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Story

법조비리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이 구속기소됐습니다. ‘스폰서 부장검사’ 사건도 터졌고요. ‘뇌물 판사’ 사건으로 대법원장은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일들을 본 거 같은데, 단순한 기시감(旣視感) 일까요?

영화 <부당거래> 스틸컷

검사들의 “Show me the money”

#1. 지난 7월 29일, 진경준 검사장이 9억 원대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구속기소됐습니다. 현직 검사장의 구속기소는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진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이는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입니다. 2005년, 진 전 검사장은 김 회장 측으로부터 4억 2,500만 원을 받아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취득했습니다. 이후 이를 매각해 얻은 8억 5,370만 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샀고 이는 ‘주식 대박’으로 이어집니다. 120억 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하죠. 진 전 검사장이 올해 3월 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주식매각대금을 포함해서 156억 5,609만 원을 신고했다고 하니, 김 대표로부터 받은 비상장주식이 진 검사장의 재산형성에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재판에서 김 대표 측은 ‘향후 자신이나 회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진 전 검사장으로부터 도움을 받고자 금품을 줬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습니다.

#2. 금융수사로 이름을 날렸던 ‘여의도 저승사자’ 김형준 부장검사도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동창인 사업가 김모씨로부터 수차례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는 건데요. 그러던 중 김 씨가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당하자 김 부장검사가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담당 검사와 부장 등을 접촉하기도 했습니다. 김 씨가 김 부장검사에게 각종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압박을 가했다고 하죠. 검찰은 조만간 김 부장검사를 소환조사할 방침입니다.

최근 검찰에 대한 신뢰를 뿌리 채 뒤흔든 두 사건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진 전 검사장과 김 부장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 친구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금품을 준 친구가 모두 ‘나중에 도움을 받고자’ 뇌물을 줬다는 취지로 얘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저 ‘우연’이라고만 보긴 힘듭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검찰의 막강한 권한이 문제의 불씨가 됐다고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수사를 할지 말지, 재판으로 넘길지 말지를 모두 검찰이 정하는 구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을 뒷배로 두면 수사와 기소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싹트기도 하는 거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쥐고 있는 한 뇌물 검사, 스폰서 검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검찰은 검찰개혁추진단을 신설했습니다. 조직문화 개선 및 청렴성 제고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는데요. 청렴문화 확산 TF, 바람직한 조직문화 조성 TF 등 4개 TF를 구성해 운영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내부에서 자정하겠다는 이른바 ‘셀프 개혁’입니다.

야권은 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검찰의 비리를 외부에서 상시적으로 감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일본식 검찰심사회 도입 등을 제안했습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하려는 사건은 변호사 등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검찰심사회에서 다시 심사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나눠서 행사하자는 취지입니다.

대형 비리가 연달아 터지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다시 힘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셀프 개혁에 그치게 될지, 공수처 등 외부의 감시가 강화되는 계기가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