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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논란

구글이 우리 정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했습니다. 2007년 요청했다 실패한 이후 두 번째입니다.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지도 데이터 기반의 한국 서비스,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 외국 관광객 편의 등을 내세웠는데요. 우리 정부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덮어놓고 찬성하기에도 강력하게 반대하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구글과 한국 지도 데이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지도로 밀당하는 우리

지난 8월 24일, 정부가 ‘한국의 상세 지도 데이터를 국외로 반출할 수 있게 허용해 달라’는 구글의 요청에 대해 결정을 유보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국방부·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국정원 등등의 부처들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가 오는 11월 23일까지 논의를 계속해보기로 했습니다. 지도 반출은 참여하는 부처가 만장일치로 찬성해야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떤 부처는 ‘반출 찬성’을, 또 다른 부처는 ‘반출 반대’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일까요?

반출 허용 측 “미국의 통상압력, 그리고 한국의 관광 편의”


산업부와 외교부 등은 ‘미국의 통상 압력’을 들어 지도 반출을 허용하자고 주장합니다. 구글에 대한 지도반출 문제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입니다. USTR은 지난 4월 국별무역장벽보고서에 한국의 지도 반출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지난 8월 18일에도 이 문제에 관해 우리 정부와 비공개 영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고요. 미국 정부까지 개입한 마당에 현실적으로 마냥 거부하긴 어렵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입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측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다시 꺼내 압박할 수도 있습니다. 비단 미국의 압력이 아니더라도, 구글이 선도하는 자율주행차 같은 ‘4차 산업혁명’에서 우리나라만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관광산업을 들어 반출을 허용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를 근거로 반출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관광 패턴이 단체에서 개인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외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구글 지도이므로 지도 반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문체부 측의 주장입니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필요하다고도 봅니다.

반출 반대 측 “안보, 그리고….”


국방부와 국정원 등은 ‘안보’를 근거로 지도 반출에 부정적입니다. 구글이 한국정부에 요청한 지도 데이터는 50,000:1 축적의 초정밀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땅의 기복까지 나타낼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데요. 국방부 등은 안보시설을 삭제한 상세지도를 구글에 준다 한들, 구글의 위성사진과 결합하면 자세하면서도 입체적인 지도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으로선 위험하다고 보는 겁니다.

정부는 ‘대신 위성사진에서 한국의 안보시설을 삭제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디지털 글로브, 지오아이 등 위성사진을 서비스하고 있는 업체가 이미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에서 안보시설의 위치를 지워도 다른 위성사진을 통해 안보시설을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지도반출 찬반과 무관하게 다수의 전문가도 인정하는 사실인데요. 그래서 정부가 지도반출을 반대하는 ‘더 큰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안보 못지않게 세금도 중요해


안보만큼 중요한 반대 논거는 세금 이슈일 것입니다. 정부는 ‘한국에 세금을 내지 않는 구글은 세금으로 만든 지도 데이터를 나라 밖으로 갖고 나갈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구글은 한국에 고정 사업장이 없습니다. ‘구글 코리아’가 있긴 하지만 고정 사업장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세법상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한 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구글은 고정 사업장이 없단 이유로 세금을 피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네이버가 법인세로 1,900억 원을, 카카오가 300억 원을 납부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구글 측에 내놓은 타협안이 ‘한국 내 서버 설치’입니다. 어렵게 ‘반출’을 요구할 게 아니라 국내에 서버를 두고 지도 데이터를 이용하라는 거죠. 게다가 서버를 설치한다는 것은 고정사업장을 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구글은 세금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2010년에 정부가 제시한 타협안입니다.

구글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서버를 둔다 한들 반출 허가가 필요한 건 변함이 없다는 건데요. 현재 구글은 전 세계 15개국에 글로벌 센터를 만들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지도 데이터도 다른 나라에서 백업을 해놓게 될 텐데, 그러면 반출 허가를 요청하게 되는 건 똑같다는 겁니다.

구글은 ‘의미가 없다’는 이유로 서버 설치에 난색을 표하지만 결국은 세금 문제가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구글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구글은 해외에서 번 돈을 자회사인 ‘구글 아일랜드’로 모아두는데요. 법인세가 낮고 절세 혜택이 큰 아일랜드에 한국, 미국 등에서 번 소득을 이전해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는 겁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정교한 절세 방법이죠.

‘구글세’ 도입 가능할까


우리 정부가 타협하기 어려운 ‘서버 설치’를 요구할 게 아니라 구글의 조세회피에 세금을 물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위 ‘구글세’입니다. 구글세란 구글, 애플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이 각국의 세법 차이를 악용해 조세를 회피하는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을 말하는데요. 영국의 ‘우회 수익세(diverted profit tax)’가 대표적입니다. 자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타국으로 이전할 때 수익의 25%에 세금을 물리는 법입니다. 이 법 덕에 영국 정부는 올해 구글로부터 1억3000만 파운드(약 2240억 원)의 세금을 걷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해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구글세 도입안을 최종 승인한 바 있습니다. 한국 등 합의국들은 국가별로 2016년 세법 개정안부터 조세 회피 대응을 단계적으로 해나갈 방침입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대가로 한국에서 세금을 내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