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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흔들린다?

Hikaru Kazushime, flickr (CC BY)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최근 일본 구마모토와 에콰도르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전 세계가 지진 공포에 사로잡혔습니다. 두 지진 모두 규모 7.0을 넘는 강진이었는데요.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일본 59명, 에콰도르 650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지역은 부산과 고작 300km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지진 발생 당시 부산, 울산, 대구 등의 지역에서 미세한 진동을 느꼈다는 시민들의 제보가 줄을 잇기도 했습니다. 수천 명의 시민이 실제 지진의 여파를 느끼면서 국내 또한 지진 피해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 지진 당시 대구에서 감지된 진동

지진은 한번 발생하면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일으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여러 예방과 대처법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죠. 일본의 경우, 연평균 109회의 빈도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합니다. 크고 작은 지진을 하도 많이 겪다 보니 이에 대한 예방과 대비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받습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이제 막 지진의 무서움과 이에 대한 대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지진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살펴보고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텐데요. 첫 번째로 일본의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지진 발생에 전조가 있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재로써는 불가능합니다. 그 대신 지진 발생 조기 경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는 관건으로 꼽히는데요. 조금이라도 빨리 지진 발생 사실을 알려 시민들이 책상 밑에 숨거나 피신할 수만 있어도 사상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지진 조기 경보란 지진이 발생한 후 전파되는 P파와 S파의 속도 차를 활용한 관측 방식입니다. 속도가 빠르고 진동이 폭이 작은 P파는 초당 7~8km로 속도로 지진 관측소에 가장 먼저 도달합니다. 반면, 진동 폭이 큰 S파는 초당 3~4km의 느린 속도로 이동합니다. 지진 관측소에 먼저 도달하는 P파의 도달시간과 그 규모를 분석해 앞으로 닥칠 S파의 규모를 예측하고 이를 최대한 빠르게 시민들에게 알리는 게 조기 경보의 핵심입니다.

만약 P파와 S파의 속도 차이가 초당 3km라면 진앙지에서 100km 떨어진 지역에 P파가 도달한 이후 이어서 S파가 도달하는 데까지는 약 33초가 걸립니다. P파를 감지하고 지진 조기 경보까지 20초 안에 이뤄진다면, 시민들은 약 13초의 대비 시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잦은 지진에 시달리는 일본은 자연스레 세계 최고의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일본은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10초 내외에 지진 조기 경보를 발령합니다. 이후 전 국민의 휴대전화와 방송을 통해 지진 조기 경보 소식을 알리는데요. 이와 함께 지진을 겪는 시민들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 메뉴얼 등을 반복해서 방송합니다.

구마모토 지진 발생 당시 일본 NHK의 지진 조기 경보 방송

한국도 지진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기 경보 시스템이란 이름을 붙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한국은 내륙 규모 3.5, 해역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기상청이 이 사실을 미래창조과학부에 통지하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를 다시 주요 방송사에 전달해 발생 지진에 대한 정보를 방송 자막으로 내보내게 합니다. 하지만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고, 이 과정이 대부분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막 송출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0초입니다. ‘조기’라는 단어를 붙이기에는 꽤 긴 시간이죠.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높아진 지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기상청과 국민안전처는 2020년까지 지진 조기 경보 체제를 구축하고, 경보 전달에 걸리는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을 위해서는 일단 지진 관측소를 국내 전역에 촘촘히 설치해야 합니다. 지진 조기 경보까지 걸리는 시간을 10초 이내로 줄이기 위해서는 관측소가 350개까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지만, 현재 국내 관측소는 160개에 불과합니다. 일단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의 기반 시설인 관측소를 설치하는데 많은 노력과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국내도 지진 피해에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의식을 갖고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정부가 지진 조기 경보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입니다.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큰 규모의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탓에 기상청, 국민안전처 등 주무부처들이 지진 조기 경보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시스템 구축 또한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합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