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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개헌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압승했습니다. 이로써 아베 정권은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선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일본의 헌법 개정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잠깐 그런데 참의원은 뭔가요? 개헌 발의선은? 왜이렇게 일본은 선거를 자주 할까요. 우리나라 정치도 어려워 죽겠는데, 남의 나라까지 신경써야 할까요. 일본 선거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일본 정치의 A부터 Z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Kim Ahlström, flickr (CC BY)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하는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 보수 세력의 염원입니다. 특히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헌법 개정은 '일생의 꿈'입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집권 이래 수시로 전쟁 및 무력 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 이제 아베는 일생일대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모두 개헌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일본의 헌법 개정은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아베와 보수 세력은 왜 이토록 헌법 개정에 목을 매는 걸까요?

아베가 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베 총리의 개인적 이유입니다.

일부 언론은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유지를 이루기 위해 아베 총리가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기시는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약 3년 동안 총리를 역임한 인물로서 일본 정치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그는 만주국을 건립하는데 일조하고, 태평양전쟁 시기 내각에서 군수차관 등을 지낸 인물입니다.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석방돼 정계에 복귀합니다.

기시는 정치적 사명은 '반공'과 '자주'였습니다. 먼저 기시는 전후 공산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강력한 보수 단일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을 결성했으며 훗날 자민당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사명이라 여겼습니다. 특히 평화 헌법과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결국 기시 전 총리는 전후 일본에 불리한 방향으로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해 미국으로부터 자위권을 받아냅니다. 더 나아가 독자적인 자위권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의 평화헌법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타국과 맺은 안보조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체험한 일본 국민 대다수는 기시 전 총리의 뜻과는 달리 군사국가 일본의 부활을 반대했습니다. 전국적인 반대 속에 기시는 안보조약 개정을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계승한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면서 기시 정권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행보를 보입니다. 보수 세력을 결집해 강한 일본을 추구한다는 점과 헌법 개정과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50여 년 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

둘째,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표면적 이유입니다.

아베 총리는 수시로 언론을 통해 '전후 체제 탈피'를 주장해 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처음 총리로 나설 때 내세운 공약도 '자주 헌법'이었습니다.

일본 보수파는 그동안 '현행 일본 헌법이 미국에 의해 강요된 헌법'이라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아베 아베 총리 역시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에>에서 “현행 일본 헌법은 연합군의 최초 의도는 일본이 두 번 다시 열강으로 대두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개헌을 "독립 회복의 상징이며 구체적인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행 일본 헌법은 2차대전 종전 직후 연합군사령부(GHQ)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1946년 11월 3일 공포됐고, 1947년 5월 3일 시행된 이래 단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등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사회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킨다'는 현실적 이유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하고, 중국의 패권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우방인 일본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이 일본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역시 '전쟁 억지력과 자국 영토 수호'를 이유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거듭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싸고 2010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화부흥-중국몽'의 기치를 내걸고 과거 중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결 전선은 크게 3곳입니다. 남중국해(난사군도 부근 해역), 동중국해(센카쿠열도 부근 해역), 한반도입니다. 이 중 동중국해와 한반도는 일본의 안보와도 직결된 곳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부상하는 중국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동중국해를 두고 벌어진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수모를 한 차례 당한 적 있습니다. 2010년 동중국해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은 자국 순시선에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을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워 형사처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경제적 조치로 압박을 가했고 이에 일본은 체포했던 선원을 곧장 석방해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맙니다. 오히려 중국은 어선을 나포한 일본 정부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합니다. 패권 다툼에서 중국이 일방적 승리한 것입니다.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의 외교 기조는 미‧중 균형과 아시아 유화정책이었습니다. 미국과 거리를 두고, 영토와 역사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중국‧대만 등 인근 국가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본 외교는 하지만 철저히 실패하고 맙니다. 오히려 우방국이었던 미국과의 거리만 멀어져 버렸습니다.

보수 정당인 자민당을 이끌던 아베는 2012년 12월 '강한 일본'을 외치며 총선에서 대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 정권과 전혀 다른 외교 정책을 폅니다.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고, 이를 중심축으로 삼아 '적극적 평화주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역내 평화를 위해서 미국과 함께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상하는 중국으로 인해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갖겠다는 말로도 이어집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가 침략당할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 침략국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유엔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동아시아 전선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에서 미국이 공격당할 경우 동맹국인 일본도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전범 국가인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때 아베가 취한 외교 전략이 ‘신현실주의’입니다. 신현실주의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케네스 월츠가 제시한 개념으로 국제정치 질서를 국가라는 개별 행위자의 행위보다는 전체적인 국제정치 구조를 상수로 놓고 그 속에서 각 국가의 행위와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다시 말해 각 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 속에서 각 국의 행위와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베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대결 구도 속에서 반 중국 동맹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남아, 인도, 호주 등 중국과 영토 및 자원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일본은 이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본은 이들 국가로부터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얻어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한국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계속해서 파헤쳐 보겠습니다,

참의원, 중의원 뭔지도 모름서

지난 10일 치러진 일본의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정권이 압승했습니다.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 등이 121석의 과반이 넘는 77석을 얻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아베 정권은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선 3분의 2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1956년 선거 이후 60년 만입니다.

일본의 헌법 개정은 이제 시간문제입니다. 2012년 집권 이래로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지속해서 주장해왔습니다.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9조를 삭제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잠깐 그런데 참의원은 뭘까요? 개헌 발의선은?
"우리나라 정치도 어려워 죽겠는데, 남의 나라까지 신경 써야해!!!!!?"

하지만 일본의 선거가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자 그럼 일본의 정치 시스템부터 공부해봅시다. 천천히 따라오신다면, 복잡한 일본 정치 시스템 단번에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먼저 일본은 의원내각제 국가입니다. 의원내각제란 의회를 중심으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긴밀한 관계를 맺고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 형태를 뜻합니다. 의회 다수 의석 정당이 행정부 구성권을 가지는 정치제도입니다.

이때 일본의 의회는 참의원과 중의원으로 구성됩니다. 이를 보통 '양원제'라고 합니다.(우리나라는 하나의 국회만 존재하는 '단원제' 국가입니다) 양원제는 미국,영국, 일본 등 30여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습니다. 채택 이유는 나라마다 다릅니다.

일본과 같은 단일국가에서는 법이나 예산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하면서 신중함을 기하기 위해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중의원(하원)이 법안을 제정하고, 참의원(상원)은 이를 심의합니다.(중의원과 참의원의 역할은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 영국과 같은 입헌군주제 국가에서는 귀족과 평민 두 정치세력 간의 균형과 조화를 위해 양원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상원은 귀족을, 하원은 평민을 각각 대표해 의회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 미국과 같은 연방제 국가에서 상원은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州)를 대표하고, 하원은 국민 전체를 대표하고 있습니다.

중의원 참의원 어떻게 다른가요?


일본 헌법상 중의원과 참의원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동등합니다. 양원 모두 법안을 발의하거나, 심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몇 사항에 있어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중의원과 참의원의 각각의 개념과 역할에 대해서 먼저 알아봅시다.

개념과 역할

▶ 중의원(衆議院, しゅうぎいん )

중의원은 미국이나 영국의 하원에 해당하며, 실질적인 입법부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衆)이라는 글자도 ‘무리 즉 국민들을 대변하는 집단'이라는 뜻에서 붙였습니다. 중의원의 역할은 우리나라의 국회와도 비슷합니다.

중의원의 역할에는 참의원에 없는 세 가지 특별 권한이 있습니다.

⓵ 총리 임명권
먼저 총리 임명권을 갖습니다. (일본은 의원내각제입니다. 총리는 국민 투표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원들이 모여 총리를 지명합니다.) 반대로 ‘내각 불신임 결의권’도 갖습니다. 내각이 정치를 못할 경우 책임을 물어 총리와 각 부처 장관 모두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⓶ 국가예산 편성권

⓷ 조약 비준권
다른 나라와 경제‧안보 협약을 진행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중의원만이 갖고 있습니다.

▶ 참의원(参議院, さんぎいん)

참의원의 주요 역할은 견제입니다. ‘참(參)’이라는 글자도 ‘중의원의 논의에 참여한다’는 뜻에서 붙였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치에서 참의원은 견제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참의원은 중의원에게만 부여된 세 가지 권한(총리 지명권, 예산 편성권, 조약 비준권)을 제외한 모든 법안에 대해서 사실상의 거부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참의원이 부결시킬 수 있습니다. 중의원이 이를 재가결하려면, 중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대 일본 정치에서 참의원의 입지는 미미하기만 합니다. 참의원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중의원을 적절히 견제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참의원에서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의 심판으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정치적 성격이 가까운 정당들이 서로 제휴를 맺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왜냐하면 중의원에서 A 정당이 법안을 통과할 수 있는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있더라도, 참의원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법안을 통과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본 내부에서 거수기에 불과한 참의원을 없애야 한다는 "참의원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출 과정

중의원과 참의원은 선출 과정부터 다릅니다.

▶ 중의원의 선출과정

중의원 정원은 480명입니다. 이 중 지역구 의원은 300명이며, 나머지 180명은 비례대표 의원입니다. 선거구는 우리나라처럼 소선거구제입니다. 마포 갑, 마포 을과 같은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합니다.

▶ 참의원의 선출과정

참의원의 정원은 242명입니다. 이 중 지역구 의원은 146명이며, 나머지 96명은 비례대표 의원입니다.

선거구는 중의원 선거와 다르게 중대선거구제입니다. 인구편차에 따라 한 선거구당 2명에서 많게는 6명까지 선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서울처럼 큰 선거구에서는 6명을,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제주도에서는 2명을 선출하는 방식입니다.

임기

▶ 중의원의 임기

중의원의 임기는 4년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총리가 의회를 해산시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중의원에게는 ‘내각 불신임권’이 있습니다. 내각과 의회 간 힘의 균형을 위해 총리는 ‘의회 해산권’을 갖습니다.

중의원 해산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먼저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될 경우, 총리는 대항 수단으로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내각은 중요한 정책 과제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2014년 자신의 공략인 소비세율 10% 인상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기도 했습니다.

중의원이 해산되면 다시금 총선거를 치르게 됩니다. 1946년 첫 선거가 벌어진 뒤 현재까지 23차례 중의원 선거가 벌어졌습니다. 임기만료로 시행된 중의원 선거는 1976년 단 한 차례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국회해산에 따른 총선거였습니다. 3년에 한번 꼴로 선거를 치른 셈입니다. 선거주기가 짧아 의회가 유권자들의 요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 참의원의 임기

참의원의 임기는 6년입니다. 중의원과 달리 임기 중 해산은 없습니다. 특이한 점은 3년마다 선거가 치러집니다. 한 번의 선거로 242명 모두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3년을 간격으로 정원의 2분의 1씩을 새롭게 선출합니다.

이는 임기 중 중도 해산이 가능한 중의원을 보완하기 위함입니다. 국민의 의사와 여론을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법안을 제정하거나 예산을 편성하는데 일관성과 안정성을 기하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참의원과 중의원에 대해 감이 잡히시나요. 그럼 다음 글에서는 지난 7월 10일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의 결과와 의미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놓치지 말고 잘 따라오세요.

7.10 참의원 선거의 의미

헌법 개정은 참의원 중의원 모든 총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국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아베 정권은 2014년 총선거를 통해 중의원 내 개헌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아베 정권이 개헌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일본의 헌법 개정은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1956년 선거 이후 60년 만입니다.

지난 10일, 24회 참의원 통상선거에서 선출된 121명 의원들과 2013년에 선출되어 2019년까지 임기가 보장되는 나머지 121명 의원들의 소속 정당은 아래와 같습니다.

개헌찬성세력은 자민당, 공명당, 오사카유신회, 일본의 마음을 소중히 하는 당 이상 4개 정당입니다. 이들 정당의 소속 의원 수는 161명입니다. 여기에 개헌에 찬성하는 무소속 의원 4명까지 합하면 참의원의 개헌 세력은 165석이 됩니다. 국회에서 헌법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는 기준인(전체 의석의 3분의 2) 162석을 넘기게 된 것인데요.

2012년 집권 이래로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지속해서 주장해왔습니다.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평화헌법 9조를 삭제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뜻대로 개헌을 이룰 수 있을까요? 아직 일본 내에서 개헌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만큼 개헌 도전이 식은 죽 먹기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아베는 왜 개헌에 집착하는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일본 보수 세력의 염원입니다. 특히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헌법 개정은 '일생의 꿈'입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집권 이래 수시로 전쟁 및 무력 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 9조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습니다. 이제 아베는 일생일대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섰습니다. 아베 정권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모두 개헌 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일본의 헌법 개정은 시간 문제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아베와 보수 세력은 왜 이토록 헌법 개정에 목을 매는 걸까요?

아베가 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아베 총리의 개인적 이유입니다.

일부 언론은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유지를 이루기 위해 아베 총리가 헌법을 개정하려 한다고 말합니다.

기시는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약 3년 동안 총리를 역임한 인물로서 일본 정치에 큰 획을 그었습니다. 그는 만주국을 건립하는데 일조하고, 태평양전쟁 시기 내각에서 군수차관 등을 지낸 인물입니다. 전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석방돼 정계에 복귀합니다.

기시는 정치적 사명은 '반공'과 '자주'였습니다. 먼저 기시는 전후 공산세력을 제압하기 위해 강력한 보수 단일 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을 결성했으며 훗날 자민당 장기 집권의 기틀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압력으로 만들어진 제도를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사명이라 여겼습니다. 특히 평화 헌법과 미일 안전보장조약 개정에 대한 의지가 강했습니다. 결국 기시 전 총리는 전후 일본에 불리한 방향으로 체결된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해 미국으로부터 자위권을 받아냅니다. 더 나아가 독자적인 자위권을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의 평화헌법을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타국과 맺은 안보조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당시 전쟁의 참혹함을 직접 체험한 일본 국민 대다수는 기시 전 총리의 뜻과는 달리 군사국가 일본의 부활을 반대했습니다. 전국적인 반대 속에 기시는 안보조약 개정을 밀어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리직을 사퇴합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를 계승한다고 공공연히 선언하면서 기시 정권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행보를 보입니다. 보수 세력을 결집해 강한 일본을 추구한다는 점과 헌법 개정과 군사력 증강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50여 년 전의 상황과 매우 흡사합니다.

둘째,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표면적 이유입니다.

아베 총리는 수시로 언론을 통해 '전후 체제 탈피'를 주장해 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2007년 처음 총리로 나설 때 내세운 공약도 '자주 헌법'이었습니다.

일본 보수파는 그동안 '현행 일본 헌법이 미국에 의해 강요된 헌법'이라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아베 아베 총리 역시 자서전 <아름다운 나라에>에서 “현행 일본 헌법은 연합군의 최초 의도는 일본이 두 번 다시 열강으로 대두하지 못하도록 손발을 묶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개헌을 "독립 회복의 상징이며 구체적인 수단"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행 일본 헌법은 2차대전 종전 직후 연합군사령부(GHQ)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1946년 11월 3일 공포됐고, 1947년 5월 3일 시행된 이래 단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습니다. 최근 들어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등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본 사회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셋째, '자국 안보를 스스로 지킨다'는 현실적 이유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힘이 약화하고, 중국의 패권이 가시화되면서 미국의 우방인 일본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이 일본 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 역시 '전쟁 억지력과 자국 영토 수호'를 이유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거듭 주장하고 있습니다.

동북아시아를 둘러싸고 2010년부터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중화부흥-중국몽'의 기치를 내걸고 과거 중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자 미국은 '아시아 회귀' 정책으로 중국의 움직임을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대결 전선은 크게 3곳입니다. 남중국해(난사군도 부근 해역), 동중국해(센카쿠열도 부근 해역), 한반도입니다. 이 중 동중국해와 한반도는 일본의 안보와도 직결된 곳입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부상하는 중국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이미 동중국해를 두고 벌어진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수모를 한 차례 당한 적 있습니다. 2010년 동중국해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일본은 자국 순시선에 충돌한 중국 어선 선장 잔치슝을 체포해 자국 법정에 세워 형사처벌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금지라는 경제적 조치로 압박을 가했고 이에 일본은 체포했던 선원을 곧장 석방해 중국으로 돌려보내고 맙니다. 오히려 중국은 어선을 나포한 일본 정부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합니다. 패권 다툼에서 중국이 일방적 승리한 것입니다.

이때 당시만 하더라도 일본의 외교 기조는 미‧중 균형과 아시아 유화정책이었습니다. 미국과 거리를 두고, 영토와 역사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중국‧대만 등 인근 국가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일본 외교는 하지만 철저히 실패하고 맙니다. 오히려 우방국이었던 미국과의 거리만 멀어져 버렸습니다.

보수 정당인 자민당을 이끌던 아베는 2012년 12월 '강한 일본'을 외치며 총선에서 대승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 정권과 전혀 다른 외교 정책을 폅니다. 미‧일 동맹을 공고히 하고, 이를 중심축으로 삼아 '적극적 평화주의'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역내 평화를 위해서 미국과 함께 리더로서 해야 할 역할을 다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다시 말해 부상하는 중국으로 인해 곳곳에서 발생하는 갈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헌법을 개정해 집단적 자위권을 갖겠다는 말로도 이어집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자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가 침략당할 경우 이를 자국에 대한 침략행위로 간주, 침략국과 맞서 싸울 수 있도록 유엔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동아시아 전선을 두고 벌어지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에서 미국이 공격당할 경우 동맹국인 일본도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하지만 전범 국가인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암묵적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때 아베가 취한 외교 전략이 ‘신현실주의’입니다. 신현실주의는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 케네스 월츠가 제시한 개념으로 국제정치 질서를 국가라는 개별 행위자의 행위보다는 전체적인 국제정치 구조를 상수로 놓고 그 속에서 각 국가의 행위와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다시 말해 각 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아닌 미국과 중국의 패권 대결 속에서 각 국의 행위와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베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대결 구도 속에서 반 중국 동맹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남아, 인도, 호주 등 중국과 영토 및 자원 분쟁을 벌이고 있는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일본은 이들과 군사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일본은 이들 국가로부터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얻어 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은 한국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까요? 계속해서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