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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에 집중하라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안전자산 중 하나인 엔화도 연일 폭등하고 있습니다.

엔화는 왜 안전자산일까요? 일본 경제는 아직도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그 배경과 원인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Japanexperterna.se, flickr (CC BY)

엔화는 왜 안전자산인가?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뉴노멀)와 브렉시트 이후, 세계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대적 위험자산인 주식, 사채 등으로 흘러간 돈들이 금, 달러, 엔화 등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또한, 신흥국과 유럽에 유입된 자금도 미국, 일본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안전자산의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안전자산이란 주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이 없는 자산을 뜻합니다. 더불어 시장에서의 가격 변동 폭이 작은 자산입니다. 보통 금, 달러. 엔화, 국채 등을 안전자산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주식, 사채, 옵션 등을 위험자산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구분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⓵ 시장리스크 : 시장 상황 변화로 자산의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지)

⓶ 유동성리스크 : 자산의 유동성 부족으로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자신이 원할 때 사고 팔수 있는지)

⓷ 신용리스크 : 국가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 (내 돈이 떼일 위험은 없는지)


이와 같은 세 가지 기준을 따져봤을 때 일반적으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합니다.

엔화는 왜 안전자산일까요?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25년을 겪고 있으며,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지도 못했는데 말이죠.

실제로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은 한국이나 대만보다 낮습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두 곳인 무디스(Aa3)와 피치(AA-) 기준으로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신용 등급이 높습니다.

일본의 GDP는 44,126억 달러로 세계 3위 경제 대국입니다. 그런데도 신용 등급이 우리나라보다도 낮은 이유는 국가부채와 저출산 문제 때문입니다. 우선 일본의 국가 부채는 국내 총생산(GDP) 대비 246%에 이릅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국가 부도 위기까지 겪었던 그리스의 179%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30% 정도입니다)

천문학적 빚을 갚을 길도 요원해 보입니다. 인구 보너스는 없습니다. 인구가 지속해서 늘어나면, 국민 1인당 짊어질 빚의 크기는 작아집니다. 일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세금도 많이 걷히니 빚을 갚기 수월하죠. 하지만 일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46명입니다. 반면 총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6%에 육박합니다. 2050년에는 40%까지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는 곧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세금은 덜 걷히겠죠. 자연스럽게 국민 1인당 짊어질 빚은 커집니다.

위 수치만 본다면 일본은 당장 망할 것만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엔화로 돈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한 마디로 일본이 절대 망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일본이 망하지 않는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⓵ 세계 제1의 순대외채권

일본은 막대한 규모의 순대외채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순대외채권이란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숫자입니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랑 자금거래에서 받을 돈과 줄 돈 중 어느 것이 많은지 보는 셈이죠. 즉 일본은 나중에 돌려받을 돈이 많은 국가입니다. 2015년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3조 1,435억 달러(3,718조 1,318억 원)의 대외채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보적인 세계 1위입니다. 일본이 제아무리 잃어버린 25년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리스처럼 부도날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이는 곧 일본에 투자해도 돈을 떼일 일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⓶ 외환보유액 세계 2위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 2,621억 달러로 중국(3조 2,126억 달러)에 이어 2위입니다.(한국의 외환보유액은 3,709억 달러입니다) 외환보유액이란 긴급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도록 모아놓은 정부나 중앙은행이 가진 외화자산을 말합니다. 보통 달러를 말하죠.

외환보유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의 지급능력은 높아집니다. 이는 곧 국가의 신용도를 높이고,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불러옵니다. 왜냐구요? 외국인이 일본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달러를 엔화로 교환해야 합니다. 반대로 외국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는 다시 엔화를 달러로 바꿉니다. 이때 투자한 나라에 달러가 부족하다면? 외국인들은 자신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들어지겠죠? 자칫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외환보유액이 적은 시장에 투자하기를 꺼립니다.

일본은 외환보유액이 상당합니다. 자산 유동성 부족으로 결제의무 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 즉 유동성 리스크도 매우 낮습니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돈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일본은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⓷ 기업의 수출 경쟁력

풍부한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채권의 원천은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입니다. 일본은 1980년 이후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 왔습니다. 무역에 있어 항상 이득을 봤단 뜻이죠. 이는 일본 중견 중소기업의 탄탄한 기술력과 경쟁력 덕입니다. 핵심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은 여전히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저성장 기조와 중국 등 신흥국의 경제침체 속에서도 무역에서 만큼은 일본은 여전히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4월 경상수지는 1조 8,785억 엔(약 20조 3,000억 원) 흑자로 22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일본 정부는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달러로 바꿔 외환보유액으로 보관하거나, 다른 나라에 빌려주고 있습니다.

⓸ 대외 충격에 강한 국가채무 구조

일본의 국가 부채는 천문학적인 규모입니다. GDP대비 246%에 이릅니다. 하지만 일본의 국채는 다른 나라의 채권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일본 국가 부채의 95%는 엔화표시로 발행됩니다. 일본 정부가 돈을 빌릴 때 다른 나라에서 빌려온 것이 아니라 자국의 누군가에게 엔화로 빌려왔다는 뜻입니다. 일본 국채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은퇴한 노후 세대가 국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선 채권을 팔지 않습니다. 이러한 국가채무 구조 덕에 부채 규모가 천문학적일지라도 일본은 브렉시트나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대외 불안 요소에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을 받습니다.

⓹건전한 가계부채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본은 국가 부채에 비해 가계의 재정 상태는 매우 건전한 편입니다. 일본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66%로 한국의 84%나 미국의 79.2%보다 낮습니다. 가계부채 위험 정도가 낮으므로 미국의 2008년 세계금융위기처럼 가계부채발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도 미미합니다.

             2 한국은행

⓺ 시장 변화에 둔감

일본은 경제성장률, 실업률, 소비자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의 변동성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낮습니다. 일본의 변동성을 100이라고 보았을 때 프랑스는 111, 독일은 116, 미국은 117에 달합니다. 시장상황 변화로 자산의 가치가 변동할 가능성, 즉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일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반면, 이는 곧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투자를 해도 큰 수익을 얻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엔화가 각광받는 이유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적어도 원금을 지키면서 조금의 수익이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엔화 수요가 늘어나면 일본에게는 유리한 걸까요, 불리한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브렉시트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파헤쳐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