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노동개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5%→3.2%
실업률 26.1%→18.9%
실업자 수 614만 명→480만 명
지난해 신규 일자리 52만개 증가

2012년 2월 ‘노동개혁’을 단행한 이후 스페인에 나타난 변화입니다. 스페인은 한때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유럽의 '돼지(PIGS)'라고 불릴 정도로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던 나라였습니다. 스페인 노동개혁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steve_h, flickr (CC BY)

스페인이 언제부터 유럽의 골칫거리였을까요? 사실 스페인 경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6년까지는 좋았습니다. 그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게 되면서 무너진 스페인은 일어서지 못했죠. 2012년에는 그리스에 이어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굴욕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노사정이 고통을 함께 끌어안았다

경제가 무너지니 노동시장 상황은 말 할 것 없겠죠. 2008년부터 2014년 초까지 스페인에선 평균 18%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실업률은 2013년 26.9%까지 치솟았고 경제는 연일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012년 2월, 중도 우파 국민당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노사정의 합의를 바탕으로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깨고 유연성 있는 노동시장을 만드는 노동개혁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스페인 노동개혁의 포인트는 크게 3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 경제위기 타개 위한 노사 간의 고통분담

스페인이 추구했던 노동개혁은 무조건적인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아니었습니다. 근로자의 해고 요건을 완화하되 ‘기업이 3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기업 경영의 어려움을 노사가 공동으로 분담하도록 한 것이죠.
스페인 경영자총협회(CEOE) 아나 에레스 플라사 노사대책본부장은 “노동개혁 이후 노조도 경영상 어려움을 함께 공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2.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격차 줄이기 위해 노력
스페인은 정규직의 처우는 낮추되 비정규직의 처우는 높여 격차를 줄이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일례로 기업의 비용 절감을 위해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할 때 주는 수당을 줄였는데요. 근무연한에 따라 1년 근무 시 45일분, 최대 48개월치를 주던 것을 1년에 33일분(최대 24개월)으로 확 낮췄습니다. 대신 비정규직에도 해고수당을 주도록 했습니다. 1년 근무 때마다 12일분을 지급했습니다. 마치 정규직의 줄어든 12일 분을 옮겨 놓은 것 같네요.
 
3. 정부의 확실한 자금 지원
정부는 자금지원을 확실히 해 기업과 근로자를 지원했습니다. 기업이 인턴을 채용하면 교육비용을 정부가 댔죠. 고용보험과 같은 사회보장비도 감면해줬습니다. 경영이 어려운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는 대신 노조와 합의하지 않더라도 임금과 근로시간을 바꿀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요. 그 대신! 줄어든 근로시간을 반실업으로 인정해 정부에서 실업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8시간 근무하던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근무시간을 4시간으로 줄이면 4시간분의 임금은 기업에서 받고 나머지 4시간분은 실업급여로 받는 식입니다.


스페인도 외쳤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스페인 노동개혁은 지나친 정규직 과보호가 고용 창출의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업이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데에서 느끼는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데에 노조 측도 합의했죠.

또한 당시 스페인 노동시장의 문제점은 경제상황이 바닥을 치는 것에 비해 인력은 고비용 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스페인은 급여삭감과 해고규제를 완화하는 노동개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놓치지 않았다 ‘격차 줄이기’

스페인의 노동개혁은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높이는데 집중했고 고용도 증가시켰습니다. 사실 비정규직을 늘려 고용을 늘렸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노동개혁은 단지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를 높여주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해소하려 노력했습니다. 사측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측도 응할 수밖에 없었겠죠. 노사 간 합의점을 찾게 된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적재적소에 자금지원을 해 근로자들의 처우를 보전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PIGS에서 이만 빠질게

이렇게 해서 스페인은 2012년 4분기 -2.5%였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올해 2분기에 3.2%로 끌어올렸습니다. 실업자 수는 한때 620만 명에 달했지만 430만 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실업률은 2013년에 최고치인 26.9%를 찍었지만 올해 3분기 18.9%로 집계됐습니다. 실업률이 2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한때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와 함께 유럽의 '돼지(PIGS)'라 불리며 경제위기를 겪었던 스페인이었습니다. 이제 스페인은 그만 빠져줘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