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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해체론 대두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해체의 기로에 섰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까지 나서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기업이 아니라 정부 입장만 대변한다’ 같은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경련의 소임은 무엇이고 이들이 정부입장을 어떻게 대변했길래 존립 여부까지 불투명해진걸까요?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위기의 전경련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이 해체의 기로에 섰습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재계까지 나서 전경련의 ‘발전적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는데요.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 ‘기업이 아니라 정부 입장만 대변한다’ 같은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경련의 소임은 무엇이고 이들이 정부입장을 어떻게 대변했길래 존립 여부까지 불투명해진걸까요?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정치와 함께한 전경련의 역사


‘국내 최대 순수 민간종합경제단체’라는 전경련은 모순적이게도 정치적 목적으로 탄생했습니다. 전경련의 역사는 5·16 군사정변이 있었던 1961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병철 당시 삼성물산 회장을 만나 ‘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이 때 만들어진 단체가 ‘경제재건촉진회’입니다. 이 조직은 1968년 현재의 전경련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후 전경련은 어려운 시기 한국경제를 일으키는 데 기여하고, 경제정책에 대한 재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 민간 경제단체로서의 순기능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정권과의 협의로 탄생해서일까요. 전경련은 꾸준히 정경유착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정부의 요구사항을 기업에 전달하는 창구처럼 기능한 겁니다. 이런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1988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재단이었던 ‘일해재단’을 위해 대기업으로부터 598억5000만 원의 출연금을 모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고요, 1995년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에도 전경련과 회원사들이 개입해 뇌물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그룹 간 ‘빅딜(사업 맞교환)’을 추진한 것도 전경련이었습니다. 빅딜을 정부가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 의중을 읽은’ 전경련의 압박 때문에 당시 LG그룹이 반도체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참을 만큼 참았다!"


크고 작은 논란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온 전경련이지만, 최근에는 해체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1년 간 굵직굵직한 정경유착 의혹이 세 차례나 터졌기 때문인데요. 지난 해 전경련 산하 자유경제원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올해 4월엔 친정부 집회에 앞장섰던 어버이 연합에 전경련이 5억 원 이상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결정타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논란입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입니다. 최 씨가 이사장 선임 등 재단 운영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두 재단을 설립하는 데 들어간 출연금이 약 800억 원. 전경련이 또다시 대기업으로부터 이 돈을 모았다고 알려졌습니다. 정권의 민원창구로 전락한듯한 모습에 회원사마저도 ‘대기업 이권단체로서의 소명은 끝났다’고 자조합니다.

전경련 해체? 개편 후 존속?


전경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대선주자들은 앞다퉈 전경련을 해체하자고 주장합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경련을 "정치 권력 모금 창구 역할"을 했다며 사실상 전경련 해체를 요구했고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역사적 소임을 다해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도 상당수 전경련 해체에 동조하는 입장인데요.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 등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전경련을 해산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였습니다.

정경유착 논란엔 정치권의 잘못도 큰 만큼 전경련에 모든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권이 재계를 ‘돈줄’로 여기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대기업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끌어다쓰면 아무래도 정책의 효과가 크고 빠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겠죠. 그런 이유로 정부가 전경련을 압박하곤 했는데, 이젠 그런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겁니다. 해산보다 개편, 정치권의 자기반성을 통해 전경련의 순기능을 강화하자는 얘깁니다.

전경련도 새롭게 거듭나기 위한 조직 개편안을 준비 중입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에 대한 검찰수사가 끝나는대로 회원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립 5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은 전경련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정권의 하수인’이란 오명을 벗고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까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