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처벌강화 논란

꾸준한 논쟁거리였던 낙태금지법이 올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았습니다. 바로 보건복지부의 낙태처벌강화 선언 때문입니다. 거센 반대의 목소리로 인해 복지부는 낙태관련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대체 보건복지부는 어떤 내용의 입법 예고를 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이 낙태죄 폐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함께 파헤쳐봅시다.

Quinn Dombrowski, flickr (CC BY)

특이점이 온 낙태금지법

낙태, 비도덕적인 의료행위?

9월 23일, 보건복지부가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비도덕적 의료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의사의 자격 정지기간을 1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 ‘비도덕적 의료행위’는 유통기간이 지난 약물사용, 대리수술, 진료 중 성폭력행위 등 8가지로 규정되었으며 그 중에는 낙태, 일명 임신중절수술도 포함되었습니다.

현행법에서의 낙태

그렇다면 현행법상, 낙태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을까요?

1986년 5월 10일에 개정된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낙태는 불법행위이며 아래의 경우에 해당할 시에만 허가됩니다.

임신 24주 이내에 한하여 본인과 배우자의 동의를 얻었다는 전제 하에
1. 산모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험한 경우,
2. 본인, 혹은 배우자가 유전적 정신장애·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3. 전염성 질환이 있을 경우,
4. 강간·준강간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
5.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을 한 경우 등

암묵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법

낙태가 불법으로 명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해에 이뤄지는 약 17만 건의 낙태수술 중 69%가 허가받지 않은 채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낙태에 관한 법조항이 실질적으로 사문화 되었다, 즉 효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낙태금지법의 내용이 현실과 큰 괴리를 갖고 있는 것은 곧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복지부 - "해결책은 처벌강화"

사문화 된 낙태금지법에 대하여 복지부는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장했습다.

"낙태금지법이 실질적인 효력을 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 처벌의 수위가 낮기 때문이다."

불법 낙태 수술이 적발되었을 때, 수술을 한 의사에게 1개월 이하의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은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기 때문에 낙태를 근절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을 통해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 유형에 포함시키고,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불법 낙태를 감소시키겠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입니다.

자꾸 그러면 수술 아예 안한다?

"오는 11월 2일 입법예고 기간 종료 후에도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모든 산부인과 의사들의 낙태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하겠다. 단 한 명도 낙태수술을 하지 않도록 움직일 것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반면 처벌 대상자인 산부인과계에서는 복지부의 비도덕적 행위 규정에 반발했습니다. 의료계는 낙태를 비도덕적 행위에 포함시키는 것 자체가 의사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의료인에게 책임을 전가하여 의사에 대한 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여성의 권리를 무시한 협상안 제시

또다른 처벌대상인 여성들도 복지부의 입법예고에 분개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같은 반대의견을 내세운 의료계를 옹호하기보다는 비판했는데요. 의료계가 복지부에게 항의하기 위해 합법적인 낙태까지 중단할 시, 낙태를 해야하는 여성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만약, 의료계가 국민건강이나 권리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낙태수술 중단이라는 협상안을 내놓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재생산권의 죽음, 검은시위

낙태수술 처벌강화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 낙태금지법에 자체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낙태금지법이 현실을 반영한 마땅한 법인지, 여성의 권리를 침해하지는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낙태금지법 자체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낙태금지법은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결정권을 침해하며,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는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이는 10월 15일, 대한민국의 검은시위로 이어졌습니다. 최초의 검은시위는 폴란드에서 낙태전면금지법에 대항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착안하여 우리나라에서도 낙태금지법에 반대하는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의료계와 법률계, 그리고 개인들이 서울 종로 보신각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여성의 재생산권’이 죽은 것에 대해 애도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고 낙태금지법 폐지를 외쳤습니다.

끝나지 않은 논쟁

검은 시위와 함께 여론에서도 낙태금지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한걸음 물러서는 결정을 했습니다. 입법 예고일인 11월 2일까지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 입니다. 하지만 이는 '비도덕적 의료행위'에 낙태를 포함시킬지 말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낙태금지법과 관련된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꾸준히 수면위로 떠오르는 낙태문제, 그 매듭이 어떻게 지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