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게이트공화국, 박수환 편

'박수환'이라는 이름이 세간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의 호화 외유성 출장 뉴스 때문이었습니다. 다만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이 사건 이전부터 각종 비리와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요. 박 대표가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그가 저지른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 '금호아시아나그룹 사기' 등이 함께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박수환이라는 줄기에 큼지막한 고구마가 3개나 매달려 온 상황인데요. 지난 몇 년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뉴스퀘어가 정리했습니다.

미약한 시작에 불과했던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사건'

'박수환 게이트' 등장인물

Parksuhwan 2

지난 8월 26일,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2011년 9월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과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이하 ‘뉴스컴’) 박수환 대표가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유럽 해외 출장에 함께 했고, 이탈리아, 그리스, 영국 등지를 방문하며 호화 외유성 출장을 즐겼다고 폭로했습니다. 김 의원의 폭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출장지 이동에 쓰인 10인승 전세기 사용에만 약 8,900만 원의 거금을 지급하는 등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회사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비도덕적 행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후 3일 뒤인 8월 29일, 김 의원은 지난 폭로에서 언급한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당사자가 반론을 제기해 실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송 주필 측은 김 의원의 1차 폭로 직후 “그리스 국가 위기 당시 취재 차원의 공식 초청에 따른 출장을 갔고, 전세기를 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이용 거리를 따지면 그 금액은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당시 출장 국가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영국이었던 점, 전세기 이용, 호텔 예약, 요트 관광, 런던 골프장 라운딩 등에 들어간 총 출장 경비가 2억 원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취재 차원의 공식 초청'일 뿐이라는 송 주필의 주장을 재반박했습니다.

결국, 언론의 관심과 여론의 뭇매를 이기지 못한 송 주필은 2차 폭로 직후인 29일 오후 조선일보에 사의를 표명했는데요. 조선일보는 바로 다음날인 30일 송 주필의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 사실이 세간에 공개된 이유에 대해 이른바 ‘물타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을 최초 보도하고 지속해서 취재해 온 조선일보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반격한 것이라는 게 더민주의 주장인데요. 송희영 주필 사건을 우병우 수석 사건에 이은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갈등의 연장선 격으로 보는 것이죠.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이번 사건과 우병우 수석 사건은 전혀 별개”라고 이야기하며 우병우 사건과 박수환 게이트는 각각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건’의 간략한 줄거리입니다. 내용만 놓고 보니 간단하죠?

정치권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와 별개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앞서 제가 이야기한 내용은 더 큰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배경설명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앞으로 뉴스컴 박수환 대표의 로비 의혹,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의 굵직한 사건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해서는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간략한 정보만 훑을 예정입니다. 워낙 덩어리가 큰 이야기이니 기회가 될 때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죠!

'박수환'이라는 줄기에 딸려온 호박고구마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사건이 터지며 ‘박수환'이라는 이름은 다시 한번 신문 1면을 장식합니다.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그 당시 여러 정관계 로비와 사기 의혹으로 이미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외유성 호화 출장 건은 박 대표가 이미 검찰 조사를 받고 있던 내용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의혹이길래 외유성 호화 출장 사건이 피라미 취급을 받는 걸까요?

박 대표가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의혹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입니다.

첫 째는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이며, 두 번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사기 의혹입니다. 먼저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해서 살펴보죠.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살펴보기 전 우리는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부해야 합니다. 짧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썩을 대로 썩어버린 대우조선해양

2015년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공개한 2013년과 2014년 경영 공시를 정정합니다. 2013년 발생한 4,409억 원의 흑자를 7,784억 원 적자로 정정하고, 2014년 발생한 4,711억 원의 흑자는 다시 7,429억 원의 적자로 정정했는데요. 2년간 약 2조 5천억 원의 분식회계를 한 셈입니다. 그 와중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약 3천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겼습니다. 여기서 분식회계란 기업의 실적을 실제보다 더 좋게 부풀리는 회계 상의 조작을 의미합니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 부패범죄특별조사단은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6년부터 진행한 사업 500건을 전수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고작 2년 사이에 일어난 분식회계가 2조 5천억인 만큼 뜯어보면 더 많은 비리가 숨어있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며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비리는 ‘마르지 않는 샘’처럼 끝없이 솟아납니다.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분식회계와 성과급 잔치는 물론이며,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특정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후 그 기업의 경영 성과를 부풀려 뒤에서 차명으로 배당금을 챙긴 정황도 포착됩니다. 더불어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사옥 인테리어 공사 비용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사실도 밝혀지죠. 이 밖에도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의 공금 횡령, 낙하산 인사 등이 대우조선해양에 만연해 있었는데요. 대우조선해양은 썩을 대로 썩어 있었습니다.

책임지지 않아, 빨대만 꽂을 뿐

대우조선해양이 이렇게 망가진 원인은 무엇일까요? 그 원인은 바로 정부, 금융당국,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책임 없는 빨대 꽂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을 겪습니다. 정부는 죽어가는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 위해 7조 원에 달하는 회생자금을 투입합니다.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5%를 가져가 최대주주 및 주채권자가 됩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가 소유 기업이 되죠.

국가가 기업을 잘 보살펴 이를 민간에 성공적으로 재매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달랐습니다. 책임 지는 사람 하나 없으니 경영진과 정부는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비리를 저지르는 등 방만한 경영을 이어갑니다. 비리가 가장 절정에 달했던 시기는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재임했던 때입니다. 그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한번의 연임을 거쳐 총 6년간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남 전 사장은 현재 각종 경영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관리지휘 책임자였던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검찰 조사가 진행되며 홍 전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 비리를 알면서도 방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현재 검찰은 홍 전 회장을 포함해 산업은행의 주요 관계자들을 수사 선상에 올려 함께 수사 중입니다.

가만히 읽어보니 ‘남상태’라는 이름... 생소하지 않죠? 우리는 이 글의 앞 부분에서 남상태 전 사장과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사장의 호화 출장 관련 내용을 살펴본 바 있습니다. 배경설명을 끝냈으니 이제 이들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중심에 둔 그들의 관계

왜 이들은 함께 출장(이라고 쓰고 ‘호화 여행'이라고 읽는다)을 갔을까요? 친분이 있거나, 친분이 아니더라도 분명 어떤 이유가 있었겠죠? 이들의 관계를 알아보려면 남 전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사장직 연임을 앞둔 200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연임을 간절히 바라는 남 전 사장에게 접근합니다. 그는 본인의 정재계 인맥을 활용해 사장직을 연임할 수 있도록 로비할테니 그 대가로 자신의 회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과 대우조선해양과의 홍보 용역 계약을 요구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에 아직 뽑아먹을 단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 걸까요. 남 전 사장은 이 제안을 승낙합니다. 이후 박 대표는 당시 산업은행장이었던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등에 정관계 연임 로비를 진행합니다. 결국, 남 전 사장은 연임에 성공하는데요. 이 대가로 박 대표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대우조선해양과 약 26억 원의 홍보 용역 계약을 체결합니다.

이러한 박 대표의 연임 로비와 그에 따른 홍보 용역 계약 체결은 모두 위법입니다.

변호사법 제 109조에 따르면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하게 할 것을 약속하고 다음 각 목의 사건에 관하여 감정·대리·중재·화해·청탁·법률상담 또는 법률 관계 문서 작성, 그 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알선”하면 7년 이하의 징역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박 대표가 진행한 연임 로비는 특정 이익(홍보 용역 계약)을 받을 것을 약속하고 진행된 청탁 행위입니다. 박 대표는 변호사가 아니기에 이는 명백한 변호사법 위반입니다.

더불어 검찰은 뉴스컴과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홍보 용역 계약 체결 또한 '특혜성 일감 몰아주기’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남 전 사장과 박 대표의 관계는 대강 파악했습니다. 그럼 송 주필은 이 사이에서 무슨 역할을 했던 걸까요?

아직 모든 정황이 드러난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검찰 조사에 따르면 송 주필은 박 대표를 도와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가담한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박 대표는 정관계에 다양한 인맥을 구축해 자신만의 로비 비즈니스(?)를 해나갔는데요. 송 주필이 이러한 박 대표의 인맥 중 하나였던 겁니다. 검찰은 현재 송 전 주필이 연임 로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을 포착하고 산업은행 등 정관계에 금품이나 자금이 전달된 사실이 있는지 파악 중입니다.

두 번째 혐의, '금호아시아나 로비 의혹'

이제 박 대표의 두 번째 혐의인 '금호아시아나 로비 의혹'을 살펴보겠습니다.

​2007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워크아웃을 진행한 대우건설을 인수합니다. '승자의 저주'였을까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이후 자금난에 시달립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채권단은 기업의 자금난을 극복할 방법으로 그룹 전체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돈을 벌거나 아낄 수 있는 방법을 내놓으라고 기업 경영진 측에 압박을 가한 것이죠.

​이때 다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등장합니다. 어디서 소문을 들은 건지 발 빠르게 나타나 자신이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장과 친분이 있으니 이 인맥을 활용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약정 양해각서 체결을 피해가도록 로비해주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대가는 역시 자신의 회사인 뉴스커뮤니케이션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30억 원 규모의 홍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었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홍보 계약을 맺고 일단 선금 10억 원을 뉴스컴에 지급합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양해각서 체결은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박 대표의 로비가 실패한 것인데요. 산업은행장이 단독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만큼 대우건설로부터 비롯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금난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박 대표 본인은 로비가 성사될 것이라고 자부했을지 몰라도 일단 금호아시아나그룹 입장에서 박 대표는 기업에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입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하였습니다.

더불어 검찰은 박 대표가 2013년부터 2년간 효성그룹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동륭실업의 홍보대행 업무를 맡으며 송사 컨설팅을 해주는 등 변호사법을 위반한 사실을 포착해 다방면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박수환이라는 줄기를 잡아 뽑으니 큼지막한 의혹들이 줄줄이 매달려 올라오는 상황인데요. 현재 검찰은 이른바 '박수환 게이트'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박 대표를 구속기소한 채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