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를 어찌할꼬

지난 11월 초,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관광버스가 전복돼 승객 4명이 숨지고 20명이 넘는 사람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깜빡이를 켜지 않고 무리하게 진로를 변경한 앞 승용차를 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는데요. 사고를 일으킨 승용차의 운전자는 76세 노인이었습니다. 사고 당일에도 시력이 좋지 않아 아내의 도움을 받으며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운전대를 잡는 노인 인구도 늘고 있는데요. 관련 사고도 늘면서 고령운전자를 바라보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Doo Ho Kim, flickr (CC BY)

운전할 때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

운전대를 잡는 노인, 무엇이 문제?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사고는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5세 이상을 고령 운전자로 보고 있는데요. 2011년을 기준으로 지난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70% 증가했습니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27% 줄어든 반면에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4.8% 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늘어나는 주요한 이유로 고령 운전자의 신체적, 정신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꼽습니다. 고령의 운전자는 시야가 좁아지고 청력이 약해져 주위 환경을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쉽습니다. 교통 상황을 인지하고 예측하는 종합적인 판단력도 둔해지기 쉽죠. 브레이크를 밟거나 핸들을 돌리는 등의 반응 속도도 느려집니다. 노인이 인간의 종합적 능력을 요구하는 운전에 서툴러지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운전 경력이 오래된만큼 스스로의 운전 실력을 과신하는 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 산하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65세에서 69세 사이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신감이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높았는데요. 70세 이상은 65세 미만 운전자보다 낮긴했지만 매우 근소한 차이였습니다. 오랜 기간 큰 사고 없이 운전을 해왔다는 자신감 때문에 자신의 운전 능력을 자각하기 어려운 겁니다.

택시를 타도 불안

고령의 택시기사님을 만나는 승객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65세 이상 택시 운전기사는 5만 4천여 명으로 4년 전에 비해 74% 늘었는데요. 서울 택시의 절반 이상은 60세 이상의 기사님들이 운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난 해엔 75세 모범 택시기사의 운전과실로 서울의 한 호텔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5대를 들이받은 사건이 있었죠. 2년 전에는 80대 기사가 모는 택시가 호텔 출입문으로 돌진해 호텔 직원 4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올해 들어선 60대 택시 기사가 승객을 태운 채로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 두번이나 발생했습니다. 기사 본인 뿐만아니라 승객과 주변 시민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의 대처는 서행중

정부는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에 뒷짐을 지고 있습니다. 도로교통공단은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교육이 아닌데다가 수료했을 때 받는 혜택이 크지 않아(자동차 보험료 5% 할인) 참여율이 0.1%로 매우 작습니다.

얼마전에는 고령자의 면허제도를 강화하는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65세 미만은 10년, 65세 이상은 5년마다 한번씩 운전면허를 갱신하도록 되어 있는데요. 국민안전처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7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를 3년마다 갱신받게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고령 운전자가 실질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조건인지를 검사하는 절차는 미흡한 상태입니다.

올해부터 65세 이상의 버스운전사는 일정한 기간마다 7개 종류의 운전 적성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로 택시 고령운전자는 대상에서 빠져있죠. 버스는 고령운전자의 비율이 5.8%에 불과하지만 택시는 그보다 훨씬 높은 19.6%입니다. 교통안전공단은 택시 등 타업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기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만 몰아세우지 말라

도로위의 고령 운전자 차량이 정말 위험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는 시각도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고령 운전자의 사고율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고령 운전자 수 자체가 늘면서 비례적으로 높아진 결과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 70대 운전자보다 17세에서 21세 사이의 운전자가 3-4배 더 사고를 많이 낸다는 영국의 연구결과도 있었습니다. 연령층별로 일으키는 사고 유형이 다른데,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하는 젊은 운전자들이 내는 사고의 위험성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고령 운전자가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 운전자를 위해 도로표지판의 활자 크기를 크게 하거나 차선 표시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죠. 또 ‘초보 운전’ 처럼 ‘실버 운전’ 마크를 차량 외부에 표기해서 서로를 배려하는 운전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도 언젠간 고령 운전자

우리 모두는 도로위에서 고령 운전자와 함께 하고 있는 예비 고령운전자인 셈입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이 되는 시점엔 고령 운전자가 더욱 크게 늘어날 전망인데요. 고령 운전자 본인을 포함해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관심과 배려가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