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세 부모 아이 허용

영국이 세계 최초로 세 부모 아이 시술을 허용했습니다. 영국 상하원에서는 지난해 2월 관련 법안이 이미 통과되었는데요. 실제 의료 현장에서 시술 도입을 결정하는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은 안전성을 문제로 승인을 미루어왔습니다. 이번 HFEA의 승인 결정으로 영국에서는 내년부터 합법적인 세 부모 아이가 탄생할 예정입니다. 부모가 세 명이라니… 말이 되냐고요?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엄마 둘에 아빠 하나인 아이

WHY

애초에 세 부모 시술이 왜 필요할까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 아이가 생깁니다. 문제는 엄마의 난자에 유전적인 결함이나 질병이 있는 경우입니다. 난자의 돌연변이 DNA를 물려받고 태어나는 아이 또한 치명적인 질병을 앓을 가능성이 큽니다.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이 대표적입니다. 4만 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유전 질환인데요. 변이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아이는 뇌 손상, 근육 축소, 운동 장애 등을 앓다가 2-3년 내에 사망합니다.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매우 큰 고통이 되기 때문에 유전자 질환을 가진 여성은 출산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WHAT

난자는 크게 난자 핵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질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난자 핵에는 우리의 외모와 성격을 결정짓는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를 쏙 빼닮은 자식을 낳을 때 필요한 ‘핵’ 중요한 DNA인 거죠. 반면에 미토콘드리아는 핵 DNA와는 전혀 별개인 세포의 에너지원 역할을 합니다. 아이에게 유전될 염려가 있는 비정상 유전자는 이 미토콘드리아에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엄마로부터만 유전되기 때문에 아빠의 정자는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입니다. 이 지점에서 난자의 미토콘드리아는 굳이 '아이 엄마의 것’이 아니어도 괜찮겠다는 판단이 이뤄지게 됩니다.

HOW

과학자들은 이런 난자의 구조를 바탕으로 이상이 있는 엄마의 난자와 타인의 건강한 난자를 새롭게 조합하는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세 부모 아이(Three-Parent baby)가 탄생하는 과정입니다.

1.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난자를 제3의 여성으로부터 제공받습니다.
2. 엄마의 결함 있는 난자에서 핵을 추출합니다.
3. 제공받은 건강한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뒤 엄마의 핵을 이식합니다.
4. 아빠의 정자와 체외수정을 합니다.
5. 수정된 난자를 엄마의 자궁에 착상시켜 아이가 자랍니다.

수정에 필요한 난자를 두 명의 여성이 제공했고 여기에 남성의 정자가 결합했기 때문에 세 사람의 부모’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세 부모 아이 시술 원리

세 부모 아이 시술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세 부모’ 라는 표현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과장된 숫자라고 주장합니다. 제삼자로부터 제공받은 난자의 유전자는 결합한 난자 DNA의 0.1%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3명의 부모가 아닌 2.001명의 부모라고 불러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부모가 생물학적으로 3명이라는 데서 오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해석으로 보입니다.

WHO

지난 봄에는 이 시술법을 적용한 아이가 세계 최초로 태어났습니다. 미국 새희망 출산센터 연구팀은 리 증후군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던 엄마의 난자 핵을 멕시코 여성이 기증한 난자에 주입하는 ‘미토콘드리아 치환법’을 시술했는데요. 아브라힘 하산 이라는 남자 아이는 지난 4월에 태어나 지금까지 건강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한국계 존 장(John Zhang) 박사는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유명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로부터 올해의 과학자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BUT

그럼에도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습니다. 종교계와 의료계에서 생명윤리와 안정성을 근거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가톨릭 교회와 성공회는 난자를 파괴하는 행위 자체가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입니다. 또 일부 연구자들은 난자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세 부모 아이 시술을 계기로 맞춤형 아이를 만들려는 시도가 빗발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세 부모 시술에 가장 적극적인 영국 역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법안을 추진했지만 올해가 되어서야 시술을 허용한다는 결정이 나왔습니다. 아직까지 영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선 세 부모 시술이 불법입니다. 그동안 환자들은 법규 자체가 없는 멕시코나 우크라이나로 가서 시술을 받곤 했습니다. 세계 최초의 세 부모 아이인 아브라힘 하산도 미국이 아닌 멕시코에서 시술되었죠. 한국에선 여성의 난자 채취가 불법이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를 교체하는 실험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내년부터 영국에서는 최대 25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세 부모 시술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영국을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도 관련 논의가 뜨겁게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and YOU

유전자 조작과 줄기세포 같은 기술은 인류가 생명공학 기술로 넘을 수 있는 경계를 아찔하게 오가고 있습니다. 부모가 3명이든 2.001명이든 난임과 유전자 이상 등으로 고통받는 부부에게 희망이 되는 시술은 분명합니다. 종교인과 의료계가 걱정하는 생명윤리와 안전성에 대한 부분도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임에도 틀림이 없죠. 우리에게도 머지않아 선택의 순간이 올 겁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