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삼성전자는 신속한 리콜 선택으로 브랜드 가치만큼은 지켜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10월 5일, 교체품에서 또 다시 발화 사고가 일어납니다. 이번 발화 사고만큼은 돌아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에게 재발화 사고는 더 이상 '중국산 부품', '외부충격' 탓이 아닌, 품질 관리를 못한 삼성전자의 탓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삼성전자는 야심 차게 출시했던 제품 단종 발표를 했습니다. 대량 리콜과 교체를 하면서까지 지켜내고자 한 갤노트7이지만, 출시일로부터 약 54일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의 3원칙이 신속·일관·개방이다. 여기에서 개방성은 사실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언론들이 입 모아 말했던 책임경영도 만능 해결사는 아니었는데요. 신속한 대처라는 칭찬을 받았을지 몰라도 그 외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발화 원인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이 가장 큰 문제가 되었죠. 당시에도 폭발의 원인이 '중국의 특정 배터리 제조사의 배터리' 때문이라는 발표에 언론과 전문가들은 폭발의 인과 관계를 추가적으로 조사하거나 유추했는데요. 삼성전자가 사고 원인을 보다 정확히 짚어줬다면 애초에 이런 소모적인 과정이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직까지도 발화 원인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첫 발화사고 조사 때, 실제 원인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이 있지 않았나' 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루머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그만큼 삼성전자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는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느끼는 것은 소비자들뿐인 것일까요?
그 충격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삼성전자는 홀로 훌훌 털고 일어난 듯한 발표를 연이어 하고 있습니다. 갤노트7의 인기 컬러였던 '블루코랄'을 갤럭시 S7의 새 컬러로 출시하고, 서둘러 출시하지 않을 예정이라는 갤럭시 S8의 조기 등판을 예고하는 등 다소 의아한 모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인데요.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란 삼성전자가 발표한 소비자 피해보상 프로그램입니다. 갤노트7 소비자들이 갤럭시 S7 또는 S7 엣지로 교환한다면, 추후에 나올 갤럭시 S8이나 노트8의 할부금을 50% 면제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보상 프로그램이 20~30%에 그치고 있는 갤노트7의 교환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갤노트7 소비자들의 '타 제품에 대한 불만족', '높은 브랜드 충성도'가 저조한 교환율의 원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소비자들은 갤럭시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이 도리어 자신들을 '호갱' 취급하는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갤노트7 교환율이 낮은 이유가 실질적인 교환 과정에서 '재고 부족'이나 '복잡한 절차'와 같은 문제 때문이라는 겁니다. 오로지 교환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삼성전자는 이러한 문제점부터 개선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소비자들이 보기엔 삼성전자의 보상책은 책임을 위한 것이 아닌, 그들의 재도약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보상안은 할인 정책이 아니다. (생략) 삼성전자의 보상안이 발표되고 난 후 고객들은 더 화가 나서 이틀동안 700여 명이 넘게 소송에 참여했다.
어떠신가요? 삼성전자가 발표한 '우리를 위한 보상책들'. 과연 삼성전자가 말한 '우리'는 소비자일까요 삼성전자 자신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