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샹그룹, 북-중의 어둠의 밀월관계

'중국이 북한의 뒤를 봐주고 있다' 심증은 있었습니다. 이젠 물증이 드러났습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올해에만 두 차례(4차, 5차 핵실험)에 걸쳐 핵실험을 자행했었죠. 알고보니 뒤에서 중국기업이 북한의 돈줄이 되어 주고 있었습니다. 유엔과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Uri Tours, flickr (CC BY)

대북 제재 받고 핵실험으로 응수

대북 제제 결의안 2270호.
올해 초, 전례없이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됐었습니다.

북한은 올 초인 1월 6일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4차 핵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이에 대한 조치로 지난 3월 2일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생산과 판매, 중개 등을 막는 더욱 강력한 조치를 추가한 대북 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했습니다. (제재안의 자세한 내용은 뉴스퀘어의 '2016년 북한 도발' 이슈의 일곱번 째 스토리인 '대북 제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을 참고)
 
하지만 2270호 결의도 그들을 막기엔 부족했던 걸까요.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6개월 뒤인 지난 9월 9일, 북한은 5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물자 수출 통제, 금융제재, 항공유 판매와 공급도 금지된 상황에서 북한은 오히려 핵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북한을 뒤에서 돕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합리적 의심은 끈임없이 제기됐습니다.

물증이 드러났습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열흘 후인 9월 19일,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의 분쟁·안보 연구기관인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는 대북제재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이들은 1년 6개월 동안 북한의 무역 관련 데이터를 집중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중국의 그늘에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랴오닝훙샹'이라는 중국 기업과 북한이 대북제재를 피해 불법거래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훙샹그룹의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이 핵과 미사일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에 제공하고 북한 조선광선은행을 대신해 자금을 세탁해 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단 훙샹그룹과 그 계열사는 2011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북한과 5억 3,200만달러 규모의 무역거래를 했습니다. 북한산 석탄과 광물을 수입하는 데 3억 6,000만 달러, 북한에 핵과 미사일 개발 핵심재료(알루미늄 잉곳, 산화알루미늄, 암모늄파라텅스테이트, 삼산화텅스텐)를 수출하는 데 1억 7,000만 달러어치의 거래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는 2006년 북한 핵·미사일 개발 사용 물질 및 기술 이전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한 것이기도 하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훙샹그룹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대상인 북한 조선광선은행의 자금 세탁을 돕기도 했습니다. 금융제재를 받고 있는 조선광선은행이 달러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훙샹그룹이 조선광선은행의 차명계좌 역할을 해준 것입니다.

훙샹그룹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세이셸 제도, 홍콩 등 역외 지역에 위장회사 4곳을 세웠습니다. 이 위장회사를 이용해 중국 내 은행에 계좌를 개설했고, 해당 은행의 미국 측 거래 은행을 통해 세계 각국의 은행에 달러를 송금해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제재로 발목이 묶인 조선광선은행을 대신해 물자 구입 대금을 해외로 보낸 것입니다.

핵심은 완샹그룹?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10월 5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산 광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중국 기업은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훙샹그룹이 아니라 완샹그룹이다"라고 보도했습니다. 훙샹그룹이 북한의 물자를 수입한 양이 완샹그룹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말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따르면 완샹그룹은 지난 2007년부터 북한에서 지하자원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북한 양강도의 혜산청년광산에 투자를 해왔고, 북한과의 합작회사인 혜중광업합영회사를 세워 이 지역의 광물을 독점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대가로 북한에 지급하는 것이 현물인지 현금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엔 정말 '제재'할 수 있을까?

보고서 '중국의 그늘에서'가 발표된 이후 미국 정부는 강력하게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26일 랴오닝훙샹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단둥훙샹실업발전과 최대주주인 마샤오홍 등 중국인 수뇌부 4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조치했습니다. 혐의는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훙샹그룹이 설립한 위장회사 4곳과 훙샹실업발전이 개설한 중국은행 계좌 25개의 자금도 압류했습니다. 미 법무부도 이 기업과 네 명을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법과 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북한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중국 기업을 직접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때문에 이를 두고 미국 정부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사실상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간 북한이 도발을 반복할 때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기는커녕 핵실험으로 응수해왔죠. 전방위에서 압박을 해와도 피해갈 구멍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이 압박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니 대북 제재가 정말로 실효를 거두려면 중국의 협조가 절실할 것 같습니다.

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양국 사법채널을 통한 대북제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하는데요. 중국 당국이 자체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엄단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미-중의 '협력'과 북-중의 '밀월' 사이에서 중국의 역할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