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강제입원 헌재 헌법불합치 판결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일정한 조건만 갖추면 환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단이었습니다. 정신질환자를 신속하고 적정하게 치료하기위한 입법 목적과는 달리, 가족들의 이기심과 의사의 비양심으로 억울하게 갇히는 피해자도 적지 않았습니다. 법이 만들어진지 20년 만에 재판관 9명 모두가 고개를 저은 이 법. 무슨이 문제였을까요?

Fotos GOVBA, flickr (CC BY)

합법적인 감금이 사라진다

보호입원

이번에 헌법재판소가 심판한 대상은 정신보건법 중 ‘보호입원’에 해당하는 일부 조항인데요. 흔히 강제 입원이라고 불리는 보호입원은 보호의무자 혹은 부양의무자 2명이 동의하면 정신과전문의 1명의 진단으로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요건이 충족되면 환자 본인의 동의가 없더라도 최장 6개월을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합니다. 정신질환자를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하고 본인과 사회의 안전을 지킨다는 것이 정신보건법 제24조가 만들어진 취지라고 합니다.

제24조(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① 정신의료기관등의 장은 정신질환자의 보호의무자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1인의 동의로 한다)가 있고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입원등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 한하여 당해 정신질환자를 입원등을 시킬 수 있으며...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기 쉬워

헌재는 해당 법률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을 이번 판결의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지금의 보호입원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를 인신구속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신체의 자유같은 기본권을 부득이하게 침해하더라도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 제37조 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입니다. 가족 2명과 의사 1명의 동의만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신체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제도에는 침해를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요. 헌재가 생각한 최소화하지 못한 침해는 무엇일까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불효 보호자

보호입원이 환자의 적극적 치료보다는 격리, 수용이라는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하는 현실이 반영되었습니다.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은 환자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전제되어 있었는데요. 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려는 목적이 있거나 다툼이 있는 경우 또 부모의 재산에 욕심을 두고 법을 악용한 사례가 자주 나왔습니다. 정신보건법에선 정신질환자를 상대로 소송이 있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경우엔 보호의무자가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소송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사이에 갈등이나 다툼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현 제도의 허점을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수한 의사, 장삿속 의사

정신과전문의의 진단이 잘못되었거나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할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정신질환은 원인이 매우 다양하고 증상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신체질환보다 진단이 어렵습니다. 의사 1명이 전적으로 내린 의학적 판단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것인데요. 환자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정 과정에 의사의 독단적인 진단을 견제할 별도의 절차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보호입원 결정이 내려진 환자는 주로 그 진단을 내린 의사가 일하는 의료기관에 입원하고 있습니다. 병원 운영 수익을 우선하는 일부 의사는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입원을 장려하거나 용인할 동기를 가지게 됩니다.

개정법엔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은 이미 나와있습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데요. 이번 헌재 판결이 ‘헌법불합치’ 형태로 나온만큼 개정 법률안이 시행될 내년 5월까지는 현재 법안이 유지됩니다. 개정안에는 환자가 본인이나 타인을 해칠 구체적인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강제입원을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6개월이었던 입원기간도 최대 3개월로 줄어듭니다. 또 정신과의사 2명 이상이 같은 소견을 내야 입원할 수 있게 한다고 합니다. 헌재 판결로 개정안의 세부 내용도 약간 달라질 전망입니다.

73.5%

2013년 기준으로 정신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80,462명 중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입원한 환자의 비율입니다. 외국에선 높아야 30% 수준입니다. 유독 우리나라에 강제입원이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많았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헌재 판결과 개정법률안으로 엉뚱한 사람이 강제로 입원하는 일이 줄어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