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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 발표

지난 3일, 단군 이래 최대 대학지원 사업인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 21곳이 발표됐습니다.
산업 수요와 대학 교육간 미스 매치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요.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돈 앞에 대학 없다, 프라임 사업

지난 3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단군 이래 최대 대학지원 사업인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 21곳을 발표했습니다.

프라임 사업이란 한마디로 취직이 안 되는 인문‧예체능계 정원은 줄이고, 이공계 정원은 늘리는 사업입니다. 정확히는 'program industrial needs matched education'의 약자로 산업 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뜻합니다. 산업 수요에 맞게 학과와 정원을 개편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사업 규모에 따라 대형과 소형으로 나뉘며 대학별로 적게는 50억 원부터 많게는 150억 원까지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프라임 사업 시행 이유

정부가 내세우는 사업의 목적은 산업 수요와 대학 교육간 미스 매치 해소입니다. 한국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4년까지 4년제 대학 인문 사회계열에선 21만여 명의 인력 초과공급이 예상되는 데 비해 기업이 원하는 공학 인력은 약 21만 5,000명 모자라는 등 인력 미스매치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산업 수요뿐만 아니라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실업률 증가도 주된 이유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학령인구(6~21세)는 현재 860만 명으로 6년 전보다 140만 명이나 감소했습니다.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져 2060년엔 488만 명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교육 지형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은 벌써 텅텅 비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대입정원을 계속 유지할 경우, 학령인구 감소로 2023년엔 최소 16만 명의 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교육부가 기를 쓰고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은 조금 다릅니다. 이전에 시행됐던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사업의 초점은 정원 이동입니다. 즉, 취직이 잘 안 되는 과의 정원은 줄이고, 줄인 만큼 취직이 잘 되는 과의 정원을 늘리는 거지요. 정원 이동 규모는 총 5,351명에 달합니다. 인문사회 계열에서 2,500명 자연과학 계열에서 1,150명 예체능 계열에서 779명이 감소했지만, 공학 계열은 4,429명이나 증가했습니다.

프라임 사업 왜 문제인가?

프라임 사업은 3대 원칙에 따라 추진됩니다.

첫째. 대학 자체 자율성 부여.
둘째.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바탕.
셋째. 대학의 선제적 노력에 대해 정부는 뒷받침

하지만 선정 과정에서 3대 원칙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먼저 정부는 예산을 무기로 대학에 구조조정을 강요했습니다. 이번 프라임 사업은 6,000억 원 규모의 단군 이래 최대 대학지원 사업입니다. 사업에 선정되면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각 대학의 경쟁력을 높일 기회가 제공됩니다. 자연스럽게 대학의 입지는 높아지고, 인재들이 몰려들겠죠. 특히 중위권 대학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겁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은 혹독합니다. 지원금이 큰 대형 사업을 따내기 위해선 입학 정원의 10%를 이동해야 합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대학에서 입학정원을 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반드시 학내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부 대학들은 구성원 간 합의는커녕 대학 본부 또는 총장들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한국대학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중앙대 김창수 총장이 정원감축에 반대하는 인문대학과 사범대학 교수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인원 감축 협의안에 합의하라고 압박하는가 하면, 경영대학 교수들에게는 1인당 2백만 원 상당의 수당을 주겠다고 회유했다는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숭실대에서는 인문대학과 자연과학대학의 학장 및 학과장 16명이 프라임 사업에 대한 반대를 이유로 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이화여대가 죽었다’며 학교 정문에 근조화환 20여 개를 설치하고 프라임 사업 계획 공개와 총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2016050900145429404 1 포커스 뉴스

75개 대학이 사업에 지원했고, 이 중 21개 대학만이 선정됐습니다. 사업에서 탈락한 대학들은 학내 혼란 수습이라는 과제만 남았습니다. 반대로 선정된 대학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자신들이 제시한 구조조정 계획을 착실히 실행하지 않거나 포기하면 앞으로 있을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영원히 참여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당장 2017학년도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루아침에 문과 정원 3,000여 명이 줄었고 이과 정원 3,000여 명이 늘어났습니다. 통폐합 되는 학과와 신설되는 학과도 적지 않습니다. 정원조정이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지, 지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프라임 사업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줍니다.

“대학은 기업의 하청업체인가?”

대학이 취업률을 이유로 교육과정을 재편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요? 고려대·이화여대·성신여대·단국대 총학생회와 학생단체들은 지난 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가 프라임 사업을 강행한 이후 대학의 기초학문은 다른 실용학문과 마구잡이로 융합돼 본질을 잃었고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을 잃은 채 교육부가 정해주는 사회적 수요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 공청회에서 경성대 신승훈(인문고전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취직이 안 되는 이유가 대학교육 때문인가.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일자리가 안 생겨서 그런 것 아닌가?”

근본적으로 대학 정책의 목적과 방향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입니다.

2016050902112818128 l 제공=포커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