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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논란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이은 ‘역사전쟁’ 2라운드가 벌어졌습니다. 건국절을 둘러싼 찬반 논란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건국절은 매년 핫한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는데요. 도대체 건국절이 무엇이기에 논란이 반복되는 걸까요? 뉴스퀘어와 함께 알아보시죠.

시끌시끌한 정치권에 건국절의 등장이라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지난 8월 15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로 여야간 ‘역사논쟁’이 불거졌습니다. 8월 15일을 광복절이자 ‘건국절’이라고 부르는 게 타당하냐는 논란이었습니다. 이후 새누리당은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응수하는 등 야권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교육부가 논란의 불을 지폈습니다. 역사부도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 관계자들을 만나 '건국절 사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를 두고 정부가 건국절을 교과서에 주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야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건국절,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뜨거운 걸까요? 지금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건국절이란?


건국절이란 1948년 8월 15일을 말합니다. 이승만 정부가 수립된 날입니다. 8월 15일을 건국절을 주장하는 여권과 보수적인 역사학계는 ‘이승만 정부 수립일 = 대한민국 건국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국가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인 영토·주권·국민이 이 날에서야 비로소 갖춰졌고, UN에서도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승인했기 때문이라는데요.

그렇다면 1948년 8월 15일 이전엔 이 모든 것들이 갖춰지지 않았던 걸까요? 1919년 4월 13일 상하이에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임정)엔 이러한 요소들이 없었던 걸까요? 각각의 주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찬성>


1) “국가의 3요소를 갖춘 때부터가 건국”

건국절 찬성 측에서는 임정은 국가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봅니다. 임정이 세워진 1919년 4월 11일은 일제 강점기였습니다. 영토와 주권을 일제에 뺏긴 상태였죠. 게다가 당시 임정은 망명정부로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임정수립을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건국절 법제화를 추진 중인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임시정부는 임시정부였을 뿐”, “국가는 아니”었다고 언급하면서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을 대한민국 국가가 탄생한 걸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박도 있습니다. 건국절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임정이 국제법적으로 완벽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당·정·군을 갖고 외교활동을 벌이는 등 정부로서의 역할을 해냈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아래에서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지만, 제헌헌법과 현행 헌법의 해석 상 이승만 정부는 임정을 계승하고 재건한 것일 뿐,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2) “이전 정부도 건국절을 인정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건국절을 인정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이 1998년 광복절에 경축사를 하면서 건국 50년이라는 표현을 썼고, 노 전 대통령 또한 2003년 8·15 경축사에서 “지금 우리는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건국’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건데요.

야권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말한 ‘건국’이 지금과 같은 의미는 아니었다고 주장합니다. 다시 말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항일운동을 폄하하기 위해 건국을 얘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삼남인 김홍걸 전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두 분 대통령께서 건국이라는 표현을 쓰신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 인정하면서도 “두 분 모두 '1948년이 대한민국 원년이다'는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는 시도에 대해서는 분명히 안 된다는 부정적인 얘기를 했었다”고 말했습니다.

<반대>


1) “건국절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

건국절을 비판하는 측에서는 건국절 법제화가 헌법에도 명문화돼있는 임정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시도라고 봅니다. 임정을 계승한다는 내용은 1948년 7월 17일 공포됐던 제헌헌법에도 드러나 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며… (후략)

제헌헌법(1948)

기미 삼일운동, 즉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건립’됐으며 초대정부는 이를 ‘재건’한다고 해석되는 부분입니다. 이승만 정부 수립은 대한민국 건국이 아니라 임시정부를 계승한 정부수립이라는 주장과 상통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현행 헌법에도 임시정부를 계승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헌법 전문(前文)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 (후략)

제9차 개정헌법(1987)

야권을 중심으로 ‘3·1운동 직후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선포했고, 독립운동을 통해 광복을 되찾은 후 1948년 정식 정부가 수립돼 정통성을 이어받은 것’이 정설이라고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던 것이지 임시정부가 국가다, 따라서 그 국가를 그대로 계승한다 그 얘기가 전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2) “독립운동을 폄하하고 친일행위를 덮으려는 시도가 아니냐”

일각에서는 건국절 법제화가 친일파 후손들이 선조들의 친일행적을 가리고 독립운동을 폄훼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기도 합니다.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본다면 그 이전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없는 셈인데요. 그렇게 되면 존재하지도 않았던 대한민국을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은 아무래도 그 가치가 희석되기 쉽습니다. 동시에 친일행위자들도 ‘대한민국을 배신했다’는 논리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지기도 하고요. 광복회가 “1948년 건국절 제정은 과거 친일 반민족행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어 친일행적을 지우는 구실이 될 수 있다”라며 건국절을 비판하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심재철 새누리당 국회 부의장은 “건국과 친일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말이 안 되는 견강부회”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건국 대통령 이승만의 공과는 인정하고 독립에 헌신한 김구 선생의 애국은 애국대로 받아들이는 게 옳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