니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의 정치, 외교, 경제 관계는 얼기설기 얽혀있고 민감합니다. 이 둘의 미묘한 갈등은 지금까지 그랬듯 남중국해를 통해 드러날 가능성이 높은데요. 미국과 중국의 남중국해 갈등이 ‘트럼프’라는 변수를 만나 새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