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Stories

한진해운 법정관리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의 국적 해운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후폭풍은 만만치 않습니다.
'수출길'이 막혀 납기기한을 맞추지 못한 수출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진해운발(發) 수출대란'으로 인한 피해액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한진해운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던 역할과 몫이 그만큼 지대했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이르게 된 이유가 뭘까요? 우리 한번 천천히 복기해봅시다.

Je.T., flickr (CC BY)

해운업 위기 이유 : 용선료의 덫

해운업이란?

'한진해운 사태'를 논하기에 앞서 해운 산업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해운업이란 선박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고 그 대가로 운임을 받는 사업을 말합니다.

해운업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입니다. 해운업의 이익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운임, 유류비, 용선료 이상 세 가지입니다.

먼저 운임은 높을수록 해운사의 이익은 증가합니다. 세계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각 국 간 교역량이 많아지므로 운임은 올라갑니다. 화물을 운송하고자 하는 사람(수요)은 많은데, 이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공급)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반대로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 무역량이 줄어 운임은 떨어지게 됩니다.

해운사 입장에서 유류비와 용선료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선박의 주원료는 기름입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선박을 운항하는 데 드는 비용이 비싸집니다. 유류비용은 매출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용선료는 배를 빌리고 그 주인에게 지급하는 돈입니다. 수백 수천억 원에 달하는 컨테이너 선박을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해운사의 경우 선주에게 선박을 빌려 사업을 하게 됩니다.

해운업 위기 이유 : 용선료의 덫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익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죠. 이는 해운사들이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큽니다.

2008년 늘어나는 화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한국의 해운사들은 높은 가격의 용선료를 지급하고 해외 선주로부터 배를 빌립니다. 실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수출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잠깐의 경제 호황이 찾아왔을 때 국내 해운사들은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배를 경쟁적으로 빌립니다. 2007년 718척이던 국내 해운사가 운영하던 선박 수는 2008년 828척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 여파가 유럽,중국,신흥국으로 퍼지면서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됩니다. 화물을 운송하고자 하는 사람(수요)는 줄어가는데, 이를 운송할 선박(공급)은 차고 넘치니 운임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전 세계 교역량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는 2008년 5월 1만,793을 기록했지만, 그해 말 671로 곤두박질칩니다. 덩달아 운임도 폭락합니다.

수익은 갈수록 줄어만 가는데,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많으니 해운사들의 적자는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진해운은 2015년 당시 시가에 5배에 달하는 용선료를 내며, 매출액의 13%를 용선료로 지불했습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의 매출은 2012년 이후 매년 8000억 원 이상씩 줄면서 빚은 6조6000억 원(2015년 기준)까지 급증해 부채비율은 현재 847.8%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석탄,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전 세계 교역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기가 호황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고된 위기

이때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 해운사들은 왜 이토록 높은 가격에 선박들을 빌렸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수출입 물량은 급증하는데 보유한 선박의 수는 턱없이 적으니 한국 해운사들은 남의 선박을 고가에 빌릴 수밖에 없었죠. 2015년 당시 한진해운 소속 선박 151척 중 91척(60.2%)은 용선(빌린 배)이었습니다. 현대상선 역시 용선의 비중이 71.5%에 달했습니다.

해운사들의 용선 비율이 애초에 이렇게 높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해운사들이 자사의 선박들은 파는 과정에서 용선 비율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은행감독원은 53개 재벌기업에 1999년 말까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합니다. 한 척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박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해운 산업의 특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맙니다.

해운사들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선박들을 매각합니다. 1999년 말까지 국내 해운업계가 매각한 선박만 110척에 달합니다. 서둘러 팔다 보니 헐값 매각 논란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당시 중국이나 일본의 국적 해운사들이 정부지원금을 받아 배를 사들인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해운업계는 남의 선박을 빌리는 '용선'이라는 방법을 쓰게 되고, '용선료'는 해운사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맙니다.

법정관리 돌입한 한진해운, 물류대란이 온다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의 국적 해운사 한진해운이 지난 1일 법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내고, 대마불사(대기업은 망하지 않는다)의 불문율을 깬 아름다운 구조조정'이라고 말하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습니다.

대비책도 없이 이뤄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당장 '수출길'이 막혀버렸습니다. 7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145척 중 절반이 넘는 87척가량 운항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해외 선주사와 항만 업체 등이 한진해운에 밀린 대금을 지급하라며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출항을 막거나, 입항을 거부하고 있는 겁니다. 이때 밀린 대금만도 무려 6300억 원에 달합니다.

그 여파로 납기기한을 맞추지 못한 수출업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경우 대체 운송 수단을 마련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응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신용이 생명인 수출업에서 납기를 못 맞추는 상황이 되자 몇몇 업체들은 운임을 10배나 주고 비행기에 제품을 실어 보내는 실정입니다. '한진해운발(發) 수출대란'으로 인한 피해액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최근 일련의 사태는 한진해운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던 역할과 몫이 그만큼 지대했다는 것을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세계 6위의 무역 대국이며 수출입 대부분을 해운업에 의존하고 있으니 말이죠.

그렇다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이르게 된 이유가 뭘까요? 우리 한번 천천히 복기해봅시다.

해운업 위기 이유 : 용선료의 덫

해운업이란?

'한진해운 사태'를 논하기에 앞서 해운 산업의 특성을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해운업이란 선박으로 사람이나 화물을 운송하고 그 대가로 운임을 받는 사업을 말합니다.

해운업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산업입니다. 해운업의 이익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운임, 유류비, 용선료 이상 세 가지입니다.

먼저 운임은 높을수록 해운사의 이익은 증가합니다. 세계 경제가 호황기에 접어들면 각 국 간 교역량이 많아지므로 운임은 올라갑니다. 화물을 운송하고자 하는 사람(수요)은 많은데, 이를 운송할 수 있는 선박(공급)은 한정돼 있으니까요. 반대로 경제가 침체 국면에 빠지면 무역량이 줄어 운임은 떨어지게 됩니다.

해운사 입장에서 유류비와 용선료는 낮을수록 좋습니다. 선박의 주원료는 기름입니다. 기름값이 오르면 선박을 운항하는 데 드는 비용이 비싸집니다. 유류비용은 매출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용선료는 배를 빌리고 그 주인에게 지급하는 돈입니다. 수백 수천억 원에 달하는 컨테이너 선박을 구입할 여력이 안 되는 해운사의 경우 선주에게 선박을 빌려 사업을 하게 됩니다.

해운업 위기 이유 : 용선료의 덫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익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죠. 이는 해운사들이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큽니다.

2008년 늘어나는 화물량을 감당하기 위해 한국의 해운사들은 높은 가격의 용선료를 지급하고 해외 선주로부터 배를 빌립니다. 실제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수출입 물량이 급증하면서 잠깐의 경제 호황이 찾아왔을 때 국내 해운사들은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배를 경쟁적으로 빌립니다. 2007년 718척이던 국내 해운사가 운영하던 선박 수는 2008년 828척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해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그 여파가 유럽,중국,신흥국으로 퍼지면서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게 됩니다. 화물을 운송하고자 하는 사람(수요)는 줄어가는데, 이를 운송할 선박(공급)은 차고 넘치니 운임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전 세계 교역량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는 2008년 5월 1만,793을 기록했지만, 그해 말 671로 곤두박질칩니다. 덩달아 운임도 폭락합니다.

수익은 갈수록 줄어만 가는데,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많으니 해운사들의 적자는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진해운은 2015년 당시 시가에 5배에 달하는 용선료를 내며, 매출액의 13%를 용선료로 지불했습니다. 그 결과 한진해운의 매출은 2012년 이후 매년 8000억 원 이상씩 줄면서 빚은 6조6000억 원(2015년 기준)까지 급증해 부채비율은 현재 847.8%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economist
석탄,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와 곡물을 운반하는 벌크선의 시황을 나타내는 지수로 전 세계 교역량을 평가하는 데 사용됩니다. 이 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경기가 호황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고된 위기

이때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한국 해운사들은 왜 이토록 높은 가격에 선박들을 빌렸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수출입 물량은 급증하는데 보유한 선박의 수는 턱없이 적으니 한국 해운사들은 남의 선박을 고가에 빌릴 수밖에 없었죠. 2015년 당시 한진해운 소속 선박 151척 중 91척(60.2%)은 용선(빌린 배)이었습니다. 현대상선 역시 용선의 비중이 71.5%에 달했습니다.

해운사들의 용선 비율이 애초에 이렇게 높았던 건 아니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해운사들이 자사의 선박들은 파는 과정에서 용선 비율은 높아지기 시작합니다. 은행감독원은 53개 재벌기업에 1999년 말까지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을 200% 이하로 낮추라고 주문합니다. 한 척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선박들을 확보하기 위해선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해운 산업의 특성은 철저히 무시되고 맙니다.

해운사들은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선박들을 매각합니다. 1999년 말까지 국내 해운업계가 매각한 선박만 110척에 달합니다. 서둘러 팔다 보니 헐값 매각 논란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당시 중국이나 일본의 국적 해운사들이 정부지원금을 받아 배를 사들인 것과는 정반대 행보였다고 합니다.

결국, 해운업계는 남의 선박을 빌리는 '용선'이라는 방법을 쓰게 되고, '용선료'는 해운사들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