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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병제vs모병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모병제 도입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다음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병제 담론을 꺼냈는데요. 남 지사는 “머릿수만 고집하며 어영부영 하다간 인구절벽이 도래하는 10년 내에 군 전력은 크게 약화된다”며 “작지만 강한 군대, 즉 정예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징병제 유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한 강연에서 “모병제를 하면 부잣집 자식은 군대를 가지 않고 가난한 집 자식만 가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상식과 평등에 대한 욕구, 또 정의의 관점에서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우리 안보 현실에도 맞지 않다”고 언급했는데요.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면서 징병제와 모병제를 둘러싼 논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여론조사 매체들도 앞다퉈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각각의 주장을 정리해봤습니다.

대한민국 국군 Republic of Korea Armed Forces, flickr (CC BY)

징병제냐 모병제냐 그것이 문제로다

<징병제 유지>


1) 머릿수도 여전히 중요하다

징병제 유지를 주장하는 측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근거는 안보입니다. 2014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국의 총병력은 약 63만 명입니다. 120만 명에 달하는 북한군과 비교했을 때 절반수준에 그치는데요. 돌격대, 노동적위대, 붉은청년근위대 같은 준군사조직까지 합하면 그 수는 약 200만 명에 달할 거라는 추산도 있습니다. 남 지사가 주장하는 ‘30만 명 정예강군’이 북한군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첨단무기의 비중이 아무리 커졌다 한들 전투에서 병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순 없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안보불안이 높아진 상황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모병제는 시기상조라는 게 징병제 유지 측의 주장입니다.

2) 돈이 많이 드는 모병제

모병제로 전환하게 된다면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사실도 징병제 유지를 주장하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국방부가 편성한 내년 국방예산안은 40조 3,347억 원입니다. 총액으로만 따지면 세계 10위로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첨단 무기산업에 들어갑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에 대응하기 위해선데요.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에 9,871억 원, 차기 이지스함(광개토-Ⅲ 배치-Ⅱ) 사업에 1,765억 원 등이 대표적이죠. 인건비에 많은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만약 30만 명 정예군에게 월 200만 원씩 준다고 가정하면 연간 3조~4조 원가량이 더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징병제 유지 측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는 입장입니다.

3) 무전입대 유전면제

모병제로의 전환이 결국 가난한 사람만 군대 가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월 200만 원을 받고자 입대하는 ‘부자’들은 없을테니 비교적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만 군에 입대할 거라는 주장입니다. 미국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1971년 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했을 당시, 사회 하위계층이 주로 병사로 입대한다는 것이 통계로 입증됐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 중이던 2006년, 미국은 병력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범죄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모집에 나서 부족한 병력을 채운 바 있습니다. 마치 형편이 좋지 못한 이들이 목숨을 담보로 전장에 나가는듯한 모습이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형평성을 위해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모병제 전환>


1) 지금은 정예강군 시대

더 이상 인해전술로 전투를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게 모병제를 찬성하는 쪽의 대표적인 주장입니다. 지금이 첨단무기, 정보전의 비중이 커진 시기라는 건 분명합니다. 북한 핵이나 미사일, SLBM 등이 첨단무기의 대표적인 예죠. 이것들을 일반 사병이 막아내긴 힘듭니다. 병력의 수에 집착할게 아니라, 병력을 줄이더라도 전문성을 높이고 첨단무기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북핵 같은 비대칭적 전력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얘기죠. 세계적인 대세도 모병제입니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해 현대화된 무기와 기술전문요원 양성을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 지사가 말하는 ‘정예강군’입니다.

2) 저출산과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병력 수가 줄어드는 게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면 모병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출산으로 인해 장병이 줄어들고 있으니 더 이상 징병제에만 매몰되지 말자는 것이죠. 2022년은 ‘병역 절벽’의 해입니다. 징병 대상이 23만 3,000명 정도에 불과해 30만 명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과 대비해 10만 명 가량이 줄어드는 건데요. 어차피 지금 같은 규모의 병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면 모병제로의 전환도 꾀해볼 수 있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때입니다. 의무복무를 폐지해 이들을 사회로 내보낼 수 있다면 저출산이 야기하는 생산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되겠죠. 군 당국이 2022년에 52만 명의 병력을 보유할 계획을 갖고 있으니, 모병제를 도입해 30만 명 정도로 줄이면 적어도 20만 명 이상의 경제활동인구가 늘게 될 것입니다. 독일 정부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한 근거도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와 경제활동인구 감소라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3) 잘못된 병영문화 개선

징병제 하에서의 병영문화는 그동안 숱한 부작용을 드러냈습니다. 폭력 문제, 관심병사, 자살 문제 등이 대표적인데요. 대상자의 90% 이상이 현역 판정을 받는 징병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 육군이 발표한 군 복무환경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현역판정을 받은 이들 중 2만 6천 명은 심리이상자, 범법자는 500명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2014년 ‘윤 일병 사망사건’의 가해자 이 병장은 입대 전 심리이상자로 분류됐다고 하죠. 게다가 연간 3,000명이 자살 우려자를 대상으로 하는 ‘그린 캠프’에 입소하고 4,000명은 현역부적격자로 판명돼 군에서 조기제대 하는 실정입니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가 더욱 요원해진다는 것이 모병제 찬성 측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