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열풍과 AR의 대두

'포켓몬 고'는 시작에 불과하다

복스의 <Pokémon Go isn’t a fad. It’s a beginning>를 번역한 글입니다.


처음 시작은 포켓몬 고 게임이었습니다. 이내 온통 어딜 가나 포켓몬 고 이야기밖에 들리지 않았죠. 어느덧 그에 대한 반발로 포켓몬 고를 비판하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이 모든 일이 일주일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이런 글을 쓰기에 적절하지 않은 시기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짧게나마 포켓몬 고가 왜 중요한지, 적어도 이에 관한 이야기에 우리가 왜 주목해야 하는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당장 앞으로 5년 뒤를 생각해 봅시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겠다며 떠들고 다니는 모습은 이미 과거가 되어있을 겁니다. 대신 우리는 일상 곳곳에 포켓몬 고와 같은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글에 앞서 먼저 자진 신고를 하자면 저는 아직 포켓몬 고를 다운로드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포켓몬 고는 갑자기 나타나더니 (데이팅 앱) 틴더나 트위터 같이 앱 이용자 수 상위권에 있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섰습니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보다 앞으로 눈부신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기술을 처음 적용한 데 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포켓몬 고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피카추가 보내는 신호는 새로운 기술, 앞으로 펼쳐질 삶의 미리보기이기 때문입니다.

포켓몬 고를 경계하는 주장도 일견 이해가 갑니다. 어쨌든 비디오 게임에 불과한데 여기에 열광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지나쳐선 안 된다는 주장이니까요. 하지만 포켓몬 고는 그냥 비디오 게임이 아닙니다. 이건 완전히 새로운 기술입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크리스 딕슨은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음번 혁신은 장난감 같은 것에서 시작할 것”이라고요. 포켓몬 고는 장난감처럼 보이죠. 아뇨, 이거야말로 정말 대단한 장난감이 아니면 또 뭐겠습니까? 물론 이 장난감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모두에게 적용한 덕분에 대박을 낸 것이겠지만요. 스마트폰은 애초에 증강현실 기기로 개발된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개선되고 개발자들이 모두가 흠뻑 취할 만한 인터페이스를 개발해 선보인다면 어떻게 될까요?

1년 쯤 전에 저는 처음으로 가상현실 안경을 써보고 정말 새 세상을 만난 것처럼 흥분했습니다. 그 전까지 가상현실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겼었거든요. 하지만 빈방에 들어가 헤드셋 하나를 끼는 것만으로 대도시 고층건물 꼭대기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 뒤로 제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죠. 그때 저는 우리가 이미 가상현실을 발명해냈다는 것을, 우리의 과제는 가상현실 개발 자체가 아니라 이미 개발한 가상현실을 더욱 완벽하게 다듬어가고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비용과 가격을 낮추어 더 흥미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삶의 대체재로 정말 가상현실을 더욱 즐길 수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글쎄요, 제 생각에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한 10년 정도면 그런 세상이 올 겁니다. 포켓몬 고가 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출퇴근길에 가상현실 속에 들어갔다 나오지 않으면 지루해서 견디지 못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은 미래에 올 겁니다. 저는 인간이 결국 모든 기계의 손에 멸종되리라는 식의 비관론적인 공상과학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소설 “Ready Player One”에 나오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우울하기 짝이 없는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가상현실 콘솔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미래는 충분히 현실적인 상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약물에 비유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약물은 세상에 불만이 많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값싼 도피처를 제공합니다. 잠시라도 이들을 행복하게 하죠.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향정신성 약물, 환각제의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습니다.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은 소비재에 쓰이는 기술로 이를 불법으로 규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더 나은 소비재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라면 개발과 개선이 장려될 일이죠. 그래서 증강현실은 앞으로 계속 더 나아지고 더욱 재밌어지며 중독성도 강해질 겁니다.

한 가지 더. 현대인은 꽤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마취성 약물 없이 못 사는 사람도 너무 많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놀라울 만큼 많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입니다. 실리콘 밸리는 로봇이 인간의 일을 모두 빼앗아갈 때를 대비해 기본소득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즉 현실이 워낙 팍팍하다 보니 가상현실이 엄청나게 환상적이고 꿈같은 이상향을 그리지 않아도 현대인의 이목을 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증강현실은 포켓몬 고를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습니다. 시작은 장난감이었지만, 끝은 그보다 훨씬 더 창대할 것입니다. 증강현실은 하나의 산업이 되고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며, 결국 우리 삶의 빼놓을 수 없는 일부가 될 것입니다. 인간이 시간을 보내고 무언가를 위해 경쟁하며 사랑하는 이들과 소통할 때도 꼭 필요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던 규범이 도전을 받을 겁니다. 증강현실이 사회의 모든 규범을 하나씩 되돌아보게 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삶의 방식을 다시 한 번 기술이 바꿔놓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포켓몬 고이기에 게임을 하든 하지 않든,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