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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미래라이프 대학 사태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을 둘러싼 이화여대의 학내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백지화됐지만 그 과정에서 깊어진 갈등은 학교와 학생 모두에 상처로 남았습니다. 이화여대 사태의 발단부터 결말까지 정리해봤습니다.

이화여대 사태, 발단부터 결말까지

발단 -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대상자에 선정


이번 이화여대 사태는 학교 측이 지난 달 ‘미래라이프 대학’을 설립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선취업 후진학’ 제도라는 명목으로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장인 또는 30세 이상의 무직자를 대상으로 4년제 대학 학위를 주는 제도입니다. 이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 사업)의 일환으로, 이화여대는 이 사업 참여자로 선정되면서 연간 30억 가량의 정부 예산을 지원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평단 사업 뿐만이 아닙니다. 올해 이화여대는 3년 간 96억 원을 지원받는 대학 인문역량강화(CORE·코어) 사업을 따냈고, 연간 50억 원가량 지원되는 산업연계교육활성화선도대학(PRIME·프라임)사업 대상으로도 뽑혔습니다. 이른바 ‘재정지원산업 3관왕’이었습니다.

전개 - ‘학교 측이 지나치게 돈벌이에 집중한다’는 학생들의 불만


이화여대가 잇따라 굵직굵직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을 따내자, 일부 학생과 졸업생들을 중심으로 ‘학교가 지나치게 돈벌이에 치중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은 쉽게 말해 정부가 대학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침입니다. 학령인구 감소, 청년실업에 대응하고자 수천억대 재정지원을 대가로 학교 측의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요구한 건데요.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화여대가 프라임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에도, 학생들은 인문·사회 계열을 축소하고 기업이 선호하는 공학계열을 늘리는 데 반대해 정문 앞에 근조 화환을 놓는 등 반대의견을 표명했습니다.

이번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또한 프라임사업 선정 당시와 비슷합니다.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시대 흐름과 건학 이념에 부합”한다고 주장하는 학교 측에 대항해 학생들은 “학교가 돈을 벌기 위해 학위를 판매한다”고 맞섰습니다.

위기 - 학생들의 점거 농성, 그리고 감금 논란


지난달 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대한 학칙개정안을 심의할 대학평의원회 회의실을 찾았습니다. 설립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겁니다. 하지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생들은 점거농성을 시작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한 교수와 교직원들이 회의실을 나서지 못하게 막아섰습니다.

학교 측에선 해당 교직원들이 화장실을 갈 때도 학생과 동행해야 했던 등 사실상 감금상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119에도 신고했지만 학생들의 반대로 신고자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고도 말했습니다. 반면 학생들의 주장은 다릅니다. 회의실에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틀어줬고, 식사도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메뉴를 제공하는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학교 측과 학생이 대립하면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절정 - 캠퍼스 내 경찰 투입


지난 달 30일, 점거농성 중이던 학생들을 끌어내고자 캠퍼스 안팎에 1600여 명의 경찰이 투입됐습니다. 감금된 교직원들의 거듭된 요청 때문이었습니다(학교 차원에서 경찰병력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교와 학생 측 의견이 분분합니다). 46시간 만에 교직원들이 풀려났습니다. 경찰들은 학생들을 한 명씩 끌어냈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이 부상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일부 학생들에 대해선 감금죄 혐의로 경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캠퍼스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하지만 1000명이 넘는 경찰력이 투입된 것은 1999년 서울지하철 노조의 서울대 농성 이후 17년 만입니다. 학교 측의 경찰력 투입으로 갈등의 불씨는 더욱 커졌습니다. 이대 총학생회는 “학교의 일방적인 사업 추진과 행정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을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투입해 진압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졸업생·학부모·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최경희 총장 탄핵 서명운동도 벌어졌습니다. 이화여대 졸업생들은 졸업증서 복사본을 정문 담장에 부착하는 등 ‘졸업장 반납’ 시위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결말 –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 철회, 하지만…


이화여대 사태가 학내 갈등을 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3일 최 총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학내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게 너무 당황스럽고 죄송하다”며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도 대학의 의사에 따라 사업 철회를 받아들일 계획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아직 농성을 풀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총장의 말을 신뢰할 수 없으며, 총장은 캠퍼스에 경찰력을 투입한 데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저녁에는 재학생과 졸업생 5000여 명(경찰 추산, 현장 추산 1만여 명)이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교내에서 합동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화여대 교수협의회도 성명문을 내놨습니다. “총장은 학내로 1600명의 경찰력을 초치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이와 관련한 모든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계획은 철회됐지만, 이번 사태의 책임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