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사업 비리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엘시티 사건을) 수사하라”

전국이 촛불로 휩싸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묵묵부답입니다. 오히려 국면전환을 시도했죠. ‘엘시티(LCT) 비리 사건’으로 말입니다. 박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엘시티 사건 수사를 지시한 걸까요?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일단 이 사건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겠죠? 엘시티 비리 사건을 함께 파헤쳐봅시다.

해운대 엘시티 사건 파헤치기

우연인듯 필연인듯 순탄해도 너무 순탄했던 엘시티 사업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최고급 관광 리조트 단지입니다. 총 3개동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중 가장 높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는 높이가 411m(101층)에 달합니다. 2019년 완공되면 이 건물은 롯데월드타워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됩니다. 그 크기만큼 들어간 비용도 엄청납니다. 총 사업비만 2조7천억 원이라고 하는군요.

우연인지 필연인지 엘시티 사업은 자금 조달, 건축 허가 등과 관련한 각종 난관을 마치 짜놓기라도 한 듯 쉽게 비껴갑니다. 엘시티 시행사의 실소유주이자 엘시티 비리 사건의 핵심인물로 거론되는 청안건설 이영복 회장이 처한 당시 상황을 알고 나면 우연은 더욱 필연처럼 느껴집니다.

Lct corruption

어어어엄청난 우연이 벌어다 준 1,000억

이 회장은 1990년대 중반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 중 하나였던 다대·만덕 지역의 택지 개발 사업으로 1천억 원가량을 벌게 됩니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던 임야가 갑자기 주거용지로 용도 변경되면서 큰 돈을 거머쥔 건데요.

당시 검찰은 이 회장이 정관계 로비를 하고 이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이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검찰은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합니다. 그는 결국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납니다.

빚더미에서 바벨탑이 솟아오르는 기적을 보라

다대·만덕 택지 의혹 사건으로 이 회장은 채무 1,820억 원을 떠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뒤인 2006년, 부산시는 당시 군부대가 있었던 해운대 해수욕장 인근 부지를 관광 리조트로 개발하고자 사업자 모집에 나섭니다. 이 회장의 청안건설은 20개 기업과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에 뛰어듭니다. 트리플스퀘어 컨소시엄은 다른 2개의 컨소시엄을 제치고 결국 해운대 관광 리조트 개발 사업을 따냅니다. 엘시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죠.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성사

문득 “이 회장 빚만 1,800억이라면서 무슨 돈으로 2조7천억짜리 사업을 한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회장은 땅값과 설계 등에 필요한 초기 비용 3,500억 원은 군인공제회 대출로 해결했습니다. 그다음 총 16개의 금융사와 총 1조 7,800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성사시켜 대부분의 사업 비용을 충당합니다. 따지고 보면 빚으로 또다시 빚을 낸 건데요. 이 대목에서 금융권이 이 회장에게 특혜를 베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졌습니다.

각종 건축 규제 해결

이뿐만이 아닙니다. 엘시티 사업 진행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건축 규제들이 엘시티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엘시티의 기적’은 2009년 부산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가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의 건물 최고 높이 제한(기존 제한은 60m)을 풀고 주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진행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시 의원이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정치생활 그만두고 싶냐”는 협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엘시티 사업은 사업성을 꾸준히 의심받아 왔습니다. 엘시티 시공을 검토한 대우건설, 현대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들도 리스크 문제로 손을 뗐는데요. 시공사를 찾지 못해 표류하던 엘시티 사업은 지난해 7월 포스트건설이 시공 계약을 체결하면서 다시 굴러갑니다. 또다시 궁금증이 생깁니다. 수익성이 떨어져 다른 건설업체들도 손을 뗀 엘시티 사업에 포스코건설이 굳이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에 대해 현재 검찰은 포스코건설이 엘시티 시공을 맡는 과정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받은 정황이 없는지 파악 중입니다.

어찌어찌 구속은 했지만...

이 모든 일이 엘시티 사업이 시작되며 함께 일어났습니다. 엘시티 사업을 이끈 이 회장이 정관계 로비로 각종 규제나 어려움을 해결한 것 아니냐는 게 검찰 측 추측입니다. 이에 엘시티 사업을 수사하던 검찰은 이 회장이 560억 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포착했고, 이 회장은 지난 12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검찰은 금융계좌를 추적해 이 560억 가운데 절반이 이 회장의 채무변제, 생활비, 유흥비 등에 쓰인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나머지 280억의 행방입니다. 검찰은 이 나머지 금액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 가능성에 수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장이 드러난 혐의 외의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모든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로비 자금의 경우 대부분 현금으로 당사자들 사이를 오갑니다. 때문에 돈을 주고받은 구체적 정황, 당사자의 자백, 관련자 진술 등이 없으면 혐의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검찰은 과연 ’자물통’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까요? 이 회장은 첫 번째 재판은 28일 진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