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게이트공화국, 정운호 편

2016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정운호 게이트, 다들 기억하십니까.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였던 정운호를 시작으로 최유정, 홍만표, 진경준 등 법조인 비리가 불거지더니, 논란은 이내 우병우 민정수석으로까지 번지고, 송희영, 최순실이라는 이름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나저나 정운호 게이트는 최순실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되었을까요. 혹시 복잡한 내용, 너무 많은 등장인물 탓에 헷갈리진 않으셨나요? 그런 분들을 위해 뉴스퀘어가 준비한 '2016 게이트 공화국' 특집! 장장 7개월의 논란, 뉴스퀘어가 소화하기 좋은 크기로 조리한 뒤 떠먹여 드리겠습니다. 그럼, 정운호부터 차근차근 정리해봅시다.

정운호, 돈으로 법을 사려 한 남자

정운호 게이트 등장인물 소개

Jungwoonho 1

발단 - 정운호의 은밀한 취미, 도박

중졸 출신의 정운호 대표는 스스로의 힘으로 중견기업가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더페이스샵’과 ‘네이처리퍼블릭’의 설립자이기도 하죠. 그런 정운호에게는 은밀한 취미가 있었습니다. 바로 도박입니다. 승승장구하던 정운호의 발목을 잡은 도박, 그 소용돌이는 2014년부터 시작합니다.

전개 - '정운호-홍만표' 커넥션의 시작

정운호는 2013~2014년 초 마카오 원정 도박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4년 7월, 경찰·검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게되는데요.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 무혐의 처리의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정 씨의 변호사는 홍만표였습니다. 홍만표는 검사출신 변호사입니다. 검사라면 누구나 탐내는 검사장 자리에까지 오른 대단한 인물이었죠.

'정 씨와 홍만표 변호사의 연결고리'는 법조브로커 이민희 씨였습니다. 이민희 씨는 오래간 정 씨의 사건구명노력과 사업 확장 로비를 담당하는 브로커로 활동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고교 1년 선배인 홍만표 변호사를 정 씨에게 소개한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15년 3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씨의 양아들 횡령 수사 과정에서 마카오에서 불법 도박장에 대한 단서를 포착하게 됩니다.

2015년 6월, 서울중앙지검은 단서를 바탕으로 해외원정도박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정 씨에 대한 구체적인 불법 도박 행위 정황이 드러나게 됩니다.

결국 2015년 10월, 정 씨는 상습도박혐의로 구속 기소됩니다. 변호사는 여전히 홍만표였습니다.

하지만 불법 도박장에서 101억 원을 탕진한 정운호가 회사 돈을 횡령했는지의 여부는 기소되지 않아 논란이 일었습니다. 101억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정황을 확인하고도 검찰이 이를 기소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죠.

실제로 정 씨는 수사기관의 원정도박 단속을 피하기 위해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보유한 자금을 이용해 도박빚 정산 대금을 세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계좌추적이나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는데요. 바로 이 점이 '홍만표의 로비'를 의심케 하는 대목입니다.

당시 홍만표 변호사는 정 씨의 상습도박혐의사건 수사 책임자인 최윤수 3차장 검사를 두 차례 만나고, 20여 차례 통화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홍 변호사는 '최윤수 차장 검사와 연락한 것은 사실이나, 로비에는 실패했다'고 해명하고 있죠.

하지만, 정 씨가 상습도박혐의로만 기소된 사실을 비춰보면, 홍만표 변호사의 로비가 ‘실패한 로비’였다는 해명을 쉬이 믿어주긴 어렵습니다.

위기 - '정운호-최유정' 커넥션의 시작

2015년 12월, 홍만표의 노력에도 정 씨는 재판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습니다. 집행유예를 원하던 정 씨의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치는 판결이었죠.

2016년 1월, 항소심 시작과 동시에 정 씨는 변호사를 바꿉니다.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하게 되죠. 정 씨에게 최유정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람은 바로 구치소 동기인 이숨투자자문 대표 송창수였습니다. 당시 최유정 변호사는 송창수 대표 사건을 수임하고 있었는데, 사건 2심에서 성공적인 감형을 이끌어 내 ‘능력(?)’을 인정받던 중이었습니다. 구미가 당겼던 정 씨는 ‘집행유예’를 요구하며 성공보수 30억 원, 착수금 20억 원을 최유정 변호사에게 건넵니다.

현재, 최유정 변호사는 송창수 사건 수임료로 50억 원, 정운호 사건 수임료로 50억 원, 총 100억 원을 받는 대가로 재판부를 로비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2016년 4월, 최유정 변호사의 로비에도 불구하고 정 씨는 2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습니다. 집행유예를 이끌어내지 못했으니 성공보수 30억 원은 다시 정 씨에게 반환됩니다. 하지만 정 씨는 20억 원의 착수금 중 절반에 달하는 10억 원마저 반환하라고 요구합니다. 최 변호사는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러자 정 씨는 구치소 면담 중 최 변호사를 폭행합니다. 최 변호사의 증언에 따르면 '쌍욕과 함께 손목을 비틀고 의자에 패대기 쳐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이 폭행사건을 계기로 거대한 정운호 게이트는 점차 그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게 됩니다.

절정 - ‘정운호 게이트’,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다

2016년 4월, 최유정 VS 정운호

Round 1. 최유정의 '선빵'

최유정 변호사는 정 씨를 감금폭행치상혐의로 고소합니다. 여기서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자칭 남편’ 이동찬 씨가 최유정 변호사를 대신해 경찰에 고소장 제출하러 등판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잠시 이동찬 씨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동찬 씨는 최유정 변호사에게 송창수 사건을 맡긴 장본인이었습니다. 송창수 씨가 대표로 있는 이숨투자자문의 이사를 맡고 있기도 했죠. 한편, 이동찬 씨는 사기·밀수 등 전과 10범인 사람입니다. 전과자 이동찬 씨가 엘리트 변호사 최유정의 ‘남편’을 자칭한 사실만으로도 당시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Round 2. 정운호의 반격

정운호도 반격에 나섰습니다. 정운호는 ‘보석을 구실로 과도한 수임료를 요구했다’며 최유정 변호사를 서울변호사협회에 변호사법위반으로 고발합니다. 변협은 20억 원이라는 과도한 수임료에 대해 세밀하게 조사해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최 변호사는 20억 원을 모두 변호 업무에 사용하고 본인에게 남은 돈은 3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혀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Round 3. 최유정의 필살기

최유정 변호사, 맞고만 있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정운호 로비리스트’를 터트리며 핵폭탄급 반격에 나섰습니다. 정운호가 사법을 상대로 로비를 자행했다는 증거를 제출했기 때문죠. 명단이 공개된 8인 중에는 자칭 남편 이동찬 씨, 법조브로커 이민희 씨, 한영철 씨, 변호사 홍만표, 부장판사 김수천 등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폭행 사건 고소가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게이트’로 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결말 - '정운호의 어벤저스', 구속, 구속, 구속

2016년 5월, 최유정 변호사, 이민희 브로커 구속

‘똥 묻은 개’ 정운호와 ‘겨 묻은 개’ 최유정 변호사는 서로의 허물이 더 크다며 폭로했지만, 대한변호사협회는 정운호와 최유정 변호사를 비롯한 로비리스트 인물들마저 죄다 고발하기로 합니다. 그 결과 최유정 변호사 구속을 필두로 법조 브로커 이민희가 변호사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구속됩니다.

2016년 6월, 이동찬 브로커, 홍만표 변호사 구속

남양주 한 카페에서 최유정 변호사의 자칭 남편이자, 법조브로커인 이동찬 씨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됩니다. 뒤이어 전 검사장 출신의 거물급 변호사인 홍만표가 검찰 청탁·알선 명목으로 특수부에 구속기소되는데요. 홍만표 변호사는 과거 특수부에서 일하며 훌륭한 업적을 많이 쌓은 특수통 중 특수통으로 분류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 자신의 고향인 특수부에서 수사를 받게 된 셈입니다.

2016년 9월, 김수천 현직 부장판사 구속

정운호 로비리스트 8인 중 한 명이었던 김수천 현직 부장판사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정 씨의 재판과 관련한 각종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총 1억 8천만원에 달하는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됩니다. 김수천 부장판사가 부탁 받은 청탁 내용은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을 모방한 가짜 화장품 제조업자를 엄벌해달라는 청탁입니다. 이외에도 김수천 부장 판사는 재판부에 '정 씨 관련 사건'에 대해 여러 청탁을 하는데요. 원정도박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에 '구명' 청탁을 하는가하면, 정 씨가 진행하던 또 다른 재판 '지하철 상가 입찰보증금 반환 추심금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에도 정 씨에게 유리한 판결을 종용했다고 합니다.

예고 - 법조인들의 치열한 법정공방

홍만표, 금품수수 자체 부인
홍만표 변호사는 현재 정운호 도박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3억 원, 서울메트로에 네이처리퍼블릭 입점 로비 대가로 2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홍만표 변호사는 “수임료로만 1억 5000만 원을 받았다”며 금품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요. 부정청탁의 첫 단추인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하며, 로비 관계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최유정, 100억 수임료, 재판부 로비 사실 모두 부인
최유정 변호사는 현재 정운호와 송창수의 감형을 위한 재판부 로비 명목으로 각각 50억원씩, 총 100억원대의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최유정 변호사는 8월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 로비 사실과 100억 원의 수임료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김수천, 금품수수는 인정, 부정청탁은 부인
김수천 부장판사는 현재 정운호의 유리한 판결을 로비한다는 명목으로 총 1억8천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검찰 조사에서 김수천 부장판사는 금품 수수 사실은 인정했지만 사건 담당 판사 등에게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전직과 현직, 검사와 판사가 모두 연루된 정운호 게이트는 관련 인물의 잇단 구속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세 명의 법조인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만큼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운호의 돈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얼마를 받았는지, 혹시 돈을 받은 대가로 청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청탁이 성공했는지에 대한 사실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