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Stories

양심적 병역거부

‘군, 병역’ 관련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언제나 ‘핫’하죠. 이번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항소심에서 처음으로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은 느는 추세였지만, 2심 법원이 이들의 ‘양심의 자유’에 손을 들어준 것은 처음입니다. 판결문 내용도 굉장히 전향적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할 단계가 온 것 같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은 현재진행형(...ing)

올해 말 예고된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에 영향 미칠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2심) 판결은 나왔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3심)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항소심 무죄 선고를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검찰이 불복 신청, 즉 상고를 한 상태입니다.

지방법원 첫 판결 → (불복신청:항소) → 고등법원 항소심 → (불복신청:상고) → 대법원 상고심

대법원 판결은 보통 2달 이내로 진행되니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겠군요.
 
대법원 판결 외에, 올해 말에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88조’에 대한 위헌 심판도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 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 중에 있습니다.

이번 헌재 심판은 2004년과 2011년 2차례에 이어 병역법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판결이 되겠네요. 두 번째 스토리에서 말씀 드렸듯, 앞선 두 차례 때는 합헌 결정(종교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이 났었습니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이 앞으로 있을 대법원 판결과 헌재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

‘양심의 자유’에 진정한 자유를

지난 18일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김영식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는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상은 총 3명인데요.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검찰에 항소를 당한 ㄱ씨에게 그대로 무죄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나머지 2명에게는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란?

 
양심적 병역거부란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상의 이유로 병역과 집총(총을 잡는 행위)을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헌법 제19조(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에 근거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헌법에서 말하는 '양심'이란 ‘도덕적이고 선한 마음’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는데요. 예컨대 인간의 세계관, 인생관, 주의, 신조 등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병역법 제88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됩니다. 1년 6개월 이상의 실형이나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다는 병역법 시행령에 따라 일괄적으로 1년 6개월을 선고하는 것이 사실상 관례가 됐습니다.

그동안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병역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죠.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이들의 사유를 정당하다고 봤습니다.
 
이번 판결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존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의 추세와 시대의 변화를 법리적 해석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그 동안의 판결과는 사뭇 다른 굉장히 전향적인 판결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 요구가 아닌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한다"

"국가는 소수자 권리 주장에 인내만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광주지법 형사항소3부 판결 내용 일부

이전에는 어땠을까?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대해 위헌여부를 묻는 위헌법률심판제청과 헌법소원은 여러 번 제기됐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두 판결 모두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고요. 당시의 판결 내용을 잠깐 살펴보죠.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해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이며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2004년 헌재 판결 내용 일부

헌재의 판결 내용을 보면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대해 제한적으로 해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논의도 사전 차단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제한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이러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이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2011년 헌재 판결 내용 일부

2011년 헌재 판결에선 현행 병역법에 의해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국가안보와 공익실현이 상위의 가치라 판결했습니다. 대체복무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완곡한 거절을 하죠.
 
그래서일까요.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은 의미가 남다릅니다. 그만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단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 여론이 서로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찬성 “양심의 자유” VS 반대 “병역의 의무”

1)개인VS국가

찬성 : 개인의 권리를 인정해줘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입대를 강요하는 건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지난해 7월 9일,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는데요. 이날 찬성 측에선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람의 생명을 살상할 수 없다는 생명존중과 평화, 공존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대 : 공익 실현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반대 측도 헌법상의 가치인 ‘양심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 가치가 공익 실현을 위한 ‘병역의 의무’와 충돌할 때는 헌법 제37조 2항(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에 따라 개인의 자유에 제한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국민 전체에 부여된 국방의 의무를 훼손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2)형평성 문제

찬성 :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권리를 인정해줄 경우, 군대에 가는 사람과 가지 않는 사람 간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찬성 측은 형평성 문제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대체복무를 실시하도록 하자고 말합니다. 이들이 병역을 ‘기피’하려는 게 아니라 대체수단이 없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이므로 대체복무제를 도입해 이들에게 다른 방식으로 병역의 의무를 지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반대 : 군입대자들의 상대적 박탈감 해결해야
반대 측은 그래도 일반 군입대자들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는데요. 대체복무기간을 일반 군 입대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길게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보통 군 복무기간의 1.5배에서 2배 기간 동안 대체복무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체복무제가 도입될 경우 병역 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그들을 구분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종교적 신념과 그에 따른 양심은 마음속에 있는 것인데 거짓으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병역 거부자와 기피자를 제대로 가려낼 수 없다면 형평성에 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3)한반도의 특수성

찬성 : 병력 손실을 입힐만 한 수치 아냐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고려할 때 병력 손실은 큰 문제입니다. 찬성 측은 매년 발생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수를 감안했을 때 군사력에 손실을 입힐 만한 수치는 아니라고 합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종교적인 문제 등으로 입영을 거부한 입영 대상자는 2006년 이후 10년간 5723명”으로 매년 600여 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발생합니다.

반대 : 분단상황에서 병력 손실 옳지 않아
반대 측은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종교적인 이유로 병역의 의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개인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한반도는 현재 특수한 안보상황에 있기 때문에 병력 손실을 유발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죠. 대체복무제 도입 시 다수의 병역기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저출산으로 인해 자연히 군병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병력자원 손실 유인이 될 수 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 판결은 현재진행형(...ing)

올해 말 예고된 대법원과 헌재의 판결에 영향 미칠까?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2심) 판결은 나왔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3심) 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인데요. 항소심 무죄 선고를 받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 검찰이 불복 신청, 즉 상고를 한 상태입니다.

지방법원 첫 판결 → (불복신청:항소) → 고등법원 항소심 → (불복신청:상고) → 대법원 상고심

대법원 판결은 보통 2달 이내로 진행되니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겠군요.
 
대법원 판결 외에, 올해 말에 헌법재판소의 ‘병역법 88조’에 대한 위헌 심판도 남아있습니다.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 받은 남성 3명이 헌법소원을 내 헌재가 이 사건을 심리 중에 있습니다.

이번 헌재 심판은 2004년과 2011년 2차례에 이어 병역법 위헌 여부에 대한 세 번째 판결이 되겠네요. 두 번째 스토리에서 말씀 드렸듯, 앞선 두 차례 때는 합헌 결정(종교적 병역 거부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이 났었습니다.

이번 항소심 무죄 판결이 앞으로 있을 대법원 판결과 헌재 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함께 지켜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